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Youngest Prince in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94)
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 94화
26장 귀신의 영지(6)
정원에서 영주성의 정문으로 이어진 통로.
“어디로 갔을까~ 다른 녀석들이 발견하기 전에 내가 먼저 찾아야 하는데~”
덮은 하인의 거죽이 반쯤 벗겨진 사인 하나가 흥얼거리듯 중얼거리며 주위를 훑고 있었다.
“여기인가? 없네? 아니면 여기인가~”
마치 숨어 있는 누군가를 찾으려는 듯 근처의 풀숲들을 헤집는 사인.
“없네? 그럼…… 여기다!”
확!
마지막으로 근처에 있는 수레의 덮개까지 뒤집어 본 사인의 얼굴에 실망이 어렸다.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으니까.
“어디로 간 거야? 먼저 발견해야 먹을 수 있는데.”
그 자리에서 잠시 투덜대던 사인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갔어?”
“어, 갔어.”
자그마한 대화 소리와 함께 수레의 바로 옆에 있는 나무의 표면이 일렁였다.
곧이어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라트와 엠버.
“젠장, 대체 저것들은 뭐고, 왜 우리를 쫓아오는 건데?”
그중 라트의 입에서 정말로 이 상황을 알 수 없다는 듯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정원을 산책하던 그들은 갑자기 나타난 사인들을 본 순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도주했다.
다행히 평소에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라트는 최상급 동화 마법 스크롤을 몇 장 지니고 있었고 그것들로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었다.
“나도 몰라. 그것보다 라트. 어떻게 할 거야? 이대로 나갈 거야?”
엠버가 바로 앞쪽에 있는 영주성 출구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주변에 더 이상 어떠한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고 이대로 걸음만 옮긴다면 성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망설임이 어려 있었다.
아직, 성안에는 그들의 고용주와 엘리시스가 남아 있었으니까.
“우리가 가봤자 아까 봤던 그 괴물 같은 녀석들을 한 마리도 상대할 수 없을 거야.”
“알고 있어. 분명 마주치는 순간 온몸이 갈가리 찢기겠지.”
누가 봐도 지금 도망치는 것이 가장 올바른 선택이었다.
그러나 서로를 보며 피식 웃은 라트와 엠버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영주성 쪽으로 몸을 돌렸다.
라트와 엠버, 그리고 엘리시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한동네에서 함께 자랐던 죽마고우들이었으니까.
“어차피 이럴 거였으면 왜 물어봤어?”
“너 혼자 나간다고 하면 욕이나 실컷 해주려고 했지.”
그렇게 서로의 각오를 다지며 용병들이 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였다.
“……어?”
그래도 약간의 미련이 남았는지 아주 잠시 성의 바깥쪽을 바라보던 라트의 눈이 의문으로 물들었다.
“엠버, 저기 봐봐.”
“갑자기 왜……!”
라트의 말에 고개를 돌린 엠버의 얼굴에 놀라움이 어리기 시작한다.
키아아아악!
안겔로쉬 영지에 존재하는 모든 영지민.
아니 정확히는 영지민들의 가죽을 뒤집어쓴 사인들이 영주성을 향해 몰려들고 있었다.
그 광경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릴 정도로 두려웠지만, 그들이 놀란 것은 그 장면 때문이 아니었다.
영지 너머 그 바깥에서부터 보이는 무언가.
“저건…….”
그 무언가를 바라보는 엠버의 눈에 묘한 이채가 어렸다.
* * *
흑섬(黑閃).
그것은 흑성하의 기술 중 하나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검술이나 다름없었다.
오직 멸광검 이클락시아로만 펼쳐낼 수 있는 검술.
흑성하의 경지가 올라가고 월식을 사용함에 따라 시온은 그것의 사용이 어느 정도 가능해진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시온이 펼쳐낸 절야 또한 그중 하나였다.
쩌저저저저저저적!
케자루스가 쏘아낸 숨결이 두 쪽으로 갈라지며 소멸한다.
아니, 그뿐만 아니라 멸광검에 의해 그어진 모든 것이 베어져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끄아아아아악!”
케자루스의 왼쪽 팔과 다리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파앙!
‘나쁘지 않네.’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그런 케자루스를 향해 곧바로 쇄도하며 시온은 생각했다.
예전 에녹을 상대할 때 사용했던 월단(月斷)에 비해서는 부족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이 개 같으으은!”
그에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도 케자루스가 남은 한 손을 내밀며 움켜쥐었다.
이번에도 시온이 붙는 것을 허용한다면 그때는 정말 죽음뿐이었으니까.
그런 그의 손짓에 따라,
쩌억!
사방의 공간이 찢어지며 그 안에서 거대한 마귀의 손들이 튀어나와 시온을 노렸다.
힘을 아낄 여유 따위는 없다고 판단했는지 그런 손들에서 느껴지는 사기는 조금 전보다 훨씬 강력했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맞아줄 때의 이야기였다.
스가가가각!
연이어 흑섬을 그어내며 다가오는 손들의 손가락을 모조리 잘라내는 시온.
그로 인해 생겨난 틈으로 또 한 번 가속한 시온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후욱!
케자루스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
조금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
‘마, 막아야!’
그에 경악하면서도 케자루스가 재빠르게 전신에 방어 술식을 짜 올렸다.
조금 전의 경험대로라면 한 번에 자신의 방어 술식을 깨뜨리지는 못할 터.
그사이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케자루스의 생각은 곧바로 뒤바뀌었다.
조금 전과는 달리,
쩌저저저적!
휘둘러진 시온의 검은 단숨에 그의 방어 술식을 전부 박살 내었으니까.
그걸로도 모자라 케자루스의 복부에 치명적인 검상마저 남겼다.
“끄으으윽!”
그에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른 케자루스가 주술을 부려 그와 시온 사이의 공간을 늘리려 했다.
하지만,
스각!
이클락시아로 주술 자체를 베어버리며 그것을 차단하는 시온.
이 세상에서 오직 모든 것을 부정하는 흑성하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미친!”
그 보고서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경악성을 터뜨리는 케자루스.
스가가가가각!
그런 그를 향해 흑섬으로 이루어진 연격이 쏟아졌다.
그리고 시작되는 일방적인 공세.
‘죽는다.’
정말로 죽는다.
사정없이 밀리는 케자루스의 머릿속을 가득 메운 생각이었다.
자신이 펼쳐내는 모든 공격은 차단당했고 반대로 저 사내의 공격은 모조리 틀어박히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생각을 읽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저 어둠.’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둠에 사술이 닿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자신의 주특기인 언령과도 같은 정신 계열은 아예 통하지도 않는다.
천적(天敵).
하늘에 의해 정해진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적.
케자루스는 눈앞의 사내가 그러한 천적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죽을 수는 없다.’
아직 케자루스에게는 이루어야 할 사명이 있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이 상황을 반전시켜야 했다.
그렇다면…….
“으아아아아!”
그 생각을 끝으로 케자루스가 마지막 발악을 하듯 남아 있는 모든 힘을 한순간에 터뜨렸다.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터져 나가는 충격파.
콰아아아아앙!
그로 인해 공동의 천장과 옆면이 모조리 날아가며 새카만 하늘이 드러났다.
이어서 최후의 일격이라도 준비하려는 듯 주변으로 힘을 끌어모으는 케자루스.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시온이 아니었다.
‘지금 마무리 짓는다.’
서걱!
조금 전과는 달리 충격파마저 베어내며 거리를 유지한 시온이 미리 당겨놓은 이클락시아를 일직선으로 내질렀다.
명뢰(冥雷).
그 순간,
짜자자자자작!!
멸광검의 끝부분에 응집되어 있는 흑성하가 한순간에 벼락으로 뒤바뀌며 쏘아졌다.
케자루스의 몸에서 한 번 더 충격파가 터져 나왔지만.
그런 충격파와 잔여 방어 술식까지 모조리 찢어낸 벼락이, 푸확!
그대로 케자루스의 심장을 관통했다.
“커억!”
그와 함께 케자루스의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던 사기가 한순간에 흩어졌다.
분노와 당황으로 물드는 그의 눈빛.
시온은 그런 그의 눈동자를 차가운 눈으로 마주 보며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스가가각!
그에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목이 베이는 케자루스.
허무한 최후였지만,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미 승기는 진작 기울어져 있었고 방금의 일격은 그저 마지막 점을 찍은 것뿐이었으니까.
콰득! 콰득!
그렇게 목이 잘린 케자루스의 몸에 있는 핵까지 모조리 파괴하는 시온.
마물들의 끈질긴 생명력은 익히 알고 있는 시온이었기에 이는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화르륵!
그걸로도 모자라 묵염(墨炎)으로 시체까지 태워버린 시온이 그제야 몸을 돌렸다.
‘다행히 제단은 무사한 것 같고…….’
그때.
그 생각과 함께 제단에서 엘리시스 쪽으로 고개를 돌린 시온의 눈이 의문으로 물들었다.
분명 전투가 끝났음에도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으니까.
시온이 아닌 그 뒤쪽을 향해 있는 엘리시스의 시선.
“저, 저기……!”
그에 다시 고개를 돌린 시온의 눈에 기이한 장면이 들어왔다.
꾸드드드득!
이미 재로 변한 케자루스의 육체가 재생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재생이 아니었다.
아예 처음부터 새롭게 구성되고 있다고 하는 게 맞았다.
그리고 그 재료는,
끼아아아악!
뻥 뚫린 공동 바깥으로 내려다보이는 영주성.
그런 영주성 안에 있는 모든 사인의 정수(精髓)였다.
“아, 안 돼…… 끄아아악!”
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뽑혀 나온 정수들이 전부 케자루스의 잿더미가 있는 곳으로 모여들며 새로운 육체를 구성하기 시작한다.
동족마저 재료로 삼는 그야말로 사악하기 그지없는 금기술(禁忌術).
그것을 바라보는 시온의 눈이 가라앉았다.
‘목숨이 하나 더 있었나?’
아마 본래 육체가 아닌 수하들의 몸에 여분의 목숨 하나를 수십 개로 쪼개어 심어 놓았던 것 같았다.
조금 전 갑자기 공동의 천장과 벽을 날려 버린 이유 또한 이를 위해서일 터.
꾸드드득!
그사이 완벽하게 육체를 구성한 케자루스가 시온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이건 예상하지 못했나 보지?”
웃음에 가득 깃든 여유.
그 여유를 증명하듯 그의 육신과 힘은 완전하게 회복되어 있었다.
아니, 오히려 더 강해진 것 같았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건가.”
천천히 시온을 향해 다가오며 입을 여는 사인들의 우두머리.
“분명 너는 강하다. 내가 반생(反生)의 술마저 사용해야 할 정도로. 하지만 방금의 전투로 인해 거의 힘을 소비했지. 거기다가…….”
그 말과 함께 케자루스가 턱짓으로 슬쩍 영주성 너머의 바깥을 가리켰다.
히히히히히히!
그곳에서는 영지민의 거죽을 뒤집어쓴 사인들이 광소를 흘리며 영주성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좀 있으면 내 수하들 또한 이곳에 도착할 거다.”
더욱 짙어지는 케자루스의 웃음.
“과연 지친 네가 홀로 우리 전부를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럴 리 없었다.
외통수.
이것은 외통수였다.
케자루스는 확신하고 있었다.
저 정체 모를 사내가 자신을 이길 확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 이곳에서 살아나갈 확률조차 없었다.
“지금 포기하고 순순히 목을 바친다면 죽은 후에는 괴롭지 않게 해주마.”
그렇게 말하는 케자루스의 눈에 짙은 우월감과 희열이 떠오른다.
“지, 지온 님…….”
그에 뒤쪽에서 엘리시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시온을 부를 때였다.
“확실히 나 혼자서는 힘들 것 같긴 해.”
시온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나지막한 목소리.
확실히 케자루스의 말대로 지금 시온의 월식은 거의 끝나가는 상태였다.
완전히 끝나고 나면 그 반동으로 인해 전투를 치르기 힘들 터.
분명 원래대로라면 위기였으리라.
원래대로라면 말이다.
“그렇다면 어서…….”
“그런데 말이야.”
케자루스의 말을 끊으며 시온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왜 내가 혼자라고 생각한 거지?”
그와 함께 서서히 호선을 그리는 시온의 눈.
“……뭐?”
그 알 수 없는 말에 케자루스의 얼굴이 의문으로 물드는 순간, 콰아아앙!
영주성 밖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그에 케자루스가 자신도 모르게 폭발이 일어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의 눈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들어왔다.
“모조리 죽여라! 천살의 마녀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오오오오!”
콰과과과과광!
갑자기 나타난 마법사들이 사인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무슨……!”
그에 케자루스의 눈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대체 어디에서 저런 마법사 집단이 갑자기 튀어나왔단 말인가.
심지어 마법사들은 전부 보기 드문 혈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때,
“여기 있었네?”
그의 귓가로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명하지만 왠지 모를 섬뜩함이 느껴지는 목소리.
저벅.
그와 함께 어둠 속에서 목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피처럼 붉은 눈을 가진 여인.
바로 리우시나 블러드워커였다.
“간만이야, 주인.”
시온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그녀.
“그런데…….”
곧이어 그런 리우시나의 시선이 천천히 케자루스에게로 향한다.
“저 녀석은 날 위해서 남겨놓은 거야?”
그와 함께 사이하게 휘어지는 마녀의 눈.
그 순간,
“정말 기뻐.”
공동 전체가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