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ppened to be the owner of the Harem Knights RAW novel - Chapter 401
401화. 마침내…
‘?’
아무런 망설임 없이 쳐올린 검이었는데, 샤릭은 두 여자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누군가 맨손으로 검을 잡고서 늘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힘에 겨워졌다.
‘이럴 리가?’
이미 진작에 아달라스의 몸을 쫘악 갈라 버리고도 남았을 텐데, 웬일인지 샤릭의 검은 그의 하체를 강타한 후 그 부분에서 멈췄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살펴보려고 하자 그녀는 곧 자신이 마치 시간이 잡아당겨지기라도 한 공간 속에 머물고 있음을 느꼈다.
‘이런 게 가능하다고?’
몸은 그대로고 소중한 뮤의 생명력으로 만들어 낸 역동적인 마나의 움직임도 생생하다. 그런데 귀로 들리는 소리가 이상하다. 그뿐만 아니라 피부로 느끼는 감각 또한 극도로 예민해져 공기의 미세한 흐름조차 찌릿찌릿하게 느껴질 정도다,
‘시간이 이렇게 천천히 흐를 수가 있다니?! 내가 또 한 단계 높은 경지에 이른 건가? 도대체 나란 여자는 한계가… 어라?’
샤릭은 자신의 위대함에 감탄하다가 문득 시간을 잡아당기는 존재가 따로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목소리의 주인들이었다. 그녀들이 누군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저 흐릿한 빛 덩어리로만 보였기 때문인데, 그들이 자신의 빛을 잃어가면서까지 시간이 흐르는 걸 막고 있었다.
– 부탁해요. 제발 이 사람을 살려 주세요!
– 죽이지 말아 주세요. 제발요…!
간절하다 못해 애절하기까지 한 목소리가 샤릭의 마음을 울린다. 샤릭은 그들이 아달라스와 어떤 관계가 있는 영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런 기적과도 같은 일을 벌여 자신에게 부탁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샤릭은 뮤의 뜻을 이어야만 했다. 뮤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그녀에게 준 이 소중한 생명력을, 그 생명력으로 만들어 낸 마지막 기회를, 고작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는 여인들 때문에 헛되이 할 수는 없으니까.
‘미안. 당신들도 사연이 있겠지. 나 역시 지금은 아달라스가 그렇게 밉지 않아. 그렇지만 난 뮤의 뜻을 이루는 게 더 중요해.’
뮤의 생명력을 잔뜩 넘겨받아 그 영향을 받은 탓인지 마음이 한결 너그러워진 상태. 이런 마음이라면 살생을 멈추고 싶기도 했으나.
‘뮤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어. 뮤가 상처받지 않고 아파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그러자면… 여기서 반드시 아달라스를 끝내야만 해!’
샤릭의 결심은 변함없다. 뮤를 향한 그녀의 마음이 절대로 변함없는 것처럼.
‘그만 끝내자!’
샤릭이 여인들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며 정신을 집중하자 억지로 붙잡혀 있던 시간이 다시 천천히 흐르기 시작한다.
– 쿠드드드득
검이 아달라스의 다리 사이를 강타한 후 무지막지한 힘으로 위쪽을 가르며 올라간다. 살점이야 이미 시커멓게 타 버렸으나, 몸 안의 내장과 뼈가 검에 으깨지며 터지는 감각이 잔혹하리만큼 생생하다.
‘날 원망하지 마. 많은 사람을 위한 일이야.’
샤릭의 결심이 확고해질수록 옆에서 애원하던 두 개의 빛 덩어리는 세차게 요동치더니 곧 소멸될 것처럼 희미해지고 만다.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도 샤릭은 대의를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
‘죽어라!’
이제 오로지 검과 베는 행위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며 그대로 아달라스를 베어 버리려던 때였다. 그녀의 뒤에서 따스한 존재가 느껴지더니 그의 손이 검을 쥔 샤릭의 두 손 위에 얹어졌다. 형체는 뿌옇게 보이지만 샤릭은 그 존재가 누군지 단번에 알았다.
뮤였다.
– 누나
‘뮤?’
샤릭은 갑자기 나타난 뮤가 반가우면서도 걱정이 된다. 그는 분명 자신에게 생명력을 몰아줘서 움직일 기력도 없을 텐데 어떻게…?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다. 뮤의 손이 아달라스를 반으로 갈라가던 샤릭의 손을 꾹 누르며 제지했던 것이다.
‘왜, 왜?’
샤릭은 이 모든 혼란과 고통을 끝낼 기회를 뮤가 스스로 포기하는 게 의아하다.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뮤는 어느새 더욱 밝은 빛을 발하며 샤릭과 연결되고 옆에서 애원하며 사라져가던 빛들도 감쌌다. 또 급기야는 아달라스까지 감싸며 그와 하나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뮤의 빛에 휩싸이고 연결된 그들은 모두 뮤의 생각과 마음을 느끼게 되었다.
– 아달라스를 죽이면 모든 게 끝나는 걸까?
뮤는 생각했다.
– 이 사람만 죽이면… 샤나드와 대륙 전체에 전쟁의 고통이 사라지는 걸까?
억지로 시간을 붙잡고 있는 만큼 뮤의 빛도 빠르게 소진되어 간다. 이대로 완전히 소멸되어 버리면 다시금 죽음 너머의 세계로 들어가야만 했다. 망설일 시간이 없는데도, 뮤는 자신의 빛을 잃어가면서까지 고민을 거듭한다.
그 순간 하나로 연결된 이들의 기억이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지는 신기한 현상이 벌어진다. 다른 이가 살면서 겪었던 기쁨과 즐거움, 슬픔과 절망, 사랑과 분노가 마치 자기가 겪었던 것인 양 생생하게 느껴지고 그려졌다. 그렇게 메르텔과 이오의 기억이 모두 전해지고 나자 두 여인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려왔다.
– 고맙습니다. 아달라스, 안녕…
– 주인님, 저와의 약속을 꼭 지켜 주세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두 여인의 빛은 소멸되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는 아무리 간절하게 원해도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메르텔과 이오.
뮤는 자신 또한 이대로 가다간 곧 소멸될 거라는 걸 잘 알았다. 그와 하나로 연결된 샤릭의 마음이 어서 돌아가라며 외쳐댄다. 그러나 뮤는 시간을 붙잡느라 빠르게 빛을 잃어가도 가장 중대한 문제의 답을 아직 얻지 못했다. 그걸, 그걸 꼭 알아야만 했다.
– 아달라스 또한 불쌍한 사람이었어.
뮤는 이미 아달라스와 메르텔, 이오의 기억을 공유했다.
– 그를 이렇게 악마로 만든 건, 그의 복수심을 이용한 저 드래건이지!
뮤는 하늘 높은 곳에서 자기를 내려다보는 레드 드래건, 에어티스의 존재를 확실하게 느꼈다. 그러자 마음 한편에서 억울함과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 왜. 무엇 때문에. 저 드래건으로 인해 그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아야 하지?
뮤는 자신이 아달라스의 삶을 살았던 것처럼 에어티스에게 분노했다. 그리고 에어티스로 인해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할수록 그 분노는 더욱 커졌다.
– 우리는 그렇게 약하지 않아. 당신에게, 우리를 그저 세상의 쓰레기 정도로만 생각하는 당신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어.
뮤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과 동시에, ‘그럼 뭐로? 어떻게?’라는 물음이 떠오른다.
희미해져 가는 빛. 시간을 붙잡는 것도 더는 불가능하다. 어서 돌아가지 않으면 뮤도 메르텔과 이오처럼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 뮤! 어서 돌아가!
샤릭이 애타게 외친다. 하지만 뮤는 아직 돌아갈 수 없었다. 레드 드래건에게 맞설 힘과 방법을 찾아야 했다.
– 우린… 우리는…
뮤는 대답을 찾기 위해 혼자 중얼거리다 ‘우리’라는 말에 강렬한 충격을 받는다. 그건 외부에서 가하는 물리적인 충격이 아니라 내부에서 폭발하듯 생겨난 충격이었다.
마침내 뮤의 빛이 완전히 소멸되기 직전, 다시 시간이 정상으로 흘러갔다. 뮤는 얌전히 누워 있던 몸으로 되돌아갔고, 샤릭의 검은 엄청난 힘과 빠르기를 그대로 간직한 상태로 되돌아가 아달라스의 몸을 반으로 갈라 버리려 했다.
그런데.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그대로 멈추는 샤릭의 검.
– 푸프프프…. 챠악-
샤릭은 아달라스의 배꼽 밑 부분에 박혀 그의 장기를 태워대던 검을 잡아 뽑았다.
“….”
– 털썩
샤릭이 말없이 아버지가 사용했던 검을 바라보는 사이, 힘을 완전히 잃은 아달라스는 뒤로 넘어가며 쓰러졌다, 그녀의 눈길이 다시 향한 곳은 당연히 누워 있는 뮤였다.
“뮤…!”
샤릭이 뮤 옆으로 다가가 앉으며 그의 손을 잡자 잠든 것 같았던 뮤가 힘겹게 눈을 떴다.
“샤릭 누나… 고마워요.”
“고맙긴.”
뮤는 기운이 없었음에도 있는 힘을 다해 샤릭의 손을 꼭 쥔다.
샤릭은 아달라스를 살려 두었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하나로 연결된 뮤의 마음을 그대로 읽었다. 그랬기에 뮤가 생각하고 깨달은 걸 그녀도 함께 깨달았다.
그래서 아달라스를 죽일 수 없었다.
뮤의 마음을 잘 알았기에.
“로티.”
“네, 백작님!”
샤릭이 부르자, 루미르바의 가슴을 치료하던 로티가 기쁜 얼굴로 대답했다. 아달라스를 쓰러뜨린 게 기쁜 건지 아니면 뮤가 걸어준 ‘사랑으로 행복한 마음’ 때문에 기쁜 건지는 알 수 없어도 아무튼 얼굴 가득 환하게 웃는 로티다.
“애들 급한 것만 치료하면 이 녀석도 좀 치료해 줘.”
“아달라스도요?”
“응…”
“네, 알겠습니다. 백작님! 아차, 그런데 뮤는 괜찮아요?”
로티가 묻자 뮤의 상체를 들어 살포시 자기 가슴에 끌어안는 샤릭.
“응. 뮤는 내가 돌보면 돼.”
“아- 알겠습니다-!”
뮤는 샤릭의 품에 안기자 모든 걱정을 잊은 듯 편안해진다. 원래부터 샤릭의 품이 자신의 자리였던 것처럼 뮤는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아늑하게 휴식을 취한다.
“고생했어, 뮤. 좀 쉬어.”
– 쪽
샤릭이 뮤의 이마에 입을 맞추는데 옆에서 누군가 다 죽어가는 소리를 낸다.
“야아- 네 눈에는 다 죽어가는 나는 안 보이지…? 이게 죽을 뻔한 걸 두 번이나 살려줬더니만… 정말 이러… 쿨럭! 쿨럭! 아, 목 아파…!”
소리가 나는 곳을 돌아보니, 입고 있던 마법사의 로브가 군데군데 찢어지고 검게 그을린 젤리아가 쓰러져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태로 구시렁댄다.
“로티.”
“네, 샤릭 백작님!”
“이따가 시간 남으면 쟤도 좀 봐줘.”
“네! 알겠어요!”
“이것들이… 후, 후작 무서운 줄 모르… 콜록! 콜록! 아으으…! 온몸의 뼈마디가 다 아프네…!”
“젤리아 후작님! 잠시만 참아주세요. 제가 아달라스 먼저 치료하고 바로 돌봐 드릴 거니까요!”
“아아아–!! 나, 나 손이 너무 아파! 야, 로티! 너, 내 손 짝짝이로 붙여 놓은 거 아니야?!”
이제 위험한 순간을 넘겼는지 로렌도 슬슬 소리를 질러댄다.
“그게, 우선은 응급조치만 해서 그래요! 제가 루미르바 님 치료해 드리고, 아달라스를 봐주고, 젤리아 후작님을 돌봐준 다음에 다시 로렌 언니를…”
“로티, 조용히 하고 나한테 집중 좀 해… 내 가슴, 이거 모양 그대로 잘 살려야 한다. 너.”
루미르바의 목소리도 들린다.
“아이… 나 또 힘이 서려 있는 바위를 찾아야 할까 봐. 기운이 하나도 없네.”
아리엘의 목소리도 들리고.
“뭐야, 예카, 넌 벌써 다 나은 거야?”
“이 정도는 기본이지.”
“하아…”
이브넬린과 예카의 목소리까지 들리자 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겼다.
아달라스를 이긴 게 아니다.
뮤는 샤릭의 얼굴 너머로 저 높은 하늘에 떠 있는 레드 드래건, 에어티스를 바라본다.
‘우리는 당신을 이겼어요.’
뮤를 내려다보는 샤릭의 머리카락이 뮤의 이마를 간지럽힌다. 그 기분 좋은 촉감이 주는 행복 속에서 뮤는 새롭게 다짐한다.
‘다시는 제2의 아달라스가 나오지 않게, 우리는 계속해서 이 땅에 사랑과 평화의 마음을, 자비와 치유의 마음을 널리 퍼뜨릴 거예요.’
뮤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결심을 하고 나서 다시금 샤릭의 부드러운 입술을 느끼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어쩌다 하렘기사단의 오너
지은이 : 신나는작가
표지 : 민핌
기획 : 신나는작가
ISBN : 979-11-970944-0-8(402)
E-mail : [email protected]
가격 :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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