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the bulletin board after 5 second RAW - chapter (61)
5초 후의 게시판이 보여! 061화
16. 그게 뭔데……! (2)
[프리파이~~~ 거기는一~~ 소녀들 의~~~~~ 파라다이스~~~~~~ I Q O (223.28)]‘223.38’의 게시글로 짐작할 수 있 듯, 저 ‘프리파이’라는 건 여아용 애 니메이션이다.
‘……거기까지는 이해했다.’
이경훈이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는 건, 그 프리파이에 대한 게시글들이 어째서 야게에 올라오고 있냐는 거 다.
‘야게에서 야구 얘기를 안 하는 건 예삿일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그건 경기가 없을 때의 일이며, 지 금처럼 경기가 있을 때는 야구에 대 한 게시글들이 잘 올라오는 것으로 이경훈은 알고 있었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해 보니, 선배님. 따님이 계셨 죠. 프리파이 알고 계실 만도 하네
요.”
어째서인지, 김진수가 짜게 식었다 는 표정을 지으면서 묻지도 않은 정 보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프리파이라는 게 일본에서 온 거거든요? 프리티 라임이라는 작 품의 계승작인데……
“안 물어봤다.”
“••••••넵.”
김진수를 입 다물게 한 뒤, 이경훈 이 미간을 좁히며 생각했다.
‘이런 ‘중계’ 문화가 야게, 디지인 사이드에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5초 후의 게시판의 원동력인 경기 중계를 보며 게시글을 올리는 디지 인사이드의 문화, ‘중계’는 국내 야 구 리그의 경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국내’ 야구 게시판임에도 메이저리그 경기의 ‘중계’를 하며.
심지어는 다른 스포츠의 국제 경기 조차도 ‘중계’하는 곳이 바로 국내 야구 게시판, 야게다.
아무리 그래도••••••.
‘그, 프리파이인가 뭔가 하는 그거 를 ‘중계’하고 있다는 건가? 어린 여자애들이 야게를 하다니……
프리파이를 보는 여자아이들이 야 게 같은 험악한 게시판에서 ‘중계’ 를 하고 있다는 게 의아하게 느껴지 는 이경훈이었다.
곧, 이경훈은 김진수에게서 충격적 인 말을 듣게 된다.
“여아 애니라고는 하지만, 사실 남 자들도 많이 보죠. 특히, 성인들이 요.”
“스무 살 넘게 먹은 놈들이 여자애 들 보는 만화를 본다고……?”
“예. 원작은 아케이드 게임인데 그 게 애니로도 나오고 만화로도 나오 고 뮤지컬로도 나오는 거죠.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즈라고나 할까요.”
“하..
아득히 밀려오는 현기증에, 이경훈 이 더그아웃의 기둥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생각했다.
‘민아만 한 애들이나 보는 만화영 화를 다 큰 놈들이……
어쩌면 이 나라는, 지구는 끝장난 걸지도 모른다.
이경훈이 김진수에게 물었다.
“그런데, 너는 그런 걸 어떻게 아 는 거냐. 김진수?”
“저도 보거든요. 쉬는 날에 정주행
돌리면 개꿀이에요.”
이경훈이 기겁했다.
“작품에 센스가 있고, 스토리도 괜 찮아요. 전반적인 주제의식도 꽤 묵 직해서……
“말을 말자, 진짜……
이경훈이 이마에 손을 짚은 채, 현 재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쉽게 생각하자면…… 5초 후의 게 시판이 봉인된 거다.’
야게의 다른 게시글들이 묻혀버릴 정도로 압도적인 화력의 프리파이 ‘중계’가 진행되고 있는 야게.
이런 야게를 보며 미래를 읽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필이면 디지인사이드의 야게라 서 차단 기능도, 삭제 기능도 의미 가 없다.’
디지인사이드에서, 차단 기능은 게 시글이 흐릿하게 되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기능이며.
삭제 기능은 게시글의 비밀번호를 모르면 사용할 수 없다.
즈
‘저 프리파이 ‘중계’가 끝날 때까지 버텨야 한다.’
디지인사이드가 중국인들의 공격을 받아서 터졌을 때처럼, 프리파이 사 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이경훈이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했 다.
‘그래도, 디지인사이드가 터졌을 때보다는 낫겠군.’
게시판이 아예 터져 버린 것보다 는, 게시판이 제 역할을 못 하더라 도 살아는 있는 것이 나을 터다.
‘저 ‘중계’도 언젠가는 끝날 거다. 여자애들 보는 만화가 길게 해봤자 얼마나 길게 할까. 클리닝 타임, 5
회 말이 끝나기 전에는 끝이 날 거 다.’
라는 생각으로, 이경훈이 1회 말의 타석에 들어섰다.
티라노스의 선발 투수를 상대로, 버펄로스의 1번 타자와 2번 타자가 아웃되면서 2사 주자 없는 상황이었 다.
그때.
“타임!”
“타임———!”
티라노스의 투수 코치가 타임을 요 청하고 마운드로 향했다.
투수를 교체할 거라는, 주심에게 새 볼을 받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이 다.
버펄로스의 더그아웃은 물론, 관중 석까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냐, 저거……?”
“선발 투수를 벌써 교체한다고? 왜?”
“어디 다친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설마……!”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티라노스가, 유민우 감독이 이경훈
을 겨냥한 위장선발 작전을 펼친 거 다.
유민우 감독이 생각했다.
‘어제 경기와 같다. 이런, 아무 위 험 없는 상황에서 실행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작전이니까.’
단 하나의 목표인 이경훈의 저지에 성공한다면, 티라노스와 유민우 감 독은 어제의 그 비참한 패배를 만회 할 수 있다.
심지어, 이 경기를 패배로 마친다 고 해도 말이다.
이경훈이 생각했다.
‘권준효 기자 말이 맞았군. 유민우
감독이 승부수를 띄운 거다.’
언제 내려가게 될지 모르는 5선발 수준의 투수였다고 하지만, 앞선 두 타자를 상대로 잘 던지고 있던 투수 를 가차 없이 강판시킨 유민우 감 독.
어제의 실패 이후, 과감한 승부수 를 던진 거다.
‘그렇게 바뀐 투수는…… 장연태. 솔직히, 강판된 선발 투수보다 낫다 고는 할 수 없는 그저 그런 불펜 투수다.’
그런 장연태가 가진, 장점까진 가 지 못한 특징이 한 가지 있었으
니….
‘많은 구종을 구사할 수 있는 다구 종 투수다.’
이경훈이 은근한 불길함에 입맛을 다시며 생각했다.
‘나를 상대로 다구종 투수를 올리 다니……. 설마……?’
노림수를 기반으로 미래를 읽는 이 경훈의 타석에서 다구종 투수인 장 연태를 표적 등판시켰다.
이경훈이 5초 후의 게시판을 읽는 다는 건 알 턱이 없겠지만, 적어도 이경훈의 타격에 대해서 파악하기는 했다는 거다.
관련 기록을 분석해냈을 거라고 이 경훈은 추측했다.
‘어제 경기도 그랬지만, 나만 아주 제대로 노리고 있다. 이경훈 저격 시리즈라고 해도 되겠어.’
하지만, 이경훈은 동요하지 않았다.
‘괜찮다. 아니, 티라노스에게 고마 울 정도다.’
분명, 노림수로 미래를 엿보는 이 경훈에게 저 투수, 장연태는 그리 쉽지 않을 상대였을 거다.
하지만.
‘웃기는 일이지만…… 나는 지금 5
초 후의 게시판을 볼 수 없는 상황 이다.’
[엌그그그그그크크 6 알겠슴돠 그그 긔 그 긔 긔 거 킈 긔 그 거 / 그는신이야]
[리라 하고 싶은 거 다 해~~~~ / oo (123.108)]
[리라 애비 피꺼솟그크그그그그 / □ 日 o (175.223)]
가증스럽다 못해, 측은하기까지 한 게시글들을 곁눈질하며, 이경훈이 생각했다.
‘이렇게 5초 후의 게시판을 읽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구종 투수라는 것이 장점이 아닌 특징에 그치는 장연태 정도의 투수 는, 오히려 선발 투수보다 치기 쉬 운, 만만한 투수가 된다는 거다.
이경훈이 배트의 그립을 바짝 조여 쥐며, 노림수를 생각했다.
‘변화구를 스트라이크 존 외각으로 던지는 소극적인 투구를 하겠지. 장 연태의 컨트롤을 생각하면, 분명히 한두 개 정도는 몰리는 볼이 들어올 거다. 그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잘 때 리면……
쉬이이 익.
‘••••••된다!’
딱!
이경훈의 타구가 티라노스의 외야 를 향해 날아갔다.
5초 후의 게시판을 읽었더라면 저 타구의 행방을 알 수 있었겠지 만…….
[우정 딱지 4스택 거긔그거그그거거 / oo (111.27)]
[제발 좀 꺼지라고 미친 씹덕 새끼 들아 / 엘화]
[중계가 싫으면 직업을 주던 가~~~— I 짝사랑좀비]
이경훈에게 보이는 건, 이 답도 없 는 게시글들뿐이었다.
이경훈이 간절하게 타구를 바라보 며 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팍!
타구는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에 떨 어지며 안타가 되었다.
그리고.
타다다닥!
“세컨!”
“세컨 간다!”
티라노스의 수비수들이 타구를 처 리해내는 틈을 타서, 이경훈이 과감
하게 2루 베이스를 노렸다.
이경훈이 질주했고.
탁!
팡!
“세, 세이프—!”
결국, 2루 베이스마저 따냈다.
엎어져서 2루 베이스를 짚은 채로 타임을 요청하며, 이경훈이 거친 숨 을 몰아쉬었다.
‘왜…… 왜 뛴 거지?’
5초 후의 게시판을 읽을 수 있었 다고 해도 몸보다는 머리가 먼저 굴 러갔어야 할, 그런 타구였다.
어쩌면 머리보다도 몸이 먼저 움직 였기에 가능한 플레이였을지도 모른 다고 생각하며, 이경훈이 쓰게 웃었 다.
‘야게가 안 보이는 게 오히려 긍정 적으로 작용했다. 장연태와의 승부 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결국, 이경훈은 이어진 공격에서 버펄로스의 4번 타자 브래드 무어의 큼지막한 2루타에 홈 플레이트를 밟 았다.
티라노스의, 유민우 감독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타자로서는 그럭저럭해냈지만, 포 수로서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 었다.
[하피다 하피 긔그거그킈그그그 / OO (211.105)] [끝나지 말아줘 프리파이 끝난 건 내 인생으로 족해 /。o (111.27)] [이 새끼들 진심 또라이들이냐; / O O (110.70)]‘110.70’의 게시글에 진심으로 동 의하며, 이경훈이 깊은 한숨을 내쉬 었다.
‘타임을 요청해서 게시글들을 지워 내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다……
티라노스의 타자들을 구위로는 압 도할 수 없는 투수인 민한근을 5초 후의 게시판 없이 리드해야 한다는 것은 포수인 이경훈에게는 분명한 부담이었다.
하지만.
‘나 자신이 사인에 자신이 없으면 민한근 선배는 어쩌라는 거냐. 확실 하지는 않더라도 나는 내 사인을 자 신 있게 낼 수밖에 없다. 아니, 내 야 한다.’
라고 생각하며, 이경훈은 자신의 사인으로 민한근을 리드했고.
쉬이이익…….
딱!
팡!
“아웃!”
차분하게 아웃 카운트를 쌓아갔다.
[론 드르렁 시전 크크 킈긔 긔그 / O O (111.27)] [버릇없이 누워서 연습해버리기 그거 크 게 그 그 그 긔 긔 거 =그 / OO(211.105)] [와 민한근 아직까지 무실점이네 / oo (175.223)]
이렇게, 프리파이의 ‘중계’ 사이를 뚫고서 나타나는 고마운 게시글들이 있었다.
이경훈은 그런 게시글들을 신중히 읽으며 경기를 풀어나갔고.
쐐애애액…….
붕!
……팡!
“스윙! 아웃!”
3회 초를 마칠 때까지 단 한 점의 실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버펄로스의 더그아웃에 돌아온 이 경훈에게 버펄로스의 젊은 트레이닝 코치인 카스가가 다가왔다.
이경훈이 카스가에게 부탁해뒀던 정보들을 전달받았고.
‘길은 있다.’
이경훈이 지금 이 상황을 헤쳐나갈 활로를 찾아냈다.
그렇게, 이경훈이 자신의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