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298
298화
당초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지훈의 사생활에 대한 관심은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았다.
지훈의 대학 동기라던 사람의 인터뷰 영상이 업로드된 이후 추가 업로드가 되지 않아 관련된 정보가 업데이트 되지 않은 것도 이유겠지만 제일 중요한 이유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사건들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럼 그 부분은 TCS Korea가 대처할 수 없다는 겁니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대처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관련된 법안이 마련되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저희가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겁니다.”
“법안이라. 그건 또 복잡한 이야기가 되겠네요.”
뉴스에서 많이 보던 훤칠한 중년 남자가 왼손으로 이마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중얼거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충 이해한 지훈이 쓴웃음을 지으며 몸을 의자에 기대고 중년 남자를 힐끗 바라보았다.
남자의 이름은 장호석.
현재 여당에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는 중진 중 하나였다.
“그럼 강 대표님께 마지막으로 하나만 여쭤보겠습니다. 판이 깔리면 충분히 그 위에서 춤을 추실 수는 있는 겁니까?”
“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번 자리는 여기까지 하죠. 수고하셨습니다.”
회의가 종료되었다는 말이 끝나자마자 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자신들과 아무런 인사도 없이 빠져나가는 지훈을 보며 회의실 내부의 인원들이 혀를 찼지만 지훈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비행기가 추락한 곳으로 빨리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 누구누구 가 있지?”
“은정이 누나와 민선 누님이 지금 현장에 도착해서 주변을 살피시는 중입니다. 지석이 형님도 곧 도착하실 거라고 연락받았습니다.”
“사람들 반응은?”
“다들 충격이죠. 요괴들의 공격으로 비행기가 파괴되는 일은 처음 겪어봤을 테니까요. 현재 외국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0분 전 중국 청두에서 출발한 중국 항공사 소유의 여객기가 서해 해상에서 하피 무리에게 공격을 받았다.
기장이 급하게 인천공항 관제탑과 연락을 취했지만 딱히 관제탑에서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급하게 인천국제공항을 방어하는 의뢰를 수행 중인 비룡길드에도 연락을 취했지만 그때는 이미 상황이 종료된 후였다.
“그나마 인명피해가 없다는 것이 다행입니다. 기장이 빠르게 잘 대처했어요.”
“지지난달이었던가. 유럽에서 발생했던 그 사건을 기억해낸 거겠지. 잘한 거야.”
“아, 위엘링사건 말씀이시죠? 헬싱키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북해 상공에서 요괴들에게 공격받았던 사건이요.”
“마침 그때 전 세계적으로 요괴들의 출몰이 급증하던 때라 좀 묻히긴 했었지만 말이야.”
요괴들은 꼭 산속이나 숲 한가운데에만 출몰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도시의 어두운 곳에 나타나기도 하고, 설산 위나 바다속에서도 나타난다.
그리고 당연하게 공중에서도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강원도 고성 상공에 짐조 수백 마리가 나타난 적이 있긴 했다.
그렇게 공중에서 나타난 요괴들은 보통 지상으로 내려와 둥지를 꾸리거나 다른 요괴들과 영역싸움을 벌인다.
그러나 위엘링사건을 통해 녀석들이 근처를 지나가는 비행기를 공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이후 각국의 TCS들은 상공에서 나타나는 요괴들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았다.
“비행 허가를 받으려고 한데에는 그런 이유도 있었거든. 하지만 하늘에서 요괴들이 나타나는 경우는 흔치 않지. 그래서 그동안 별일이 없었던 건데 마침 오늘 일이 발생해 버린 거지. 게다가 더 중요한 문제도 있고.”
“중요한 문제요?”
“응. 아마 지금쯤 도착해 있지 않을까 싶은데?”
“누가요?”
“TCS China 말이야.”
* * *
“我们走了.(저희는 가보겠습니다)”
“네, 다음에 뵙겠습니다.”
TCS China 산둥지부의 직원이 지훈에게 인사를 하고 비룡을 타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 직원과 함께 하늘을 날아 사라지는 인물이 있었다.
“도(桃)라고 했던가? 생각보다 반가워하지는 않네?”
“뭐 반가워할 게 있어? 별로 가까운 사이도 아닌데.”
“같은 혼돈계 직원이라고 다 가까운 건 아니구나?”
“우리 회사 직원들이 다 가깝게 지내는 건 아닌 것과 똑같아. 이런 기회가 아니었으면 마주칠 일도 없었을걸? 게다가 이번에는 저쪽에서 실수한 거니까.”
TCS China 직원과 함께 온 혼돈계 직원 도에 따르면 이번 일은 TCS China의 명백한 실수였다.
여객기를 습격한 하피 무리가 튕겨온 것이 산동반도 끄트머리에 있는 웨이하이 일부 지역이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여객기에 탑승하고 있던 사람들에 대한 배상은 TCS China 측에서 다 해주겠다고 했으니 우리는 딱히 신경 쓸 게 없을 거야. TCS China는 일처리에 있어서는 빠르고 정확하니까. 그 과정에 있어서는 뒷말이 있긴 하지만.”
지훈이 알기로 TCS China는 당과 밀접한 연을 맺고 있었다.
그것이 중국 내부에서 활동하는데 제일 편하기 때문이라나.
“아무튼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도 조금 더 권한이 강해질 테니 어떻게 보면 이득이라고 해야 하나?”
“아침 회의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던 건데요?”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은정이 다가와 물었다.
요괴나 영물을 부릴 수 있는 재주를 가진 은정은 그 어떤 이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래서 지훈이 국회에서 국회의원들과 긴급회의를 하는 동안 은정ㅇ이 제일 먼저 이곳에 도착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래서 TCS China 소속의 직원을 제일 먼저 만난 인물이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것도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길래 그냥 그에 대해서 답해준 게 전부야. 지금 우리 권한으로는 국경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바다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이야기하니 그에 대해서 고민해보겠다고 하더라.”
“하긴 우리나라는 국경이라고 해봤자 휴전선밖에 없으니까요. 저한테 미리 이야기해두신 게 있지만 저도 솔직히 말씀하시기 전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백호님은 뭐라고 하세요? 그쪽이 핵심이잖아요.”
“일단 비행이 가능한 영물들에게 언질은 하신 것 같아. 우리가 정식으로 국경수비대를 만들어서 운영하게 되면 그때 바로 지원해주기로 하셨어.”
타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많은 나라에서는 이미 TCS가 국경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유일한 국경이 휴전선이기 때문에 별다른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바다를 통해서 혹은 휴전선을 통해서 요괴가 습격할 수 있다는 인식을 정부도 가졌을 것이다.
“아마 이제는 요괴의 습격으로부터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알아차렸겠지.”
“…….”
“그러면 이제 그 해답을 찾으려고 할 테고 우리를 주목하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허승엽이나 문신우가 우리에게 아끼지 않고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명분을 갖추게 되는 거지. 괜찮은 시나리오지?”
“그렇게 이야기하니 우리 회사가 무슨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 같잖아요.”
“음모와 계획은 한 끗 차이야. 계획의 마지막이 사회에 반하는 것이라면 음모라고 하는 거지.”
지훈이 그렇게 말하며 뒤를 돌아 계단을 내려갔다.
1층 현관에 도착하니 몇몇 사람들이 지훈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기 위한 기자들인 것 같았다.
그들의 질문에 적당히 대답해준 후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탄 지훈은 의외의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네, 반가워요. 은정 씨도 안녕하세요.”
“아, 네.”
은정은 별로 반갑지 않다는 표정을 하고 지훈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 대신 운전석에 앉아 있는 민선과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언니, 오랜만.”
“그래. 오랜만이야. 대표님도 오랜만에 뵙습니다.”
“보고서는 받았습니다. 전부 마무리된 것 같더군요.”
“네.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조폭이라는 놈들은 이래저래 엮여 있는 관계가 많으니까요.”
소영의 과거를 세탁한다는 이유로 그녀와 관련된 조폭들을 조지다 보니 민선은 호남지역에 존재하는 상당수의 조직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제야 모든 일을 끝내고 서울로 올라온 것이다.
“그래서 덕분에 꽤 많은 사람을 벨 수 있었습니다. 이제 사람을 벤다는 것에 죄책감이 없어진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이걸 바라신 건가요?”
“없어지길 바랐던 건 죄책감이 아니라 머뭇거림입니다. 어쨌건 그것도 없어진 것 같으니 다행이군요.”
“…알겠습니다. 서울 사무실로 가시겠습니까?”
“오랜만에 만났는데 식사라도 하시죠. 내비게이션에 위치 하나 찍어드리겠습니다. 오리백숙 맛있게 하는 집이니 마음에 드실 겁니다.”
지훈이 내비게이션에 위치를 찍는 사이 잠시 어딘가에 들렸던 담도 차에 탔다.
이후 민선이 운전하는 차는 빠른 속도로 강화도에 위치한 오리백숙집에 도착했다.
미리 차에서 주문을 해둔 덕분에 5명은 음식이 준비되고 있는 자리에 바로 앉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런 음식은 내 돈 주고 사 먹는 경우보다 남이 사주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은근히 가격이 나가서 내 돈 주고 사 먹기는 좀 빡세긴 하죠. 이번 기회에 많이 드시죠.”
“네, 감사합니당.”
얼마 안 있어 오리백숙이 나왔고 5명은 식사에 집중했다.
특히나 소영은 오리백숙과 원수를 진 것처럼 흡입을 하고 있었다.
밥 먹는 소리만 나던 식사 자리에서 다시 대화의 포문을 연 것은 지훈이었다.
“민선 씨는 이제 다시 현장에 복귀하시면 될 겁니다. 며칠 쉬는 시간을 드릴 테니 잠시 휴식하시고 바로 신단수로 출근하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소영 씨는 서울에 계실 건가요?”
“우물우물. 네. 신단수에 가봤자 제가 할 일은 없지 않나요?”
입안에 잔뜩 무언가를 넣고 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는 소영이기에 추가로 더 할말은 없었다.
“돈은 너무 흥청망청 쓰지 마십쇼. 괜히 주위의 이목만 끌어들일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저, 대표님.”
“네, 민선 씨.”
“저에게 이 일을 맡긴 이유를 확실하게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민선이 지훈의 눈을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다.
민선이 베어 넘긴 사람들의 수만 100명에 가까웠다.
아무리 이들이 흉악범죄를 저지른 이들이라고 해도 그들을 죽이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지훈이 보내준 그들의 범죄기록을 보았기 때문에 그들을 죽였다는 죄책감은 없었지만 스스로 살인에 너무 무뎌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단순히 제가 심적으로 강해지길 바랐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행동으로 두 개 이상의 효과를 내려고 하시는 분이잖아요.”
“저를 제대로 파악하고 계셨군요.”
“말씀해주세요.”
민선이 단호하게 이야기하자 우물우물 소리를 내며 음식을 흡입하던 소영도 슬쩍 민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민선의 표정이 진지했기 때문이다.
“뭐 별거 없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거죠.”
“미래요?”
“이제 TCS Korea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 자랑 같지만 제가 좀 열심히 기반작업을 해놨거든요.”
그 말에는 민선도 충분히 동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TCS Korea에 한 인지도가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것을 일을 하면서 확인했으니까.
“그러니 이제는 좀 더 앞을 바라봐야죠.”
“앞이라면…….”
“TCS Korea를 중심으로 한 요괴퇴치산업이 완전히 자리 잡은 그 이후 말입니다.”
“그게 무슨…….”
“그때가 되면 저희가 해치워야 하는 건 요괴만이 아니게 될 테니까요. 미리 대비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