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48
싸움의 소음이 잠깐 들리고 얼마 뒤, 정민도의 앞으로 수하 두 명이 쓰러지고 말았다.
동현은 몸을 풀었다.
“아저씨는 좀 많이 맞아야겠는데?”
“이 시발! 내가 누군지 알아?”
“강간범 차관.”
동현은 짧게 대답하고 바로 주먹을 날렸다.
아닌 새벽에 소란이 일어나자, 사람들이 바깥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도진도 퍼플링도 고위 관계자들이 나온 상태였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도진을 제외하고는 지하 2층의 광란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이도진이 나섰다.
“어떻게 된 거죠?”
도하연은 태희에게 안기며 흐느낄 뿐이었다. 매니저가 대신 답했다.
“정 차관님이 몹쓸 짓을 하려 했습니다. 대체 키는 어디서 난 거죠?”
“네에?”
이도진은 충격을 받은 상태로 피투성이로 끌려 나가는 정 차관을 보았다.
퍼플링의 지아는 그런 이도진의 곁으로 다가왔다.
“대체 무슨 일이에요? 정 차관님이 저러다니?”
짐짓 모르는 척, 흐느끼는 도하연을 보았다.
‘이제 됐어. 이 정도만 해도….’
강간이 실패든, 성공이든 당했다는 사실 하나로 이도진의 호감도는 떨어졌을 거다.
‘어차피 난 상관없지만, 지만 깨끗한 척하는 건 너무 싫잖아.’
가짜든, 진실이든 더럽게 소문을 낸다.
지아가 흡족해할 때였다. 그녀의 두 눈에 도하연의 시선이 보였다.
울던 얼굴에서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증거도 없는데, 지가 어찌할 거야?’
사주했지만, 증거는 없다. 지아는 안심하고 웃었지만, 하나 착각한 게 있다.
바로 도하연이 이전과 다르게 마음가짐을 확실히 했다는 걸 말이다.
도하연이 울음을 참고 갑자기 지아에게로 향했다.
“저 늙은이한테 안겨서 아주 기뻤나봐? 헛소리도 할 정도로.”
난데없는 폭언에 지아는 순간, 머리가 패닉이 왔다.
“네? 무슨….”
“저 늙은이가 나한테 덤비는 중에 그러더라? 그쪽이 날 욕하는 거? 전혀 있지도 않은 사실로 말이야.”
도하연은 이미 연예인이라는 이미지보다 생존을 우선시한다.
친한 쇼윈도 관계? 이미 버린지 오래였다. 매섭게 지아를 추궁했다.
“지하 2층에서 몸 바쳐서 기껏 한다는 게 남 뒷담화? 미안하지만 난 댁처럼 더럽지는 않거든. 아주 역겨운 년. 어서 빨리 늙은이들한테 안기러나 가. 그거 외에 쓸데가 없잖아?”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폭언. 연예인으로서의 위치를 고수하던 지아에게 도하연의 행동은 너무나 예상 밖이었다.
“미쳤어요?”
“미친 건, 댁 입이지 내가 아니야. 앞으로 상대 함부로 봐가면서 욕해! 왜? 여기 누구한테 몸 바쳐서 불만이나 토로해야지?”
이미 연예인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기로 한 도하연에게 지아는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녀는 순간, 이도진을 보았다.
‘경멸하고 있어.’
누가 봐도 쓰레기를 보는 시선. 그 시선에 지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아…. 아….”
지아는 다급히 도망쳤고, 복도는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도하연은 여기 모인 이들에게 일갈했다.
“바깥에서는 감염자들이랑 피 터지게 싸우는데, 여기서는 어린 연예인을 불러서 지하 2층에서 추잡하게 놀아요? 당신들이 그게 할 짓이에요? 사태 파악이 안 되나 봐요? 부끄러운 줄 아세요.”
도하연이 일갈하자, 몇몇 이들이 나섰다.
“보자 보자 하니까 말을 막 하네?”
“도하연, 저거 연예인으로 인기 좀 있다 하더니, 아주 되바라진 년 아니야?”
“말 함부로 하지 마! 지금 누구 덕에 여기에 있는데! 말만 하면 너넨 끝이야!”
정·재계 관련자들이 압박하는 가운데 매니저가 그녀를 보호했다.
“지금, 우리 연예인한테 뭔 짓입니까? 어떻게 잠긴 문을 연거죠? 이거 확실히 따져야겠습니다!”
“오빠, 그럴 필요 없어요. 나갈 거예요. 더러워서 여기 못 있겠으니까.”
도하연이 몸을 돌리는 그때였다.
군인들과 함께 최선자가 나타났다.
“가만! 어딜 감히 이 사단을 벌이고 가려고? 서로 합의해서 노는 게 뭐가 어때서? 볼 거 다 본 걸레가 처녀인 척하다니. 이도진에게 취집이라도 하려나 봐? 그 한 번 대주면 되지. 체포해요!”
최선자가 군인들의 명과 함께 도하연 일행을 구속하려 할 때였다.
“끄아아악!”
아래층과 위층에서 비명이 들렸다.
난잡한 밤은 2시를 기점으로 끝났지만, 블랙 건의 밤은 조금 더 길다.
리더 엑스는 자기 방 안에서 동생 성호를 쳐다보았다.
창피해 하는 여자를 안고 웃는 성호를 말이다.
“일반인 여자들 너무 많이 데리고 왔네.”
곧, 뒤에서 막내 윤성이 여자를 한 명 더 데리고 왔다.
“어때? 정말로 호텔에서 쉬게 해준다니까? 대신 알지?”
막내는 능숙하게 여자를 안고 성호 옆으로 향했다.
성호는 미간을 좁혔다.
“야! 라이브 포르노는 너희 방에서 하라고! 난 끝난 지 오래야!”
“아니, 내방에서 다른 형들이 하고 있는데 어쩌라고? 애당초 왜 우리가 방을 두 개밖에 못 얻은 거야? 심지어 지하 1층…. 식당가 옆이라 아침에 일찍 깬단 말이야.”
막내는 불평하면서도 숨죽인 여성을 매만졌다.
“되게 부끄러워하네. 자자, 오빠랑 잘 놀자.”
“막내 새끼가 되바라져서는….”
엑스는 라이브 포르노 쇼를 피하고자 밖으로 나왔다.
“그 미친 뚱땡이 년. 하여간 기회만 되면 박살 내버릴 거야.”
담배 한 개비를 물면서 그는 아까 있었던 충성 쇼를 떠올렸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지? 너무 더러운 늪에 빠져 같이 뒹굴고.’
인기. 오로지 인기 때문이었다. 한두 해 반짝 뜨는 거로는 부족하다. 장기간 팬덤을 유지하고 인기를 유지해야 하는 아이돌의 특성상 지원자가 필요했다.
‘소속사는 힘도 없지, 대형 기획사한테 견제 받았지.’
그나마 몸 바친 덕에 이 자리까지 올라온 거다.
‘어쩔 수 없어. 여기까지 왔는데.’
그 대가를 충분히 받아내야 한다. 리더 엑스는 식당 앞에서 한 시간 가까이 서성이다가 다시 안으로 움직였다.
쿵!
갑자기 엄청난 소리가 위쪽에서 들렸다.
“뭐야?”
엑스는 고개를 돌렸지만, 곧 고성이 메아리치는 게 들렸다.
“어디서 또 싸우나 보네?”
알 거 없다. 리더 엑스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가 들썩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해?”
엑스가 피식 웃으며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의 몸은 석고상처럼 굳었다.
분명 침대의 이불은 연한 베이지색이었다. 그런데 지금 시뻘건 피들로 물들여 내장을 흩뿌리고 있었다.
그 위에는 한 여성이 있었다.
피부가 메마르고, 푸른 혈관이 돋아난 끔찍한 몰골로 말이다.
“어…….”
엑스가 놀라서 뒤로 나자빠졌다.
여성의 팔에는 주삿바늘 자국이 선명했다.
“ㄴ어ㅣㅏ론ㅁㅇ;ᅟᅵᆯ;sadj”
“으아아악!”
엑스가 도망치는 순간, 그 누구보다도 빨리 감염자는 달려들었다.
최선자는 의기양양하게 등장했지만, 곧바로 소란에 당황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위아래에서 들리는 기묘한 괴성. 그것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여기서 그 누구보다도 눈치를 빨리 챈 건, 바로 도하연 일행이었다.
도하연이 뛰었다.
“동현 오빠 방으로요!”
매니저가 한탄했다.
“설마 했는데!”
이들이 약속한 것처럼, 자기 방에 들어갔다.
최선자와 나머지 사람들은 당황해하고 있었다.
“어디를 가는 거야!”
“갑자기 이게….”
당황해하는 사람들에게 210호를 나온 도하연이 외쳤다.
“지금 감염자가 내는 소리라고요! 위험해요!”
“음!”
그 외침에 제일 먼저 반응한 건, 이도진. 이미 오전에 탈출 건에 대해 상담한 기억을 떠올렸다.
“확실히 다행이네요. 탈출 수단은 있어서. 모두 일단 군인들의 보호를 받으며 짐부터 챙겨요!”
이도진이 외치는 사이, 도하연 일행은 모두 208호로 모였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이들이 해야 할 건, 하나였다.
동현이 창문을 바라보았다.
“걸어가야 하나?”
매니저는 바깥소리에 주의했다.
“차량이라도 있으면 되는데. 힘들 거 같고, 군인들이 일단 처리를 해주는 걸 바라는 수밖에요.”
혹시나 고립될 경우 탈출 루트를 생각하는 이들이었다.
우선 섣불리 복도로 나가는 건, 자살이다. 위쪽과 아래쪽에서 들린 거니, 자칫하면 포위가 된다.
도하연은 창문을 보았다.
‘일단 군인들을 기다려야 하겠지?’
영종도의 긴 도로를 지나 보이는 군 주둔지는 특별한 이상은 없다.
‘차로 빠져나가도 되려나? 아니야. 그건 애당초 불가능해. 군 주둔지가 막고 있고 그 너머로 감염자들이 가득하면….’
도리어 인천 한가운데서 고립될 수 있다.
“차로 가기보다 배나 헬기가 괜찮은데….”
동현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헬기로는 고작 10명도 안 돼. 탈 수 있는 건, 소수지.”
“그렇다면 높으신 분들이겠네요?”
도하연은 역시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헬기로 이동할 수 있는 이들은 소수다. 그렇다면 길은 하나.
“여기서 항구까지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건데요.”
매니저는 고개를 저었다.
“누가 차키를 꽂고 타면 모를까. 차가 없어.”
이들이 짐을 메고 대기 중일 때였다.
탕,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군인들이 감염자를 쏘는 소리다. 저것이 정리되면 이들은 바깥으로 향한다.
만약에 그렇지 못하다면?
동현이 창문을 열었다.
“2층이라지만 은근히 무서워. 사람이 먼저 내리고 짐을 그다음에. 마지막 사람이 짐 다 던지고 내리면 됩니다.”
친절한 강사처럼 설명해주고 10분이 지나갔다. 총성이 잦아들고 있었다.
도하연은 동현 커플을 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고마웠어요. 진짜 위험했는데.”
그녀는 아까 전 일어난 사건에 대해 동현 커플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끔찍해.’
그러면서 다시 몸서리쳤다. 하도 충격적인 사건의 연속이어서 넘어갔지만 그야말로 공포영화 속 주인공 신세나 다름이 없었다.
태희가 제일 먼저, 도하연의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그나저나 괜찮아?”
“네. 이게 더 급해서 그나마 희석되네요.”
도하연은 웃픈 얼굴로 대답했다.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게 하나 있었다.
“그런데 언니! 새벽인데 어떻게 바로 오셨네요? 진짜 잠귀 밝으시다!”
“아니, 안 자고 있었어. 그래서 동현이가 좀 많이 화났지만 말이야.”
순간 태희가 미묘하게 웃었다. 동시에 동현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도하연이 그 의미를 이해하는데 5초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 아! 아앗!”
뒤늦게 홍당무처럼 붉어지는 모습에 동현 커플이 낄낄거렸다.
그때, 밖에서 이도진이 외쳤다.
“모두 지하 주차장으로 피신하세요! 위층은 가지 못합니다!”
그가 외치자마자 이들은 벼락같이 문을 열고 달렸다.
이도진이 지나가면서 도하연과 눈을 마주쳤다.
“아래층에 군인들이 차량을 대기시켜놨으니 일단 도망가세요. 그리고 부두로 가세요. 지금 배 하나가 도착해있을 겁니다.”
“감사해요.”
도하연은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려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위쪽에서부터 감염자들이 쏟아지는 게 아닌가.
군인들이 총을 쏴대면서 막고 있었다.
도하연은 가방을 앞으로 메었다.
‘혹시라도 달려드는 걸 막을 수 있을지 몰라.’
1층 로비로 향하는 그때였다. 갑자기 사람들 앞에서 감염자가 ‘뛰어’ 왔다.
“저게 뭐야?”
고작 한 마리. 하지만 뛴다는 그 이미지 하나로 사람들은 패닉에 빠졌다.
동현과 매니저를 제외하고 모두가 경악했다.
특히나 같이 뛰던 최선자는 군인을 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