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ppened to be the owner of the Harem Knights RAW novel - Chapter 402
402화. 뮤가 라티니아에게 원하는 것
레드 드래건 에어티스는 허탈한 얼굴로 싸움의 결말을 지켜보았다. 아달라스의, 그리고 자신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었던지 결말을 지켜본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허허허~ 어떤가? 저 어린 것들이 참 대단하지? 이게 바로 사랑의 힘이 아니겠나~ 응? 허허허허~!”
반면 그린 드래건 타드리아노는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고 나란히 떠 있던 다크 드래건도 이 상황을 재밌어하는 얼굴이다.
“대단하군. 나도 이참에 사랑이라는 걸 한번 해 볼까?”
“허허허~ 내 적극 추천하네. 그거, 한번 해보면 아주 묘~한 맛을 느끼게 될 걸세.”
“후후후. 그렇다면 당장에라도 해봐야겠군. 그럼 나도 이번엔 인간으로 한번 해 볼까?”
“인간? 나쁘지 않지. 인간들은 다크 엘프들과는 달리 감정이 다양하면서도 그 깊이가…”
그런데 신이 난 타드리아노의 말을 에어티스가 끊고 나선다.
“그래도 날 막을 수는 없다.”
“엥?”
“인간 세상은 벌써 불이 번졌어. 후후후! 타드리아노, 넌 결국 잿더미가 된 인간 세상을 보게 될 거다! 흐하하하하!”
“허허허. 과연 그럴까?”
타드리아노는 어린 손주의 허무맹랑한 말이라도 들은 노인처럼 가볍게 웃는다.
“앞으로 샤나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보게나. 저 어린아이들이 장차 대륙 북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말이야. 허허. 아마 자네도 깜짝 놀랄걸? 허허허~!”
* * *
루트윈에서의 전투는 샤나드군의 승리로 끝났다.
제국군은 전투 초반 수적 우위와 아달라스를 이용한 양동작전으로 샤나드군을 맹렬하게 밀어붙였으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엘프군과 오크 전사들 그리고 샤릭 휘하의 최정예 기사대와 골드로즈 마법 전투단에게 습격을 받아 무너지고 말았다.
주력 부대와 떨어져 있던 라티니아는 마법으로 도망치는 데 실패하고, 호위대의 보호를 받으며 어떻게 해서든 안전한 곳으로 피하려 했으나 결국 프란츠와 가드릭에게 붙잡혔다.
아달라스의 패배. 그리고 후방에서 나타난 적의 공격과 라티니아까지 사로잡혔다는 소식은 루트윈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전의를 상실한 제국군은 태반이 항복하거나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그야말로 샤나드군의 극적인 역전승이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전투가 끝나고 그로부터 십 일이 지났다.
샤나드군은 미라드아의 동쪽 끝, 제국과 국경을 맞댄 곳까지 진격해 그곳에 진을 치고 주둔했다. 이로써 샤나드는 미라드아 전역을 완벽하게 차지하게 되었고 빠르게 치안을 확보하며 안정화 작업을 시작했다.
샤나드의 승리 소식은 대륙 전역으로 전해졌는데, 대조적으로 한층 더 혼란스러워진 제국과 주변 왕국들은 감히 샤나드에게 시비를 걸 생각조차 못 할 정도로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샤나드군 사령부 안에 위치한 어느 건물.
뮤는 젤리아, 아넬리아와 함께 근위 기사들이 삼엄하게 지키는 철옹성 같은 건물로 들어섰다.
두꺼운 쇠문과 빼곡하게 마법진이 새겨진 복도를 지나 그들이 들어선 곳은 바로 라티니아 황녀가 갇힌 방.
십 일이 지나 대패의 충격이 어느 정도 가신 건지 아니면 모든 걸 내려놓아서인지 라티니아는 무념의 상태로 보였다. 초췌해진 얼굴과 윤기를 잃은 머리카락. 이곳에서 잠을 안 재우거나 먹을 걸 안 주거나 하지는 않았을 텐데도 라티니아는 최소한 몇 년은 갇혀 지내며 고생한 사람처럼 보였다.
“안녕하세요, 황녀님.”
뮤와 두 여인은 대답도 듣지 못할 간단한 인사를 건넨 후 라티니아 앞에 앉았다. 그리고 곧바로 그녀를 찾아온 이유를 말하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먼저 말을 꺼낸 이는 뮤였다. 그가 젤리아와 아넬리아 공주에게 동의를 구하듯 바라보자 그녀들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황녀님. 며칠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국은 지금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그동안 제국에게 침략당했던 왕국들이 모두 한꺼번에 제국을 공격해 들어갔기 때문이지요. 반면에 제국은 귀족들 대부분이 황제의 통제를 벗어난 탓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 하는 실정이에요.”
“….”
라티니아는 그저 말없이 벽을 바라본다. 이미 그녀는 루트윈에서 사로잡힐 때 이렇게 될 것을 예상했었다. 가슴이 아프지만, 그녀로서는 그저 받아들여야만 하는 참담한 현실이었다. 뮤는 그런 라티니아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문제는 제국이 만만한 먹잇감으로 전락하자, 이제는 제국을 침략한 다른 왕국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서로 제국 땅을 더 많이 점령하려고 그러는 거 같은데… 후우… 그래서 대륙 북부는 이곳 샤나드의 영토를 제외하고서는 온통 전쟁의 불바다가 되고 말았습니다.”
뮤는 그렇게 말하던 중 문득 레드 드래건 여인을 떠올렸다. 어찌 되었든 간에 결국 세상은 그녀가 원했던 대로 되고 말았으니까.
그리고 지금 뮤가 누나들과 함께 이곳에 온 건, 세상이 에어티스의 뜻대로 불타 버리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라티니아 황녀님, 우리는 황녀님을 풀어주겠습니다.”
“… 뭐?”
뜻밖의 말에 라티니아는 뮤를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고 말았다. 자기를 풀어주겠다니. 혹시 이제는 황녀인 자신을 포로로 데리고 있을 필요도 없을 정도로 제국이 무너져 버렸다는 뜻일까?
“그게 무슨 말이지?”
영문을 몰라하는 라티니아의 질문에 대답한 사람은 아넬리아였다.
“우리는 누군가가 영향력을 잃은 황제와 타라슬라 황자를 대신해 제국의 혼란을 수습하길 원해요.”
“….?”
이번에는 젤리아가 말을 잇는다.
“황녀님의 동생들, 드리우트 황자와 야느세르스 황자는 풀어주지 않을 거예요. 그들까지 보내면 제국은 더 어지러워질 뿐이니까요.”
라티니아는 아넬리아와 젤리아의 말을 어느 정도는 이해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진정한 의도가 뭔지 알 수 없어서 불안하다.
“날 뭘 믿고?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경계의 눈빛으로 젤리아와 아넬리아를 쏘아보는 라티니아. 그러자 그녀들을 대신해 다시금 뮤가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황녀님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잘 알아요. 황녀님은 어떤 불리한 상황에서도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또 그걸 반드시 성공시키는 분이죠. 젤리아 누나도 인정했을 정도로요.”
뮤의 말에 젤리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뜻을 보인다.
“그런데도 날 풀어 주겠다니… 이유가 뭐지? 너희가 그렇게까지 하는 건 나에게 뭔가를 원한다는 건데. 사람을 잘못 봤다. 내가 너희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줄 거라고 알았느냐? 어림없다.”
표독스러워진 라티니아의 얼굴과 목소리. 하지만 뮤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젓고서는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우리가 황녀님을 풀어주는 이유는, 오직 황녀님만이 제국의 혼란을 빠르게 수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우리 샤나드군도 조만간 제국으로 향할 거예요. 지금도 부지런히 준비 중이고요.”
“그게… 무슨 소리야.”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우리는 제국을 공격해서 땅을 뺏으러 가는 게 아니니까요.”
라티니아는 점점 더 뮤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다. 혹시 이들은 자신을 끄나풀이나 꼭두각시처럼 만들어 제국을 조종하려는 걸까. 그렇다면 더더욱 이 제안에 응해서는 안 됐다.
“우리는 전쟁을 종식시키러 가는 거예요. 더 이상 제국과 왕국의 사람들이 전쟁으로 고통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요. 음… 지금은 제 말을 믿지 못하시겠지만, 곧 우리의 진심을 황녀님과 제국 사람들 모두가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
“참. 황녀님을 풀어주는 대신 한 가지 부탁할 게 있어요.”
“… 그게 뭐지?”
라티니아는 경계하는 눈빛을 숨기지 못하며 물었는데, 뮤는 그런 그녀를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며 빙긋 웃는다,
“전 황녀님께서 예전의 착하셨던 분으로 돌아가셨으면 해요.”
“뭐?”
“젤리아 누나와 함께 황녀님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던 중에 알게 되었거든요. 황녀님이 어릴 때 어떤 분이셨었는지를요.”
라티니아의 눈빛이 흔들린다. 그녀가 어렸을 적… 아직 권력의 잔인함을 겪지 못하고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그녀의 어린 시절을 이 남자가 어떻게 안다는 건지. 또 예전의 착했던 그녀로 돌아가길 원한다니… 단언컨대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녀는 이미 살아남기 위해, 측근들을 살리기 위해, 오직 생존만을 위해 상대를 없애는 삶에 익숙해져 버렸으니까.
“제가, 제가 꼭 그렇게 만들 거예요.”
이 뮤라는 남자는 무슨 자신감으로 이딴 말을 하는지. 라티니아는 가소롭고 또 씁쓸한 기분에 피식 웃고 만다.
“훗…”
“젤리아 누나, 그럼 시작할게요.”
“응, 알았어. 나도 준비할게.”
갑자기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는 뮤와 젤리아.
“뭐야. 나한테 뭘 하려는 거지?”
“아- 이건 ‘착해지는 마음’이라는 건데요. 한잠 푹 주무시고 일어나면 기억은 안 날 거예요. 하하.”
뮤는 별일 아니라는 얼굴로 환하게 웃을 뿐이다. 라티니아는 더욱 불안해졌지만 이내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몸이 편안해지며 서서히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 * *
근처의 또 다른 건물.
이곳은 라티니아가 갇힌 곳처럼 경계가 삼엄하지 않다. 쇠창살이나 철문도 없고 마법진도 없었으며 한 사람이 누워 있는 침대 옆으로는 커다란 창문이 활짝 열려 있기까지 했다.
“휴우… 오늘 치료는 여기까지 할게요. 기분은 좀 어때요?”
그렇게 말을 건네는 이는 로티였다. 그녀는 루트윈 전투 이후 매일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을 치료해 주고 있었다.
그러나 로티의 상냥한 말에도 불구하고 침대에 누운 갈색 머리의 사람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
“저기… 정말 죄송하게 됐어요. 제가 아무리 애를 써도 아달라스 씨의 그… 그, 소중한 부분은 재생시킬 수 없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로티가 정말 미안한 얼굴로 거듭 사과해도, 남자의 생식기를 상실한 아달라스는 멍한 얼굴로 그저 가만히 누워만 있을 뿐이다. 샤릭의 일격을 밑에서부터 맞은 그는 그만 중요한 부분이 터지며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재생을 위한 조금의 조직도 남아 있지 않아서였는지는 몰라도, 로티가 며칠 동안 애를 썼음에도 끝내 재생시키지 못했다.
“그럼 오늘 저녁에는 뮤랑 같이 또 올게요. 뮤가 아달라스 씨한테 뭔가 할 말이 있다고 그랬거든요. 그럼 쉬세요, 아달라스 씨.”
로티는 안쓰러운 얼굴로 아달라스를 바라보다가 이내 근위 기사를 따라 방을 나섰다.
어쩌다 하렘기사단의 오너
지은이 : 신나는작가
표지 : 민핌
기획 : 신나는작가
ISBN : 979-11-970944-0-8(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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