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281
제282화
원탁 위에는 제주도의 모습이 떠 있었다.
제주도는 백도희의 빛의 성역으로 인해 눈부시게 빛났다.
마치 백록담 위로 태양이 뜬 듯한 모습이었다.
그것을 보고, 해골이 벌떡 일어났다.
“빛의 성역…!”
“…….”
“하얀 성녀가 온 건가. 어떻게…?”
휙, 휙…!
원이 재빠르게 손을 휘둘렀다.
제주도를 나타냈던 영상이 세 개로 나뉘며 발사장치를 설치한 곳들이 떠올랐다.
그곳에 배치한 부하들이 각자 백운천 소속 헌터들과 싸우고 있었다.
휙!
원이 또 한 번 손을 휘두른다.
그러자 구체가 하나 더 늘어나며 제주도 백록담의 모습이 떠올랐다.
백록담 한가운데에 백도희가 떠 있었다.
“…우리 계획을 눈치챈 것 같군. 어떻게 알았을꼬?”
“내 이놈들을 당장…-”
“진정하게, 친우여.”
원이 부들부들 떠는 해골을 말렸다.
홱!
해골이 고개를 돌려 원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진정? 지금 진정하게 생겼나! 저 빌어먹을 놈들이…-”
“그러니 진정하라는 거네.”
“뭐라…?”
“자네 지금 저곳으로 가기라도 할 셈인가?”
“그것도 좋-”
“우리의 원래 목적을 잊지 말게, 해골.”
“원래….”
해골은 입을 다물었다.
가만히 서서 원이 하는 말을 들었다.
“백운천이 저기에 있는 건 놀라운 일이지만, 자네도 알지 않나? 그딴 건 우리에게 하등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건 그렇네만…-”
“그래, 그래. 이해하네. 우리가 그 경박한… 척을 한 어린놈에게 속았다는 걸. 화가 날 만도 하네. 나도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야.”
“…….”
해골과 원의 머릿속에 한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백운천의 간부, 서인철의 얼굴이었다.
그저 경박한 남자인 줄로만 알았는데.
설마 여자를 끼고 노는 천박한 남자 흉내를 내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차피 결과는 정해졌네. 의식이 진행될 터.”
“…….”
“우린 차분히 지켜보기만 하면 될 일이거늘, 무엇하러 직접 나서나?”
“…그렇군. 자네 말이 맞아.”
해골이 고개를 끄덕이고 순순히 자리에 앉았다.
원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자네는 다 안 좋은데 그 불같은 성정이 가장 문젤세.”
“…인정하지.”
해골이 인정하며 원탁 위의 영상들을 바라봤다.
영상들 속에서 둘의 부하들은 백운천의 간부들과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히죽….
해골이 흡족한 듯 미소를 흘렸다.
“그나마 다행이로군.”
“뭐가 말인가?”
“그분의 힘을 받은 놈들이 저따위 놈들에게 지고 있지 않아서.”
“아아….”
해골의 말대로 영상 속 싸움은 크라우드 쪽으로 우세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딱 한 곳.
제주시청에서만큼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해골과 원은 그 이유를 단박에 알아차렸다.
그곳에 배치한 소와 거미가 미궁 마법을 발현한 것이 분명했다.
“대미궁 래버린스를 쓰다니…. 상대는 천공인가?”
“그런 듯하군. 다른 곳에서 천공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해골의 물음에 긍정했다.
해골은 손으로 턱을 문지르며 제주시청의 텅 빈 워프 게이트 룸을 바라봤다.
군데군데 싸움의 흔적이 있기는 했으나 그리 격렬해 보이지는 않았다.
“폭식을 상대하기 위한 마법이었을 터….”
해골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걸 써야겠다고 판단할 정도로 격차가 압도적이었던 건가?”
“나무랄 순 없겠어. 천공은 알 수 없는 힘을 쓰는 놈이니.”
“아. 그 이질적인 힘….”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은 위험한 법.”
“그렇다면,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할 수 있겠군. 어떻게 보면 폭식보다 천공이 더욱 귀찮은 상대니.”
“그렇겠지. 천공 그놈의 머리로는 래버린스에서 벗어나지 못할 게야….”
원이 제주시청을 들여다봤다.
영상은 여전히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스윽….
고개를 돌려 원탁 위의 다른 영상들을 바라봤다.
해골도 영상들을 보며 원을 불렀다.
“원.”
“알겠네.”
휙, 휙.
원이 곧바로 손을 휘둘렀다.
세 개의 영상이 둘로 나뉘어 여섯 개가 됐고 크기도 3배 커졌다.
그 덕분에 해골은 한창 진행 중인 부하들의 싸움을 편하게 볼 수 있었다.
“답지 않게 판단들이 좋군. 다들 변태화를 썼어.”
해골이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
“허….”
이현욱이 김빠지는 소릴 냈다.
멀미 때문에 속이 좋지 못해서 내뱉은 소리가 아니다.
당황스러움이 담긴 목소리는 변태를 끝낸 크라우드 때문에 난 것이다.
이현욱 일행은 칼 브로치를 한 크라우드를 바라봤다.
그놈, 아니.
그것의 목 위에는 머리가 없었다.
변태하는 동안 굴러떨어졌고, 그것을 몸통이 덥석 집어 들었다.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이 왼손 건틀렛에 얽혔다.
몸통이 왼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대롱대롱 달린 머리가 이현욱 일행에게로 향했다.
마치 중세 시대의 기사가 전등을 앞으로 내민 것처럼 보였다.
“어때. 멋있지 않나?”
“…솔직하게 말해줄까?”
“기대하지.”
“징그러워서 소름이 다 돋는다.”
이현욱이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최준석과 김인교의 얼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김인교는 화살로 조심스럽게 제 목을 긁어대기까지 했다.
칼의 눈썹이 팔(八) 자로 휘었다.
“이 멋짐을 모르는 너희가 불쌍하군….”
“…….”
글쎄.
진짜 불쌍한 건 네 머리가 아닐까.
세 사람의 머릿속에 공통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칼이 오른손의 대검을 어깨에 둘러멨다.
변태하며 덩치가 커진 덕분에 대검은 평범한 롱소드로 보였다.
“흑영보(黑影步).”
그리 말하며 칼이 발을 내디뎠다.
한 발을 내디딘 것 같았는데, 칼은 어느새 세 남자의 앞에 있었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동체 시력이 가장 좋은 김인교였다.
최준석의 등 뒤로 숨으며 화살을 연달아 쏘았다.
맨 앞에 선 최준석은 사선으로 휘둘러지는 대검을 막고자 방패를 들었다.
콰앙, 쾅!
폭음이 울렸다.
최준석은 칼이 휘두르는 검을 막아냈다.
완벽하게, 라고 표현할 수는 없었다.
한 번, 그리고 다음 한 번.
간신히 막아내는 것을 이어나가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것도,
“실드…!”
동료의 도움 덕분이었다.
두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최준석은 가까스로 막아내지도 못했을 터였다.
이현욱은 칼의 대검이 나아가는 방향에 실드를 연거푸 만들어 위력을 줄였고, 김인교는 화살을 계속 쏘아 신경을 흩트려놓았다.
김인교가 쏜 화살은 무수히 갑옷을 꿰뚫어 고슴도치가 연상될 정도였다.
그런데도 칼은 너무나 멀쩡했다.
회복력…이 좋아서가 아니다.
그는 한국 최고의 힐러인 도희의 동료다.
신체가 회복하는 모습을 누구보다도 많이 봐온 사람이었다.
저 멀쩡함은 회복력하고는 상관이 없었다.
화살 꼬챙이가 됐는데도 멀쩡한 몬스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 언데드 몬스터였다.
하지만 칼은 ‘죽은 자’가 아니다.
듀라한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엄연히 숨을 쉬는 ‘산 자’였다.
그렇다면 떠올릴 수 있는 건 한 가지뿐이었다.
“흑영보.”
칼이 다가왔을 때와 같은 스킬을 쓰며 물러났다.
그러고는 이현욱을 노려보았다.
머리에는 화살이 단 한 발도 꽂혀 있지 않았다.
“이래서 마법사들이란….”
“…반응을 보니 맞나 보군.”
“그래. 너부터 죽여주마…!”
“…….”
이현욱은 고개를 돌렸다.
앞의 최준석과 대각선 쪽에 서 있던 김인교를 돌아본 것이다.
두 사람은 한숨을 내쉬고는 동시에 말했다.
“너야.”
“너 말한 거야.”
“아, 왜!”
이현욱이 소리쳤다.
먼저 죽어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물론, 칼이 그리 결정한 이유를 몰라서 “왜!”라고 소리친 것은 아니었다.
약점을 파악해낸 적이 거슬리지 않을 리 없었다.
푸학…!
칼의 대검에 검은 마나가 피어올랐다.
그 상태로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흑영참(黑影斬)!”
흑영보로 다가온 칼이 횡으로 대검을 휘둘렀다.
이현욱을 노린 그 공격을 최준석이 앞에 서서 막았다.
쾅!
“……!”
“막지 말고 함께 피했어야지.”
“웃기, 즈아앗…!”
최준석은 위력을 완전히 죽이지 못했다.
방패를 든 팔이 솟구쳤고 칼이 또다시 스킬을 썼다.
“흑영격(黑影擊)!”
“실드!”
이현욱이 다급하게 공격을 막고자 실드를 썼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위력을 조금 줄였을 뿐인 마법이었다.
실드는 검은 마나가 피어오른 대검을 막지 못하고 순식간에 깨졌다.
푸욱…!
대검이 최준석의 배를 꿰뚫었다.
그 순간,
“…잡았다.”
“…잡았다.”
배를 찌른 칼과 배를 찔린 최준석이 동시에 말했다.
동시에 한 말에 의문을 가진 것은 칼이었다.
잡았다고?
그런 의문이 떠올랐을 때,
“누구 한 명 안 보이지 않냐?”
칼의 오른손을 붙잡은 최준석이 질문을 던져왔다.
보이지 않는 사람?
“……!”
홱!
칼이 고개를 돌려 보이지 않는 사람을 찾았다.
백운천의 유일한 궁수인 김인교가 어느새 50m 정도 되는 거리에 떨어져 있었다.
또 활시위가 당겨진 화살의 촉에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이 마나가 방대했다.
칼은 그와 비슷한 성질을 지닌 스킬을 예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궁수들은 공격력을 올리기 위해 화살촉에 폭발 스킬을 걸어 쏘곤 했었다.
백운천 간부인 김인교의 스킬은 분명 A등급에 해당할 터였다.
“너도 머리에 화살 꽂히면 죽냐?”
“꽂을 수 있을 성싶으냐?”
“당연하지.”
꽈아악….
최준석이 두 손으로 칼의 오른 손목을 더욱 세게 붙잡았다.
두 발도 들어 올리지 않을 요량인 듯 땅바닥에 박아넣었다.
그것을 보고 칼이 눈살을 찌푸렸다.
“…너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
“괜찮아. 우린 세계수 관리인란 놈 덕분에 상급 힐링 포션 잔뜩 갖고 있거든.”
“그 포션을 전부 쓰게 만들어주마…!”
뿌드드득!
칼이 대검을 반 바퀴 돌렸다.
복부를 찔린 최준석은 신음을 흘렸다.
비명을 지를 만도 한데, 그는 이를 악물며 참았다.
쐐애액!
그와 동시에 그의 귓가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김민교가 쏜 화살이 왼손에 대롱대롱 달린 머리로 날아가는 소리였다.
칼이 제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바라봤다.
“…멍청하긴.”
칼이 중얼거렸다.
그 중얼거림을 듣고, 최준석은 불안을 느꼈다.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적으로 느낀 것이다.
“너흰 내가 이런 약점에 아무런 방비도 안 했을 줄 알았나?”
그리 말하는 칼의 입에서 새카만 연기가 흘러나왔다.
연기가 머리 전체를 뒤덮었을 때, 김민교가 쏘았던 화살이 도달했다.
하지만 머리에 박히지는 못했다.
염산에 닿은 것처럼 녹아 사라져버렸다.
“이런, 빌어먹을….”
툭….
최준석이 두 손을 떨어뜨렸다.
더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붙잡고 있을 수가 없었다.
복부의 상처가 너무나도 컸던 탓이다.
“탱커는 끝났고….”
곧 칼의 머리를 뒤덮었던 까만 연기가 사라졌다.
“자. 이젠 네 차례다, 마법사.”
그리 말하며 칼은 히죽 웃었다.
고개를 돌려 멀리 떨어진 김민교를 바라봤다.
“…아니지. 이왕 이렇게 된 거 마지막으로 돌리는 게 좋겠어.”
“그러지 않는 게 좋을 텐데?”
“호? 어째서지?”
“그거, 쉬이 쓸 수 있는 스킬이 아니지? 준비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데다가 오래 유지하지도 못하잖아.”
“그 짧은 사이에 이 스킬에 관해 잘도 알아냈군.”
“그런 걸 자유자재로 쓸 수 있으면 방어용으로만 쓰지 않았겠지.”
“과연….”
“단언하지. 네가 민교를 죽이려고 갔다 오는 동안, 난 그 스킬을 파훼(破毁)하고 널 죽인다.”
“…….”
칼은 가만히 이현욱을 바라봤다.
이현욱의 얼굴엔 거짓이나 속이려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본인이 단언한 대로 될 것이라는 믿음만이 담겨 있었다.
“좋아, 좋아! 그 도발에 응해주마!”
“……!”
“흑영ㅂ-”
“실드!”
이현욱이 발밑에 실드를 썼다.
발을 내딛지 못한 칼은 흑영보를 쓸 수 없었다.
방해를 받았는데도 분한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다.
키득키득 웃으며 이현욱을 바라봤다.
그 순간,
푹….
그의 귓가에 무언가 꿰뚫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칼은 두 눈을 돌리며 소리의 발원지가 어딘지 찾았다.
하지만 발원지를 찾지 못했다.
두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회심의 미소를 짓는 이현욱의 얼굴뿐이었다.
“설, 마….”
그 순간 칼은 깨달았다.
꿰뚫린 것은 자신의 머리라는 것을.
천천히 고개를 옆으로 돌리지만, 고개는 돌아가지 않았다.
어떤 장애물이 막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칼은 고개를 돌리는 대신 눈동자만 굴려 옆을 쳐다봤다.
그곳엔 단검을 두 손으로 쥔 서인철이 서 있었다.
“말도 안 돼…. 다가오는 기척은 느끼지 못했는데…?”
“그렇겠지. 난 줄곧 여기 있었으니까.”
“…줄곧?”
“그래. 쟤랑 같이 온 순간부터 쭉.”
서인철이 검지를 뻗어 이현욱을 가리켰다.
칼의 머릿속에 이현욱이 왔던 때가 떠올랐다.
이무기와 함께 날아온 그는 멀미한 사람처럼 헛구역질을 해댔었다.
“…전투가 시작될 때부터 있었다고?”
“그렇지, 뭐.”
칼의 질문에 서인철은 어깨를 으쓱였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제스쳐를 보고 칼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지? 날 죽일 기회가 분명 여러 번 있었을 텐데?”
“네 기분 엿 같아지라고.”
“그게 무슨…?”
“누가 그러더라. 다 이룬 줄 알았을 때 무너뜨려야 좋아 죽는다고. 어때? 좀 좋아 죽을 것 같아?”
“빌어먹을….”
칼이 서인철을 노려봤다.
지금 느낀 분노와 굴욕을 풀 수 없다는 사실이 한스러운 듯했다.
또 칼의 눈빛에는 아쉬움도 담겨 있었다.
서인철이 있었다는 걸 알았더라면 단검이 자기 머리에 박히는 일은 없었을 거다.
그리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그걸 보고 서인철이 피식 웃었다.
“비겁하다고 생각해?”
“비겁하고말고. 도저히 그 천공의 기사의 부하가 할 짓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아.”
“그렇긴 한데.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걸.”
“뭐?”
“마족에게 영혼을 팔고 힘을 얻은 놈이 할 말은 아니라고.”
“……!”
서인철이 거대한 몸을 올려다봤다.
갑옷을 두른 몸은 누가 봐도 기사(騎士)를 떠올릴 듯했다.
“기사가 되고 싶었다면, 넌 태천이를 찾아왔어야 했어.”
“…….”
“잘 가라. 다음 생엔 그걸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는 똑똑하게 태어나길.”
그리 말하며 서인철은 머리에 찔러 넣은 단검을 정확히 반 바퀴 돌렸다.
트드득!
단검이 머리뼈를 깎아내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칼의 두 눈은 빛을 잃었다.
거대한 몸 또한 균형을 잃고 뒤로 쓰러졌다.
서인철이 단검에 박힌 머리통을 빼내 던지며 몸을 돌렸다.
두 팔을 활짝 벌린다.
“훌륭한 팀워크였어, 친구들.”
“…….”
“…….”
“…….”
이현욱이 주저앉으며 눈을 게슴츠레 떴다.
최준석은 대(大) 자로 뻗은 채 활력 포션을 마시며 서인철을 바라봤다.
멀리 떨어진 김민교도 멀거니 서서 그를 쳐다봤다.
세 남자가 가만히 바라보자 서인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왜긴 이 자식아, 기회가 있었으면 바로 찔렀어야지!”
“뭐?”
“기분 엿 같아지라고 기다리는 놈이 어딨어! 우리 진짜 위험했다고!”
“아. 그거 거짓말.”
“…뭐?”
이현욱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거짓말?
뭐가 거짓말이었는데?
그런 의문이 떠오른 얼굴을 보고 서인철은 어깨를 으쓱였다.
“저놈 저거 원체 방심을 안 하더라고. 준석이를 찌르고 승리를 확신하고 나서야 빈틈이 생겼어.”
“…즉, 안 찌른 게 아니라 못 찔렀던 거다?”
“그렇지.”
“…….”
이현욱이 입을 다물었다.
다른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방금 진짜로 죽을 뻔했네….
그런 생각을 중얼거리며 이현욱은 마른세수를 했다.
“저번에 말했었던 건데….”
“응?”
“역시 너 백도운 닮았어.”
“야, 야. 왜 또 그런 끔찍한 소리를-”
“아아, 알 것 같아.”
서인철이 반박하려고 했지만, 어느새 다가온 김인교가 끼어들었다.
최준석도 마찬가지로 피식 웃더니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두 사람마저 같은 반응을 보이자 서인철은 벌렸던 두 팔을 축 늘어뜨렸다.
“너희까지 왜 그러냐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