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241
제242화
“후후후….”
옆에서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웃음소리의 주인은 바로 도희다.
도희는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리며 서류를 읽는 내 옆에 앉아 새싹이의 꽃으로 만든 목걸이를 바라봤다.
그것을 사랑스러운 애완동물을 대하듯 소중하게 쓰다듬는다.
목걸이가 무척 마음에 든 모양이다.
저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태천이한테 부탁해서 만들어지자마자 전해줄 걸 그랬나?
아니, 그래도 선물은 직접 전해주는 게 맛이지.
선물 받고 좋아하는 얼굴도 실제로 봐야 기분이 좋은 법이고.
“후후, 예뻐라….”
“…….”
더군다나 중국에 있을 때 줬으면 오늘 도희의 분노를 넘기지 못했을 거다.
도희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날 보고는 뾰로통한 얼굴을 했었다.
그 탓에 얼마나 당황했는지는 새싹이만이 알 거다.
마중 나오지 않은 건 자기면서.
못마땅해서 성을 내야 했던 건 난데…!
목걸이 덕분에 도희가 토라지려던 걸 무마하지 못했더라면 억울해서 오늘 밤은 잠도 못 잤으리라.
팔랑….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다음 장으로 넘긴다.
페이지 넘기는 소리를 들었는지 도희가 날 힐긋 바라보며 물었다.
“…그건 뭐예요?”
“응?”
“읽고 있는 서류요.”
“아, 이거? 배수현이 줬어. 다음 A+등급 퀘스트 추천이라네.”
“다음? 벌써 다음 퀘스트를 추천했다고요?”
“응.”
“그ㄴ….”
“응? 뭐라고?”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데.
잠깐이나마 표정이 엄청 살벌했었다고….
마치 장난을 좀 심하게 쳤을 때의 나와 태천이를 바라보던 표정이었달까.
“그거, 맡을 거예요?”
“응. 맡을 거야.”
탁….
서류를 덮으며 대답했다.
도희와의 대화가 길어질 것 같아서다.
스마트폰을 두드리듯 덮은 서류를 톡톡 두드렸다.
“이거, 썩 재미있을 것 같아.”
“말도 안 돼….”
“응?”
“너 오빠 아니지?”
“갑자기?”
“우리 오빠가 이렇게 성실하게 일을 하려고 할 리가 없는데….”
“말이 심하네?”
“…농담이에요, 농담.”
도희는 헛기침을 한다.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게 부끄러운 것 같다.
그러게, 답지 않게 왜 태천이 흉내를 내고 그래.
우씨.
새싹아, 말이 심해?
“…장난 좀 친 거 가지고 그렇게 보지 말아 줄래요.”
“내가 어떻게 보고 있는데.”
“태천 오라버니 보는 눈으로 보고 있잖아요.”
“정확하네.”
“치….”
도희는 못마땅한 듯 혀를 찼다.
얼굴도 뾰로통한 얼굴을 했는데, 다행히 집에 들어왔을 때와는 조금 달랐다.
화가 아니라 아쉬운 감정이 담겨 있었다.
중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다른 나라로 떠날 생각이냐고 말하고 싶은 듯했다.
그런 표정만 짓고 말로 하지 않는 게 도희답다면 도희다웠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거다.
귀엽기는.
“걱정하지 마. 먼저 할 일부터 끝낼 거니까.”
“할 일…. 크라우드 말씀하시는 거죠?”
“응. 데이모스 님 덕분에 어디 있는지 알아냈잖아. 뿌리 뽑아야지.”
“응. 그래야죠.”
도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걸이를 내려놓고는 말을 잇는다.
“그래서 인철 오빠랑 현욱 오빠를 보냈어요.”
“이현욱?”
“네. 탐지 마법에 능하니까요.”
“서인철은 잠입에 능하고. 적절한 조합이기는 한데, 겨우 둘이서 괜찮을까?”
“죄송해요…. 다들 맡고 있던 퀘스트가 있어서 인원을 더 빼낼 수가 없었어요. 수아 언니 일이 끝나간다고는 하는데….”
“아니, 아니. 네가 미안할 일은 아니고.”
백운천은 동네 한량 길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A등급 길드인 만큼 소속 헌터들이 일로 바쁜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적절한 인원 두 명을 차출해냈으니 오히려 내가 고마워할 일이다.
최희주는….
바빠 보이지 않았지만 단순하고 다혈질이라 이런 일엔 도움이 못 될 테지.
“마음 같아선 저도 내려가고 싶은데요….”
도희가 중얼거리듯 말하다가 말끝을 흐렸다.
행동하지 않고 마음으로 멈춘 것을 이해한다.
도희나 태천이가 제주도에 가는 건 그야말로 하책(下策)이었다.
크라우드가 자신들의 위치를 들켰다고 판단하고 행동에 나서게 될 거다.
도망치거나 맞서 싸우거나.
데이모스 덕분에 생긴 우위를 손쉽게 내주게 되는 거다.
그러므로 현재로서는 서인철과 이현욱을 시켜 크라우드의 위치를 완벽하게 알아내는 게 상책이다.
아니면….
“아예 제주도 전체에 결계를 쳐버리는 건 어때?”
“네?”
“최소한 도망은 못 칠 거 아냐.”
“…무리예요.”
“어? 못해?”
“할 수 있거든요!”
-라고 말한 도희는 고개를 슬쩍 피했다.
삐진 것처럼 입술이 살짝 튀어나온다.
그 모습을 보면 못하는 게 확실한데.
괜히 오기 부려본 건가?
“시간이 필요하지만요….”
“아, 아아.”
시간이 문제인 거구나.
하긴….
앞서 말했듯, 도희가 제주도에 내려가게 되면 놈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그놈들을 가둬 두려면 결계를 정교하게 짜야 해요. 며칠 가지곤 턱없이 부족하다고요.”
“그런 거야?”
“뭘 모르는 척이에요? 그놈들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오라버니가 더 잘 알잖아요?”
“강력…? 놈들이?”
“혼자서 놈들과 여러 번 싸웠으면서 왜 모르겠다는 듯이-”
“아니. 진짜 모르겠는데…?”
“네?”
“놈들과 싸우면서 놈들이 강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어, 네…?”
도희가 눈을 찌푸리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뭐지.
마치 크라우드가 강하다고 말하는 듯한 모습은?
박쥐, 모기, 벌, 개미….
상대했던 놈들은 하나같이 어수룩한 놈들뿐이었다.
오죽하면 윙윙 날아다닌 탓에 모기라고 불리는 지네가 가장 껄끄러운 상대였을까….
“…아!”
도희가 깨달았다는 듯 탄성을 흘렸다.
그러고는 어색하게 아하하 웃었다.
왜 이래?
“맞아. 그랬었죠….”
“뭐가?”
“그냥, 오라버니가 세계수의 관리인이라는 걸 깜빡했다고요.”
“……?”
그리 말하고는 도희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기 혼자 깨닫고 납득하면 단가.
그런 생각을 하고 바라봤는데, 도희는 한쪽 눈을 치켜뜨며 미소 지을 뿐이었다.
왜 이렇게 봐?
말해줄 생각이 없는 건가?
[어린나무가 역시 남매라며 감탄합니다.] [방금 백도희의 표정이 관리인과 똑같았다고 설명합니다.]그래?
어쩐지 아니꼽더라니….
내 표정이랑 똑같아서였군.
다른 사람들이 날 보고 이런 기분을 느꼈던 건가.
도희가 치켜세웠던 한쪽 눈썹을 다시 내렸다.
“놈들을 가둘만한 결계를 치려면 최소한 4개월 정도는 족히 걸릴 거예요.”
“허, 그렇게나 오래 걸려?”
“제주도잖아요. 면적이 1,850㎢나 되는데…. 그 정도로 넓으면 당연히 시간이 걸리죠.”
“하긴….”
“무엇보다, 매직 아이템을 갖고 있으면 무용지물이기도 하고요.”
“그것도 그렇네.”
나와 한진환이 유혜주를 놓친 것도 그래서였다.
한진환이 결계를 쳤지만, 유혜주가 순간 이동마법 스크롤로 도망쳤었다.
크라우드가 워프 게이트라도 갖고 있다면 결계를 친 건 헛고생이 되고 말리라.
워프 게이트란 게 구하기 쉬운 물건은 아니었지만….
리롄제도 가지고 있는 마당에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범죄자 놈들이 구하지 못할 물건은 또 아닐 터였다.
“순간 이동마법이나 매직 아이템을 쓰지 못하도록 구성하면 되겠지만….”
“그런 만큼 시간이 더 걸리겠지.”
“바로 그게 문제예요. 설령 결계를 치는 데 성공하더라도 놈들이 도민들을 인질 삼으면 어떡하려고요?”
“그것도 그러네…. 그럼 현재로선 두 사람이 일을 잘 해내길 바라는 수밖에 없는 건가?”
“그렇죠.”
덕분에 준비할 여유가 생겼군.
그래도….
역시 A+등급 퀘스트를 깨고 오는 건 무리겠지?
“흠….”
“걱정하지 마세요. 탐지 마법 하나만큼은 현욱 오빠가 나보다 나으니까. 곧 찾아낼 거예요.”
“응? 아. 걱정 안 해.”
이런, 오해했나 보다.
내가 콧숨을 내쉰 건 걱정스러워서가 아니었는데.
나와의 사이가 어쨌든 서인철과 이현욱이 실력이 좋다는 건 나도 안다.
그러지 않았으면 도희와 태천이의 파티 원이 되지도 못했을 거고 백운천이 오늘날까지 올라오지도 못했을 거다.
괜히 백운천이 소수정예 길드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그럼요?”
“딴생각 좀 하고 있었어.”
“딴생각이요?”
톡, 톡.
짧게 두 번 서류를 두드렸다.
서류의 표지에는 ‘A+등급 검은 숲 던전 소탕 퀘스트’라고 쓰여 있었다.
소탕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이번 퀘스트의 목적은 검은 숲 던전의 모든 몬스터를 사냥하는 거다.
“검은 숲? 독일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를 뜻하는 거예요? 거기에 A+등급 던전이 있었나?”
“아니. 우크라이나야.”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에도 검은 숲이 있어요?”
“읽어 보니까 이번에 이름이 바뀌었던데.”
“원래는 무슨 이름이었는데요?”
“‘붉은 숲’.”
“붉은 숲?”
“그 이전에는 ‘웜우드 숲’이라고 불렸고.”
“웜우드요? 설마…!”
도희의 눈이 퍼뜩 커졌다.
우크라이나의 웜우드 숲.
그곳이 어디인지 알아차린 것이다.
도희가 내 멱살을 붙잡을 기세로 달려들었다.
눈 살벌한 거 보소.
“아니죠?”
“맞을걸? 아마.”
“아니야…! 설마 내 하나뿐인 오빠가 체르노빌에 가겠다는 멍청한 소릴 하는 건 절대로 아닐 거야.”
“맞다니까.”
“…….”
“바로 거기에 갈 생각이야.”
“미쳤지!”
도희가 호통을 내질렀다.
맨드레이크를 삶아 먹었나….
듣고 나서 귀가 찢어질 것 같다는 점에선 비슷하긴 하네.
“절대로 안 돼! 뭐, 체르노빌? 피폭(被曝)당하고 싶어서 환장한 거야?”
“괜찮아, 괜찮아. 나 피폭 안 당해.”
“오빠가 그걸 어떻게 알아! 거기에 얼마나 많은 방사성 물질이 땅에 매립돼 있는데!”
“그러게. 엄청 쌓여 있더라.”
톡, 톡.
그리 말하며 서류를 두드린다.
도희의 시선이 거기에 향했다.
살벌한 눈빛은 마치 노려보는 것만으로 서류를 불태울 것만 같았다.
슥.
뒤로 잡아당긴다.
도희가 서류를 가로챌 것 같아서다.
서류엔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매립됐는지 대략적이지만 쓰여 있었다.
어느 위치에 메웠는지까지도.
배수현이 그런 정보를 기재해둔 건 아마 내가 작업할 때 그 부근을 피하길 바라서였으리라.
하지만….
“내가 이번 퀘스트를 받아들이려는 이유가 그것들 때문이야.”
“뭐, 뭐라고…?”
도희가 아연실색한 얼굴로 멈췄다.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은 그녀는 그걸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입이 벌어졌다가 닫히기를 몇 번 반복하더니, 이내 드문드문 말을 이었다.
“바라는 게, 그것들…이라고?”
“응.”
“오빠. 제정신이야?”
“완전 제정신인데.”
“아니…. 그런 말을 하면서 제정신이라고 하니까 못 믿는 거라고!”
“아하하.”
웃음이 나온다.
도희 말이 옳았다.
미친놈이 체르노빌에 들어가겠다고 한다면 미친놈이니까 그러려니 할 거다.
물론, 내게는 그곳으로 갈 만한 이유가 있었다.
도희도 납득할 만한 아주 타당한 이유가.
“방사성 물질이라고 해봐야 땅에 파묻힌 쓰레기잖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죠.”
“응?”
“그런 건 땅에 파묻힌 재앙이라고도 한다고요.”
“하하. 아니. 그건 그냥 땅에 파묻힌 쓰레기들이야.”
그리 말하며 씩 웃어 보였다.
그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도희는 눈을 찌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스마트폰을 바라본다.
기분 탓일까?
왜인지 화면 속 엘프들이 해맑아 보였다.
그들 중 6명 정도가 새싹이 앞에 모여 앉아 알테라-쇼넴을 쓰고 있었다.
“내 노다지들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