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the bulletin board after 5 second RAW - chapter (38)
5초 후의 게시판이 보여! 038화
10. 못 잡겠지만! ⑴
“잠을 못 잤습니다.”
김진수가 퀭한 눈으로 말했다.
“지금부터 컨디션 조절해서 최고의 상태로 만들어놔야 한다는 건 아는 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하하••••••
가볍게 웃어 보인 이경훈이 김진수 에게 격려를 건넸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마음 편히 즐겨라. 그런 말도 있잖아. 즐기는 자를 이길 수는 없다, 였나?”
“예……
그렇게 선발 등판, 선발 등판 노래 를 부르던 김진수였지만, 막상 자신 의 선발 로테이션 합류가 결정되니 여간 설레는 게 아닌 모양이다.
젊은 투수에게 선발 등판 기회가 주어졌다는 건, 이럴 만한 일인 거 다.
이경훈이 김진수에게 말했다.
“컨디션 잘 챙기고, 다음 원정지에 서 보자고.”
“예. 다녀오십시오.”
오늘부터 5위, 팬서스와의 원정 3 연전을 치르는 버펄로스.
이번 원정에서는 등판할 일이 없는 김진수는 홈, 버펄로스 필드에 머무 르며 컨디션을 조절하고.
다음 원정지에서 버펄로스의 선수 단에 합류하게 된다.
제법 흥분한 김진수에게 적당한 조 언들을 남기고, 이경훈은 버펄로스 의 선수단과 함께 원정에 나섰다.
버펄로스의 구단 버스에 타, 각자 자리를 잡고 앉은 버펄로스의 선수 들에게, 한 박자 늦게 나타난 박경 식이 이렇게 말했다.
“기사님께서 화장실을 좀 다녀오겠 다고 하십니다.”
맨 뒷좌석에 앉아 있던 민한근이 목소리를 높이며 물었다.
“얼마나 걸리실 것 같냐?”
“잘 모르겠습니다. 먼저 가 있으라 고는 하셨는데……
버펄로스 구단 버스의 출발이 약간 지연된 거다.
그러려니 하며 기사를 기다리는 버 펄로스 선수들 사이에서…….
“야, 이 자식아. 너는 또 뭘 그렇 게 받아온 거냐?”
“예? 아. 팬클럽에서 보내주신 겁 니다. 하하……
“과한 건 적당히 거절도 해야 한 다. 너무 많이 받아먹으면 서로 안 좋다고.”
“ 예.”
이런 대화가 들려왔다.
‘팬클럽이 라.
이경훈이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들
면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어제 경기에서는 내 팬클럽의 채팅창이 보였지.’
회원들의 닉네임은 낯이 뜨거워질 정도로 민망한 것들이었지만, 채팅 내용만큼은 차고 넘칠 정도로 유용 했다.
‘아직 내 팬클럽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 없으니…… 최근에 생긴 걸 거다.’
역시, 프로 야구 선수는 야구부터 잘하고 봐야 한다.
‘내 팬클럽이기도 하고, 도움도 받 았으니, 인사라도 남겨둬야겠군.’
버펄로스의 구단 버스의 출발이 지 연된 틈을 타 해두려는 생각으로, 이경훈이 핸드폰의 화면을 켰다.
잠시 후.
이경훈이 자신의 팬클럽, ‘후니후 니’에 접속했다.
‘보자……. 글은 어떻게 올리는 거 지? 아, 이건가?’
이경훈이 ‘후니후니’의 ‘클럽 글쓰 기’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클럽 회원 등급이 되시면 쓰기가
가능한 게시판입니다]
‘내 팬클럽에 글을 쓰려고 내 팬클 럽에 가입해야 한다니……
이경훈이 쓰게 웃으며 ‘클럽 가입 하기’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후니후니’에 가입하시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 있으셔야 해요]
[1. 이경훈 선수의 팬이셔야 하고요]
[2. 이경훈 선수를 사랑하셔야 하고 요]
[3. 이경훈 선수에게 무슨 일이 생 겨도 응원하셔야 하고요] [4. 이경훈 선수가……]가입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1. 이경훈 선수의 생년월일은?] [2. 이경훈 선수의 소속 팀 이름 은?] [3. 이경훈 선수의 별명은?] [4. 이경훈 선수의 매력 포인트는?(중복 답변 가능)] [5. 이경훈 선수의……]
여러모로 고역이었지만, 이경훈은 열심히 항목을 메워나갔다.
마지막으로, ‘나는 로봇이 아닙니 다’라는 영문 모를 항목에 체크를 하고, 지렁이가 기어 다니는 것 같 은 글씨를 가까스로 읽어 써넣으며 가입 신청을 마쳤다.
그러자.
[가입 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매니저가 승인하면 클럽에 가입됩니 다]
[클럽 매니저의 가입 승인 후 클럽 활동을 하실 수 있으며, 승인 여부는 메일로 알려드립니다]
‘안 해! 안 한다고!’
자신의 팬클럽에 글을 쓰기 위해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니.
이 시스템의 부조리함에 치를 떠는 이경훈이 었다.
‘이렇게 된 거, 다른 게시판에라도
뭔가 남겨보자.’
이경훈이 가장 먼저 떠올려낸 건, 초록창 스포츠의 댓글난, 그리고 옐 로우 플레이어의 채팅창이었다.
하지만 초록창 스포츠의 댓글난과 옐로우 플레이어의 채팅창은 중계 중에 활성화되는 곳이다.
지금 이 시각에 댓글이나 채팅을 남긴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읽어주지는 않을 거다.
다음으로 떠올린 건…….
‘메이저 파크.’
(겉으로는) 점잖은 분위기라 하니, 선수가 글을 남기기에 괜찮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뭐야……. 여기도 가입해야 하잖 아.’
팬클럽의 가입 시스템에 데였던 이 경훈에게는 사이트에 가입한다는 것 자체가 귀찮고 꺼려졌다.
‘일단, 메이저 파크는 보류하
면……. 결국, 이 자식들인가.’
이경훈이 국내 야구 게시판, 야게 에 접속했다.
이경훈이 야게의 게시글들을 훑어 보며 생각했다.
‘프로 야구 안 할 때는 자유 게시 판 같은 분위기라는 건 새싹위키에 서 읽어서 알고는 있었는데……
자유로워도 너무 자유로운 분위기 였다.
정말 국내 야구 게시판이 맞는지 몇 번을 확인했을 정도다.
‘이런 분위기에서 글을 올려봤자 묻히기만 할 거다.’
이경훈이 버펄로스 게시판, 버게에 접속했다.
‘여기는 그나마 낫군.’
그나마 팀 게시판, 팀게여서인지
버펄로스에 대한 ‘떡밥’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래. 여기로 하자.’
다행히 버게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서는 아이디가 없어도 글을 올릴 수 있었다.
이경훈이 자신의 핸드폰을 두드려 버게에 글을 남겼다.
[안녕하세요 버펄로스 게시판 유저님 들 이경훈입니다 애 / 이경훈 (121.190)] [사실은 팬클럽에 글을 남기려고 했 는데 가입이 안 되네요 ‘으;;;][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 씀을 드리러 왔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버펄로스 경기가 있을 때는 경기에 대한 이야기 많이 나눠주세요]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이경훈이 내심 기대하며 생각했다.
‘댓글 같은 거 달릴 텐데,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머지않아, 이경훈의 글에 하나둘씩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 OO (1.129)] [야 네가 경훈이 형이면 나는 유경 룡이다 새끼야 크긔 / oo (61.43)] [선수 사칭 에반데; / BF’s]‘뭐…… 라고?’
[X1 랄 떨지 말고 야짤 폴더나 풀어 경기 시작 전에 재미 좀 볼라니까。 O / OO (39.7)] [눈동자 켜라 / dd (223.57)] [아카이브로 박제해서 버펄로스 프런 트로 보냄 人-!링 / OO (122.202)]‘쓰레기 새끼들……!’
극대노한 이경훈이 핸드폰을 내던 졌다.
버펄로스의 구단 버스가 출발한 것 과 거의 동시였다.
7위, 버펄로스와 5위, 팬서스의 3
연전, 그 1차전이 시작되었다.
1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버펄로스의 3번 타자, 이 경훈.
그리고.
[버펄로스 게시판]
처음으로 원정 경기에서 버펄로스 의 팀게, 버게가 나타났다.
‘잘 만났다, 새끼들아!’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분노를 느 끼며, 이경훈이 버게의 내용을 눈에 담았다.
‘나다, 새끼야!’
이경훈이 버게의 게시글들을 보며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끼고 있 을 때.
‘경훈버펄로스’가 나타났다.
[경훈이 형 엉덩이 만져보고 싶다 / 경훈버펄로스]
‘허벅지는 양반이었구만……
이경훈이 잠시 고민하다가, 어쩔 수 없이 ‘경훈버펄로스’의 게시글을 째려봤다.
‘조금 기분 나쁘긴 하지만…… 다
나름의 애정 표현이라는 건 나도 안 다. 그래도 경훈버펄로스를 그냥 놔 둘 수는 없다.’
이경훈의 신체 어딘가를 만져보고 싶다는 게시글만 올리는 ‘경훈버펄 로스’를 그대로 놔두면, ‘써먹을 수 있는’ 게시글들이 가려지는 경우가 생길 거다.
딸깍!
결국, 이경훈이 ‘경훈버펄로스’를 차단해 버렸다.
그런데.
[경훈이 형 엉덩이 만져보고 싶다 / 경훈버펄로스]
‘경훈버펄로스’의 게시글은 여전히 남아 이경훈의 앞을 떠돌았다.
다만.
‘흐릿해졌잖아……?’
버게, 혹은 야게의 게시글은 차단 을 해도 이렇게 흐릿한 상태로 남게 되는 모양이다.
‘이거, 혹시……
그 게시판의 실제 차단 기능으로 적용되는 건 아닐까, 하고 이경훈은 추측했다.
옐로우 플레이어의 채팅창은 완전 차단이 되기에 채팅이 사라진 것이 고.
버게는 완전 차단이 안 되기에 게 시글이 사라지지 않는 거다.
이경훈이 진심으로 생각했다.
‘이런 바보 같은 차단은 대체 어떤 놈이 생각한 거냐? 이게 차단이냐?’
잠시 격분한 이경훈이었지만.
[잘 골랐다 人人人人 / OO(1.129)] [여윽씨 경훈띠 그거 / oo
(122.202)] [경훈이 형의 선구안은 굉장히 안정 적이야 / dd (223.57)]
쉬이이익…….
……팡
이경훈이 팬서스의 선발 투수의 유 인구를 골라내는 데에는 아무 문제 없었다.
유리한 볼 카운트를 선점해낸 이경 훈이 상황을 살폈다.
‘투 아웃, 주자 없는 상황이다. 굳 이 나와 승부하지는 않을 거다.’
팬서스는 이경훈에 대한 경계는 물 론이고, 버펄로스에 대한 결계도 충 분하게, 철저하게 하고 있다.
2위, 울브즈마저도 위닝 시리즈로
잡고 온 버펄로스를 견제하고 있다 는 거다.
하지만, 팬서스의 모든 선수들이 그러지는 않았다.
“괜찮아! 괜찮아!”
1루 베이스 뒤에서 소리 지르며 팬서스의 선발 투수를 격려하는 선 수가 있었다.
‘정윤우.’
팬서스의 주장이다.
‘팀이 전체적으로 굳어있으니, 저 렇게라도 분위기를 북돋으려는 거 다.’
“볼 좋아! 맞춰줘!”
정윤우가 계속 떠들어댔다.
“그냥 넣어! 자신 있게!”
그러다…….
“네가 쟤는 잡는다! 네 볼이면 절 대로 못 건드려!”
선을 넘었다.
그래도, 이경훈은 정윤우를 이해한 다.
‘뭐……. 야구 하다 보면 이런 말 저런 말 나올 수도 있는 거지. 주장 으로서의 입장도 있으니 이런 상황 에 가만히 있을 수도 없을 테고.’
하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인정하겠 다는 건 아니다.
정윤우는 이경훈을 자극했고.
이경훈은 정윤우에게 자극받았다.
‘저런 개소리를 듣고도 그냥 넘어 갈 수는 없지. 내 자존심도 자존심 이지만……
동료들의, 버펄로스의 선수들의 자 존심도 지켜야 한다.
이경훈이 배트를 추스르며 팬서스 의 선발 투수를 노려봤다.
‘내가 여기서 어떤 타격을 해야 정 윤우가 지껄인 만큼 되돌려줄 수 있
을까..?’
고민하던 이경훈에게 한 가지 아이 디어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