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이 사람들 모두에게 디톡시를 나눠주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찰리의 생각은 부정적이었다.
“약쟁이들이 우리가 나눠준 디톡시로 몸을 깨끗이 정화하고 나면 무슨 생각을 할 것 같아?”
“이번 기회에 약을 끊겠다?”
찰리는 데이비드의 답변을 듣고 생각했다.
데이비드의 동화 속 세상은 참 따뜻한 곳이라고.
“내가 본 중독자들은 정반대야. 이제 전보다 건강해진 몸으로 더 많이 약에 취할 수 있겠다. 너무 좋다.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할걸?”
“그건 너무 억측 아닐까요?”
“억측일 수도 있겠지. 세상 모두가 같은 사고방식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적어도 한때는 내 가족이었던 사람은 그랬어. 재활 센터에서 빠져나오면서 히죽거리면서 말하는 걸 내가 들었거든.”
찰리는 끔찍했던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 새끼가 그때 똑같이 말했어. 그리고 곧바로 미친놈처럼 마약상을 찾아갔지.”
“찰리… 충분히 알아들었어요.”
데이비드는 자해에 가까운 찰리의 회상을 말리려 했지만, 찰리는 이미 기억 속에 빨려 들어간 상태였다.
“내가 그 말을 들었던 때에 바로 방아쇠를 당겼더라면 적어도 누나가 죽진 않았겠지.”
“그건 찰리의 잘못이 아니에요.”
데이비드는 찰리의 귀에 닿지도 못하는 위안을 하느라 진땀을 쏟고 있었다.
“하여튼 난 경험상 ‘약쟁이들이 갱생이 될까?’라는 의구심이 있어. 그럼에도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니까 마지막 기회를 주려고 하는 거지. 아마도 실망하겠지만.”
“그래서 여러 가지 방안들을 생각했잖아요.”
데이비드가 좌회전 신호에 맞춰서 핸들을 크게 돌리며 말했다.
“그건 그렇지만 그런 놈들은 언제나 그랬듯 방법을 찾아내거든.”
“그럴까요. 일단 도착했으니 내리세요.”
둘이 도착한 곳은 켄싱턴 거리가 시작되는 곳에 있는 구호 센터였다.
오늘을 위해 새롭게 설립한 곳이었다.
“오, 둘이 같이 왔구나!”
둘을 반갑게 맞이해준 건 이곳 센터를 총괄하는 센터장, 수잔이었다.
수잔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번갈아 가며 둘을 안아주었다.
“준비는 어때? 문제가 있진 않아?”
“그럼. 수겸이 보낸 시약은 오늘 배포할 물량을 제외하고는 금고에 모두 넣었지. 이제 사람들만 오면 돼.”
“혹시 아무도 안 올까봐 걱정하는 건 아니지?”
찰리가 피식 웃었다.
“왜 웃어?”
“내가 요새 한국어를 꽤 많이 공부했는데, 한국에는 이런 말이 있어.”
“뭔데?”
“걱정도 팔자다.”
“그게 무슨 뜻인지도 함께 말해야지!”
“하하.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라고. 이제부터는 시간 문제야.”
“그럴까?”
찰리는 몰라도 적어도 수잔은 진심으로 최대한 많은 중독자들을 구제하는 것이 목표였다.
“수잔, 우리가 만든 조건들을 무시하고 안쓰럽다고 디톡시를 더 주면 안 됩니다. 규정을 지키는 것이 모두를 위한 방법이에요.”
데이비드는 더없이 진중한 표정이었다.
“알겠어요. 딱 한 번 처음 방문에는 조건 없이 디톡시를 준다.”
수잔은 데이비드를 안심시키려 암기한 내용을 나열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네, 맞아요. 그리고요?”
“만약 디톡시를 받은 사람이 또다시 마약에 빠져 두 번째 방문을 한다면 입원 치료를 전제로 하고 디톡시를 준다.”
“그리고?”
“그럼에도 또다시 마약에 손을 댄 사람은 포기한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2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였다.
“그런 사람들까지 잡기에는 우리도 무리니까요. 한정된 자원이면 더 의지가 강한 사람을 먼저 돕는 것이 맞아요.”
“데이비드. 이제 그만. 나도 잘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잔소리 하지 마.”
* * *
디톡시를 받기 위한 줄이 센터 건물을 빙 두르고도 남을 정도로 사람들이 쌓일 때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3시간이었다.
처음엔 찰리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1명이 주변만 서성이다 갔다.
그리고 10분 뒤에 또 다른 사람이 수잔과 상담을 하더니 도망치듯 빠져나가기도 했다.
“찰리. 홍보가 덜된 것 같아. 설명이 혹시 너무 어려웠나? 아무래도 문구 수정을 해야겠어.”
“잠깐만. 딱 1명이면 돼. 딱 1명이면 순식간에 디톡시에 대한 소문이 퍼질 거야.”
“지금 그 1명조차도 구하기 힘들어서 그런 것 아냐?”
“방금 그 1명 구해진 것 같네.”
찰리가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한 건 데이비드와 칼리아였다.
둘의 뒤에는 연신 두리번거리며 따라 걸어오는 한 남자가 보였다. 아무래도 저 남자가 공식적인 첫 번째 치료자가 될 것 같았다.
“왜 이게 기쁘지?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찰리가 혼잣말을 속삭였다.
정말 죽이고 싶을 정도로 마약 중독자들이 미운 것도 사실이지만, 자신과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토록 미운 중독자들과 얼굴을 맞대면서 지지고 볶고 싸워야만 했다.
찰리가 생각하기에 지금 이 순간 기쁜 이유는 수겸의 존재였다.
“수겸 덕분에 희망이 보여.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터널을 걷다가 이제야 저 멀리 출구가 보이는 기분이랄까.”
자신은 최선을 다해 돕고 있었지만, 중독자들은 어김없이 찰리의 기대를 배신하고 다시 어두운 길로 방향을 꺾고 말았다.
과연 언젠가는 성공하는 날이 있을까? 라고 의구심이 들 때 수겸이라는 남자가 나타나 또 다른 길을 보여주었다.
“저도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네요.”
찰리의 혼잣말을 귀신같이 들은 데이비드가 어느새 옆으로 다가왔다.
“고생했어. 칼리아가 또 어이없는 말을 하진 않았어? 예를 들어 치즈버거를 내놓으라던가.”
“칼리아 씨가 얼마나 열심히 활동했는데요. 마음 같아서는 치즈버거 백 개도 사줄 수 있어요.”
칼리아가 데리고 온 남자는 벌써 5년째 약을 끊었다가 금단현상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약에 손을 대는 것을 반복하는 남자였다.
“금단현상만 없었다면 다시 제가 약을 하지 않았을 텐데. 그랬다면 지금쯤 전 매일 아침 제 아들을 초등학교에 데려다주는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었겠죠.”
그 남자가 후회가 절실히 느껴지는 목소리로 수잔에게 말했다.
“이제 당신이 말한 기회가 왔어요. 두 번 다시는 없을 기회예요.”
“과연 이 약을 먹으면 그렇게 될까요?”
“그럼요. 아무런 걱정하지 말아요. 이제 다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당연하게도 그 남자는 온 몸의 약 기운이 마법처럼 없어지는 경험을 했다.
딱 한 명이 몸소 디톡시가 얼마나 효과가 좋은 약인지 보여주자,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 * *
센터가 북적이게 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3시간이었다면, 다시 비 온 뒤 먼지처럼 착 가라앉는 데까지 걸리는 건 3일이었다.
그다음 이틀간 물밀듯이 밀려오던 사람들이 정말 단 한 사람도 마약 중독 증상 치료를 위해 센터를 찾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이게?”
수잔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서 벙찐 표정을 지었다.
말 그대로 파리만 날리는 상황.
“데이비드, 어제 혹시 특별한 일은 없었어? 보고 받은 내용 중에 말이야.”
“어제는 음… 특별한 건 없었던 것 같은데. 아!”
“뭔데?”
“어제 현장순찰조가 처음으로 뫼비우스 중독자를 발견했을 겁니다. 그래서 이곳 센터로 이송해 온 후에 합성 시약으로 치료했을 거예요.”
“수잔, 그 사람 지금도 여기 있어요?”
“하반신 마비된 사람 말이지? 그 남자가 오늘 아침에 도망치듯 사라졌어.”
“응? 아무 말도 없이? 그 사람 걷기 힘든 상태일텐데.”
찰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수겸이 만든 합성 시약은 하반신 마비를 치료할 순 있지만 바로 걷거나 뛸 정도까지 회복시킬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맞아. 그래서 이야기해야겠다 했는데 그걸 깜빡했네. 하여튼 없어진 그 남자는 내가 봤을 때까지만 해도 침대에서 혼자서 일어나는 것도 힘든 상태였어.”
“그런데도 없어졌다는 말이죠?”
데이비드가 심각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응. 그게 지금 사람들이 없어진 이유가 될까?”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찰리, 바로 수배라도 내려야 할 것 같아요.”
“그러자. 신원 확인은 한 후에 치료했을 테니 금방 찾을 수 있겠지.”
현재 작전에 투입된 인원만 해도 오십 명이 넘었다.
아직 센터 하나만 운영을 하는 데에도.
게다가 정보 기관까지 백업을 해주고 있는 상황이니 사람 한 명을 찾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릴 리가 없었다.
문제는.
“그 사람, 죽었답니다. 죽은 채로 발견됐어요.”
노란 글씨로 DEA라고 적힌 파란 바람막이를 입고 있는 요원이 찰리에게 다가와 상황 보고를 했다.
“어디서요?”
“예전에 찰리가 정보원에게 전달 받아서 저희가 급습한 마약굴 있죠?”
칼리아가 납치 행각을 벌였던 장소였다.
“네, 기억해요.”
“거기서 발견됐어요.”
“그곳이라면 출입 금지 상태가 아니었던가요? 지키는 사람이 없었나요?”
“현장 조사를 다 마친 상태라 보안 요원은 없었습니다.”
“그랬군요. 그런데 사인은?”
“목이 잘렸답니다.”
“크흠.”
찰리가 헛기침을 했다.
“마피아가 벌인 짓이군요.”
함께 듣고 있던 데이비드가 침중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네. 시체 몸에 대놓고 칼로 본인들의 짓이라고 적어놨더군요. KPG 라고 칼로 글씨를 써놨습니다.”
“KPG면 아일랜드 마피아네요.”
“경고겠지.”
데이비드의 말에 찰리가 나지막히 말했다.
“처음에는 늘 있던 정부의 구호 활동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그런데 디톡시의 효과가 너무 좋아서 주목하게 됐겠지.”
찰리는 눈을 감고 그들의 입장이 되어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치료센터를 주목한 것이 이틀. 그사이에는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어. 파악만 해두는 수준이었지.”
“위협 자체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보통 지금까지는 마약 중독자들을 어떻게든 치료해놔도 결국은 돌아왔으니까요.”
“그렇지. 그러니까 우리가 어디까지 하나 보기만 했겠지.”
“근데 거기서 본인들이 주력 상품으로 밀고 나가려던 뫼비우스에 중독된 사람이 나타났죠.”
“뫼비우스의 최대 강점은 이전의 삶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것. 데리고 가서 치료해 봐야 이미 반신불구가 된 사람은 마약에 취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그렇게 불가능한 일을 우리가 해냈다는 걸 봤겠죠. 여차하면 정찰원도 중독자 행세를 해서 안으로 들어오면 되니까 확인은 쉬웠을 겁니다.”
“거기서부터 위협을 느꼈을 것 같아. 우리가 센터를 차린 곳 위치 자체가 켄싱턴 거리를 바라보고 있는 곳이니까.”
“마음 같아선 여기 센터에 불이라도 지르고 싶었겠죠.”
찰리와 데이비드는 탁구를 치듯 말을 받아치면서 상황 유추를 했다.
“그런데 정부 기관을 직접적으로 타격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으니 시선을 돌린 거야. 우리가 치료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바로 중독자들이 겁을 먹도록 말이지.”
데이비드의 말을 끝으로 찰리가 잠시 숨을 골랐다.
“잘 선택해야 할 거야. 여기 이놈처럼 머리통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 올 때는 너희 마음이었겠지만, 갈 때는 너희 마음대로 할 수 없단다.”
찰리는 거의 빙의 상태가 되어 마피아의 속마음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