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같이 술을 못해서 아쉽군요.”
“아닙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하하. 역시나 FM이시군요. 너무 그렇게 곧으면 살기가 힘들 텐데… 아쉽군요.”
“그럼 들어가시죠.”
꾸벅 인사를 하는 시후에게 손인사를 한 대한민국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진종수 경무관은 그대로 차를 출발시켰다.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며 시후는 방금 전 식사자리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번에 서울경찰청에서 강력범죄수사대 4계를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강력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그 필요성이 절실해진 탓이지요. 그리고 저희는 그곳의 계장으로 윤시후 계장을 임명할 생각입니다.”
아직 시험도 치르지 않았고 결과도 나오기 전이지만 이미 모든 이가 시후의 경정진급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시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었기에 시후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게다가 원치 않은 호의는 그에 걸맞은 대가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하아. 정말 내가 잘하는 건지 모르겠군.”
오늘 자리는 시후를 국수본으로 데려왔었던 수사국장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정작 수사국장은 급한 일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진 경무관으로부터 충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른 부수적인 이야기를 제하자면 결국 자신의 라인 쪽으로 붙으라는 소리였다.
그렇게 하면 시후가 추진하는 대부분의 일을 자신들이 서포트해 주겠다면서.
“하지만… 당연히 공짜가 아니겠지.”
아마 시후 개인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를 이용하려 할 것이다.
무엇을 요구할지 과연 어떤 형태로 활용할지는 그때그때마다 다르겠지만 시후 개인의 신념이나 의도와 부딪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시후가 원하는 것을 경찰조직 내에서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힘과 영향력이 필요하다.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다.
“술을 마시는 게 더 나았으려나.”
하지만 시후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저자들과 괜히 술자리를 가졌다가 뒷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나마 저들이 경찰조직 내 파벌에서는 깨끗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편이긴 해도 어쨌든 파벌은 파벌이니까.
그리고 시후는 오늘 또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
“그냥 천천히 걸어가면 되겠군. 약속 시간이 9시니까… 아직 시간은 괜찮군.”
동생인 시영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한 시후가 천천히 공덕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곳에 시영이 오피스텔을 얻어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시영은 자신의 집 근처 이자카야에서 9시쯤 보자고 제안했고 시후는 그 제안을 승낙했다.
“만약 그 약속이 없었다면 오늘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했을지도 모르겠군.”
어디 조용한 곳에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자는 진 경무관의 제안에 시후는 선약이 있다며 거절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친동생을 만나기로 했다는 시후의 말에 진 경무관도 딱히 뭐라고 할 수는 없었나 보다.
“야! 한잔 더 해!”
앞쪽에서 다소 커다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곳에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이들이 담배를 피우며 크게 떠들고 있었는데 데시벨 조절이 안 되는 거 보면 꽤 많이 취한 듯 보였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이 시후가 건너야 하는 횡단보도 옆이었기에 시후는 어쩔 수 없이 그들 가까이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조금 과하기는 했지만 젊은 시절을 마음껏 즐기는 것처럼 보여 시후는 피식하고 웃으며 신호를 기다렸다.
“뭘 쪼개요?”
분명 자신에게 하는 말이 분명했지만 시후는 그 말을 무시하고 신호등 쪽에 시선을 그대로 둔 채 자리를 조금 옮겼다.
일선 경찰서에서 일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주취자하고는 크게 엮여서 좋을 것이 없다.
게다가 자신은 경찰의 신분.
괜히 저런 시비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조금 생각이 달랐던 모양이다.
“씨X, 개무시네?”
“야, 야. 참아. 쫄았나 보지.”
“어머. 근데 잘생겼다, 저 오빠.”
젊은 남자들이 사고를 치는 대부분의 원인은 술과 여자다.
그리고 만약 그 두 개가 함께 존재한다면 꽤나 높은 빈도로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시후는 봐왔다.
단순히 지구대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문제가 커져 경찰서까지 오는 경우도 꽤나 빈번했다.
“저기, 이봐요. 아까 왜 우리보고 웃었어요?”
자신을 툭 건드는 짧은 머리의 20대 남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미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발음도 조금 꼬이는 것을 보아 꽤나 많이 마신 것 같은 친구가 표정을 굳힌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뒤쪽을 바라보니 그 일행들은 마치 재미있는 구경을 본다는 듯 낄낄대고 있었다.
‘철이 없구만.’
시후로서는 저 마음을 절대 이해할 수 없었다.
술을 마셨으면 곱게 집에 들어가면 되지 뭐하러 시비를 건다는 말인가.
조용히 그 친구를 돌려보내야 했지만 안 그래도 조금 심란했던 시후였기에 평소보다 조금 거친 말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술 먹었으면 조용히 들어가라.”
“하. 남이사 술 먹고 뭘 하든 말든 뭔 상관이야. 존X 꼰대 같네 씨XX끼.”
“처음 보는 사람한테 욕을 하는 행위는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고.”
마침 신호가 바뀌었기에 시후는 그 말을 남기고 길을 건넜다.
하지만 방금 전 시후의 말은 안 그래도 술에 취한 청년을 더욱 흥분시킬 뿐이었다.
“뭔 죄? 이젠 별그지 같은 게!”
시후는 자신의 뒤로 누군가가 급하게 달려오는 것을 느꼈다.
시후는 슬쩍 풋워크를 하며 자신의 뒷덜미를 잡으려는 청년의 손을 피하고는 역으로 청년의 멱살을 잡았다.
“켁!”
“이렇게 함부로 건드는 것도 범죄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한 번 더 소란피우면…….”
청년의 멱살을 잡은 손의 반대 손으로 지갑을 꺼낸 시후는 청년에게 자신의 경찰 신분증을 보이며 말을 덧붙였다.
“오늘 유치장에서 하룻밤 자게 할 거니까 조용히 들어가라.”
시후의 경찰 신분증을 본 청년이 잠시 움찔하는 사이 시후는 길을 마저 건넜다.
뒤쪽을 흘깃 보니 어느새 달려온 친구들이 방금 전의 그 청년을 데리고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청년은 계속 성질을 부리는 것 같았다.
“하아. 내가 경찰이 아니었다면 계속 덤볐겠구만.”
시민들이 경찰에 실망하고 비판하는 것은 기대하는 것이 있어서 그렇다.
그들이 정말 경찰을 불신하고 있다면 경찰의 실수에 대해 크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경찰에게 맡기는 것도 그러한 신뢰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주체는 경찰조직이 되어야 해. 그들에게는 이러한 신뢰관계가 없어.”
그렇게 중얼거리며 걷다 보니 어느새 약속장소 근처에 도착해 있었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었기에 시후는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귀여운 외모의 카페종업원이 시후를 보더니 크게 놀랐다.
“저, 혹시… 윤시후 씨인가요?”
“아, 맞습니다.”
“어머. 정말 팬이에요.”
“하하. 감사합니다.”
종종 있는 상황이었기에 시후는 웃으며 그녀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최근 뉴스에 나와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았다며 아는 척을 하는 그녀에게 시후는 고맙다고 인사를 한 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시후가 인터뷰한 것은 반년도 더 전이었지만 사회뉴스를 별로 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커피는 꽤나 금방 나왔다.
시후는 커피를 받아 밖이 보이는 유리창 앞에 있는 자리로 이동해 앉았다.
자신을 알아본 다른 시민들에게 인사를 한 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품에서 폰을 꺼내 시영에게 연락하려던 시후의 눈에 시영과 지훈이 보였다.
둘은 자신이 걸어왔던 대로가 아닌 골목 쪽에서 나오고 있었는데 뭐랄까 예전보다 많이 가까워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뒤로 전혀 예상외의 인물이 보였다.
“홍은정?”
하마터면 못 알아볼뻔했다.
체포를 피해 도망 다닐 때나 강릉에서 봤을 때보다 살도 좀 올랐고, 입고 있는 옷 자체도 많이 바뀐 홍은정은 이제야 그 또래로 보였다.
특히나 자신이 체포했을 때의 은정은 가출 청소년 같은 몰골을 하고 있어서 조금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는데 지금의 홍은정은 흔한 여대생처럼 보였다.
“아직 3개월이 채 되지 않았는데 많이 변했군.”
시후가 은정을 체포한 것이 9월 중순쯤이었고,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 10월 중순이었으니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홍은정은 꽤 많이 변해있었다.
일단 분위기 자체가 예전과는 달리 많이 밝아진 모습이어서 시후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왜 저들과?”
시후가 그렇게 의문을 가질 때, 마치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다는 듯 지훈이 카페를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는 자신의 앞쪽으로 다가오더니 씨익 웃으며 밖으로 나오라는 손짓을 했다.
“뭐지?”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카운터로 가 다 마시지 않은 커피를 건네주고는 밖으로 나왔다.
“일찍 와계셨군요.”
“안녕, 오빠.”
“경찰 아저씨, 안녕하세요.”
지훈과 시영 그리고 은정이 시후에게 인사를 했다.
그 셋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후가 지훈을 향해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뭐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같이 일하기로 한 겁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이미 신 대표에게 설명을 들은 탓에 지훈이 하는 일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어떻게 은정이 그 일을 한다는 것인가.
“재능이 있는 친구니까요. 저희는 재능이 있는 인재가 있다면 재능을 발굴하고, 그 재능을 키우는 것을 돕거든요. 은정이도 그 혜택을 받은 것이죠.”
“재능이라…….”
시후가 시선을 은정에게 돌렸다.
은정은 시영과 팔짱을 끼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이 예전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 한눈에 보일 정도였다.
예전에는 무언가 두려움에 휩싸인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느낌이 많이 사라진 은정이었다.
“안 그래도 이자카야 안에 들어가 계실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다행? 뭐가 다행이라는 거죠?”
시후의 되물음에 지훈이 시영을 돌아보며 신호를 보내자 시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네, 지석 씨. 어떻게 됐나요? 아, 그래요? 5분 후요? 네 알겠습니다.”
시후에게 시선을 그대로 둔 채 지훈은 시영에게 물었다.
“5분 후에 가능하답니까?”
“네. 장소도 바로 요기 앞이라고 했습니다.”
“잘됐군요.”
지훈이 그렇게 말하고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훈이 무언가 추가적인 설명이 없자 시후는 지훈의 옆으로 다가가 질문을 던졌다.
“뭐가 다행이라는 겁니까? 설명을 좀 해주시죠.”
“오늘 저와 만난 건 지난번에 신 대표의 제안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맞죠?”
시후는 침묵을 함으로써 지훈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신 대표의 제안은 지금의 시후에게는 꽤나 매력적인 것이었지만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방금 전 진종수를 만났던 것이기도 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후는 지훈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시영을 통해 지훈과의 만남을 요청했던 것이다.
“그런데 왠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시후 씨가 차악을 선택하지 않을까. 그러면 더 좋은 선택을 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겠다하고 말이죠.”
“차악?”
“네. 저는 시후 씨가 경찰 내의 다른 파벌과 손잡으시지 않을까 걱정했거든요. 시후 씨는 궁극적으로 경찰조직을 개혁하고 싶어 하시는 분인데 그건 충분히 차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언제나 느끼지만 지훈과의 대화는 불쾌하다.
그것은 시후 자신이 알려줘야 하는 사실이나 숨기고 싶어 하는 사실을 지훈이 미리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요?”
“증거가 있으시면 굳이 그들과 손을 잡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죠.”
“증거?”
“네. 지금 찾고 계시는 게 그거 아닙니까? 괴물이 존재한다는 증거. 그게 있어야 시후 씨가 하려는 일이 수월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