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399)
399화. 백 퍼센트
“연두 너는.. 시은이가 조아, 레나가 조아?”
“…”
세상 최대의 난제.
비유하자면 거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급의 질문이라 볼 수 있었다.
아니, 그보다 더한 난제라고도 볼 수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엄마가 좋은지, 아빠가 좋은지.
어린아이에게 있어서 최대의 난제로 꼽히긴 하지만, 실은 마음속에 답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레나만 해도 동시에 팔을 벌리는 엄마와 아빠 중 무의식적으로 아빠를 향해 달려간 적이 있으니까.
그 대가로 차 안에서 삐진 엄마의 모습을 봐야 했지만.
물론 엄마 아빠를 똑같이 좋아할 수도 있다.
허나 그렇지 않은 많은 경우.
한쪽을 택했을 때 서운해할 엄마나 아빠를 생각해서 하는 배려라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똑가치 조아!’라고 말하는 건.
“…”
그게 지금 연두가 당황한 이유였다.
사실 연두가 지금껏 비슷한 질문을 들은 적은 꽤 많았다.
대부분 아빠로부터.
그중 하나를 예로 들면 이런 질문이었다.
‘연두는 크록이 좋아, 아빠가 좋아?’
크록은 연두가 포로로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기 공룡 캐릭터였다.
이 밖에도 종종 연두는 들었다.
아빠가 좋은지, 다른 누군가가 좋은지.
그럴 때마다 연두는 항상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답하곤 했다.
‘아빠! 아빠가 조아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연두에게 있어서 아빠보다 좋은 건 그 무엇도 없으니 말이다.
허나 지금은 달랐다.
비교 대상에 아빠가 들어있지 않았으니까.
‘시으니.. 레나..’
먼저 연두는 시은이를 바라봤다.
화악.
무표정을 짓고 있다가 연두의 시선을 느끼고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는 시은이.
그런 시은이를 얼마간 바라보다가 연두는 눈을 돌렸다.
이번에는 레나였다.
“.. 우으.”
레나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어색한 듯 흔들리는 눈동자, 입에서는 알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우가 한 질문 때문에 연두의 시선이 더 의식이 된 탓이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비교 대상 두 개 중 하나에 자신이 속해 있는데 어떻게 아무 감흥 없이 넘길 수 있겠는가.
한편 차례로 시은이와 레나를 바라본 연두.
“…”
섣불리 입을 떼지 못한다.
늘 망설임 없이 아빠가 좋다고 말하던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그런 연두의 마음도 모르고 현우는 재촉했다.
“.. 응? 누가 더 조아?”
천진난만한 물음.
사실 현우에게 연두를 불편하게 만들 생각 같은 건 조금도 없었다.
순전한 호기심이었다.
연두는 시은이를 좋아할까 레나를 좋아할까.
그 외의 다른 요소를 생각하기에 현우는 아직 너무 어렸다.
그런 와중 연두를 살며시 바라보는 시은이.
‘.. 안 되겠어.’
현우와 달리 시은이는 느끼고 있는 상태였다.
연두에게 불편한 질문이라는 걸.
평소에는 민우가 짓궂은 장난을 치는 등 연두가 곤란해할 때마다 나서서 제지하곤 하는 시은이였다.
그럼에도 현우의 물음을 막지 않고 지켜본 이유.
그 이유는 하나였다.
‘궁금해..’
솔직한 심정으로 궁금하기 때문이었다.
연두의 마음이.
그런데 더는 안 될 거 같았다.
아무리 궁금하다고 해도 연두를 더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연두가 입을 열었다.
“연두는……”
***
오늘도 마찬가지로 선동이와 함께 연두를 데리러 출발했다.
“빨리 와, 요 녀석아.”
“천천히 좀 가세요! 힘들단 말이에요!”
“나는 천천히 가는 거야. 선동이 네가 다리가 짧은 걸 나보고 어떡하라고.”
발끈해서 빽 소리치는 선동이.
“저 다리 안 짧거든요! 키가 작은 거지!”
“엥? 그게 그거 아니야?”
“아니에요!”
씩씩거리며 따라오는 선동이.
이제는 이렇게 서로 장난을 주고받을 정도로 편해진 상태였다.
방금의 대화만 보면 너무 일방적이라 오해의 소지가 있긴 하지만, 반대로 녀석이 나를 약 올릴 때도 그에 못지않게 많았다.
‘곧 돌아갈 텐데.’
생각보다 선동이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질 거 같다.
연두가 집에 없는 시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 데다가 어린이집에 갈 때의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했으니.
스쳐지나가는 최근 며칠간의 일상.
‘체험을 한 기분이야.’
우습지만 두 아이의 아빠가 된 기분이었다.
밥부터 시작해서 많은 걸 손수 챙겨줬으니 말이다.
와구. 와구.
식탁에 앉아 먹방을 하는 연두와 선동이를 볼 때면 꼭 남매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뭐, 그 정도까지는 아슬아슬하게 허용 범위 내였다.
의남매 정도야 봐줄 수 있지.
“그것도 너 하기에 달렸지만.”
“…?”
맥락 없는 내 말에 선동이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귀여운 녀석.
나는 피식 웃으며 녀석과 함께 걸어갔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어린이집.
띠리리.
벨을 누르자 언제나처럼 어린이집 교사가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 뒤에 교사의 손을 잡고 걸어 나오는 연두.
“연두야.”
“.. 아빠! 선동이오빠..”
반가워하는 표정.
그런데 왜인지 평소와 미묘한 차이가 느껴졌다.
조금의 의아함 속에 교사와 인사를 나눴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어린이집 문이 닫히고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살짝 바라본 연두의 얼굴.
역시 아까 든 느낌은 착각이 아닌 듯하다.
‘달라.’
확실히 평소와는 달랐다.
뭔가 생각이 많아 보이는 표정이라 해야 하나.
결국 얼마간 걷다가 나는 말했다.
“연두야.”
“네, 아빠..”
“혹시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 있었어?”
“..!”
어떻게 알았냐는 듯 깜짝 놀란 눈빛으로 바라보는 연두.
아빠의 눈을 피할 순 없지.
나는 미소를 띠며 나지막이 말했다.
“괜찮으니까 얘기해도 돼, 연두야.”
“아빠..”
이 순간 잊혀진 선동이의 존재.
그 속에서 연두는 자그맣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어리니집에서.. 혀누가 연두한테 무러바써요.”
“현우가?”
“네에.”
누군지 알고 있었다.
학부모 참관수업 때 본 데다가 현우의 부모님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지.
그런데 현우가 뭘 물었길래.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연두는 말을 이었다.
“연두는.. 시으니가 좋냐고, 레나가 좋냐고..”
“..!”
절로 입이 떡 벌어졌다.
아니, 그 녀석. 좋게 봤더니 연두한테 그런 무지막지한 질문을 했다고?
질문을 들으니 이러는 것도 단번에 이해가 갔다.
‘설마..’
연두는 그 질문에 대답한 걸까.
만약 그랬다면 어느 쪽을 택했든 한쪽이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가뜩이나 어려서 마음도 여릴 텐데.
더군다나 대답을 한 연두도 마음이 불편할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래서.. 대답했어, 연두야?”
아니길 바라며 한 질문.
다행히도 연두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대답했다.
“안 해써요..”
“휴우.”
이야기를 들어보니 안 했다가보다는 못 했다고 보는 편이 맞았다.
말하려는 순간 선생님이 가로막았다고 하니까.
그 말을 들은 나는 말했다.
“그럼 연두야.”
“.. 네.”
“만약에 선생님이 말을 안 끊었으면.. 연두는 뭐라고 얘기하려 했어?”
연두가 심각한 만큼 나 역시 진지하게 임할 생각이었다.
이런 진지한 상담은 흔치 않으니.
참고로 선동이의 존재는 여전히 잊혀진 상태다.
자그맣게 연두는 답했다.
“.. 몰라써요.”
“응?”
“연두는 몰라써요. 연두가 시으니를 더 조아하는지, 레나를 더 조아하는지.”
연두어 해석 자격증 보유자로서 이 말뜻은 이런 뉘앙스로 해석이 가능했다.
스스로의 마음을 몰랐다고.
연두는 계속해서 말했다.
“시으니 얼굴 보니까 아라써요..”
“뭐를?”
“연두가 시으니 얼마나 조아하는지.”
“얼마나 좋아했는데?”
“진짜.. 진짜진짜 조아해써요…”
질문을 듣고 스스로의 마음을 파악하려 시은이를 바라본 모양이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그 후에 레나를 본 감상도 거의 다르지 않았다.
“레나도 너무너무 조아해써요.”
굳이 따지자면 ‘진짜진짜’와 ‘너무너무’의 차이였다.
그렇게 스스로의 마음을 알게 되고 나니 현우의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건 더욱 어려워졌다는 모양이고.
자연히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얘기를 통해 연두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대답했어야 하는지.’
사실 그에 대한 통상적인 답은 정해져 있었다.
둘 다 똑같이 좋다.
엄마와 아빠 중 누가 더 좋냐는 질문을 들을 경우의 베스트 대답과 일맥상통했다.
‘하지만.’
연두는 그 대답을 듣고 싶은 걸까.
아니겠지.
단순히 그 말로는 연두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달래기에는 부족할 게 분명했다.
아빠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말.
생각 끝에 나는 입을 뗐다.
“백 퍼센트인 거야.”
“으응..?”
“연두가 현우 말에 대답할 수 없었던 이유. 그건 백 퍼센트라서 그래.”
처음 듣는 용어에 연두는 물었다.
“백 퍼세트? 그게 머에요..?”
“나중에 수학을 배우면 알게 될 텐데. 퍼센트 중에 가장 큰 거라 생각하면 돼.”
“퍼세트?”
이럴 거라 생각했다.
백 퍼센트를 모르는데 그 단위인 퍼센트에 대해 알 리 없지 않은가.
뭐, 괜찮았다.
그 의미를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백 퍼센트는 가장 큰 거라 더 이상 커질 수 없어.”
“커질 수 업써요..?”
“응.”
한 손을 들며 말했다.
“이건 연두가 시은이를 좋아하는 마음.”
자연히 공중에 올라간 내 왼손을 향하는 연두의 시선.
이어서 나는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건 연두가 레나를 좋아하는 마음.”
양쪽에 똑같은 무게추를 올려놓은 듯 정확히 균형을 이룬 두 손.
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둘 다 백 퍼센트인 거야.”
“백 퍼세트..”
“아까 아빠가 말한 것처럼 백 퍼센트는 더 이상 커질 수 없어. 그러니까.. 연두는 시은이랑 레나를 둘 다 백 퍼센트만큼 좋아하고 있는 거지.”
똑같이 좋아한다.
그 말을 무책임하게 툭 던지고 싶지는 않았다.
알려주고 싶었다. 연두가 시은이와 레나를 향해 갖고 있는 마음의 무게를.
“그러니까 연두는 대답을 할 수 없었던 거야. 이미 너무 좋아해서 둘 다 백 퍼센트가 되어버렸으니까.”
“백 퍼세트..”
“그래, 백 퍼센트.”
몇 번이고 중얼거리는 연두.
얼마 후에 무언가를 깨달은 듯 개운해진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한다.
“.. 마자요.”
“응?”
“연두는 조아해요.. 시은이랑 레나.. 백 퍼세트!”
“하하, 그래.”
나는 연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연두야.”
“네에.”
“엄청나게 행복한 거야. 더 이상 커질 수 없는 백 퍼센트로 좋아하는 친구가 둘이나 있다는 건. 아니, 둘이 아니지. 셋이지.”
“으응? 왜 세시에요?”
오해할까 봐 하는 말이지만 오후 세 시를 말하는 게 아니다.
나는 능청스레 답했다.
“연두가 백 퍼센트로 좋아하는 사람. 또 있잖아.”
“어디요..?”
“어디긴. 여기 있지.”
톡. 톡.
어깨를 으쓱하며 나는 가슴을 톡톡 두드렸다.
그러자 들려오는 대답.
“.. 아니에요!”
“엥?”
“아빠는 아니에요! 연두가 백 퍼세트로 조아하는 사람..!”
“…”
잠깐만. 아니라고?
예상치 못한 말에 말문이 막혔다.
내가 백 퍼센트의 반열에 속하지 못한다니.
“킥킥.”
불난 내 마음에 계속 조용히 있던 선동이녀석이 기름을 끼얹는다.
속이 타들어 간다.
이대로라면 정말 불타서 재만 남을지도 모른다.
그런 내 귓가에 들어왔다.
“아빠는.. 아빠는 연두가 백 퍼세트로 사랑하는 사라미에요!”
세상 환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외치는 연두.
그럼 그렇지.
연두의 마음속에 내가 우선순위가 밀려날 리가 없잖아.
전에 말했듯 연두와 내가 공유하는 애정도의 기준.
그에 따르면 엄연히 달랐다.
좋아하는 것과, 그보다 더 깊은 사랑이라는 감정은.
“연두도 마찬가지야.”
“.. 네?”
“아빠도 연두를 사랑하니까. 백 퍼센트로.”
지금 이 순간.
다시 한번 잊혀진 선동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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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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