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65
“자, 오늘의 컨텐츠. 드래곤의 발톱을 깎아 보겠습니다.”
드한을 데리고 31번 구역으로 데리고 가는 길이었다. 멀진 않지만, 그렇다고 가까운 길도 아니었기에 칼에게 빌린 널찍한 오프로드용 트럭을 타고 가는 길이었다.
하얀이는 옆에서 ‘용의 폼’으로 한성의 품에 안겨 있었다.
– 미친ㅋㅋㅋ 드래곤 발톱 자르기랜다.
– 그게 잘림?ㅋㅋㅋㅋㅋㅋㅋ
– 하얀이 안긴 거 개귀욤.
댓글이 주르륵 올라온다.
한성은 가장 먼저 강철로 만든 단검을 꺼내 들었다.
“하얀이 발톱!”
“크응.”
하얀이는 졸립다는 듯 하품을 하며 한성에게 발을 내밀었다. 하얗고 작은 발이 한성의 손에 올라왔다.
툭툭.
“이것 보세요. 흠집도 안 나죠?”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이런 영상에도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 한 번에 검강 같은 걸 써 봤자 재미가 없다.
“자, 이번엔 500도 씨까지 가열해 보겠습니다.”
우우웅.
단검에 마력이 스며들어 가열을 시작했다. 곧 시뻘겋게 달아오른 검에서 연기가 올라왔고, 한성은 그 단검으로 하얀이의 발톱을 찔렀다.
쿡쿡.
“이것도 멀쩡하죠?”
– 와ㅋㅋㅋㅋㅋ단단한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까 새삼스럽네.
– 귀엽기만 한 줄 알았는데, 하얀이 개쎄네.
– 하얀이 발에 맞으면 그대로 사망 각.
– 한 번 맞아 보고 싶어······,
한성은 열을 제거하고 얇게 유형화된 마력을 방출했다. 간단한 검기이다. 검강. 즉, 오러 블레이드의 바로 전 단계이며 고난이도의 마력 응용이기도 했다.
“이번엔 검기입니다.”
지잉.
하얀이에 발톱에 살짝 금이 그어졌다. 하지만 잘린 건 아니다. 0.1mm도 파고들지 못하고 막혀 버렸다.
“크으. 이것 봤죠? 아, 의심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강철을 잘라보겠습니다.”
스윽. 툭.
스윽. 툭.
한성이 품에서 꺼낸 작은 단검 하나가 두부처럼 썰린다. 그 장면에 댓글 창이 난리가 난다. 하얀이의 발톱은 둘째치고 한성이 검기를 자유자재로 쓴다는 것 때문이었다.
– 미친ㅋㅋㅋㅋㅋㅋ이거 뭐야. 얘 마법사 아니었어?
– 검, 마법 다 씀ㅋㅋㅋㅋ근데 검기까지 쓸 줄은 몰랐다.
– 난 그냥 마력 응축한 건 줄 알았는데, 검기였다ㄷㄷ
– 하, 재능충
– 상대적 박탈감 쩐다. 아직 17살짜리 후보생이라며?
한성은 씨익 웃으며 검강을 뽑아냈다. 본래라면 한성의 경지로 꺼낼 수 없는 경지의 마력 응용. 하지만 한성의 육체 능력치는 49까지 올랐고 마력 지배는 S등급에 진입했다.
거기에 ‘격’까지 얻었으니 이 정도 응용은 어렵지 않은 것.
지이이잉.
우웅.
시퍼렇게 솟아난 작은 검강은 웅후한 공명음을 냈다. 오랜 격을 지닌 검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럴듯한 검강이 나왔다.
한성은 검강으로 하얀이의 발톱을 찔렀다.
스극. 스극.
“와, 이것도 잘 안 잘리죠? 역시 우리 하얀이.”
조금씩 가르고 있기는 하지만 쉽게 잘리질 않았다.
하얀이는 그 와중에도 하품을 쩍쩍 해대며 눈을 감고 있었다. 슬슬 자를 때가 되었기에 간질간질했을 거다. 마침 한성이 직접 잘라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귀엽게 다듬어 보겠습니다.”
한성은 하얀이의 발톱을 하나하나 다듬었다. 한성은 발톱 부산물을 얻고 하얀이는 시원해서 기분이 좋다. 게다가 컨텐츠까지 나오지 금상첨화.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였다.
그때, 무언가를 느낀 한성은 멀리 모여드는 먹구름을 바라봤다. 그곳엔 무언가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콰과광.
아주 먼 곳에서 쳐대는 천둥.
과할 정도로 뭉쳐진 검은 구름 표면에서 끊임없는 번개가 쏟아졌다.
저것은 격의 요동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31번 구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 * *
피의 시간이 되려면 하루가 남았다. 원래 이 시점에는 마족이나 마수들이 습격을 자제한다. 일주일 중에 가장 안전한 날이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위기라는 것에 마계족의 습격만 있는 건 아니다.
검은 땅의 하늘.
검은 하늘에 그보다 더욱 검은 구름이 몰려들었다.
그것은 [격]의 요동이었고 마기의 폭발이었다.
그것은 바로 [타락의 광기].
보통의 플레이어가 검은 땅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맞이하는 ‘첫 번째 재앙(災殃)’이다.
그것은 검은 땅에서 죽어간 영웅들의 버려진 업적이었으며 주인을 잃은 마기의 집합체가 시작이었다.
흔히, ‘업적의 폭풍’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것이 무서운 이유는, [격]을 지닌 모든 것을 흡수한다는 것이다. [격]이 낮으면 통째로 잡아가 씹어 먹고 온전한 격에 이른 이들도 일부 [격]을 빼앗길 정도.
거기에 강한 물리력으로 방벽 및 건물까지 모조리 갈아버린다.
그렇기에 [타락의 광기]가 지나가는 구역은 폐허가 되고 만다.
위이이잉!
31번 구역에 경보가 울렸다.
“성시연님!”
신성철이 다급하게 성시연을 불렀다.
그는 몇 번 [타락의 광기]를 접해본 적이 있었다.
“도대체······ 저게 뭐죠?”
성시연의 물음이었다.
아주 먼 곳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검은 구름들. 그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침을 삼키게 하고 바람에 실려 온 오염된 마기 조각은 살갗을 갉아먹는다.
치이익.
성시연의 어깨에 작은 마기 조각이 그녀의 피부를 태워버렸다.
그녀는 보았다.
저 구름 안에 요동치는 수많은 [격]과 무언가를. 두 눈과 입이 붙어버린 검은 영혼은 악을 쓰며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친다.
하지만 ‘버려진 업적’이라는 타락한 것들은 그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사로잡힌 [격]들. 그리고 버려진 업적입니다.”
“······안타깝군요.”
한때, 하늘 전체를 덮는 [타락의 광기]가 존재했었다.
운이 좋게도, 그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닌 마계족의 영역으로 향했다. 마계의 존재들은 그것을 막지 못했다. 그들이 수십 년간 넓혀오던 영역의 1/3을 삼켜 버리고 악의 신격에 의해 겨우 소멸했다.
그 덕에 지금의 인간 영역이 한층 넓어지기도 한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곳을 향하는 저것은 규모가 그리 크진 않았다.
“그렇다 해도 이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칼이나 안톤이라는 사람이 있어도 막을 수가 없습니까?”
“저 정도 규모라면······ 둘이 합심하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업적을 빼앗기고 격 일부를 흡수당하겠죠.”
“······굳이 나서지는 않겠네요.”
“저희도 피해야 합니다.”
“어디로요?”
“당연히 뒤편에 있는 다른 구역으로······.”
신성철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십니까?”
“저는 못 가요.”
성시연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니, 마력 기관의 감각일까. 저것은 성시연······이 가진 마력 기관을 원하고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확인? 어떻게 확인하자는 말인가.
다른 구역으로 가서? 그거 흑연, 정연, 언더월드. 언제 이동한단 말인가. 먹구름은 점점 빨라졌고 산맥 전체를 덮으며 다가온다.
남은 건 두 가지.
이곳에 남던가.
저곳으로 달려들던가.
성시연이 가야 할 곳은 정해졌다.
“저는 앞으로 가겠습니다.”
“그건 안 됩니다.”
“저만 가면 됩니다.”
“차라리 이곳에 남으십시오. 31번 구역. 이곳은 무너져도 언제든 다시 지으면 됩니다.”
31번 구역에 모든 이들이 제 시간에 도망갈 수 있을까? 자기 목숨이 아까우면 도망가겠지. 그녀가 그것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성에게 피해가 되는 건 싫었다.
그렇다고 죽을 곳으로 찾아간다고?
성시연은 피식 웃었다.
“하긴,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약했다고.”
죽음을 쉽게 생각한 적 없다. 평생을 죽음과 삶의 경계에 살았다. 그녀가 악착같이 살 의지가 없었다면, 진즉에 죽었을 거다.
“화신체가 되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니까. 별 이상한 생각을 다 하네.”
성시연은 한 번 살아보기로 했다.
게다가 저것이 성시연을 먹는다고 멈춘다는 보장도 없었다.
신성철이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도움을 요청해 보겠습니다.”
“누구한테요?”
“누구긴요. 칼과 안톤이죠.”
신성철은 쓰게 웃었다. 어차피 그녀를 쫓을 거니 나머지만 도망가라고? 그럴 순 없다. 돈만 밝히는 용병단? 정말 그런 사람이었다면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도 없었을 거다.
오랜 시간을 보낸 건 아니지만, 이들과 함께한 시간은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그들이 올까요?”
신성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긴 하다.
업적과 격을 잃을 수 있다는 리스크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신성철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 해야 할 거다.
콰과과과과.
[타락의 광기]는 점점 가까워졌다. 벌써 끝머리는 산맥을 벗어나기 시작했고 떨어져 나온 오염된 마기 조각은 방벽을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했다.
* * *
한성은 눈앞에 뜬 [긴급 퀘스트]에 한숨을 내 쉬었다.
– [긴급 퀘스트 : ‘타락의 광기’를 막아라!]
– 누군가에 의해 ‘타락의 광기’가 31번 구역으로 향했습니다. 그것은 무엇이든 삼키는 끝없는 욕망(欲望)의 광기입니다.
– 실패 시 : 성시연의 죽음, 31번 구역의 멸(滅).
– 성공 시 : [타락의 광기]를 보낸 자의 정보.
“미친.”
실망시키질 않는다.
이 빌어먹을 세상은 말도 안 되는 시점에 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끌고 온다. 이번엔 한성이 먼저 공격하는가 했더니, 그새를 못 참고 이렇게 몰려든 것이다.
[타락의 광기]
한성이 모를 리 없다.
보통 플레이어가 검은 땅에서 겪는 [첫 번째 재앙]이다. 한성도 이전 회차에 이것으로 수십 번 이상 죽기도 했었다. 끔찍할 정도로 무지막지한 재앙.
이것을 누군가가 보냈다고?
이런 건 찾아보지 않아도 뻔하다.
검은 땅에서 [타락의 광기]를 움직일 수 있는 존재는 몇 없다. [신격]에 오른 이들이 이런 것으로 장난칠 일은 없을 거다.
“거기에 성시연이 타겟이라는 건······ 마력 기관이 미끼라는 거겠고.”
한성에게 원한이 있는 [릴리스]는 아직 이런 걸 움직일 힘이 없을 거다. 워낙 많은 신격을 뜯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한 명.
[양산박]의 비스트 마스터, 이지훈.
한성은 멀리 31번 구역을 바라봤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
[타락의 광기], [이지훈], [성시연]······ 그리고 ‘그것’까지. 한성의 머릿속엔 수많은 계획이 세워졌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런 과정 끝에 남은 단 한 가지.
한성은 머뭇거림 없이 하얀이를 데리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공간 조종을 이용한 중거리 공간 이동이었다.
* * *
콰과과과.
소용돌이치는 [타락의 광기]는 사방으로 오염된 마기를 뿌려댔다. 그것이 방벽에 닿자 방벽은 어이없을 정도로 손쉽게 녹아내렸다.
바닥은 물론이고 높이가 있는 건물도 예외는 없었다.
“와라.”
성시연은 방벽 위에서 먹구름을 바라봤다. 그러곤 모든 힘을 끌어올렸다. 바로 앞에서 직면한 그것은 마력 기관의 모든 것을 돌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기세를 뿜어댔다.
머리 위로 뿔이 어느 때보다 길게 솟아났고 날개는 끝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끝까지 뻗어났다.
“크흑.”
성시연은 혼자였다.
31번 구역의 모든 이들이 뒷문을 이용해 다른 구역으로 대피하는 중이었고 신성철과 그의 용병단은 안톤과 칼을 설득하기 위해 움직인 상태였다.
성시연은 그를 말릴 수 없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나왔다.
만약 자신이 목표라면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겠지. 그리고 그들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겠지.
‘버틴다.’
도망칠 수 있다면 진즉에 도망쳤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 게이트도 횟수가 모조리 소모되었기에 시간이 필요했다.
이한성에게도 방금 연락이 왔다.
‘버텨. 금방 간다.’
그는 격을 지녔지만, 저 검은 구름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되진 않는다. 하지만 믿음이 갔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에서 나오는 신뢰였다.
‘무조건 버틴다.’
먹구름의 힘은 방벽을 서서히 타고 올라왔다. 닿는 모든 것을 녹이면서 성시연 바로 발밑까지 온 것이다. 그것은 성시연을 향해 탐욕을 드러냈다.
“나는 죽지 않는다.”
그녀가 쌓아온 업적은 만만하지는 않았다.
5살에 첫 살인을 했고 6살에 온갖 고문에 적응했다. 그리고 10살이 채 되기 전, 죽음에서 살아남았다. 그러한 경험을 수십 번, 수백 번 겪었다.
– [끝없는 절망을 이겨낸 자]가 발동합니다!
– 심연과도 같은 절망에서 되돌아왔습니다. 당신의 의지는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 [정신은 육체를 지배한다.]가 발동합니다!
– 이겨낼 수 없는 고통을 수없이 이겨낸 자. 스스로를 얽매는 고통에서 자유로워집니다.
– 강인한 정신이 육체를 강화합니다! 현재 보유한 모든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대폭 상향됩니다!
그녀는 17년이라는 세월을 결코 쉽게 살아온 게 아니다. 그 누구보다 고통에 울부짖었고 절망에 신음했다. 그런 삶에서 만들어진 업적은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
하지만 [타락의 광기]는 끝없이 거대했으며 그런 그녀를 더욱 탐(貪)했다. 오염된 마기가 성시연의 살갗을 태웠고 곳곳에 뼈가 드러났다.
– [죽음을 짓밟은 자]가 발동합니다!
– 수많은 죽음에서 살아남은 자. 어느 누구도 당신이 지켜온 삶을 쉽게 빼앗을 수 없습니다. 삶에 대한 당신의 의지는 그 누구보다 강력합니다!
성시연은 수많은 죽음을 경험했다.
그 어떤 죽음의 위협도 그녀를 지옥으로 끌고 들어갈 수 없었다. 그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그녀는 웃으며 죽음을 지르밟고 삶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쿨럭.”
속이 뒤집혀 입에서 비릿한 덩어리가 뿜어졌고.
단단한 무릎이 접혔다.
고작 [희귀]에서 [역사]에 이르는 업적과 아주 희미한 ‘격’으로 [타락의 광기]에 대항할 순 없었다. 성시연의 격은 한없이 부족했다.
성시연은 죽음을 직감했다.
‘더······ 더 버텨야 해.’
그 말은 그녀의 입술을 벗어나지 못했다.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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