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the bulletin board after 5 second RAW - chapter (191)
5초 후의 게시판이 보여! 193화
47. 대단한 놈들이다……. (1)
영원히 계속된다고 해도 나쁘지는 않았을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이경훈 이 현관 앞에서 민아를 번쩍 들어 안았다.
“아빠 갔다 올게!”
“응! 잘 갔다 와!”
존댓말이라는 개념을 점점 잊어가 고 있는 민아였다.
“언제든지 전화해요, 민아 아빠. 언 제든지 받을 테니까.”
아내가 미소하며 그렇게 말했고, 이경훈도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 다.
가족의 사랑 덕분에, 험난할 원정 에 힘을 얻고 가는 이경훈이었다.
‘가자, 커피.’
이경훈이 ‘커피’, 자신의 프리미엄 세단을 타고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스
의 홈인 프로핏 파크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스 구단 버스 를 타야 활주로로 직행하면서 곧바 로 구단 전세기에 오를 수 있기 때 문이다.
잠시 후, 프로핏 파크에 도착한 이 경훈이 클럽 하우스의 소파에 앉아 서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스의 전력분 석팀이 만들어준 자료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5초 후의 게시판만 믿고서 분석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5초 후의 게시판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수 다.’
현재, 5할에 육박하는 타율과 1점 대 포수 평균자책점의 비결이기도 하다.
그때, 누군가가 이경훈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을 걸었다.
“분석 중이군……. 역시 경훈이야. 오늘도 믿고 던질 수 있겠어.”
오늘의 선발 투수,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스의 에이스인 매디슨 가드너 였다.
이경훈이 매디슨 가드너에게 자료 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비행기에서 본격적으로 파보기 전 에 훑어보는 중이다. 괜찮다면 같이
볼…… 필요는 없을 것 같군.”
이미, 매디슨 가드너도 같은 자료 를 들고 있었다.
매디슨 가드너가 자료를 내려놓곤 손가락 끝을 모으며 말했다.
“오늘 경기에서 진다면, 나는 타이 탄스의 에이스 자격이 없는 거다. 데릭이나 제이슨 녀석에게 1선발 자 리를 기꺼이 넘겨줘야지. 물론, 나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말 이다.”
지나친 호들갑이라고 대답하려던 이경훈이 입을 닫고 생각했다.
‘매디슨 같은 선수라면 그렇게 생
각할 수 있지.’
오늘부터 시작될 샌프란시스코 타 이탄스의 원정 7연전 강행군은 같은 서부 지구의 LA 뱅거스와의 3연전 으로 시작된다.
매디슨 가드너와 샌프란시스코 타 이탄스의 선수들이 증오하는 LA 뱅 거스와의 3연전인 거다.
매디슨 가드너가 LA 뱅거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한다는 건…….
‘뱅거스도 1선발을, 에이스를 선발 투수로 낸다는 거다.’
김로빈.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김로빈과 맞붙게 된 거다.
‘저번 시리즈에서는 4연전이었음에 도 상대하지 못했지. 다행이었는지, 불행이 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매디슨 가드너가 남다른 각오를 불 태우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매디슨 가드너 같은 프랜차이즈 스 타이자 에이스인 투수가 라이벌리 시리즈에서 상대 에이스와의 맞대결 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도 우스 울 터다.
매디슨 가드너가 보기 드문, 곤혹 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골치 아프게 됐다. 하필이면 왜 이럴 때 복귀해서……
이경훈과 매디슨 가드너의 자료에 는 지난 시리즈에서의 자료와는 달 리 레오 다이링의 이름이 추가되어 있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수비형 포수이 자, LA 뱅거스 부동의 주전 포수.’
그런 레오 다이링이 3일 전 메이 저리그에 복귀했다.
적어도 2년은 걸릴 거라던 살인적 재활을 불과 1년 만에 끝내고서 건 강함을 과시하며 트리플 A에서의 리햅 게임을 지배해버린 뒤 말이다.
부상 전의 레오 다이링을 잘 아는 매디슨 가드너는 레오 다이링의 복 귀를 껄끄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타자 레오 다이링은 어렵지 않지. 힘으로 찍어 누르면 간단하게 4타수 무안타를 잡을 수 있는 타자다. 다 만, 포수 레오 다이링은……
“악명이 자자하더군.”
능숙한 경기 운영 능력, 천부적인 승부사 기질, 편집적이기까지 한 정 밀 분석이 레오 다이링을 타의 추종 을 불허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 수 리더’로 만들었다.
이경훈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김로빈, 레오 다이링 배터리를 모 를 리가 없지.’
이경훈이 스포츠 채널에서 가끔 틀 어주곤 하는 2019 시즌 메이저리그 월드 시리즈의 하이라이트를 떠올렸 다.
LA 뱅거스의 2019 시즌 메이저리 그 월드 시리즈 우승을 확정했던 7 차전에서 김로빈은 승리 투수가 되 었으며, 레오 다이링은 결승 타점을 기록했다.
지금까지의 재활의 원인이던 무릎 부상을 입은 상태로 절룩거리며 1루
베이스를 밟고 기어코 결승 타점을 올려내는 레오 다이링을 보면서 경 악했던 기억이 있다.
MVP는 김로빈이고 주인공은 레오 다이링이라는 말에 진심으로 공감했 을 정도로 압도적인 장면이었다.
‘그때의 타격을 생각하면 타자로서 도 무시할 수는 없지 않을까. 재활 을 마친 직후니 100%의 기량은 아 니겠지만 충분히 경계를 해야겠다.’
매디슨 가드너가 고개를 가로저으 며 말을 이었다.
“포수 레오 다이링은…… 직접 겪 어봐야만 알 수 있을 거다. 내 형편
없는 어휘력으로는 설명하기가 어렵 군.”
내셔널 리그의 투수로서 타석에 들 어서는 매디슨 가드너이기에 할 수 있는, 추상적인 말이었다.
미간을 좁힌 이경훈이 매디슨 가드 너에게 물었다.
“트래쉬 토킹을 하나?”
“전혀. 오히려, 한두 마디 하고 나 면 절로 호감이 생긴다. 뱅거스의 선수인데도 말이지. 그런데……
포수 레오 다이링과 대화했던 타석 에서는 좋은 결과를 거뒀던 적이 없 었다고, 매디슨 가드너는 헛웃음 치
며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트래쉬 토킹은 아 니었다. 야구와 관련된 이야기도 거 의 없었고, 일상 대화가 대부분이었 지. 아예 말을 안 섞으려 하면, 어 떻게든 주의를 끌어서 입을 열도록 만들지. 그 결과는 말한 대로 좋은 꼴을 못 봤다.”
“흐..”
丁그 •
간접적인 요소를 십분 활용하며 리 드하는 스타일의 포수라고 이경훈은 추측했다.
‘고도적 심리전의 달인일지도 모르 지……. 어쨌든, 매디슨의 조언대로
레오 다이링과는 되도록 말을 섞지 말자.’
어쩌면 전력분석팀의 자료보다 유 용할지도 모르는, 꿀팁이었다.
LA 뱅거스와의 원정 3연전에 난입 해버린 변수, 레오 다이링에 대해 이경훈이 분석을 시작했다.
“레오! 불펜 가자!”
김로빈의 외침에 레오 다이링이 확 정하듯 말했다.
“25분 뒤에 불펜에서 봅시다. 나는 20분 뒤에 먼저 가서 무릎이나 좀 풀어주고 있을 테니까.”
“그래! 그런데, 비는 20분 동안 뭐 하게? 할 거 다 했잖아. 내가 네 루 틴 잊어버렸을 것 같냐, 인마!”
김로빈의 말에 레오 다이링이 실실 거리며 대답했다.
“그렇긴 한데…… 잠깐 들를 데가 생겨서. 20분이면 충분하니까 기다 려줘요, 좀. 우리 좋자고 하는 일이 니. 못 참겠으면 에디한테 받아달라 고 하던가.”
“선발 등판 전의 소중한 불펜 피칭
을 에디한테 낭비할 수는 없잖아. 요가라도 하면서 기다릴게. 전력분 석실 가는 거지?”
“맞아요. 스트레칭하다가 아이디어 하나가 슥, 스치고 지나가서. 확인해 볼 가치는 있을 것 같아요.”
“……네가 그런 식으로 말할 때는 정말로 소름 돋게 적중하더라. 어련 히 잘해줄 테니, 나는 했던 대로 할 게. 머리를 비우고 고개를 끄덕이고 다리를 들고서 어깨를 젖히고 팔을 휘두르지.”
“이럴 때 보면 투수는 참 편해. 그 렇게만 하면 메이저리그 최고의 슈 퍼 스타가 될 수 있으니까.”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가 함께해 야 가능한 거지. 하하!”
김로빈의 격려 같은 말에, 레오 다 이링은 그저 웃어 보일 뿐이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는 자신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로빈이 씨익 웃으면서 레오 다이 링에게 말했다.
“잘 갔다 와,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
“뭐…… 그렇다 칩시다. 금방 끝날 테니까 기다려요, 로빈.”
레오 다이링이 LA 뱅거스의 전력
분석실에 들어섰다.
레오 다이링이 간식으로 샌드위치 를 먹고 있는 LA 뱅거스의 세이버 메트리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 다.
“헤이, 더블 B. 바빠요?”
“오, 레오.”
더블 B라고 불렸던 세이버메트리 션, 바넷 브레이든이 레오 다이링을 반갑게 맞아주며 말했다.
“자료 필요해서 온 거지? 얼마든지 말해. 지금 바로 뽑아줄 테니까.”
“식사…… 식사 맞죠? 아무튼, 식 사 중에 미안해요. 경기 전에 봐두
고 들어가고 싶은 내용이 생겨서.”
“에이,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2년째 비정규직이던 나를 네가 적극 적으로 밀어준 덕분에 이렇게 뱅거 스에 자리를 잡은 건데. 네 부탁이 라면 불법 개조한 샷건도 구할 수 있어. 값은 좀 비싸겠지만……
“그런 건 필요 없으니까 됐고요, 통계 좀 내줘요.”
“좋아. 어떤?”
키보드에 손을 가져간 바넷 브레이 든에게 레오 다이링이 담담하게 말 했다.
“이경훈의 타격이 안타가 됐을 때
의 상황 서머리. 투수, 주자, 구종, 타구, 그 외 모든 요소를 퍼센티지 로 정리한 서머리를 내줘요. 로빈과 불펜 피칭을 마치고 읽을 수 있도록 클럽 하우스로 보내주고요.”
“타자 이경훈이 성공한 상황을 정 리해주면 되는 거네. 알겠어. 어려울 것 없지. 그런데, 이런 자료는 갑자 기 왜……?”
레오 다이링이 잠시간 생각을 정리 하고선 입을 열었다.
“시카고 램스 전력분석팀이 이경훈 분석에 실패했던 거 알고 있죠?”
“아, 어. 주워듣기로는 타격 패턴을
읽어서 투구 패턴을 만들었다고 하 던데. 그 패턴을 읽은 이경훈이 패 턴을 깨버리면서 실패하고 말았지만 말이지. ……오히려 이경훈이라는 타자를 발전시켜준 셈이 됐어.”
“시카고 램스 전력분석팀의 방식은 틀리지 않았어요. 올바른, 해야 하는 분석을 했었던 거죠.”
레오 다이링이 계속 말을 이었다.
“시카고 램스 전력분석팀이 틀리지 않았다 한다면, 이경훈 분석은 도대 체 왜 실패했던 걸까요?”
“글쎄. 그걸 내가 알고 있었으면 팀장으로 승진됐겠지. 연봉도 한 다
섯 배는 인상됐을 거고.”
바넷 브레이든이 자조적으로 구시 렁대자, 레오 다이링이 쓴웃음을 지 으면서 손사래를 쳤다.
“이경훈을 상대하는 데 필요한 건 공략이 아니라 인지일지도 몰라요.”
유인지..?”
“네. 이경훈의 실패가 아니라 성공 을 봐야 하는 거죠.”
레오 다이링이 그러한 자료를 부탁 한 이유였다.
하지만, 그러한 자료의 쓰임새까지 는 아직 이해하지 못한 바넷 브레이 든이었다.
바넷 브레이든이 레오 다이링에게 망설임 없이 물었다.
“왜?”
“이 아저씨, 아마도 미래를 읽고 있는 것 같아요.”
레오 다이링이 진지하디 진지한 표 정으로 말했다.
“플레이!”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스와 LA 뱅거 스와의 라이벌리 시리즈가 시작됐다.
1회 초.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스의 1번 타 자, 시저 스타가 4구째를 타격해서 유격수 앞 땅볼로 물러났고.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스 부동의 2번 타자, 이경훈이 타석에 들어섰다.
매디슨 가드너의 조언대로 레오 다 이링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반응을 하지 않기로 한 이경훈이었지만
“예언자 아저씨. 내가 초구에 뭘 던지라고 할지 알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