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729
◈ 729. [자유탐사] 웰컴 투 좀비랜드
최후의 작전 회의를 끝낸 뒤.
에이더는 자신만의 준비를 하기 위해 사라졌다. 이제 최종전인 스테이지 50까지는 못 볼 것이다.
“좋아, 그럼 이쪽은 최종보스전 전까지 살아남기 위해서 준비를 해야겠군.”
당장은 스테이지 45.
이번에도 보스 스테이지다. 여기서 삐끗했다간 최종보스 얼굴도 못 보고 게임오버다. 바짝 정신 차려야겠지.
해서 던전으로 탐사대를 꾸려 정찰을 보냈는데…….
“뭐?”
이번 보스 스테이지에서 상대해야 할 적의 정체를 듣고, 나는 당황해서 중얼거렸다.
“좀비라고?!”
***
스테이지 45에서 상대해야 할 괴수 군단은 좀비.
정확하게는, ‘좀비화된’ ‘악마 수호병단’이다.
‘얘네는 뭐하다가 죽은 거야? 그리고 뭐하다가 살아난 거야……?’
의문투성이지만, 뭐 아무튼 좀비에 악마에 괴수다. 잘 쳐죽여줘야겠지.
일단 악마종 몬스터는 다른 몬스터와는 다르게 명확한 강점이나 약점이 없다.
대신 인간보다 모든 점에서 우월한 스탯을 가지고 있고, 인간처럼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악마 수호병단은 그런 악마종 중 최상위 군단으로, 월등한 스펙과 매우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런 애들이 좀비가 되어버렸단 말이지……?
‘결국 스펙이 개쩌는 좀비, 라고 생각하고 작전을 입안해야 하나.’
그리고 악마 수호병단이라면, 그 대장은 역시 악마 수호병단장- ‘크롬웰’일 터.
악마종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이 악마공작은 수하들을 부리는 여러 권능으로 무장했다. 그녀가 부리는 악마 수호병단은 잘 훈련된 군대다운 전투방식을 보인다.
본래의 그녀와 그 군단과 충돌했다면, 막강한 특수부대와 일전을 치르듯 전투 양상이 흘러갔을 것이다.
소수정예 엘리트 군대와 그 지휘관이 도시에 침투해와 영악하게 우리를 괴롭혔겠지.
‘아니 근데 좀비라고…….’
이 세계의 좀비는 종족이나 군단이 아니라, 일종의 ‘상태’다.
죽음으로부터 되살아나서, 이지(理智)를 상실하고, 그저 눈앞의 상대를 공격하게 되는…… 게다가 ‘전염’까지 되는 상태.
게임상에서도 이 좀비 상태에 빠진 괴수 군단을 만난 적이 있었다.
물어뜯기면 아군도 ‘감염’ 상태가 되고, 그 상태에서 사망하면 좀비로 부활하여 적 군단에 합류하는 식.
‘지구의 영화처럼 물리자마자 좀비로 변하고 이런 건 아니지만, 아무튼 피곤한 적이긴 해.’
이 녀석들도 그런 상태라고 생각하면, 뭐 대충 몸짱 특수부대가 전원 좀비화되어 달려든다고 생각하면 되려나……?
‘혈족의 구울이랑 엇비슷하면서도 또 약간 다른데.’
예전 스테이지5의 기억을 떠올리며 으으음 소리를 내다가.
나는 이윽고 결론을 내렸다.
‘직접 살펴봐야겠군.’
좀비화된 악마종의 상태가 어떤지, 한번 자세히 봐둬야 이번 전투 작전을 수립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즉시 명령했다.
“루카스, 영웅 전원 소집해!”
내가 부르자 루카스가 즉시 헐레벌떡 달려왔다. 나는 루카스에게 연이어 하달했다.
“던전에 직접 탐사하러 들어갈 인원을 뽑는다!”
***
소집된 영웅들에게 이번 스테이지의 상대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동안 온갖 괴물들을 상대해오다 보니, 이제 좀비+악마인 정도로는 다들 놀라지도 않았다.
‘아니, 다들 좀 너무 심드렁한 거 아니야? 모두 너무 단련되어버린 거야?’
오히려 약간 내가 실망했다.
아무리 그래도 공포영화 단골인 좀비에 악마잖아. 누군가 한 명 정도는 히이익이나 꺄아악 정도의 비명을 질러주길 바랐는데…….
“크흡, 릴리, 네 리즈 시절이 그립구나…….”
“……예? 무슨 말씀이세요?”
릴리는 그새 서류를 펴고, 좀비와 악마에게 잘 먹힐 수성 아티팩트 목록을 작성하고 있었다.
얘도 너무 멘탈이 강해져 버렸어, 이게 엄마의 힘인가…….
“흠흠, 아무튼!”
헛기침과 함께 주의를 환기시키며 말을 이었다.
“이번 탐사는 대단한 목적이 있는 건 아니다. 이 좀비 악마…… 악마 좀비…… 아무튼 이 자식들의 대략적인 상태를 내가 직접 보고 판단하려는 것뿐이야.”
주목된 시선 앞에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서, 본격적인 전투를 할 생각은 없다.”
“하면…….”
“앞서 파견된 정찰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진입하는 팀도 정찰조다. 다만 좀 더 깊게 살피고 나오는 거지.”
나는 영웅들에게 악마와 좀비의 특성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스펙 쩔고, 물리면 감염.
즉 이런 놈들이 우글거리는 곳에 깊게 정찰을 다녀오려면…….
“우리 세계수호전선에서 가장 발이 빠른 친구들로 다녀오겠다.”
속도가 빨라야 한다.
재빠르게 살피고 꽁지 빠지게 도망친다. 그것이 이번 정찰 탐사의 콘셉트.
“해서, 여러분 중에서 속도가 빠른 이들을 선별하려 하는데…….”
하며 내가 좌중을 둘러보는 것과 동시에,
파바바밧!
다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손을 들었다.
……뭐냐, 지금 너희 다들 자신이 빠르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잘 알고 계시겠지만요, 애쉬님.”
베르단디가 후후후 웃으며 자신의 가슴팍에 손을 올리더니,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저희 엘프는 속도라면 어느 종족에게도 뒤처지지 않거든요.”
“호오.”
“그리고 잘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암살자…… 이곳 전선에서 가장 빠르다고 할 수 있겠죠.”
베르단디는 여봐란 듯 콧대를 치켰다.
나는 나도 모르게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동생 스쿨드가 죽은 뒤로 잘 볼 수 없었던…… 베르단디의 밝은 얼굴이었으므로.
그러자 듣고 있던 켈리베이가 버럭 했다.
“잘 알고 있겠지만, 애쉬!”
“예……?”
“지하 토굴에서는 우리 드워프가 어느 종족보다 더 빠르거든!”
“허어…….”
“그리고 저곳 호수왕국 던전은 지하에 토굴이나 다름없는 구조! 즉 드워프가 엘프보다 더 빨라!”
직후 베르단디와 켈리베이가 눈싸움을 시작했다.
엘프 vs 드워프라는 클래식한 경쟁 구도였다. 오오…….
켈리베이도 얼굴이 많이 밝아져 있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안심했다.
하지만 감탄할 겨를도 없었다. 뒤이어 온갖 영웅들이 자신을 어필했기 때문이었다.
“대장, 나도 껴주시오!”
이제 남아 있던 늑대 털도 다 빠지고 완전히 인간으로 변한 쿠일란이 튀어나왔다.
“어릴 때부터 단거리 달리기에서는 져본 적이 없수다!”
“그럼 장거리는?”
“아픈 부분을 건드리시는구먼, 크윽…….”
쿠일란은 즉시 찌그러졌다.
체력 스탯 5따리 개복치가 장거리에 강할 리 없지. 흠, 그래도 얘는 단거리는 확실히 빠르긴 한데…….
그 다음에는 상아탑주 디어뮈딘이 슬쩍 자신을 어필했다.
“내가 나이는 많지만 말일세.”
“예.”
“그래도 나이에 비하면 매우 정정하고 말이지?”
“예.”
“뭣보다, 알지? 나 비행 가능하다? 아아주 빨라요?”
의기양양한 얼굴로 노마법사가 자신의 로브를 펄럭거렸다.
맞다, 이 사람 비행 청노년이지…….
게다가 아군에게 광역 비행을 제공할 수 있다. 이번 탐사 콘셉트에 아주 잘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어.
가점을 부여한 뒤 나는 그 뒤에 나선 영웅들을 살폈다. 어디 보자.
“토르켈?”
“…….”
우리 전선 최고 탱커가 투구 속에서 눈을 데구루루 굴렸다.
잠시 뒤 토르켈이 조심스레 말했다.
“저도 마음만 먹으면, 꽤 빠릅니다?”
아저씨…… 양심 어디……?
“저기 거울 있으니까 가서 네 덩치를 확인하고 오렴.”
“큭…….”
토르켈은 씁쓸해하며 물러섰다.
애초에 너는 속도가 아니라 다른 부분에 강점이 있잖니. 괜히 이런 데서 경쟁심 불태우지 마렴.
그 외에도 다른 영웅들이 하나씩 차례로 나서서 자신의 스피드를 어필해 보였다.
그리고 이 와중에도 갬블 클럽은 전원 딴청만 피우며 손을 들지조차 않았다. 너희는 한결같아서 좋구나.
얼추 이렇게 하나씩 소개를 들은 뒤, 나는 아직 조용한 아이들 쪽을 보았다.
“그런데 메인 파티는 왜 아무 말이 없냐?”
그러자 화들짝 놀란 쥬니어가 자신을 손으로 가리켰다.
“예? 저희는 당연히 다 가는 거 아닌가요?”
“아니야. 여기 모인 사람 중에서 딱 다섯만 뽑아서 갈 거야.”
정찰 임무인데 우르르 몰려갈 필요 뭐가 있냐. 최소인원만 가야지. 그러니까 제일 빠른 애 뽑는 거고.
당황한 쥬니어가 빠르게 머리를 굴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저, 저는 마법 계산이 빠른데요……!”
“남아.”
“쳇.”
그 옆의 데미안 역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더니, 이윽고 반짝! 하고 환해진 얼굴로 외쳤다.
“황자님! 저는 총알이 빨라요!”
“응. 탈락.”
“힝…….”
나는 남은 메인 파티원 둘을 보았다.
“루카스, 에반젤린. 너희는 뭐 어필 포인트 없어?”
그러자 뒷짐을 지고 여유롭게 서 있던 루카스가 빙그레 웃었다.
“굳이 해야 합니까? 제가 얼마나 빠른지, 그리고 얼마나 유용한지는 주군께서 더 잘 아실 텐데.”
“…….”
그 옆의 에반젤린은 언제 가져온 것인지 과자를 우적우적 삼키며 이렇게 말했다.
“기대되네요~ 저 안 데리고 가셨다가 현장에서 땅을 치며 후회하실 선배님의 모습이.”
“크윽……!”
재수 없어, 기사 듀오……!
하지만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이 둘은 처음부터 데려가려고 마음먹은 상태였기에.
해서, 이번 정찰 파티는 이렇게 꾸려졌다.
나. 베르단디. 디어뮈딘. 루카스. 에반젤린.
다들 의욕적인 건 고맙지만, 괜히 좀비한테 물려서 아름다운 추억(+흉터) 만들어주고 싶진 않았기에 진짜로 발이 빠른 이들로만 스쿼드를 꾸렸다.
‘마법사 디어뮈딘이 있으니 다양한 상황 대처도 가능할 거고, 은밀한 움직임이 가능한 베르단디도 있고, 여차하면 탱크처럼 다 밀어버릴 수 있는 기사 듀오도 있고.’
이 정도면 훌륭한 조합이군. 음음.
생각하다가 문득 흠칫했다.
‘아니, 오히려 이 파티에서 가장 느린 건…….’
나 아닌가……?
내가 이 최속 파티의 평균속도를 깎아먹고 있는 건 아닌지……?
“…….”
그, 그야 물론 평균 속도는 얘네 비하면 느리긴 하겠지만! 그래도 전심전력 황자님이 되면 나름대로 여러 이동수단이 있단 말이다!
혼자 그렇게 납득하고 있는 때였다.
“어머, 시간 좀 봐! 오늘 유모가 일이 있대서, 내가 시드 데리러 가야 하는데!”
릴리는 어느새 늦은 저녁이 된 시간을 확인하고 화들짝 놀라더니, 휠체어에 부착된 마법 장치의 버튼들을 마구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럼 다음 방어전까지 수성 아티팩트 잘 준비할게요! 이만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전하!”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래, 빨리 시드 데리러 가봐!”
“감사합니다!”
내가 허락하는 것과 동시에,
투학-!
릴리의 휠체어 뒤에서 마법적인 불꽃이 번뜩이더니, 다음 순간 릴리는 휠체어를 끌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그럼 다들, 내일 봐요!”
그리고 복도를 미끄러지듯 내달려 눈 깜짝할 새에 영주 저택을 나섰다.
“…….”
창밖으로 단숨에 멀어지는 릴리의 휠체어를 다들 입을 벌리고 지켜보았다.
나는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아니, 쟤가 여기서 제일 빠른 거 아니야?”
휠체어 타고 드리프트에 부스트까지 쓰는데?
강하다, 엄마…….
***
다음날.
가장 빠른 영웅으로 구성된 우리 5인 정찰대는 호수왕국 던전에 진입했다.
그리고…… 곧바로 발견해야 했다.
내가 간과한 한 가지 요소를.
“세상에 만상에 좀비 아포칼립스 맙소사-!”
어둠에 물든 도시를 내달려 도망치며, 나는 소리를 꽥 질렀다.
“이 새끼들, 다른 괴수 군단을 습격해서 감염시킨 바람에…….”
나는 치를 떨며 뒤를 돌아보았다.
“숫자가 불어났어-!”
그곳에는…….
그워어어!
그워어어어어!
온갖 괴수 군단이 다들 물어뜯긴 몰골로 좀비가 되어, 우리를 쫓아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좀비화된 악마 수호병단이 다른 괴수 군단을 습격해 감염시켰고, 그 괴수 군단이 또 다른 괴수 군단을 습격해 감염시키면서…….
호수왕국에 있던 괴수 군단 대다수가 좀비 상태로 변한 것이다!
고작 하루 전 정찰대가 보고한 것보다 그 숫자가 훨씬 더 불어난 채로!
“시…….”
그리고 마침내 우리 중 견디지 못한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
“싫어어어어어!”
디어뮈딘이었다.
노마법사의 가냘픈 비명과 함께, 호수왕국의 골목과 대로를 가득 메우며 좀비들이 우리를 끝없이 쫓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