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240
제241화
톡, 톡톡….
길드 건물로 돌아오자마자 혼자가 되었다.
무기와 이성훈은 쉬러 갔고, 한재임과 최희주는 일하러 갔다.
이성훈이야 그렇다 치고, 무기는 반쯤 의도적으로 올라간 거다.
지하에 있으면 홍수정과 마주칠 확률이 높아지니까.
최희주의 일하러 간다는 말도 아마 거짓말이리라.
옛날부터 날 싫어했으니, 조금도 나와 함께 있기 싫어서 떠난 걸 테지.
애초에 걘 일을 열심히 하는 성격의 소유자도 아니다.
끼익.
J.Y. 대장간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안에서부터 작업하는 소리가 들려왔기에 방해하고 싶지 않아선데….
“……!”
유재이는 문이 열리는 걸 금방 알아차렸다.
망치를 두들기던 모습 그대로 멈추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예전에도 공기의 흐름이 바뀐 거로 내가 온 걸 알아차렸던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알아차린 것일 테지.
까딱….
조금 놀란 듯 눈이 살짝 커진 그녀는 고개를 위아래로 가볍게 한 번 움직여 인사했다.
그 짧은 인사를 끝으로 다시 망치질을 이어나간다.
바보.
당연한 거지.
한창 작업하던 걸 도중에 멈추는 대장장이가 어디 있어?
나 왔다고 멈췄으면 오히려 실망했을걸.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있자.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끄덕입니다.]톡, 톡톡.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리며 벽에 기대어 앉는다.
까앙, 톡.
까앙, 톡….
그녀의 망치질 소리와 내가 화면을 두드리는 소리가 조화롭게 섞였다.
그나저나….
유재이는 그동안 일이 많았던 듯하다.
주변 바닥에 홍삼이 그려진 캔들이 나동그라져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그것은 내가 중국에 가 있는 3개월 동안 홍수정이 만든 에너지 드링크로, 백운천과 계약을 맺고 대량 생산을 시작한 제품이었다.
백운천과 계약을 맺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당연히 저 음료의 주재료는 내가 구해줬다.
이 건물 어딘가에는 관계자 외 출입이 금지된 방이 있는데, 바로 그곳에서 자란 풀과 나무들이 주재료였다.
그 방은 햇볕이 닿지 않고 물도 없지만, 풀과 나무들이 시들지 않는다.
끊임없이 마나를 주입하는 엔진이 있기 때문이다.
절대로 고장 나지 않는 엔진이.
아니, 죽지 못하는 엔진이라고 말하는 게 옳으려나?
“기분 나쁜 얼굴….”
“어?”
“지금 당신 얼굴 말이야. 기분 나빠.”
유재이의 목소리가 불쑥 들려왔다.
고개를 들고 보니, 그녀는 망치를 내려놓고는 내게로 걸어왔다.
벌써 작업이 다 끝난 건가?
싶어 그녀의 뒤를 바라보니, 그녀가 아까까지 두드려대던 갑옷이 세워져 있었다.
모든 작업이 끝난 완전한 모습으로.
“…너무하네. 잘생긴 얼굴이 아닌 건 나도 알지만 그래도 기분 나쁘다는 소린 처음 들어.”
“뭐? 당신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그렇게 놀라면 내가 상처받지.”
“어? 아! 아니. 내 말은 그 뜻이 아니라….”
“아. 그러고 보니 들어본 적 있다.”
“있다고?”
“한재임한테. 그 새끼 중학생 때 나만 보면 항상 기분 나쁘다고 해댔었어.”
“…….”
“내 얼굴이 그렇게 기분 나빠?”
“…어서 와.”
그녀는 화사하게 웃더니 대뜸 인사를 전했다.
기분 나쁘냐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기 위해서 말을 돌린 거다.
그 회피가 오히려 대답이 된다는 걸 알려나 몰라.
“읏차.”
그녀가 내 옆에 풀썩 앉았다.
그러고는 허리춤의 마법 주머니에서 음료를 꺼내 내게 건넸다.
위드 밤.
바닥에 나동그라진 빈 캔들과 같은 에너지 드링크다.
그동안 메시지로 홍수정에게 보고를 받긴 했지만, 직접 맛을 보는 건 처음이다.
캔 뚜껑을 따고 바로 마셔 보았다.
“…오. 맛있는데?”
쓴 것 같으면서도 단맛이 나는 게 썩 괜찮다.
홍삼 냄새가 조금 나는 것도 같고….
근데 왜 홍삼 맛이 나는 거지?
위드 밤엔 홍삼이 전혀 안 들어갈 텐데.
그녀가 위드 밤을 마시며 말했다.
“이거 요새 인기 엄청 좋아.”
“그래?”
“응. 출시하자마자 에너지 드링크 쪽에서 1위 했어. 그전까지 제작했던 포션들 덕을 톡톡히 본 것 같아.”
“하긴….”
홍수정이 만든 포션들은 모두 대단했었다.
성능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그런 전작들이 있었던 만큼, 위드 밤과 위드 허니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거다.
포션이 아니라 음료수니까 구매하는데도 거리낌이 없었겠지.
“왓처 캐스트에서도 먹방 영상 많이 올라왔어. 중고 거래로 되파는 사람들도 많더라.”
“되판다고? 이걸?”
“수가 적어서 그런 것 같아. 대량 생산한다고 해도 대기업처럼 공장에서 마구 찍어내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음료수를….”
“난 그럴 만하다고 생각해. 맛있고, 효능 좋고, 달리 부작용도 없고.”
“그건 그렇겠지.”
세계수 잎은 아니지만, 세계수의 마나를 머금은 풀과 나뭇잎들이다.
그런 것으로 만든 만큼 효능이 안 좋을 리 없었다.
부작용이 있을 리도 없었고.
위드 시리즈를 마시고 괴로운 놈들은 아마 크라우드 놈들밖엔 없을 거다.
생각해보니, 이거 놈들에겐 독극물이겠는걸?
독으로 써먹을 수 있을지도….
“…어? 잠깐만.”
“응?”
“그러고 보니 당신 왜 여기에 있어?”
“왜 있냐니?”
“동생이랑 친구는? 지금쯤이면 셋이서 밥 먹고 수다 떨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랬겠지.
평상시였다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바쁘대.”
“바쁘다고? 당신이 오늘 귀국했는데?”
“그렇다네.”
“그건 좀 너무하네.”
툭, 툭….
그녀가 손을 올려 내 어깨를 토닥였다.
날 위로해주기 위해서일 거다.
뭐, 솔직하게 말하자면 괜찮았다.
“괜찮아.”
“괜찮다고?”
“응. 두 사람이 마중 못 나온 이유를 알 거 같으니까.”
“이유가 뭔데?”
“태천이는 훈련하다가 다쳐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됐을 거고, 도희는 그걸 치료해주고 있을걸.”
“훈련? 대체 무슨 훈련을 하길래 성녀 님이 붙어 있어야 해?”
“나도 잘 몰라.”
“모른다고? 친구면서?”
“안 물어봤으니까.”
“흐응….”
유재이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도 친구와 모든 얘길 털어놓는 성격은 아니니까 이해하는 거겠지.
친구인 홍수정 쪽은 미주알고주알 떠들어댈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예상은 할 수 있었다.
휘몰아치던 검은 구체.
얼핏 봤을 뿐이지만, 그건 위험한 일이다.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사용하는 사람을 다치게 할 정도로.
다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태천이 스미르노프와 다퉈 다쳤을 때 도희는 금방 치료하지 못했다.
도희는 산산조각이 난 상태에서 마나를 끌어 올린 탓이라고 얼버무렸었지만….
만약 그 정도였다면 도희는 쉽게 치료해냈을 거다.
“완벽하게 제어하게 되면 말해줄 거야.”
“못하면?”
“그럴 리 없어.”
“뭐?”
“태천이가 제어 못 할 리 없어.”
“…팔불출이야?”
“아니. 단지 태천이가 실패하는 게 상상이 안 될 뿐이야.”
“흐응…. 재수 없어.”
“갑자기?”
“재수 없어!”
그리 말하며 유재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작업하러 가려는 건가?
싶었는데, 그녀는 마법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손바닥만 한 케이스를 꺼냈다.
달칵.
내게 내밀며 케이스를 열었다.
케이스 속에는 푸른 꽃 형태의 목걸이가 담겨 있었다.
꽃의 생김새는 아주 익숙했는데, 3개월 동안 하루 이틀을 제외하면 매일 같이 봐왔던 탓이었다.
바로 세계수 꽃이다.
“그건….”
“당신 동생 선물.”
“예쁜걸.”
“그리고 이것도.”
그녀가 품질보증서를 내밀었다.
대장간으로 들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한 손엔 목걸이 케이스, 한 손엔 품질보증서를 받아든다.
[품질보증서] [본 보증서는 제품이 J.Y. 정품임을 보증합니다.] [제품 이름 – ‘수르쿨리 플로스(Surculī Flōs)’] [제품 등급 – S등급]오, S등급!
새싹이 꽃으로 만든 거라서 A등급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기쁜 오산인걸?
[어린나무는 관리인의 의심에 실망합니다.] [S등급은 당연한 결과라고 전합니다.]미안, 미안.
아직 어린나무니까 혹시나 했어.
역시, 어려도 세계수는 세계수네.
새싹이에게 사과하며, 제품 설명을 읽었다.
[제품 설명 – 어린 세계수 꽃(A등급)으로 제작] [방어력 S등급] [내구도 S등급] [일정 범위 독기 정화] [ 〃 마나 압박 저항] [마나 저장 가능] [마나 저장량 1000만] [저장한 에너지로 ‘A등급 스킬 솔라빔’ 사용 가능] [A.S 기간은 구매일로부터 평생입니다.]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일정 범위의 독기를 정화하고 마나 압박에 저항하는 건, 예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태천이에게 준 멘테에도 붙어 있는 성능이었으니까.
1000만이라는 마나 저장량도 붙어 있었고.
그렇지만….
“이거 진짜야?”
솔라빔을 쓸 수 있다고?
한 단계 낮은 A등급이긴 하지만, 솔라빔은 솔라빔이다.
위력 면에서 다른 A등급 마법은 상대도 되지 않을 터였다.
“진짜야. 수정이가 감정했어.”
“허! 믿을 수가 없네.”
“…….”
“…왜 그래?”
날 보는 그녀의 표정이 별로 좋지 못하다.
내가 뭐 실수했나?
너무 어이없어해서 기분 나빴나?
아니, 방금 건 칭찬이 가미된 거였는데….
“그래서 말인데.”
“으, 응?”
“아르카를 개조하고 싶어.”
“아르카를?”
“나도 알아. 지금의 당신에게 아르카가 별로 필요 없다는 것쯤은.”
“…….”
정확한 판단이다.
지금의 난 아르카를 휘두르는 것보다 따듯한 손길로 후려치는 게 더 강하다.
상대를 제압할 때도 세계수의 뿌리가 더 효율적이고.
검기를 다루지 못하는 나로서는 마나 칼날은 분명 이점(利點)이지만, 1분에 마나 5만은 출력이 너무 약하다.
흡수한 속성 에너지란 걸로 칼날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그렇다.
어떤 속성을 흡수하든 기껏해야 10만이라면 써먹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레벨이 너무 달라져 버렸으니까.
굳이 필요성을 꼽자면 S급 헌터인 리롄제의 공격을 막아내고도 끄떡없는 방어력과 내구성이려나.
문제는 그것도 세계수의 나무껍질로 충분하다는 거다.
“시도하고 싶은 게 있어. 부탁이야.”
“…….”
“안 될까?”
“예전에도 이랬던 적이 있었던 거 같은데.”
“어?”
목걸이 케이스와 품질보증서를 내려놓는다.
이어 빈손을 그녀에게로 내민다.
“아르카.”
“……!”
손에서 아르카가 빠져나온다.
내 손에 딱 알맞게 만들어진 칼자루는 감촉이 무척 좋다.
그렇군, 그런 거구나.
이걸 만든 대장장이로서, 인벤토리에만 있는 건 슬픈 일일 것이다.
“…잘 부탁해.”
부탁하자, 유재이가 해맑게 웃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내가 거절할까 봐 전전긍긍하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다.
하여간.
예뻐가지고.
***
“후우….”
백도희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훔쳤다.
그러고는 대 자로 뻗은 이태천을 노려봤다.
그녀의 시선이 닿자마자 태천은 곧바로 사과를 전했다.
“미안…!”
“미안하면, 제발 동생 말 좀 들어줄래요?”
“이번엔 될 것 같았어….”
“하아….”
찰싹!
도희는 한숨을 내쉬고는 태천의 이마를 후려쳤다.
물론, 아픈 사람은 태천이 아니라 도희였다.
“윽….”
한국 최고의 탱커의 이마는 바위보다도 단단했다.
태천은 흰빛의 깁스를 하지 않은 손으로 이마를 긁었다.
간지러웠기 때문이다.
“지금쯤이면 도운이 도착했으려나?”
“네, 도착했네요.”
“응?”
“대장간에 유재이 씨랑 같이 앉아 있어요. 오순도순. 사이좋게.”
“그, 그렇구나.”
꼴깍.
태천은 침을 삼켰다.
넌 그걸 어떻게 아는 거니.
머릿속에 그런 질문이 떠올랐는데, 곧 자신의 멍청함을 쥐어박고 싶었다.
도운의 머리끈에는 위치추적기 기능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유재이. 유재이라….”
도희가 중얼거리며 일어났다.
태천은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함부로 입을 열었다간 크나큰 문제에 봉착하리란 걸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으로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오자마자 그 여자를 만나러 갔다 이거지…?”
“…….”
친구야, 도망쳐.
마녀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