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248
제249화
스마트폰이 연신 울려댔다.
문자 메시지가 끊임없이 들어오는 탓이다.
[세계수 키우기]를 내리고 메시지 어플을 실행했다. [지상욱 : 너무합니다!]실행하자마자 지상욱이 불만을 토로하는 메시지가 보였다.
갑자기 왜 이러나 싶어 읽어 봤더니, 별것도 아닌 일이었다.
[지상욱 : 형님, 시험의 탑에 김재식 만나러 갔다면서요.] [지상욱 : 지금 인터넷에 완전 난리예요.] [지상욱 : 김재식 그놈이 형님의 가장 친한 동생이라고 떠들어대고 있다고요!]가장 친한 동생이라….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다.
날 형이라고 부르는 녀석들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김재식, 지상욱, 이재욱, 김상철 정도가 다일 거다.
굳이 한 명 더 포함하자면, 날 ‘아저씨’라고 부르는 시건방진 꼬마가 하나 있었고.
그중에서 나와 가장 친한 녀석을 꼽는다면….
아마 김재식이 되겠지.
[지상욱 : 형님 오른팔은 저잖습니까!] [지상욱 : 그런 의미로 인터뷰 한 번 해주십시오.] [지상욱 : 형님과 가장 친한 동생은 저 A급 헌터 지상욱이라고!] [지상욱 : 그러지 않으면 저 삐질 겁니다!]“…시답잖은 소리 하고 있네.”
“형,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음? 뭐라고?」
침대에 등을 기댄 재식이 고개를 젖혀 날 올려다본다.
재식의 침대를 빼앗은 무기도 마찬가지로 날 쳐다봤다.
무기와 함께 녀석의 침대를 강탈해 드러누워 있는 난 스마트폰을 쥔 손을 휘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흠?」
그리 대답하자 무기는 날 쳐다보다가 이내 관심이 사라진 듯 다시 드러누웠다.
재식도 “그러시다면야….”라고 말하고는 스마트 패드로 고개를 처박았다.
재식은 지금 자기가 출연하는 동영상을 감상하고 있었다.
벌써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고 있는 건지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귀가 새빨개진 걸 보면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게 맞는데….
헤실헤실 웃는 걸 보면 그렇다고 부끄럽지만은 않은 것 같고.
TV에 자신이 나왔으면 하는 욕구가 채워진 거려나.
의외로 관심받고 싶은 욕구가 있나 보다.
[지상욱 : 형님? 메시지 보셨으면서 무시하지 말아 주십쇼!] [지상욱 : 1 사라져서 읽으신 거 다 압니다!] [헛소리하지 말고 일이나 해라.] [지상욱 : 헛소리 아닙니다. 진심입니다.] [진심이면 더 문제고.] [지상욱 : …아! 일이라고 해서 생각났습니다.] [지상욱 : 최희석 선배님이 형님과 만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언제 시간 되는지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나를? 왜?] [지상욱 : 저처럼 바이올렛 바이올런스를 남용했던 사람들을 설득했습니다. 3개월 동안 바이올렛 파우더에 중독됐던 사람들도 치료했고요.] [아아. 그동안 연락이 없길래 설득 실패한 줄 알았더니?] [지상욱 : 형님이 형님 이름 걸고 협박해도 좋다고 하셨다면서요. 감히 A+급 헌터의 협박을 무시할 바보는 없죠.]그러고 보니 그랬었다.
순순히 치료받지 않으면 내가 찾아가 심장을 고장 낼 거라고 말하라고 했었다.
크라우드한테 조종당하면 한낱 몬스터에 불과한 신세가 되니, 그럴 바엔 인간으로서 살게 해주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 말을 듣고 최희석은 결연한 목소리로 꼭 설득하겠다고 대답했었지….
사실, 나로선 발뺌하는 게 더 나았다.
심장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보다 막 다루는 게 편했으니까.
[지상욱 : 언제 시간 되십니까?] [이번 주 내내 될걸?]당연히 되고말고.
안 되더라도 낼 생각이다.
권속 놈들과 싸우지도 않고 퀘스트를 깰 절호의 기회니까.
호박이 넝쿨째 굴러떨어졌다는 게 이런 거겠지.
[지상욱 : 넵. 선배님께 그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냐.] [지상욱 : 그리고 인터뷰를-]다시 시작이냐.
시답잖은 말을 보기 싫어 메시지 어플을 내렸다.
바로 [세계수 키우기]가 떠올랐고 새싹이와 엘프들이 보였다.
톡, 톡톡….
검지로 두드리는 화면엔 6명의 엘프뿐이었다.
파트리아를 중심으로 모인 엘프들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큰 가마솥을 이용해 포션을 만들고 있었다.
포션의 재료는 새싹이의 꽃이다.
즉, 그들이 제조하고 있는 포션은 다름 아닌 엘릭서였다.
제조하기 시작한 지 3개월이나 지난 데다가 새싹이에게서 피어난 꽃을 절반 분량 썼는데도, 그들은 여태껏 엘릭서를 완성하지 못했다.
역시, 쉽게 제조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닌 모양이다.
바티칸에서도 많이 만들어내지 못했으니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양산할 수 있는 포션이라면 ‘신의 눈물’이라고 경의를 담아 부르지도 않았겠지.
레지나를 포함한 나머지 6명의 엘프는 성역 바깥으로 나가 알테라-쇼넴에 쓸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있으리라.
“저도 그 게임 해볼까요?”
옆에서 재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두 명의 재식이 보였다.
고개를 뒤로 젖힌 재식과 스마트 패드 속 재식이었다.
영상 속의 재식은 현재 늪에 빠져서는 탑 관리인들에게 구출되고 있었다.
이시형이 영상을 올린 지 슬슬 2시간째인가.
조회수 20만이라….
슬슬 연락 올 때가 됐군.
“못할걸.”
「못할 거다.」
나와 무기가 동시에 대답했다.
재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둘이 동시에 못 할 거라고 대답한 탓인지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거 앱 상점에서 내려갔거든.”
“다운받을 수가 없다는 말씀이군요?”
“그런 거지.”
“아쉽네요. 재미있어 보여서 한번 해볼까 했었는데….”
“어차피 지금 스마트폰 전원도 못 켜면서.”
“그렇기는 하죠….”
재식은 고개를 돌려 방바닥에 널브러진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그는 현재 스마트폰 전원을 켤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버려 뒀다가 폭발할 것처럼 통화가 끊임없이 걸려왔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러 그런 상황이 오도록 노렸던 거였다.
현재 김재식은 뛰어난 실력을 지닌 2년 차 B급 헌터다.
또 A+급 헌터인 내가 직접 응원을 간 헌터이기도 했다.
그 두 가지 정보만으로 재식은 누구나 탐낼 만한 인재가 되었으니, 길드들이 스카우트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재식이 가입할 길드는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내가 얘 가입시키려고 얼마나 잔머리를 굴렸는데.
이 정도 했으면 한재임 그 새끼도 이상한 짓 못 하겠지.
“형, 전화 왔어요.”
“응? 아. 진짜네.”
스마트폰은 아까부터 진동했다.
지상욱이 실속 없는 문자를 계속 보내왔기 때문이다.
그 탓에 진동을 무시하고 있었더니 전화가 걸려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
저장되지 않은 번호다.
아, 협회에서 걸어온 전화인가?
최희석이 바빠서 다른 사람 시켜 전화를 건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보세요?”
– 후우….
“……?”
웬 한숨?
전화를 받았을 뿐인데 왜 한숨을 들어야 하는 걸까.
그보다 이 한숨 소리 익숙한데….
– 내 번호 저장 안 했냐?
“…너 같으면 하겠냐?”
어쩐지 익숙하더라니.
전화를 건 사람은 한재임이었다.
“끊는다.”
– 기다려.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 타당한 이유를 세 가지 정도 말해주면 되겠냐?
“…됐으니까 용건이나 말해.”
한재임이 이놈은 정말 이유를 열거할 놈이었다.
병원에서도 그랬었으니까 이번에도 분명 그러겠지.
– 지금 어디냐?
“지인 집에 놀러 왔는데.”
– 혹시 김재식이냐?
아항.
왜 전화했는지 알겠다.
나한테 스카우트 일을 맡기려고 했나 보다.
내가 판을 키웠으니 알맞은 판단이긴 하다.
그렇다고 계약서 작성까지 맡기진 않겠지.
“맞아.”
– 옆에 있겠군?
“그렇지, 뭐.”
– …차라리 잘됐어. 바꿔.
톡.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바꿨다.
통.
이어 재식의 머리를 한 대 쳤다.
녀석은 고개를 젖혀 날 바라봤다.
스마트폰을 가리키자 재식은 머리를 문지르며 스마트폰을 받아들었다.
“스피커폰으로 바꿨으니 얘기해.”
– …김재식 씨.
“네?”
– 안녕하세요, 한재임입니다.
“헉, 안녕하세요! 김재식입니다!”
– 백운천에 스카우트하고 싶은데, 생각 있으십니까?
“네, 있습니다! 엄청 가입하고 싶습니다!”
재식은 씩씩하게 대답했다.
보이지도 않는데 주먹까지 불끈 쥐었다.
그 때문에,
“…….”
「…….」
나와 무기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재식을 바라봤다.
아마 수화기 건너에 있는 한재임의 얼굴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다.
스카우트 당하는 건데 바로 가입하고 싶다고 하면 어떡하자는 걸까.
고민하는 척을 하거나 조건 좀 들어보거나 하지.
– …시원시원해서 좋군요. 그럼 내일 백운천에서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하죠.
“알겠습니다.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 그럼 상세한 건 내일 만나서… 누님?
“네?”
“……?”
말하다 말고 갑자기 웬 누님?
재식이와 함께 당황하고 있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바뀌었다.
남자 목소리가 아니라 여자 목소리다.
– 김재식?
“네?”
– 안녕. 나는 수아. 수가 성이고 아가 이름이야.
“…안녕하세요!”
재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녀석은 아까 전 통화 상대가 한재임이란 걸 알았을 때도 적잖게 놀랐었지만, 지금은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매우 놀랐다.
내가 바라보자 재식은 입 모양으로 “팬이에요!”라고 대답했다.
팬이라….
같은 창술사라서 그런가?
– 궁금한 게 있어서 끼어들었어.
“궁금한 거요? 저한테요?”
– 너 영상에서 찌르기만 하던데, 이유 있니?
“그, 그것밖에 할 줄 몰라서요….”
– 무슨 소리?
“어, 그러니까…. 전 창술을 일대 길드의 우연후 헌터 님의 동영상을 보고 독학했거든요.”
– 독학? 따로 창술을 배운 적이 없다는 거니?
“네…. 배운 거라고는 학교 동아리에서 창 쥐는 법이 다였어요.”
얼씨구.
그 찌르기가 동영상을 보고 독학한 거였다고?
어처구니가 없네?
돌아보자 무기는 “그것 봐라.”라고 말하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자신만만한 얼굴 보기 좋구먼.
– 혹시 시간 괜찮니?
“시간이요?”
– 제주도로 훈련 가지 않을래? 우리 B급 애들이 지금 거기에서 죽어 나가고 있거든. 같이 가면 누나가 창술 가르쳐 줄지도?
“가! 갈래요! 가고 싶어요!”
– 시원시원해서 좋네.
그러고는 수아가 키득키득 웃었다.
스마트폰에서 멀어졌는지 곧 웃음소리가 줄어들었다.
재식이 스마트폰에 대고 상대방을 불렀다.
“저, 저기요?”
– 누님 갔습니다. 제주도로 내려갈 준비를 하러 간 것 같군요.
“그럼 저도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 …그러시죠.
“형, 여기요!”
재식은 내게 스마트폰을 돌려주고는 방을 나갔다.
어머님께 지금 일을 전부 말씀드리러 나간 것이 분명하다.
갑자기 제주도행이 결정돼버려서 당황하실지도 모르겠다.
– 크라우드가 알아차리려나?
“못 알아차리지 않겠어? 본인들이 훈련하러 가는 거로 생각하고 있는데.”
– 그것도 그렇군.
“서인철은 뭐 좀 알아냈대?”
– 아직. 놈들이 경계할 걸 상정해 조심스럽게 활동하고 있다더군.
“그런가….”
– 걱정하지 마라. 인철이와 현욱이는 분명 놈들의 아지트를 찾아낼 거다.
“누가 걱정한대?”
– 그래. 나도 말해놓고 아차 싶었다.
“…….”
– …이만 끊으마.
뚝.
한재임은 끊겠다고 말하자마자 바로 끊었다.
휴, 다행이다.
전화 어떻게 끊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
「왜 그러나, 관리인?」
“고민 중.”
「뭘 말인가?」
“이놈 번호를 저장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
“역시 할 필요 없-”
톡, 톡!
무기가 꼬리로 화면을 두드렸다.
연락처에 추가 버튼과 저장 버튼이었다.
단 두 번의 터치로 한재임의 연락처가 전화번호로 저장되었다.
“…저장할 생각 없었는데.”
「친구와는 사이좋게 지내는 게 좋다, 관리인.」
“친구 아니거든.”
「그럼 뭐지?」
“웬수?”
나와 한재임의 사이를 정의한다면 그게 가장 알맞을 거다.
굳이 하나 더 꼽자면, ‘ ’ 관계라고 할 수도 있겠지.
뭣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