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442)
442화. 휴재
연두의 품 안에서 우영이는 한참을 들썩이며 울었다.
비록 작은 품이었지만 지금의 우영이를 위로하기에는 더없이 충분해 보였다.
‘.. 다행이야.’
알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우영이가 하는 말들은 전부 진심이 아니라는 걸.
그럼에도 섣불리 얘기할 수 없었다.
다그친다고 해서, 괜찮지 않은 걸 안다며 어설프게 공감하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런 내 말로는 우영이는 절대로 꺼내지 않았을 터였다.
마음 깊숙이 묻어둔 슬픔을.
그걸 이 정도로 표출한다는 건 연두의 품이 생각 이상으로 따뜻하다는 거 아닐까.
마치 돌아가신 할머니의 품처럼.
‘예상한 걸까.’
그녀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연두랑 약속한 걸까.
잘 모르겠다.
허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 약속이 우영이에게는 무엇보다도 큰 위로가 되었을 거라는 걸.
핑.
어느새 연두의 눈에도 가득 눈물이 맺혀있다.
가까스로 참는 모습.
안아주는 입장에서 울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 모습에 괜스레 미소가 번졌다.
얼마 후 울음이 잦아들고, 마침내 멎은 뒤 들려오는 목소리.
“… 야, 땅콩.”
잔뜩 잠긴 목소리다.
여전히 꼭 우영이의 얼굴을 끌어안은 채로 연두는 대답했다.
“네에.”
“이제 놔줘. 괜찮으니까.”
“.. 진짜여?”
“뭐?”
“진짜 괜차나요..?”
조금 발끈한 우영이의 목소리.
“그럼 괜찮지. 내가 거짓말을……”
거짓말을 치겠냐고 하려 한 거 같은데.
중간에 멈춘 걸 보니 말하는 도중에 스스로 찔린 모양이다.
끝내 울었다는 건 그전까지 아무렇지 않다며 계속 거짓말을 한 셈이니까.
“아, 아무튼 놔줘. 이제 충분하니까.”
“으응.”
조심스레 연두는 감싸안은 팔을 풀었다.
그제야 보이는 우영이의 얼굴. 신기할 정도로 빨개져 있다.
울어서 그런 거로 보이지는 않았다.
“아.. 쪽팔려.”
역시나.
울었다는 사실에 뒤늦게 쑥스러운 감정이 밀려든 느낌이다.
연두랑 비슷한 유형이었다.
워낙 평소 얼굴이 하얗다 보니 조금만 변해도 차이가 심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지금은 그 정도 수준이 아니다.
누가 봐도 빨갛다. 마치……
“토마토..”
그래, 토마토.
참고로 내가 뱉은 말이 아니다.
우영이를 보며 연두가 중얼거린 말이었다.
“뭐?”
“토마토 가타요. 우영이오빠 얼굴..”
“.. 까분다, 땅콩.”
이어서 우영이는 말했다.
“얘기하지 마.”
“.. 네?”
“내가 방금.. 운 거.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라고.”
녀석은 고개를 들며 나를 향해서도 말했다.
“형도요.”
“그래. 근데 말 안 해도 다 알 거 같은데?”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제대로 우영이의 얼굴을 마주하니 보였다.
“너 울면 눈 엄청 붓는 편이구나?”
울어본 게 오래돼서일까.
자기도 예상 못했다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되묻는다.
“심해요?”
“응. 연두도 잘 붓는 편인데 연두보다 더 심한데?”
더 표정이 심각해진다.
막상 비교의 대상이 된 연두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모르나 보네.
“연두도 눈 잘 부어요..?”
“응. 지금도 부어있는데?”
“.. 지금도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우영이오빠보다 조금 덜한 수준이야.”
입이 이응자로 벌어진다.
그 모습을 본 선우영이 썩소를 지은 채로 말한다.
“땅콩. 너무 티 나게 놀라는 거 아니냐?”
퉁퉁 부은 눈으로 말해서인지 그 모습이 묘하게 우스꽝스럽다.
애써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우영아.”
“네.”
“올라가면 다시 상주 해야 되는 거 아니야?”
“그래야죠.”
“일단 화장실부터 가자. 좀 씻으면 괜찮아지겠지.”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
이후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형.”
“응.”
“고마워요. 와 줘서. 그리고 땅콩 너도.”
녀석은 앞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 고맙다. 약속 지켜줘서.”
미소로 연두는 답을 대신했다.
이윽고 화장실로 향한 우영이는 냉수로 눈을 씻어냈다.
한참을 헹군 뒤에 나를 보며 묻는다.
“어때요? 좀 괜찮지 않아요?”
솔직히 웃음이 터질 뻔했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가까스로 참아낸 거지.
저 눈으로 괜찮지 않냐고 물어보다니.
“아까보다는 나아졌어.”
조금이긴 하지만 개선이 되긴 했다.
녀석은 질린다는 듯 말했다.
“이제 됐어요. 눈 좀 부었다고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겠죠.”
글쎄. 그건 좀 생각이 다른데.
어쨌거나 우리는 다시 빈소로 올라갔다.
빈소에 들어가자마자 맞이하는 우영이의 어머니.
“같이 올라오셨네요. 마침.. 어?”
아들을 향한 그녀가 말한다.
“우영이 너 울었니?”
“…”
내가 이럴 줄 알았어.
***
어떻게든 둘러대고 나니 보이는 얼굴.
수찬쌤이 와 있었다.
동료 교사에서 이제는 아내가 된 최정윤도 함께 온 상태였다.
‘당연한 거지.’
그녀 역시 평화고의 미술교사이니 전혀 어색한 장면이 아니었다.
인사를 주고받은 뒤.
우영이를 두고 수찬쌤이 나를 향해 물었다.
“어디 갔다 온 거냐?”
“그냥 잠깐 밖에서 바람 좀 쐬다 왔어요.”
“.. 그러냐.”
더 자세히 묻지는 않았다.
뭐, 우영이의 눈을 보고 수찬쌤도 어느 정도는 눈치챘을 테니.
다시 한번 어머니가 식사를 권유했고 이번에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렇게 둘러앉았다.
수찬쌤 부부와 나, 연두, 그리고 우영이까지.
“우영이 너, 어머니가 한끼도 안 먹었다고 하시던데.”
이건 못 들은 얘기인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건 새벽 시간이었다.
그걸 고려하면 상당히 긴 시간 끼니를 걸렀다는 말이 된다.
“맞아, 우영아?”
내가 동참하자 우영이는 답했다.
“딱히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응?”
“상심에 빠졌다거나 해서 안 먹은 건 아니라구요. 어차피 평생 안 먹고 살 것도 아닌데요. 그냥 정신이 없었어요.”
충분히 가능한 얘기였다.
상주는 생각 이상으로 바쁘고 정신없는 역할이니까.
슬퍼할 틈이 없을 정도로.
수찬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지금은 먹을 거지?”
“네.”
음식은 우영이 어머니가 직접 가져다주셨다.
육개장과 편육으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장례식 음식이었다.
앞에 놓인 그릇을 보고 우영이가 말한다.
“뭐야. 왜 이렇게 많이 줘, 엄마.”
“잔말 말고 먹어. 하루를 꼬박 굶었는데 그 정도는 먹어야지.”
“아..”
투덜대며 우영이는 숟가락을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식사.
장례식인 만큼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받을 만한 환경은 아니었다.
눈앞에 보이는 수찬쌤의 모습.
‘옛날 생각나네.’
문득 예전의 모습과 겹쳐보였다.
그때도 이렇게 티 나게 눈치를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었는데.
내가 아는 수찬쌤이다.
아마 지금쯤 무척 걱정하고 있지 않을까.
7년 전의 나처럼 우영이가 이 일로 인해 꿈을 놓아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크흠..”
괜히 헛기침을 내뱉고서 말한다.
“우영아. 괜찮은 거냐?”
조금은 서투르지만 제자를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물음.
우영이는 대답했다.
“괜찮아요.”
“.. 그러냐.”
“사실 막 괜찮지는 않았어요. 아까까지만 해도.”
조금 놀랐다.
끝까지 부정할 거라 생각했는데.
연두도 입을 오물거리며 우영이를 바라본다.
“솔직히 지금도 그렇고요. 근데……”
“.. 우영아.”
“괜찮아졌어요. 그리고 더 괜찮아질 거예요.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사실 우영이도 내 경우를 전해들어 알고 있을 터였다.
수찬쌤이 염려하는 바가 뭔지.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걸 알고서 하는 말이었다.
한마디로 우영이는, 절대로 꿈을 놓지 않을 거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녀석은 피식 웃으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선생님은 그게 어울려요.”
“…”
잠깐의 침묵.
이윽고 수찬쌤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떠오른다.
“.. 이 녀석이.”
“네?”
“선생님이 무슨 감정도 없는 로봇인 줄 알아.”
그나마 오갈 수 있는 가벼운 대화였다.
***
집으로 돌아와서 나는 연두튜브에 들어갔다.
오늘 마지막으로 올린 영상.
[연두의 달라달라 커버 연주!(feat. 첫 콩쿠르!?)]연주 영상이라 그런지 조회수가 엄청나다.
사실 이번에는 영상 반응을 보려 연두튜브를 켠 건 아니었다.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래도 켠 김에 보기로 할까.
-진짜 연두는 피아노 칠 때 왤케 예쁘냐 ㅠㅠ
┖심장 멎을 거 같아…♡
┖달라달라가 이렇게 달콤한 곡이었냐. 오해 ㄴㄴ 나 워너비 팬임.
┖ㅇㅈ 원래 신나는 곡인데 피아노로 들으니까 훨씬 더 달달하게 들리네. 아닌가, 연두 효과인가 ㅋㅋ
┖곡 제목 그대로네. 연두는 다르다, 진짜.
┖가사도 ㅋㅋㅋㅋ 예쁘기만 하고 매력은 없는 애들과는 달라 달라인데 우리 연두는 예쁘고 매력까지 넘치자너 ㅋㅋㅋ
┖ㄹㅇ 찰떡이네 ㅠㅠ
-근데 진짜 이은경이 미치긴 했나 보다. 어떻게 벌써 저렇게 잘 치지?
┖그니까 ㅋㅋ 나비야 연주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연두도 재능 미친듯.
┖일단 즐기는 자는 못 이기는데 연두는 찐으로 즐기는 게 느껴지잖아 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
-이거 보니까 연두 진짜 콩쿠르 무대하는 거 보고 싶네. 언제쯤 그런 날이 오려나 ㅠㅠ
┖그렇게 멀지 않았을 수도? 콩쿨은 유치부도 있으니까.
┖아, 정말요? 유치부도 있어요?
┖ㅇㅇ 유치부 콩쿨도 생각보다 크게 열림. 애초에 베토벤만 해도 세네살부터 피아노 치고 작곡했는데 ㅋㅋ
┖와.. 몰랐던 사실 ㄱㅅ 콩쿠르 존버 가즈아~
┖ㅋㅋㅋ 나도 보고 싶음. 연두가 클래식 연주하는 거.
확실히 영상 배경이 콩쿠르다 보니 관련된 댓글이 많이 보였다.
나도 알고 있었다.
유치부도 콩쿠르가 있다는 건.
‘나갈 수도 있겠지.’
연두가 클래식을 연주하게 된다면 나갈 수도 있는 일이다.
허나 서두를 이유는 없었다.
이제 막 클래식 음악을 접한 단계니까.
‘.. 어?’
그런 와중 나를 놀라게 만드는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베스트 댓글 최상단에 위치한 댓글이었다.
채 내용을 보기도 전에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Wanabe
작성자 이름이 워너비였다.
가짜 계정인가 해서 눌러봤는데 수백만 단위의 구독자가 떠올랐다.
뒤늦게 들어온 댓글 내용.
-헐.. 눈을 의심하고 들어왔는데 진쨔 우리 곡 커버여따.. 너무 감동 ㅠㅠ(feat. 끝내 콘서트는 오지 않으셨다는.. 또륵)
┖찐임?
┖와, 진짜 워너비다 ㅁㅊ
┖공식 계정으로 댓글 쓰는 거 처음 보는 거 같은데
┖애초에 아이돌 공식 계정은 따로 관리자 있자나. 댓글 어떻게 썼지 ㅋㅋㅋ
┖워너비 찐팬으로서 말투로 미루어볼 때 유진 예상함 ㅋㅋ
┖엥. 채원같은데.
┖싸우지 마. 그건 중요하지 않아. 워너비라는 게 중요한 거라고!
┖곧 워너비 콘서트 관람 영상 올라오는 각인가 ㅋㅋㅋㅋ
┖워너비의 초대를 거절하는 유투버가 있다? 삐쓩뿌쓩빠쓩!
깜짝 놀랐다.
연두부들 말대로 워너비가 직접 댓글을 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까.
심지어 멤버 중 한 명이 쓴 댓글로 보이고.
‘지워지는 거 아냐?’
괜히 걱정되네.
돌발행동을 했다며 혼나는 건 아닐까 하고.
최고의 한 끼에서 비슷한 썰을 푼 게 기억에 남아있으니 말이다.
콘서트 불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었다.
내 기억상 워너비의 콘서트 날짜가 워낙 정신없는 시기와 맞물렸던 거로 기억한다.
그래도 손수 초대를 받았으니 갔어야 하는데.
생각 끝에 나는 키보드로 손을 옮겼다.
-죄송합니다.. 다음에 초대해 주신다면 꼭 가도록 하겠습니다(꾸벅)
이모티콘과 함께 답 댓글을 남겼다.
또 초대를 해 줄지의 여부가 미지수이긴 하지만.
답댓글을 남긴 뒤에 댓글창을 닫았다.
달칵.
허나 연두튜브를 나가지는 않았다.
아까 말했듯 댓글 확인이 연두튜브에 들어온 이유가 아니었으니까.
그럼 뭐냐고?
집으로 오기 전에 우영이와 대화를 나눴다.
내용은 간단했다.
장례가 끝날 때까지는 찾아가서 여러모로 도와주겠다는 이야기였다.
‘알고 있으니까.’
상주의 역할이 얼마나 바쁜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단순히 도와주는 걸 넘어 우영이의 가장 힘든 시기를 옆에서 지탱해주고 싶었다.
어머니가 하신 부탁처럼.
‘이틀 후까지겠지.’
별로 긴 기간은 아니었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그게 연두튜브에 들어간 거랑 무슨 상관이냐고.
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상관이 있었다.
우영이를 돕기 위해서는 잠시 영상 제작에서 손을 뗄 필요가 있으니까.
그런 와중에 영상을 촬영하는 것부터 쉽지가 않고.
더군다나 장례가 끝나면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도 존재했다.
‘그래서 결정했지.’
연두튜브의 휴식기를 갖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오래 쉴 거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니었다.
내가 생각한 기간은 일주일 정도였다.
‘장례가 끝나고 개인적인 일이 정리되고 난 뒤.’
바로 영상 활동을 재개할 생각이다.
하지만 기간이 길지 않다고 해서 알리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었다.
영상을 기다리는 연두부가 있으니까.
화면 위에 떠오르는 공지란.
나는 타이핑해서 공지를 적어내려갔다.
타닥. 탁.
초딩 시절 유성초 스나이퍼의 부작용.
이제는 틀리지 않게 됐는데도 불구하고 한 글자 한 글자를 노심초사해서 적게 된다.
혹시라도 틀려서 그 별명이 소환될까 봐.
“후우.. 됐다.”
쭉 훑어보며 퇴고까지 마쳤다.
제목은 이 정도면 되겠지.
이런 공지를 올리는 게 처음이긴 하지만 연두부라면 이해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진심으로.
달칵.
그렇게 올라갔다.
연두튜브의 첫 휴재공지가.
그리고 다음날.
“… 뭐, 뭔데.”
영상도 아니었다.
일어나자마자 확인한 공지의 반응은 말 그대로 폭발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