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19
너의 초식이 보여 119화
공지운과 함께(1)
당수협은 공지운과의 관계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곱씹고 있었다. 그리고 하운평은 근처에서 그런 그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친한 건 알았는데. 태중혼약을 한 사이인지는 몰랐군.’
아무튼 이것으로 당수협이 공지운을 좋아한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당수협은 방금 천학관 내에 유일한 친구를 잃었다.
‘아니, 아직 잃은 건 아니야. 공지운은 마음이 약하고 착하니까, 당수협이 사과하면 금방 받아 줄 거야.’
둘의 사이를 확실하게 갈라놓으려면, 공지운에게 조금 더 다가가는 것이 맞았다. 그리고 그녀와 친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당수협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었다.
‘얼굴 한번 보러왔다가 의외의 수확이군.’
조사한 바에 의하면, 당수협은 친구가 없고, 사귀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관의촌의 집에 머문 채 천학관으로 오지도 않았다.
그리고 하운평은 당수협의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성격을 파악했다. 그를 이용하기에는 너무 똑똑했고, 같이 가기에는 독불장군 성향이 강했다. 오롯이 혼자 길을 가는 성격이라, 친해지려는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하지만 그가 먼저 시비를 걸었으니, 하운평도 그냥 둘 생각은 없었다.
오늘은 당수협의 얼굴만 보려고, 공지운에게 부탁했는데, 이렇게 될 줄이야.
‘그나저나 공지운은 어디로 갔지?’
갑자기 뛰쳐나간 그녀가 걱정되었다.
하운평은 그녀를 찾아 나섰다. 괜히 그녀에게 피해만 주는 것 같아 조금 미안했다.
* * *
공지운은 기분이 울적하거나, 화가 나면, 꼭 하는 행동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달리는 걸 좋아했고, 달리고 있으면 잡생각이 사라졌다. 오로지 자신의 숨소리와 심장 소리만 들렸고, 걱정거리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달리기 위한 장소를 찾았다. 아무도 없는 연무장에서 출발하여 아침 수련 시간에 달리는 길을 선택했다. 해가 지고 어두운 밤이지만, 정상까지 달릴 생각이었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공지운은 뒤를 돌아봤고, 한숨을 쉬었다.
“휴우. 너였구나.”
나타난 사람은 하운평이었다.
‘그럼 그렇지. 당수협, 그놈이 쫓아올 리 없지.’
그녀의 생각은 조금 의외였다. 당수협을 단순히 친구로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또 한편으로는 쫓아오길 바라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래서 여자들은 잘 모르겠다니까.’
하운평이 볼 땐, 가끔 여자들은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하운평은 속마음을 숨기면서 물었다.
“괜찮아?”
“나? 나는 괜찮지. 당수협의 독설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하하하.”
그녀는 일부러 환히 웃어 보였다. 그런데 그 표정은 씁쓸해 보였다. 공지운은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운평에게 물었다.
“가끔씩 보면, 너는 정말 사람을 꿰뚫어 보는 거 같아.”
“뭐?”
하운평은 살짝 긴장했다.
‘내가 뭘 잘못했나? 그래서 눈치챈 건가?’
“아까부터 내 뒤를 따라왔지? 그리고 내 기분이 진정될 때까지 조용히 따라왔고?”
“알고 있었어?”
“누가 쫓아온다는 건 알았어. 그런데 조금 전까지는 아무와도 얘기하고 싶지 않았거든. 그런데 너는 내 마음을 아는 것처럼 조용히 따라왔잖아. 그리고 내 마음이 진정되니까 딱 다가왔고.”
“하하하.”
하운평은 찔리는 마음을 숨기며, 그저 웃었다. 그녀의 말대로 속마음을 읽고, 괜찮아지는 걸 보고 다가왔었다.
공지운은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그녀의 직감은 꽤 날카롭다는 걸 깨달았다.
하운평은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이곳에는 왜 온 거야?”
“아, 달리고 싶어서……. 난 힘차게 달리고 나면 기분이 풀리더라.”
“이런 밤중에 괜찮겠어?”
“괜찮아. 매일 달리는 길이고, 또 이래 봬도 경공에는 자신 있으니까.”
그녀는 곧바로 달릴 건지, 다리를 풀었다. 하운평은 그녀를 보다가 한 가지를 제안했다.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였다.
“혼자 달리는 것보다 둘이 달리는 건 어떨까?”
“너도 달리려고?”
“너만 좋다면.”
“나야 괜찮지. 그런데 괜찮겠어? 난 조금 빠른 편이라서.”
“나도 경공은 괜찮은 편이야.”
하운평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다시 제안했다.
“그럼 우리 시합할까?”
“시합?”
“부활동에서도 경공 시합을 한다고 들었어. 그러니까 우리도 해보자. 내가 너에게 도전할게.”
“후훗. 좋아. 종목은?”
경공 시합에도 여러 종류가 있었다.
몸을 가볍게 하여 높이 뛰거나, 최대한 멀리 뛰는 시합, 혹은 짧은 거리를 누가 더 빨리 가는지 겨루는 단거리나 긴 거리를 겨루는 장거리 승부 등이 있었다.
하운평은 산 위를 보면서 말했다.
“너무 짧으면, 재미없잖아. 네가 가려고 했던 저 산의 꼭대기. 거기까지 누가 빨리 올라가는지 시합하자.”
“위초봉을 말하는 거지?”
“맞아.”
“정말 괜찮겠어? 내가 제일 자신 있는 분야가 산을 타는 거야. 나는 곤륜파 출신이거든.”
곤륜파가 있는 곤륜산은 매우 가파르고 험난하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하운평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럼 우리 내기도 할까?”
“호오. 자신 있나 본데. 좋아. 어떤 내기 할래?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기?”
“하하하. 좋아.”
“그런데 하운평. 우리 부에서 항상 일등 하는 사람이 있는데 누군지 알고 있니?”
“설마 너는 아니지?”
“직접 확인해 봐.”
공지운은 웃으면서 먼저 달려갔다.
휘익.
그녀의 모습은 금세 사라졌다. 경공에 자신 있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 듯 보였다. 하운평도 웃으면서 그녀를 쫓아갔다.
* * *
투욱. 툭.
쉬이익.
그녀는 나무 위로 올라가 나뭇가지를 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높이 올라가지도 않고, 오히려 떨어질 것 같다가 쭉 앞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아슬아슬해 보였다. 대신 정말 빨랐다.
그리고 절벽 위로 올라갈 때는 발을 크게 한 번 구르더니 하늘을 거의 날아갔다. 마치 무게가 없는 사람처럼 풍 떠올랐고, 살짝씩 벽을 치면서 쭉쭉 올라갔다.
하운평도 경공에는 자신 있었다. 그래서 공지운이 아무리 빨라도 큰 차이는 안 날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건 큰 착각이었다.
둘의 거리는 점점 더 벌어졌고, 종국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달아났다.
“놀랍군.”
하운평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공지운의 경공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다.
이 정도면 절대 고수를 제외하고, 강호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정말 곤륜산을 날아다니는 제비라 불릴 만했다.
‘경공술이 특별한 것 같진 않은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지?’
의문이 잠깐 생겼지만, 하운평은 잊어버렸다. 이러다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차이로 질 것 같았다.
‘그런 부끄러운 일이 생기면 안 되지.’
지금은 그녀를 쫓아가야 할 때였다.
하운평의 눈이 녹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구음진법을 이용하여 술법을 사용했다.
“다문축지술.”
거리 감각이 이상해지면서, 하운평의 몸이 일순간 십여 장 앞으로 이동했다.
휘리릭.
아직은 술법에 익숙지 않아 연속해서 사용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띄엄띄엄 사용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힘껏 달리다가 술법을 다섯 번 사용했고, 그녀의 바로 뒤까지 쫓아갔다.
무공과 술법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체계를 가졌다.
각각 하단전과 상단전을 사용하여 기운을 움직이고, 초식과 주문으로 그 기운을 뿌린다. 만약 그걸 동시에 사용하면, 양쪽에 무리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일양신공의 양기와 구음진법의 음기는 반대되는 성향을 가졌다. 섞이지 못하고, 매번 부딪쳤다.
다행히 하운평은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마음을 두 개로 나누어 두 가지 내공을 동시에 익힐 수 있다는 무당파의 양의심공, 모산파에서도 비슷한 술법이 있었다.
분심회법.
사람의 정신을 두 개로 나눠 하단전과 상단전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술법이었다.
하운평은 분심회법으로 술법과 무공을 동시에 사용했고, 세수진경으로 일종의 완충 지역을 만들었다.
덕분에 일양신공의 양기와 구음진법의 음기가 충돌하지 않고,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렇게 경공을 사용하면서 축지술을 적정히 섞었다. 그렇게 공지운을 바싹 쫓아가서 그녀의 경공을 눈여겨보았다.
확실히 다른 사람들과 달리는 모양새가 달랐다.
일반적으로 경공이라 함은 내공으로 몸을 가볍게 하고, 몸을 똑바로 세우고 달렸다. 언제, 어디서 암습이 있을지 모르니까, 몸의 중심을 항상 땅과 수직이 되게 만들었다.
다만 먼 거리를 달릴 때는 몸의 중심을 앞으로 살짝 기울인 채 달리기도 했다.
그런데 공지운의 자세는 상식을 벗어났다. 상체를 최대한 앞으로 기울어진 채, 거의 넘어질 듯한 자세로 달렸다. 정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고, 보는 사람이 불안할 정도였다.
‘저 정도로 몸의 중심이 무너지면, 위험할 텐데. 특히 앞에 장애물이 갑자기 나타날 때…… 헛.’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앞쪽에서 산짐승이 튀어나왔다. 멧돼지였다. 하필이면 달리는 방향이 공지운의 앞쪽이었다. 자칫하면 부딪칠 수 있었다.
그런데 공지운은 보폭을 순간 짧게 잡더니, 몸을 좌우로 움직였다. 그 순간 공지운의 몸이 두 개로 분리되는 듯 보였고, 손쉽게 멧돼지를 피했다.
절정고수만이 할 수 있다는 잔상이었다.
물론 하운평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전력으로 달리는 와중에는 하기 힘들었다. 자칫 발목에 무리가 가서 부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운평은 안력을 높여 공지운의 하체를 살폈다. 확실히 그녀의 허벅지와 발목은 일반 사람보다 두꺼웠다. 그만큼 수련을 많이 했다는 의미였고, 발끝의 움직임도 독특했다. 땅을 내디디는 순간, 유독 엄지발가락 부근이 깊게 파였다.
마치 엄지발가락의 힘으로 방향을 조절하는 것 같았다.
하운평도 잠깐 그녀를 따라 했다. 하지만 금방 발가락과 발목이 아파 왔다. 하루아침에 되는 기술이 아니었다.
‘공지운. 생각보다 대단하구나.’
공지운에게 경공은 진심이었고, 어쩌면 앞으로 공지운의 이름 앞에 천하제일경공이란 수식어가 붙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놀랍게도 공지운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녀도 하운평이 바로 뒤에 있다는 걸 눈치챘고, 입술을 꽉 깨물다.
파파팟.
하운평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술법을 더 자주 사용하면서 그녀를 쫓아갔다.
스슥. 스스슥.
이제부터 진짜 승부였다.
둘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달렸고, 그 와중에 하운평은 살짝 고민되었다.
‘이길까? 아니면 져줄까?’
사실 무리하면, 더 빨리 달리는 것도 가능했다. 잠깐 고민한 후, 정신을 집중했다.
공지운은 진심으로 달리는데, 일부러 지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지도 궁금해졌다.
하운평은 숨을 멈추었다. 그리고 술법을 최대한 오래 끌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술법을 연속으로 사용했고, 갑자기 그의 몸이 앞으로 쭉 늘어났다. 그러는 동안 계속 경공을 사용했고, 그녀를 압도적으로 추월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단숨에 산의 정상까지 올라갔다.
“크헉. 허억. 허억. 헉헉.”
가슴이 터질듯하고, 구역질이 나왔다. 하운평은 너무 힘들어 완전히 바닥에 드러누웠다.
조금 전의 수법은 그만큼 힘든 기술이었다. 잠시 후, 공지운이 올라왔고, 그녀도 힘든지 헉헉거렸다.
“후우. 후우.”
그녀는 하운평을 보고, 왠지 분해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금방 웃으면서 투덜거렸다.
“체앳. 네가 그렇게 힘들어하니까, 다행이다. 난 지금 처음으로 경공 시합에 져서 큰 충격을 받았거든.”
사실이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경공 시합에서 져본 적이 없었다. 더구나 비슷한 또래에게 이렇게 큰 차이로 질 줄이야.
아무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펑펑 울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운평을 억지로 일어서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내가 졌어. 나는 경공만 사용한 게 아니거든.”
“무슨 뜻이야?”
“술법을 같이 사용했어.”
하운평은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자 공지운은 처음에는 놀랐다가, 나중에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엄밀히 말하면, 하운평의 말이 맞았다. 두 사람은 경공 시합을 했으니, 술법을 사용한 하운평의 패배였다.
하지만 이곳 위초봉까지 누가 빨리 도착하는지 겨루는 시합에는 하운평이 이겼다.
곰곰이 생각하던 공지운은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