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53
너의 초식이 보여 53화
사기꾼의 말로(2)
사기꾼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이름은 이진성.
도박장에서 만난 사이라고 했다. 같이 도박도 하고 술을 마시면서 친해졌고, 자신이 사기꾼인 걸 자랑스럽게 밝혔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 내부정보를 알려준 대가로 은 백 냥을 줬으며, 곧바로 배를 타고 동쪽으로 사라졌다고 들었다.
나는 마음을 읽어 이진성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았다. 먼저 화백을 불러 그의 초상화를 여러 장 만들고, 무적문의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조를 나누어 동쪽으로 보냈는데, 특히 당주들에게는 따로 지시를 내렸다.
이진성은 도박을 좋아하는 놈이고, 도망간 지 채 이틀이 지나지 않았다. 큰돈이 생겼으니 도박이 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할 것이다. 그래서 동쪽으로 가면서 특히 도박장을 유심히 살피라고 했었다.
그리고 단 하루 만에 그놈을 찾아냈다. 역시 이진성은 도박장에 있었다.
나는 총당주 호병안과 함께 그 도박장으로 향했다. 무림원의 무사들은 이미 이진성을 붙잡고 포박해 놓은 상태였다.
이진성은 뺀질뺀질거리고 겁이 없는 남자였다. 내가 가는 동안 무적원의 당주들이 겁을 주고, 협박했는데도 조금도 기죽지 않았다. 타고난 배포가 있어서인지 칼 앞에서도 여유가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 웃었다.
“크큭. 드디어 대장이 나타난 건가? 그런데 이 어린놈은 대체 뭐야?”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당주들에게 물었다.
“돈은 찾았나요?”
“네. 하지만 벌써 삼 할 정도는 쓴 모양입니다. 금 칠십 냥밖에 없었습니다.”
호방안이 탄식했다.
“허어. 하룻밤도 안 되어 금 삼십 냥이나 쓰다니. 그것도 도박으로.”
이진성은 크게 웃었다.
“푸하하.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큰돈을 원 없이 써봐야지. 이제 죽어도 여한 없으니, 어서 빨리 죽여라.”
“도저히 안 되겠다.”
“우리 문주님이 일반인에게는 무공 사용을 금하셨지만, 너는 좀 맞아야겠다.”
당주들이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퍼퍽. 퍽.
내공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무림인의 주먹이었다. 금세 입술이 터지고, 멍이 들었다. 하지만 이진성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늙은이치고는 주먹이 제법이구나.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좀 더 때려보아라.”
“이놈 봐라?”
당주들은 내공까지 사용하려 했고, 내가 나서서 말렸다.
“그만두세요.”
“끄응. 완전 미친놈이잖아.”
“사기 친 놈이 이렇게 당당할 줄이야.”
“낄낄낄. 나야 이제 잃을 것이 없으니까.”
그의 생각을 읽어보니 그는 정말 잃을 것이 없었다.
나이가 이립이 넘었지만,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적이 없었다. 열 살 때부터 사기를 치기 시작했고, 감옥에도 몇 번이나 드나들었다. 일자리를 구한 적도 있지만, 금방 그만두었다.
한마디로 그는 사기로 한탕 벌면 좋은 거고, 안 되면 죽을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놈을 때려 봤자 기분만 더러워질 뿐이다. 제대로 된 벌을 주려면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호병안이 물었다.
“소문주님 어떡할까요?”
“글쎄요. 일단 문으로 데려가세요.”
“소문주님은요? 같이 안 가시나요?”
“저는 잃어버린 돈을 회수해야죠.”
나는 이진성이 돈을 잃었다는 도박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딱 반 시진 만에 잃어버린 돈의 세 배를 회수했다.
나중에는 도박장의 주인이 제발 나가달라고 사정해서 어쩔 수 없이 나왔다.
* * *
하운평은 무적문으로 돌아갔다.
현재 이곳에서는 이진성을 어떻게 처리할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냥 고문 기술자를 부르자니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전문가가 있어.”
“에이. 그래도 사람을 고문하는 건 아니지. 비인간적이잖아.”
“야. 우리 돈을 훔쳐 간 사기꾼이잖아. 조금은 비인간적이어도 괜찮아.”
“그래. 죽이는 것보다는 낫다.”
“그래도 나는 반대. 단지 괴롭히기 위해서 신체를 훼손하는 건 아니라고 봐.”
“하긴 저런 놈이 고문한다고 괴로워할까?”
“그럼 어쩌자고? 저런 놈을 그냥 풀어줄 거야?”
다양한 의견이 난무했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때 하운평이 나섰다.
“그냥 관청에 신고해서 감옥으로 보냅시다.”
“소문주님 정말입니까?”
“그렇게 쉽게 보내주자고요?”
무적문 사람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반대했다. 하운평은 이진성을 가만히 보더니, 사람들에게 말했다.
“대신 우리의 울분도 풀긴 해야죠. 잠깐만 시간을 주세요.”
그는 이진성을 데리고 집무실로 들어갔다.
하운평은 이진성 앉혀놓고, 묶어놓았던 밧줄도 풀어주었다. 이진성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운평이 그에게 물었다.
“이진성, 이 세상에 제일 무서워하는 게 뭐지?”
“뭐라고? 크흐흑. 꼬맹아. 나는 말이야. 무서운 게 없는 사람이야.”
뜬금없는 질문에 그는 큰소리쳤다. 하지만 하운평은 가만히 지켜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집무실을 나가서 사람들에게 말했다.
“거미를 구해봅시다.”
“네에?”
“무슨 말씀입니까?”
“저놈하고 얘기해 보니까, 저놈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게 거미랍니다. 그러니까 관청에 보내기 전에, 거미로 가득 찬, 근사한 방에 가둬 두는 건 어떨까요? 하루만요.”
“야아. 그거 괜찮은데요.”
“알겠습니다.”
“요즘 거미가 어디에 있지?”
“마을에 가면 거미를 파는 것 같은데.”
소문은 금세 퍼졌고, 무적문의 모든 사람들은 거미를 모으기 시작했다.
현재 무적문 내 인원은 칠백 명이 넘었다. 그리고 거래처와 관련 사람들까지 합하면 이천 명이 넘는다.
그 모든 사람들이 거미를 찾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반나절도 안 되어 수백 마리의 거미가 모였다.
그걸 창도 없는 작은 방에 모았다. 그리고 이진성을 그곳으로 데려갔다.
“크큭. 나를 내일 관청으로 보낸다며? 크크큭. 억울해서 어떡하나? 무적문 놈들아.”
그는 이 자리에 모인 무적문 무인들을 보면서 여유를 부렸다.
철컥.
방에 들어갔지만, 너무 어두워서 뭐가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이진성은 일부러 더 크게 소리쳤다.
“방 좋네. 무적문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다니까. 사기를 당해도 친절하게 독방까지 주고. 하하하.”
그는 끝까지 웃으면서 사람들의 약을 올렸다.
그때 하운평이 문에 붙어 있는 작은 창을 열고, 밝게 빛나는 야명주 하나를 넣었다. 그리고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진성. 독방이 아니다. 그 친구들하고 친하게 지내고 내일 보자.”
이진성은 그의 말 대신 야명주에 관심이 갔다.
“호오. 꽤 비싼 야명주네. 이 정도면 크기면 최소한…… 응, 잠깐만. 이게 뭐야? 아, 안 돼.”
그는 그제야 방 안의 거미들을 볼 수 있었다.
손바닥보다 큰 거미부터 털이 달린 거미, 붉은색 거미 등, 독이 없는 거미 수백 마리가 방 안에 있었다. 방의 벽과 구석, 천장에 다 붙어 있었다.
“으으으으. 으아악. 으악. 사, 살려줘. 제발 열어줘.”
쿵쿵. 쿵.
이진성은 문을 두드리며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때리고 협박해도 꼼짝 않던 그였지만, 지금은 경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아악. 무, 무적문 대인들. 죄송합니다. 제,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으아아악. 엉엉엉. 제발 열어주세요.”
심지어 이진성은 울음까지 터뜨렸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고,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일을 했다.
다음 날 현청에서 포쾌가 올 때까지, 이진성은 기절하고 깨어나는 것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리고 방 밖으로 끌려 나올 때는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 있었다.
무적문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은근히 만족했다. 죄를 지은 만큼 벌을 잘 받았다고 생각했다.
또 하운평에 대해서는 은근히 두려움이 생겼다. 독종인 이진성에게 그가 겪을 수 있는 최대치의 고통을 주었고, 단 반나절 만에 울보로 만들었다.
누구든 하운평에게 잘못 보이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 * *
사흘 후, 방대일 총관이 찾아왔다. 하운평과 파해천이 같이 있는 자리였다.
“문주님. 무영문에서 답변이 왔습니다. 현재 신기수사는 사천성 남쪽에 위치한 홍문(興文)이라는 숲에 있다고 합니다.”
“사천? 그 먼 곳에서 뭐 하는데?”
“신기수사가 비밀을 요했기 때문에 그것은 알려줄 수 없고, 정확한 위치도 모른다고 합니다. 다만 숲에 들어간 지 오 년이 넘었다는 것만 알려줬습니다.”
“허어. 오 년이나?”
파해천은 궁금해서 당장 가고 싶었다. 그가 엉덩이를 들썩이자, 하운평도 찬성했다. 그 역시 신기수사를 만나 혈교와 녹색 구슬에 관한 것을 묻고 있었다.
“그럼 바로 갈까요?”
“그래. 오랜만에 같이 산책 가자.”
“아, 잠시만요.”
그는 파해천에게 신기수사에 대한 몇 가지를 물었고, 출발하기 전에 물건들을 준비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하늘을 날아갔다. 목적지는 사천성의 홍문 숲이었다.
* * *
무림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각기 다른 사람을 지목한다. 그만큼 무림에는 잘난 사람들이 많았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하지만 무림에서 가장 박학다식한 사람이 누구냐 물어본다면, 열에 아홉은 한 사람을 지목한다.
신기수사 봉진태.
최소한 십 년 전까지, 그는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진태야! 봉진태!!”
조용한 산속에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온갖 산새가 날아가고, 산짐승들은 도망갔다.
큰 목소리의 주인공은 파해천이었다. 그가 하늘을 날면서 소릴 지르고 있었다. 하운평은 그에게 매달린 채 귀를 막고 있었다.
무려 반 각이나 소릴 질러도 반응이 없자, 파해천은 ‘사자후를 시전해 볼까?’ 고민하던 찰나였다.
구석진 숲에서 일갈이 터졌다.
“어떤 놈이야! 어느 잡놈이 귀하신 이름을 계속 불러?”
칼칼한 목소리였고, 파해천은 그에게 날아갔다.
나무 꼭대기에 앉아 있는 남자는 산발을 한 노인이었다. 머리카락과 수염을 몇 년 동안 깎지 않았는지, 굉장히 길었고,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가 바로 신기수사 봉진태였다.
그런데 그는 파해천의 말과는 다르게 친하지 않았다. 파해천을 보자마자, 대뜸 욕을 하고 고함을 질렀다.
“이 똥구멍에 털 난 늙은이야. 다시는 보지 말자고 했잖아. 그런데 무슨 생각으로 내 눈앞에 나타나?”
“진태야. 벌써 십 년도 지난 일인데, 아직도 꽁해 있냐?”
“야. 이름 부르지 말라니까. 멋진 별호 놔두고 왜 이름을 부르고 지랄이야? 그리고 아직도 꽁해 있냐고? 이 못생긴 늙은이야.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잊었어? 내가 몇 년을 쏟아부어 만든 역작을 측간에서 똥 닦고 버렸잖아.”
하운평은 옆에서 피식 웃었고, 파해천은 머릴 긁적이며 변명했다.
“나는 몰랐다니까. 이상한 도형이 그려져 있고, 알아보지도 못할 글자가 있길래 낙서인 줄…….”
“이 망할 늙은이야. 그러니까 왜 남의 집에서 똥을 싸? 그리고 싸려면 나뭇잎이나 사용할 것이지, 왜 내 물건에 손을 대냐고?”
“알았다. 알았어. 미안하다. 내가 네 물건을 만져서 미안하니까, 제발 화 좀 풀어라.”
그러자 신기수사 봉진태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커다란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는 멍한 표정으로 파해천을 바라보았다.
“너어, 권왕 맞아? 아니면 혹시 죽을병이라도 걸렸냐?”
“뭐라고?”
“아니면 갑자기 왜 그러냐? 천하의 고집불통, 권왕이 사과를 다 하다니?”
신기수사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허어. 내가 너를 안 지 사십 년이 넘었는데, 미안하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다. 평생 못 들을 줄 알았는데……. 역시 사람은 변하는 건가?”
“잡소리 그만하고. 인사해라. 내 제자, 하운평이다.”
“제, 제자라고?”
봉진태는 더 큰 충격에, 파해천과 하운평을 번갈아 보았다.
“불통의 대명사인 권왕에게 제자라니……. 허어.”
“안녕하십니까?”
봉진태는 하운평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아해야. 혹시 이 늙은이한테 약점이라도 잡혔니?”
파해천이 끼어들었다.
“시끄럽고. 얘기나 좀 하자.”
“됐어. 얘기는 무슨……. 사과는 받아줄 테니까 꺼져라. 나 바쁘다.”
“혈교가 다시 나타났는데?”
“혈교?”
봉진태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결국 한숨을 쉬었다.
“휴우. 오늘따라 놀라운 일이 많이 생기는구나. 따라와라.”
봉진태는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커다란 나무의 옹이구멍으로 안으로 들어갔고, 지하석실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러니 찾기 힘들 수밖에.’
하운평은 집의 형태와 구조에 감탄하면서 그를 따라갔다. 봉진태는 파해천에게 다시 경고했다.
“다시 말하지만, 절대, 절대 내 물건에는 손대지 마라. 아니, 쳐다보지도 마.”
“알았다. 알았다고.”
파해천은 수차례 대답했고, 봉진태는 나중에는 이름 모를 차도 한 잔 내주었다.
봉진태는 의자에 앉으면서 물었다.
“혈교 때문에 왔다고? 말해봐.”
그때부터는 하운평이 입을 열었다.
본인의 능력은 제외하고, 우익편과 향로, 그 속에서 발견한 녹색 구슬까지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혈교의 음적도 전해주었다.
“으음. 혹시 그 녹색 구슬. 가지고 있니?”
하운평은 녹색 구슬을 꺼내어 봉진태에게 건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