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53
너의 초식이 보여 253화
대립(2)
교주 배유천은 적혈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황과 무림맹 놈들이 오고 있습니다.”
“들었다.”
“사대무구의 세 가지를 가진 놈도 같이 있는 것 같습니다.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지금 멸화주작구를 가지고 있었고, 다른 무구들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적혈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계속 보고했다.
“신교의 전사들은 완벽하게 숨었습니다. 저들은 저 혼자 있는 줄 알 테고, 토성 근처로 오는 순간, 기습할 예정입니다. 그럼 깔끔하게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가만히 듣고 있던 적혈주가 갑자기 말을 끊었다.
“아니, 계획을 바꾼다.”
“네에?”
“굳이 여기까지 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잖아. 우리가 그쪽으로 간다. 기습이야.”
“하지만 벌써 장로들까지 자리를 잡았고,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그럼 다시 준비하면 되겠네.”
“끄응.”
배유천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참고 있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적혈주는 가만히 바라보았고, 결국 배유천은 다시 물러났다.
“아, 알겠습니다. 기습 준비를 하겠습니다.”
“아니다. 너는 그냥 여기 있어.”
“네?”
“주작구를 가지고 있잖아. 저들이 사대무구 중 세 개를 가지고 있는데, 너까지 가면 네 개가 다 모이잖아. 그것만은 피해야지. 그러니 너는 이곳에 남아라.”
배유천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적혈주의 주장은 타당했고,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곧장 적혈주는 신교의 전사들은 불러 모았고, 도황 백수련이 오는 방향으로 달려가 버렸다.
이곳에는 오직 신교의 교주 배유천만 홀로 남았다.
‘끄응. 두고 보자.’
이제 배유천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반면 사대무구를 가지고 있는 손월영도 알 수 있었다.
배유천이 이미 도착했고, 근처에 있다는 걸.
그 사실을 하운평에게 말했고, 도황 백수련에게도 전했다.
“나도 알고 있다. 예상대로 그놈뿐 아니라, 마교 놈들이 떼거지로 왔어.”
잠시 후,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었다. 하운평이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그래도 함정을 파고 기다린다는 것이 계획인데…… 아무래도 교주가 실패한 것 같군요.”
“어쩔 수 없지. 그나저나 저들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다. 흩어져야겠어.”
적혈주는 기습이라고 했지만, 기운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기운을 드러내며 다가왔고, 화경의 고수들이 열 명이 넘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도황 백수련과 하운평, 무존 심연대사, 그리고 각파에서 차출한 절정고수 사십 명이 전부였다.
하운평이 말했다.
“차선책으로 가시죠. 일행을 둘로 나누는 겁니다. 도황님과 저, 그리고 심연대사님과 손월영으로요.”
“이유가 따로 있나?”
“저와 도황님은 적혈주를 유인해야 하니까요.”
백수련은 피식 웃었다.
“좋아. 끝까지 해보자.”
“심연 대사님은 적혈주를 제외한 놈들을 붙잡아주십시오.”
“노력해 보지.”
일행은 둘로 나누었고, 좌우로 갈라졌다.
백수련은 하운평에게 물었다.
“그럼 우리는 우측으로 크게 돌아서 경이목으로 간다.”
“네.”
“그런데 적혈주가 과연 우리를 쫓아올까?”
“네. 확실합니다.”
하운평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
그의 예상대로 마교도 둘로 나뉘어서 쫓아왔다. 한데 적혈주는 이쪽이 아니라, 반대쪽으로 가고 있었다.
쿠쿠쿠쿠.
콰콰쾅.
콰직.
화경에 이른 고수들의 싸움이 천지를 흔들었다.
마치 천지를 뒤덮는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았고, 모래가 흩날리면서 시야를 가렸다. 그 안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미타불.”
그중에서 심연대사가 실력이 압도적이었다.
역근경을 바탕으로 한 백보신권이 상대를 짓눌렀고, 금강부동신법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수십 명의 잔상을 선보였다.
그리고 항마의 힘이 들어간 사자후로 마교의 무인들을 흔들었다.
“흑천귀검 제이십일식.”
“마골조의 힘을 보여주마.”
“하아압. 혈사검파.”
마교의 장로들도 만만찮았다.
하나같이 강기를 줄줄 뽑아내며, 심연대사를 상대했다.
네 명의 마교 장로들이 심연대사를 포위했고, 나머지 두 명은 손월영에게 다가갔다.
손월영은 사방천수도의 무구들을 이용하면서 십천간편의 능력을 뽑아내고 있었다.
콰르르르.
한 손에서는 청룡뇌신검의 막대한 뇌력이 쏟아졌다. 그리고 무적백호도는 소리 소문 없이 상대를 갈라냈다.
스치기만 해도 뼈가 보일 정도로 쫘악 찢어지니, 그 날카로움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리고 그녀가 입고 있는 암흑현무갑은, 어떤 공격도 상쇄시켜 주는 효과가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두 명의 화경 고수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다.
심지어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손월영은 방심하지 않았다. 싸우면서 주의를 끊임없이 살폈다.
부딪치는 순간, 분명 적혈주를 봤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그가 보이지 않았다. 그의 성격상,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서 나와라 적혈주.”
손월영은 크게 소리치며 그를 도발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막대한 기운이 손월영을 덮쳤다.
너무 급작스러워, 가슴이 진탕되었지만, 곧 십천간편의 힘을 전부 끌어내었다.
퍼퍼퍼펑.
폭음이 연속으로 울렸고, 다시 그의 기운이 사라졌다.
그리고 뒤에서 기척을 느끼는 순간, 전력을 다해 오른손을 휘둘렀다.
콰르르.
뇌신청룡검의 뇌력이 한 점으로 집중해서 쏟아졌다. 그 위력이 놀라워, 주위의 모래들까지 타서 재가 될 정도였다.
하지만 적혈주는 다치는 걸 신경 쓰지 않았고, 오직 손월영의 왼손만을 노렸다.
애초에 그가 노리는 건, 손월영이 아니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사대무구를 처음부터 노리고 있었다.
콰직.
손월영의 왼손이 부러졌다. 그리고 적혈주는 무적백호도를 빼앗았고 그길로 달아났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물러난 것이다. 손월영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
“거기 서라. 적혈주. 다시 싸우자. 적혈주!!”
하지만 어느새 적혈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만 잔상처럼 남았다.
“이로써 사대무구 중 하나는 내 손에 들어왔다. 얌전히 기다려라. 손월영. 하운평을 처리하고 너도 상대해 줄 테니. 그리고 무신 심연대사. 만나서 반가웠어. 나중에 봅시다.”
역시 그의 목표는 하운평과 도황 백수련이었다.
이곳에 온 이유는 단지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 사대무구 중 하나를 뺏으러 온 것뿐이다.
* * *
그사이 하운평은 격이목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빠른 행보였는데, 마교와 싸우기보다는 도망만 다녀서 가능한 결과였다.
그는 일단 적혈주가 없는 걸 확인한 뒤, 소릴 질렀다.
“결정을 내릴 때가 되었습니다. 신교의 하늘이시어.”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배유천에게 전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거짓말같이 마교의 전사들이 물러났다.
아직 검을 들고 있으나, 머뭇거리는 모습이었다. 그사이 배유천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교의 장로 중 한 명이 그에게 물었다.
[교주님. 정말로 태상장로님을 치시려는 겁니까? 무림맹과 손을 잡고요?] [귀 장로.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그를 잡지 못하면, 앞으로 우리의 세계는 영원히 없습니다. 늙어 죽을 때까지 태상장로의 뒤치다꺼리만 하다가 죽을 겁니다. 그러고 싶습니까?]희망.
사람이 살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비록 지금이 힘들고, 어려워도 나중에 보상이 있다면, 괜찮아진다는 믿음만 있으면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마교의 지도부에는 그런 희망이 없었다.
태상장로는 죽지 않는 불사신이었고, 무슨 짓을 하든 그를 넘을 수 없었다. 무조건 그의 말에 따라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신교 전사들은 호전적이었고, 누구보다 강해지고 싶은 욕심이 있는 인물들이다.
순한 양이 될 수 없는 늑대들이었다.
장로들은 고민하는 사이, 그 아래의 무사들은 더욱 혼란스러워했다.
물론 교주님의 말은 절대적이다. 무조건 따라야 하지만, 그 위에 태상장로가 있는 것도 모두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누구를 따라야 하나?
미묘한 침묵이 이어졌고, 이런 때에 적혈주가 도착했다.
그는 이 상황을 금세 파악했다.
“하하하. 배유천. 드디어 칼을 뽑았구나.”
“이제야 깨달았소. 태상장로. 당신도 바라고 있었다는 걸.”
“그래. 네 말이 맞다. 나는 네가 움직이기만 기다리고 있었지. 그런데 묻고 싶군. 이길 자신은 있는가?”
배유천은 비장하게 대답했다.
“사대무구가 이곳에 있는 이상, 그대의 능력도 영원하진 않을 거요.”
“아. 그렇지. 이걸 말하는 거지?”
적혈주는 방금 뺏은 무적백호도를 꺼냈다. 배유천은 그걸 보고 당황했다. 하지만 억지로 소리쳤다.
“누가 가지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소. 오늘 이곳에 네 개의 무구가 모였다는 것이 중요하지.”
“하하. 그렇지. 그런데…… 이러면 어떨까?”
적혈주는 내공을 일으키더니, 들고 있는 무적백호도를 양쪽에서 잡고 비틀었다.
놀랍게 무적백호도가 점점 휘어졌다.
백호도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적혈주는 강기를 손에 두르고 있음에도 손이 갈라졌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고, 적혈주의 손은 뼈가 보일 정도로 갈라졌다. 그리고 마침내 째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적백호도가 부러진 것이다. 그리고 적혈주의 손은 다시 본래대로 돌아왔다.
배유천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이럴 수가…….”
“하하하. 배유천. 너의 표정을 보니 효과가 있는 것 같구나. 역시 이렇게 부서지면, 사대무구의 능력을 사용할 수 없는 거였어.”
적혈주가 막대한 내공의 힘으로 무적백호도를 부서뜨렸고, 무적백호도의 영능이 사라진 것이다.
주작구를 들고 있는 배유천은 알 수 있었다.
‘이, 이제 어떡하지?’
태상장로의 능력을 없앨 수 있던 단 하나의 방법이 사라진 셈이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하운평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하운평은 아직 웃고 있었다. 그가 전음을 보냈다.
[아직 끝난 건 아닙니다. 이제 시작입니다.]동시에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바닥이 흔들렸다.
바닥이 양옆으로 갈라지면서 그 위에 있는 모래가 아래로 쏟아졌다.
그 넓이가 좌우로 이십 장은 되었다.
동시에 하운평과 도황이 적혈주에게 달려들었다. 배유천에게도 전음을 다시 보냈다.
[사대무구는 적혈주를 이곳까지 데려오기 위한 미끼에 불과합니다. 다른 수가 있으니 도와주세요. 그를 저 아래로 데려가야 합니다. 그래야 승산이 있습니다.]지금 상황에서는 하운평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사대무구는 이미 망가졌고, 태상장로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쏘아진 화살이며, 되돌릴 수 없었다.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장로들에게도 강제적으로 도우라며 전음을 보냈고, 전력을 다해 태상장로에게 달려들었다.
장로들 역시 앞을 다투어 태상장로에게 무기를 휘둘렀다.
쉬잇.
파파팍.
“크하하. 좋다. 덤벼라.”
적혈주는 만만치 않았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일에 놀랐지만, 완벽하게 막아냈다.
일곱 명의 화경 고수들이 덤볐지만, 적혈주를 지키던 호위 네 명이 나타나면서 무력이 비슷해진 탓이다.
이런 상황에 적혈주를 잡고, 아래로 내려가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때 하운평이 소리쳤다.
“지금입니다. 나오세요.”
바닥이 갈라지고 모래가 떨어지면서 커다란 공간이 생겨났다. 그 안에서 수십 명의 고수들이 튀어나왔다.
그중에는 권왕을 포함하여, 검성, 빙하선녀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까지 합세하면서 이쪽의 무력이 더욱 우세해졌다.
“푸하하. 좋아. 준비를 많이 했나 보구나.”
저 멀리서 무존 심연대사가 날아오는 것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적혈주가 아무리 대단해도, 또 그의 호위무사 네 명이 전부 화경의 고수라도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결국 저 아래의 구멍으로 눈을 돌렸다.
상대적으로 공간이 좁으니, 소수의 입장에서는 유리할 수 있었다. 게다가 지하에 있으면, 자신의 능력은 몇 배 더 강해진다.
“그래. 아래에 또 뭐가 있는지 모르지만, 상대해 주지.”
적혈주는 이들을 피해 스스로 아래로 뛰어들었다.
그는 여전히 이길 자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