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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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화. 돌발행동
주원과 연두가 편의점에 가러 자리를 비운 사이.
혼자 남은 서지혜는 앉은 채로 돗자리 끝에 붙은 잔디를 털어냈다.
자연스레 새어 나오는 콧노래.
“흐응~ 흥~”
이유 없는 콧노래는 아니었다.
지금 느끼는 기분의 자연스러운 표출이라고 해야 할까.
그만큼 지금 그녀는 즐거운 상태였다.
‘말하길 잘했다..’
한강에 놀러 가자고 하길 잘했다는 생각.
사실 장소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디를 가든 누구와 가느냐가 중요하니까.
그런 관점에서는 정말 최고의 피크닉이라 할 수 있었다.
‘연두랑 주원 오빠.’
너무 귀여워서 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번지는 연두와, 다른 의미로 웃음 짓게 만드는 또 다른 한 명.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웃게 만드는 일행이 있다는 건.
그런 일행과 함께하는 피크닉이 즐겁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주황빛으로 물든 노을진 하늘은 감흥을 더했다.
해가 진 뒤에 펼쳐질 저녁 한강의 모습도 기대가 됐고.
처음 보는 건 아니었지만 오늘은 유독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였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먹자고 제안한 건.
왜인지 지금은 술이 그렇게 쓰지 않을 거 같은 기분이었다.
더도 말고 맥주 한 캔인데, 뭐.
‘.. 언제 오지?’
돗자리를 전부 털어낸 서지혜는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둥.
동시에 그녀의 눈앞에 드리우는 그림자.
문제는 그림자의 정체가 기다리던 일행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안녕하세요!”
싱글싱글 웃으며 인사하는 한 남자.
얼떨결에 인사를 받았다.
“아, 안녕하세요..?”
생각할 틈도 없이 돌아오는 말.
“놀러 오셨나 봐요.”
“네.”
“몇 명이서 오셨어요?”
“세 명이서 왔는데…… 아!”
대답하는 도중에 깨달았다.
‘바보인가 봐, 나…’
왠지 모르게 대화 흐름이 익숙하다 했더니.
친구들끼리 한강에 놀러 왔을 때와 겹쳐 보이는 장면이었다.
차이를 꼽자면 지금은 혼자라는 거지만.
“오!”
“미쳤다! 세 명…”
“근데 이 분 개이…… 아니, 진짜 예쁜데?”
이제 보니 앞에 있는 남자 혼자가 아니었다.
옆에서 일행으로 보이는 남자 둘이 기쁨을 표출하고 있었다.
바로 눈앞의 남자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대박! 저희도 세 명이서 놀러 왔거든요!”
“저기……”
“늦게까지 놀려면 돗자리 하나로는 불편할 텐데. 이제 슬슬 추워지기도 하고.”
난처한 상황이었다.
뭐라 말할 틈도 없이 남자는 속사포처럼 말을 뱉었다.
뒤늦게 느낀 건데 술을 조금 마신 거 같았다.
“우리 저쪽에 자리 잡았거든요. 여기서 가까워요. 텐트라 춥지도 않고 넓어서 술 먹기도 편할 테고.”
“죄송한데……”
“아, 맞다! 술도 저희가 다 사놨어요, 흐흐. 그냥 몸만 오시면 돼요.”
그래. 이건 소위 말하는 헌팅이었다.
딱히 놀랄 만한 일은 아니었다.
저녁의 한강에서는 빈번히 이루어지는 일이었으니까.
‘.. 이렇게 어려운 거였구나.’
매번 친구가 거절하는 터라 겪어본 적 없는 상황이었다.
아니, 사실 어려운 걸 논하기 전에 말할 틈을 주지 않는 게 문제였다.
“물론 안주도 기깔나게 준비……”
“얘 진짜 웃겨요. 그쪽 친구들도 다 빵터지게 만들 수……”
“같이 가서 재밌게 마셔요, 흐흐.”
“잠깐만요!”
더 끌면 진짜 난처해지겠다 싶어 서지혜는 냅다 소리쳤다.
소리쳤다고 표현하기엔 다소 소심한 사운드긴 했지만.
드디어 셋의 말이 멈춘 상황.
“…”
집중되는 셋의 시선.
어떻게 말해야 단번에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을까.
어질어질한 머릿속에 그런 고민이 스쳐 지나가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한 마디가 나갔다.
“나, 남자..”
“네?”
“남자랑 같이 왔어요! 여자 셋이 아니라! 그리고……”
남자랑 같이 왔다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어이없는 급발진.
뭔가 생각한 것과는 달리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이었다.
그래서 말을 잇지 못했다. 아기도 같이 왔다는 말은.
그거야말로 엄청나게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 아닌가.
타이밍은 더욱 얄궂었다.
“.. 지혜 씨?”
그 순간 든 생각은 하나였다.
… 망했다.
***
멀리서 눈에 들어온 우리 돗자리.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있길래 처음에는 치킨 배달이 온 줄 알았다.
그런데 걸어가며 보니 아니었다.
‘세 명이서 치킨 배달을 올 리는 없잖아.’
생각해보니 이렇게 빨리 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그럼 혹시 연두 때문에 온 건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역시 말이 되지 않았다.
‘지혜 씨 혼자인데.’
자리에 없는 연두를 보고 찾아온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연두튜브에 잠깐 나온 지혜 씨를 기억해서 왔다고 하기에도 가능성이 희박하고.
뭐지? 그럼 저 사람들은 누구지?
“아빠..”
담요를 든 연두도 자리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무래도 가 봐야 확실히 알 거 같았다.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웅성. 웅성.
다가갈수록 귀에 들어오는 음성.
“안주도 기깔나게 준비……”
“같이 가서 재밌게 마셔요, 흐흐.”
그제야 알았다.
이게 말로만 듣던 헌팅이구나 하고.
뒤이어 들려오는 지혜 씨의 목소리.
“잠깐만요!”
그렇게 냅다 소리치더니,
“남자랑 같이 왔어요! 여자 셋이 아니라! 그리고……”
남자라면 나를 말하는 건가.
그나저나 그냥 헌팅 거절이라기엔 다소 어조가 강한 느낌이긴 한데.
뭐, 내가 모르는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일단 개입해야 하는 상황인 건 확실해 보였다.
“.. 지혜 씨?”
목소리를 내자 나를 향하는 남자들의 시선.
그들의 입이 동시에 벌어진다.
“헐.. 부부??”
“세 명이 우리가 생각한 세 명이 아니었어…”
“미친, 개쪽팔리잖아. 뭐 하는데, 최준영!”
“왜 나한테 지X이야. 니가 오자며.”
“죄송합니다!”
다행히 세 친구들은 사과하고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척.
나와 연두는 자연히 자리에 착석했다.
귀에 건 마스크를 빼며 물었다.
“지혜 씨. 괜찮아요?”
흔들리는 동공. 얼굴이 굉장히 빨갛다.
망연자실한 표정 같기도 하고.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괘, 괜찮아요..”
“혹시 무슨 일 있었어요?”
“아뇨! 아무 일도요!”
“방금.. 헌팅이었죠?”
친구 녀석들한테 들었던 말을 깜빡 잊고 있었다.
저녁의 한강은 헌팅의 성지라는 걸.
동시에 또 하나 간과하고 있었던 게 있다.
‘예쁘단 거.’
지혜 씨가 굉장히 예쁘단 사실이다.
어떤 남자가 봐도 다가가고 싶을 만한 외모를 가졌단 사실.
아무리 그래도 생각 못 했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헌팅을 당할 거라고는.
“.. 그런 거 같아요.”
“종종 있는 일이에요?”
“아니요. 자주는 아니고……”
“아, 자주는 아니고 꽤 있다?”
당황한 거 같아 일부러 장난기 섞인 말을 건넸다.
다행히 조금은 표정에 미소가 번진다.
“.. 오빠한테 들을 말은 아니죠.”
“응? 갑자기 전 왜요?”
“오늘만 해도 알아본 사람이 몇 명인데요. 인기 장난 아니잖아요.”
“에이, 그거랑은 다르죠. 대부분 연두를 알아보는 거고……”
사실 굳이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는 문제다.
묻지 않아도 지혜 씨에게 이런 일이 빈번할 거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으니까.
한편 연두는 전혀 상황에 대한 감을 못 잡고 있다.
‘당연한 거지.’
여섯 살인 연두가 헌팅이 뭔지 알 리가 없지 않은가.
가능하면 앞으로도 쭉 몰랐으면 좋겠고.
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지혜 언니가 이렇게 인기가 많아, 연두야.”
“왜여..?”
“글쎄. 예뻐서 아닐까?”
“.. 아!”
바로 납득하는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나온다.
지혜 씨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처음 봤어요.”
조금은 불안한 표정으로 묻는다.
“.. 뭐를요?”
“그렇게 단호하게 거절하는 거. 의외네요.”
“그, 그건……!”
다시금 붉게 달아오르는 그녀의 얼굴.
“사정이 있었어요. 그렇게 소리치려던 게 아닌데.. 말도 그렇고……”
“하하, 알아요.”
“그래도 다행이에요. 오빠랑 연두가 마스크 끼고 있었어서. 알아봤으면 제 말 때문에 엄청 오해받을 뻔했는데.”
“아..”
그건 나도 동감이긴 하다.
알아보는 사람이 워낙 많아 상황에 따라 마스크를 끼곤 하는데.
방금 편의점에 갈 때도 그렇고.
‘끼길 잘했네.’
웬만하면 오해는 피하는 편이 좋으니 말이다.
지혜 씨를 위해서도, 나와 연두를 위해서도.
***
“감사합니다.”
“넵! 맛있게 드세요!”
치느님이 왔다.
소금으로만 간을 한 치킨과, 달콤한 소스를 베이스로 한 허니 뭐시기 치킨.
총 두 마리의 치킨이었다.
“자, 연두야. 아~”
“치, 치킨…”
“괜찮아. 이 치킨은 진짜 하나도 안 매워. 언니 믿지?”
어느새 지혜 씨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상태.
“…”
전에 먹은 치킨에 대한 기억 때문일까.
망설이던 연두는 결국 조심스레 지혜 언니가 내민 치킨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삭.
껍질을 베어 무는 소리와,
오물. 오물.
얼마 지나지 않아 부르르 떨리는 연두의 볼.
바라보는 내 입가에는 웃음이 번졌다.
‘그래. 이거지.’
단 한 가지 전제만 붙는다면 연두가 치킨을 싫어할 리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전제가 붙은 상태였다.
맵지만 않다면.
“마, 마시써….”
연두가 제대로 치느님을 영접하는 순간.
옆에 세팅해두길 잘했네, 카메라.
지혜 씨가 쿡쿡 웃으며 연두의 손에 치킨 한 조각을 건넸다.
“이거 먹어, 연두야. 치킨에서 제일 맛있는 부분이야.”
그녀가 건넨 건 다름 아닌 닭 다리였다.
손에 다리를 받아든 연두가 부푼 눈망울로 중얼거린다.
“제일 마싰는 부부니요..?”
“응. 그러니까 치킨에서 제일 리얼 꿀마시인 부분이라 할 수 있지.”
“…!”
양손으로 다리를 들고 바라보는 연두.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한 입을 앙 베어 문다.
반응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크크.”
이후 연두는 본격적인 치킨 먹방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뚫어져라 보다가 서지혜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미소를 띠며 말한다.
“슬슬 마실까요?”
손에는 맥주캔이 들려있다.
마찬가지로 맥주를 손에 들며 대답했다.
“좋죠.”
딱!
캔을 따는 경쾌한 소리.
이 소리 역시 얼마 만에 들어보는 건지 모르겠다.
마시기 전에 빠지면 섭한 절차.
“연두야.”
“네에.”
정신없이 치킨을 먹던 연두가 쏙 고개를 든다.
의지와 속도가 비례하지는 않아 아직 한 조각도 다 못 먹었다는 게 함정이지만.
“천천히 먹어. 음료수도 마시면서.”
“.. 네!”
“언니랑 아빠랑 같이 건배 한 번 할까?”
“건배..?”
“응. 연두 음료수 컵 한번 들어볼래?”
연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음료수가 든 잔을 들었다.
“이제 서로의 컵을 살짝 부딪치는 거야.”
“부디쳐요..?”
“응, 그게 건배거든.”
나는 웃으며 잔을 들고 말했다.
“자, 건배. 짠~”
카랑.
세 개의 컵과 캔이 부딪혀 경쾌한 소리를 냈다.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벌컥.
“.. 캬!”
자연스레 입 밖으로 한 글자가 튀어나왔다.
오랜만에 마시는 거라 그런지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지혜 씨도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한 마디를 뱉었다.
“크..”
한편 연두는 눈치를 본다.
힐끗 나를 한 번 봤다가, 고개를 돌려 언니를 봤다가.
그리고선 살며시 목소리를 낸다.
“캬, 캬아..?”
“푸흣.”
그 모습에 터진 웃음.
혼자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거 같았나 보다.
그런 와중 눈에 들어오는 물건.
“아, 참.”
총 두 개의 물건이었다.
먼저 담요를 펴서 지혜 씨를 향해 건넸다.
“뭐예요?”
“추울 거 같아서요. 맥주 마시면 추워지니까.”
“아……”
그녀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감사해요. 연두야 일로 와!”
“네, 지해 언니!”
사이즈가 커서 같이 덮기에 충분한 크기였다.
절대 아까워서 하나만 빌린 게 아니다.
고맙게도 말하기 전에 알아서 연두를 불러 함께 덮는 서지혜.
포옥.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담요를 덮은 채로 둘이 동시에 입을 연다.
“아빠는요..?”
“오빠는요?”
말하고선 서로를 보며 놀라는 둘.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난 괜찮아요. 하나도 안 춥거든요.”
실제로 그랬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비교적 따뜻하게 입은 편이라 그런지 하나도 춥지 않았다.
맥주를 더 마시면 조금은 추워질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때 생각하기로 하자.
‘우선 이것도.’
또 다른 물건 중 하나.
편의점에서 산 곰돌이 모양의 조명을 켰다.
동시에 환해지는 돗자리 위.
얼마 후, 나는 맥주를 들고서 말했다.
“그럼 짠 할까요?”
다시 한번 잔을 부딪치고 맥주를 들이켰다.
근데 진짜 왜 이렇게 맛있지, 이거.
분명히 예전에 자주 먹던 술인데 그때랑 비할 바가 못 된다.
나만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싱기해.. 오늘 진짜 맥쭈가 안 쓰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잔뜩 달아오른 서지혜의 볼.
그뿐만이 아니었다.
‘말투가 이상한데?’
평소에는 되게 또박또박 말하는 편인데.
지금은 뭔가 흐느적거린다. 마치 취한 사람의 말투처럼.
그 순간 드는 생각.
‘설마.. 취한 건가?’
아니, 말이 되나? 고작 한 캔인데.
심지어 아직 반 캔도 안 마셨다.
행동에서도 티가 났다.
“헤헿.. 연두야아…”
맥주를 먹다 말고 옆에 있는 연두와 볼을 맞대고 비빈다.
확연히 격해진 애정 표현.
“언니…”
연두는 배시시 미소 지으면서도 손에서 치킨을 놓지 않는다.
아무튼 이로써 확실해졌다.
지혜 씨 술 엄청 약하구나. 혼자만 양주를 먹는 게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다.
“천천히 마셔요.”
맥주 한 캔을 마시며 하는 말이라기엔 우습긴 했지만.
뭐, 주량은 상대적인 거니까.
지혜 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꼴깍.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고선 그녀가 말한다.
“근데 진짜 좋다. 하늘 엄청 예쁘지 않아요?”
“그러네요.”
하늘뿐만이 아니었다.
어두워진 한강은 아까와는 다른 느낌의 분위기가 있었다.
나름의 운치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이윽고 들려오는 말.
“저.. 오빠..”
“네.”
“궁금한 게 있었는데요.”
“뭔데요?”
“시은이 어머니……”
갑자기 나온 이름에 조금 놀랐다.
이어지는 말을 들으니 별 얘기는 아니었다.
“요리 되게 잘하신다고 했죠?”
아까 도시락을 쌀 때 분명히 그런 얘기를 했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잘하죠.”
“부럽다.. 나는 요리 못 하는데……”
“아, 하하…”
아까 느끼긴 했다.
당근을 반 토막 내는 장면에서.
조금 망설이는가 싶더니 서지혜가 말했다.
“혹시.. 좋아해요?”
다짜고짜 좋아하냐니.
주어가 없어서 뭘 얘기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스스로 말을 정정했다.
“아! 그니까.. 요리 잘하는 거에 매력을 느끼나 해서.. 보통 남자들은 좋아하니까……”
“아, 제가요?”
“네.”
취하니까 이상형 얘기도 나오네.
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뭐, 싫을 이유는 없죠.”
“아.. 그렇죠!”
장난스레 웃으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근데 내가 잘하니까. 딱히 상관없을 거 같은데.”
애초에 깊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이상형 같은 건 딱히 내 관심사가 아니니까.
그래서 적당히 대답했다.
질문을 들었으니 반대로도 물어보는 게 좋겠지.
“지혜 씨는요?”
“네?”
“지혜 씨는 어떤데요? 남자를 볼 때 어디에서 매력을 느끼나 해서.”
“…”
얼마간 흐르는 침묵.
왜인지 한동안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그러다 고개를 휙휙 젓고는 말한다.
“아!”
“왜 그래요?”
“저 취했나 바요. 그만 마셔야겠다..”
자제력이 엄청나다.
한 캔을 채 비우기 전에 한 말이라는 게 놀랍긴 하지만.
서지혜가 옅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빠가 세 명으로 보여요.”
“.. 진짜요? 그 정도예요?”
“크크, 장난이에요, 장난.”
“휴…”
아무튼 다행이다.
한계일 때 스스로 멈추는 건 무척 좋은 습관이니.
그런데 문제는 생각지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그럼 연두가 마셔줄께요!”
“…?”
꼴깍.
어느새 치킨 한 조각을 또 해치운 연두가 지혜 씨가 내려놓은 맥주를 냅다 들이켠 거다.
돌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 말릴 틈도 없었다.
커다랗게 부푼 나와 서지혜의 눈동자.
그 순간 머릿속에 든 생각은 하나였다.
‘.. 일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