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742
◈ 742. [STAGE 45] 작전명 융단 치료
“이 치료제를 좀비 괴수들에게 들이부으면 어찌될까…… 그것을 물으려 하신 것이지요?”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고, 로제타는 책상 위의 양피지에 치료제 레시피를 휘갈겨 쓰더니, 내게 건넸다.
“제 생각인데 말입니다. 전하.”
“응.”
“이번에 저희 신전에 헌금을 아주 두둑이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씩 웃은 나는 레시피를 받아 든 뒤, 신전 바깥에 대고 소리쳤다.
“생산 조합 사람들, 그리고 영웅 전원 소집해! 지금 당장!”
***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에서, 결국 세상을 구하는 한 방은 치료제다.
그 치료제를 ‘들이붓는’ 방법으로 전술을 짜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작전명 융단 치료(Carpet Curing)를 설명한다!”
응접실에 소집된 영웅들에게 나는 소리쳤다.
“확보한 좀비 역병 치료제를 대량 생산하여, 진군해오는 좀비 괴수 군단의 머리 위에…… 들이붓는다!”
영웅들은 모두 벙찐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나는 씩 웃으며 칠판을 두들겼다.
“언데드 몬스터를 신성 마법으로 물리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병을 약으로 제거하는 거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얼떨떨해하는 영웅들에게 계속해서 설명했다.
“치료제는 경구 투여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검증 결과 피부에 도포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환자들이 상당수 확보되어 있었기에, 여러 방법으로 치료제가 작용하는 과정을 살필 수 있었다.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미하일이 눈물을 삼켰다.
“우리 창공기사단은…… 실험당하는 건 익숙하니까…….”
아니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좀 쓰레기 같잖아……?
헛기침한 나는 칠판에 그려진 작전 개요를 지팡이로 짚었다.
“해서, 이번 방어전의 큰 줄기는 다음과 같다!”
탕탕!
칠판을 두들기며 차례로 말했다.
“첫째! 대량생산한 치료제를 크로스로드로 진군해 오는 중인 괴수들의 머리 위에 들이붓는다. 둘째! 이 과정을 크로스로드 앞 벌판까지 반복한다. 셋째! 남은 좀비 잔당을 정리한다. 끝!”
지팡이를 내린 내가 좌중을 둘러보았다.
“질문 있나?”
즉시 루카스가 손을 들었다. 나는 턱짓했다.
“말해봐, 모범생.”
“주군. 그만큼 대량의 치료제를 생산할 방법이 있습니까?”
바로 난점부터 찌르고 들어오는 것이 역시 내 태클 담당답군.
“치료제가 좀비 역병 감염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효과를 보려면 어느 정도 필요한 양의 치료제가 투여되어야 할 텐데, 저 많은 괴수들에게 모두 투여할 만큼 많은 약을 이 짧은 기간 안에 생산할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좋은 지적이다, 루카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게 좀 곤란한 부분이긴 했는데…… 치료제 대량 생산 문제에 앞서, 우선 이 부분을 확실히 해둬야 할 것 같군.”
나는 남쪽을 흘긋 보았다.
이 시간에도 진군해오고 있을 엄청난 수의 좀비 괴수 군단이 있는 방향을.
“현재 크로스로드로 진군해 오고 있는 좀비 괴수 군단의 규모는, 분석 결과 약 10만이다.”
“……!”
정확한 숫자를 들은 이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동안 상대한 괴수 군단 중에서 최고 규모였던 것은 고블린 군단.
(단순 숫자로는 파리대왕이지만, 이 자식은 하나로 합쳐져 있기도 했고 이래저래 이레귤러였으니까 논외로 두고.)
스테이지15 당시, 크로스로드를 함락시킬 뻔한 고블린 군단의 숫자가 대략 5만이었다.
그 고블린보다 개별 개체의 체급과 위력이 훨씬 높은 좀비 괴수가 두 배가 넘는 숫자로 오고 있다.
물론, 당시 고블린 군단에는 걸출한 지휘관인 칼리-알렉산드르가 있었고, 고블린은 개별 스펙은 보잘것없어도 극도로 잘 훈련받은 완성된 군대였다.
반면 이번 좀비 군단은 개개의 스펙은 높을지언정 군대로서의 움직임은 전혀 취하지 못하는, 말 그대로 좀비 떼거리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해도, 10만.’
말도 안 되는 규모다. 군단 자체의 파괴력만 보면 역대급으로 높은 상황이다.
“애초에 저만큼이나 많은 수의 괴수를 모두 치료제 폭격으로 저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그냥 화약 폭격으로 처리하는 것도 역시 말이 안 되지.
나는 이 치료제를 통한 전술만이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라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이 치료제 폭격으로 얻으려는 제1효과는…… 놈들의 ‘약화’다.”
“약화……요.”
“그래. 그리고 이 ‘약화’는…… 희석된 치료제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검증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
치료제를 물에 타서 희석시킨다. 에스프레소에 물 타서 아메리카노 만들듯이!
‘요는 맛있게 마시고 잠만 깨면 그만 아니냐, 이거야!’
지구-이탈리아 사람들이 들었다간 각혈할 소리였지만, 나는 자랑스러운 얼죽아단 소속의 한국인 마인드 보유자니까. 희석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희석된 치료제를 도포했을 때, 좀비 기생충 사멸까지는 되지 않아도, 감염자의 육체에 대한 제어를 상당수 잃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해서 좀비의 전투력이 급감할 것이다.”
나는 칠판 옆에 부착된 지도를 지팡이로 쿡쿡 찔렀다.
“해서, 놈들이 크로스로드에 도달하기까지 앞으로 이틀간, 희석한 치료제를 놈들의 머리 위에 얇게 정성껏 계속해서 발라주는 것이다.”
곰팡이 청소할 때 락스 원액 그대로 부으면 되겠어? 아깝잖아? 물에 희석해서 반복적으로 청소해줘야 락스도 아끼고 욕실도 깨끗해지지.
“그리고, 이렇게 약화된 상태로 크로스로드 앞에 도달한 남은 놈들을 일제 격멸한다.”
나는 바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물론 희석해서 쓴다고 해도 치료제를 대량 생산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는 변함이 없다. 현재 신전 소속 모든 사제들과 마법사, 연금술사들이 모여 함께 좀비 치료제 생산 및 복제 작업에 투입되어 있다.”
내 시선을 받은 릴리와 연금술사 조합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 좋은 점이 뭐겠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사 명령을 현실로 바꿀 힘이 있다는 거다.
다행히도 치료제 원료라 할 수 있는 각종 포션 재료들은 전 세계에서 지원 물품으로 와서 가득 쌓여 있는 상태다.
이틀 철야로 치료제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치료제가 액상이니, 우리 인어왕께서 아픈 몸을 이끌고도 인어족의 권능을 사용해서 치료제 복제를 도와주실 거고.”
여유롭게 이동식 욕조에 누워 회의를 보고 있던 킹 포세이돈이 당황해서 스스로를 가리켰다.
“잠깐, 나 말인가? 나 아직 아픈데?”
나는 태연하게 턱짓했다.
“킹 포세이돈. 아직 팔팔한 청춘이지 않습니까?”
“그, 그야 그렇지. 나는 여전히 청춘으로 살고 싶어.”
“원래 청춘은 좀 아파야 한대요. 괜찮아요. 갑시다.”
“……?”
멍한 얼굴이 되는 킹 포세이돈의 이동 욕조 뒤에 웃는 얼굴의 세레나데가 나타났다.
“갈까요, 인어왕님?”
“어? 어어?”
세레나데는 그대로 욕조 손잡이를 잡고 밖으로 돌돌돌 나갔다.
기다리고 있던 연금술사들이 그대로 킹 포세이돈을 좌우에서 붙들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킹 포세이돈의 뒤늦은 비명이 저택 복도를 울리며 사라졌다.
‘은퇴 전에 마지막으로 힘 좀 쓰고 갑시다, 킹 포세이돈.’
속으로 음음 고개를 끄덕이는데, 누가 또 손을 드는 것이 보였다.
한니발과 정령사들이었다. 내가 턱짓하자 한니발이 조심스레 주위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저어, 전하. 액상 치료제의 복제라고 하면, 저희도 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의 정령인가. 좋아. 부탁할게, 한니발.”
이렇게 치료제 양산 및 복제 관련한 회의를 끝낸 후.
나는 나머지 영웅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렇게 좀비 괴수들을 약화시킨다고 해서 전투가 끝나는 건 아니지. 결국 치료제 폭격을 버텨내고 크로스로드 앞까지 몰려온 괴수들을 우리가 직접 격멸해야 한다.”
영웅들의 얼굴에 긴장이 스쳤다.
“특히 현재 크로스로드 남쪽 성벽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까. 놈들을 직접 맞아 싸워야 할 여러분 입장에서는 걱정이 클 것이다.”
내가 말하자 모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남쪽 성벽의 수리는 완료되지 못했다. 형태야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성벽으로서 기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이번 방어전은커녕 최종전 때까지 수리가 끝나기는 할까. 염려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좀비 웨이브를 받아낼 것인가?
“바로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우리 이종족 분들, 그리고 대장간에서 계속 고생해주고 계셨지.”
이야기를 듣고 있던 켈리베이가 음음! 고개를 끄덕였다. 앞장서 잘난 척하는 대머리 드워프의 뒷모습을 베르단디와 쿠일란이 불만스레 보고 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나머지 영웅들이 의아하게 눈을 깜빡였다. 나는 씩 웃었다.
“자, 나의 영웅들아.”
나는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산타 같은 마음으로, 칠판에 새 그림 자료를 꺼내 붙였다.
“그동안 만들어온 우리 괴수전선의 ‘새 성벽’을 소개하겠다!”
펄럭……!
칠판에 붙은 자료.
그곳에 묘사된 ‘새 성벽’의 조감도와 작동 방식을 보고, 지금껏 소식을 듣지 못했던 모든 영웅이 일제히 입을 쩍 벌렸다.
“뭣…….”
“말도 안 돼.”
“설마, 저건……!”
리액션 좋고! 이 맛에 신제품 프레젠테이션 하나보다!
나는 입가에 미소를 감추지 못한 채 칠판에 붙여진 조감도를 흘깃 살폈다.
‘역시, 부순 놈이 책임지고 한 몸 바쳐 복구해줘야지.’
그게 세상 이치라는 거잖아.
안 그래, 나이트 브링어?
***
치료제 양산 및 복제는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특히 의외의 대박이 터졌는데, 바로 한니발이었다.
한니발이 [산신령의 도끼]로 정령 뽑기를 돌린 결과…….
번쩍-!
“또 무지개색?!”
또 정령왕이냐! 진짜 한니발 얘 뽑기운 미쳤는데?! 앞으로 뭐 뽑을 일 있으면 전부 얘 맡겨야겠다!
그리고 소환된 것은…… 정말 기막힌 타이밍에 알맞게 등장한 물의 정령왕이었다!
“이번 달 급료 보너스 100퍼센트다, 한니발.”
“헤헤…… 운이 좋았을 뿐인걸요.”
이리하여.
먼저 고생하고 있던 인어왕의 권능에 물의 정령왕의 합작으로, 이미 조제되어 있던 치료제가 단숨에 몇 배로 불어났다.
대체 무슨 원리로 액체를 다루어서 치료제가 복제가 되는 건진 모르겠지만, 아무렴 마법 만세다! 아 글쎄 치료제가 복사가 된다고!
충분한 양이 준비되자 라 만차는 즉시 다시금 남쪽으로 날아갈 준비를 했다. 연속 비행으로 기체와 파일럿에게 피로가 쌓이고 있었지만 상황이 급박하다.
이 ‘융단 치료’ 작전에 동원되는 공군은 라 만차, 그리고…….
“괜찮겠어?”
“물론이지, 애쉬 황자.”
씩 웃으며 자신의 그리폰 고삐를 고쳐 쥐는 미하일.
그리고 그리폰 20여 마리였다.
창공기사단은 전원 신전에서 치료 중이었지만, 그리폰은 절반만 감염되었고 나머지는 멀쩡했다.
미하일은 이 멀쩡한 그리폰을 치료제 폭격 작전에 사용하자고 먼저 제안해주었다.
“혼자서 20마리가 넘는 그리폰 컨트롤이라니, 힘들 것 같은데.”
“내 그리폰이 무리의 대장이기도 하고.”
미하일은 자신의 가슴팍을 두들겨 보였다.
“내 심장에도 그리폰의 피가 흐르고 있지. 걱정하지 마. 잘 이끌 테니까.”
“…….”
“그리고 그리폰은 아주 똑똑한 동물이야. 치료제 살포 정도는 어렵잖게 해낼 수 있을 거야.”
작전의 성패도, 그리폰도 걱정이지만, 미하일이 또 걱정되었다.
지난번에는 부하들을 모두 잃었고, 이번에는 새 부하들과 아내들까지 모두 잃을 뻔했다. 신전에서 아내들을 간호하며 쉬어도 아무런 말을 못 할 상황인데.
“나도 이제 왕이야, 애쉬. 저 북쪽 고국에서 기다리고 있을 모든 내 나라 사람들의 목숨까지 지켜야 하는 입장이라는 거지.”
미하일은 여전히 어린 얼굴에 한층 어른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곳 전선을 먼저 지켜내야 한다는 것. 잘 알고 있어.”
“…….”
“그럼 다녀올게.”
짧은 경례 뒤 그리폰들과 함께 라 만차에 탑승하는 미하일의 등을, 나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때는 철부지 어린아이 같았는데, 어느새 저렇게 훌쩍 커버렸다.
“……다들 훌쩍 성장하는구나.”
이곳 전선에서, 각자 마주한 시련 앞에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마음의 키가 한 뼘씩 자라고 있다.
올겨울이 끝나면, 모든 침공이 끝나고 나면.
각자가 성장을 마친 모습도, 나는 볼 수 있을까.
“…….”
아직은 먼 미래에 대한 생각을 갈무리한 뒤.
격납고를 나선 비공함이 출격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다가 나는 뒤돌아섰다.
작전은 수립되었다. 루트는 확정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전력으로 부딪히는 것뿐이다.
“그럼, 손님 맞을 준비를 해볼까!”
남쪽에서 들이닥칠 좀비대행진에 맞추어.
괴수 손님들이 죽을 만큼 좋아하는 우리 크로스로드의 명물, 함정 페스티벌을 마련해놓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