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70
70화
당연히 국세청이 찾아온 날 이후로 어웨이큰 판매는 중지 상태였다.
“하루에 손실이 도대체 얼마야.”
민환이 냉수를 들이키며 애끓는 속을 달랬다.
사실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다만, 이미 세 번째 취조를 마치고 돌아와 지쳐있는 수겸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못 할 뿐.
최창수는 끈질겼다.
“아니, 씨발. 매번 갔다오면 화만 나네. 왜 자꾸 물었던 걸 묻고 또 묻는거지?”
엎드려 있던 수겸이 벌떡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오늘도 제대로 당하고 오셨군요. 실수하길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저쪽은 아직도 건수를 못 잡았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늘도 역시나 깔끔하게 정장을 빼입은 조태규가 수겸의 옆에 있는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이래서 한국에서 무슨 사업이든 하겠어? 어떻게든 돈 뜯어낼라고 혈안이 되어서는. 진짜 질린다니까요. 눈은 깜빡이지도 않고 부릅 뜨고 있지, 했던 말은 또 시키지. 바로 앞에서 카메라는 들이대지. 민환이 너였으면 진짜 바로 토했을걸?”
수겸은 주절 주절 떠들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내려는 것 같았다.
“일단 밥이나 좀 먹을까요. 탕으로 3인분 시킵니다?”
수겸과 민환 그리고 조태규가 있는 곳은 수겸의 동네에 있는 한 감자탕 집.
아르케 직원들 모두 국세청 조사단에게 걸릴까봐 애초에 편의점으로 출근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처음 여기서 금 연성 재료를 어떻게 구할지 고민했었는데. 그게 벌써 반년도 더 전이네.’
수겸이 앞에 놓인 숟가락을 빤히 쳐다봤다.
“뭐하냐?”
민환이 밑반찬으로 나온 김치 한 조각을 집어 먹으며 말했다.
“그냥. 옛날 생각나서.”
“궁상 쩌네? 새끼 나이 먹었네.”
“하하하. 두 분이 이럴 때 진짜 친한 친구사이구나 싶습니다.”
조태규가 둘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도대체 무슨 포인트에서요? 저는 이럴 때 세무사님이 참 특이한 사람이구나 싶어요.”
수겸이 말했다.
우웅- 우웅-
그 때 수겸의 휴대폰에서 진동 소리가 울렸다.
“아이씨. 또 국세청이네. 미친 놈들. 밥도 안 처먹나?”
수겸의 말대로 오늘 오전 내내 조사를 해놓고 막 점심을 먹으려던 찰나에 또 전화를 했으니 밥도 안 처먹냐는 말이 나올 만 했다.
투덜거리면서도 수겸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무슨 일이시죠?”
『오늘 오후에 잠깐 좀 뵐 수 있을까요? 이번엔 제가 편의점 쪽으로 찾아가겠습니다.』
또 최창수였다.
“그러세요. 일단 밥 좀 먹읍시다. 한 대충 3시쯤 뵙죠.”
수겸은 도저히 친절한 말투로 답할 수가 없는 기분이었다.
『3시 알겠습니다. 혹시 동료분들도 오시나요?』
‘동료?’
“무슨 동료요?”
『아닙니다. 그 때 뵙죠.』
“동료는 또 무슨 말입니까?”
수겸이 전화를 끊자마자 조태규가 물었다.
“몰라요. 조금 있다가 보자는데 동료도 같이 오냐고 묻던데요? 무슨 일이지. 아! 처음 편의점에 왔을 때 민환이를 봐서 그런가. 근데 지금까지는 한 번도 안 찾다가 갑자기 무슨 일이지?”
상대방의 태도 변화에 수겸은 의아함을 느꼈다.
“야, 고민할 때는 하더라도 일단 밥 먹어. 그새 밥 나왔으니까.”
그러고보니 어느샌가 테이블 위에 감장이 놓여 있었다.
“그래. 먹자, 먹어.”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세무조사도 식후경이다.
***
아무도 없는 수겸의 편의점.
사람이 난 자리는 곧바로 티가 나는 지 2주동안 자리를 비웠더니 금세 편의점은 폐허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새하얗게 내려앉은 먼지
편의점 앞은 담배꽁초로 가득했고, 깨끗했던 유리문은 어느새 뿌옇게 변해버렸다.
‘청소할 때 쓸만한 시약도 있으면 좋겠네.’
이와중에도 새로운 시약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수겸이었다.
수겸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담배꽁초를 줍고 있는 사이 최창수가 도착했다.
“희한하게도 저희가 조사를 시작하니 바로 폐허가 되어버렸네요. 매출을 보니 직전까지도 그래도 유지는 하셨을 것 같은데 이상하네요. 편의점이 이렇게 하루 아침에 망할 수가 있나?”
최창수가 뼈 있는 한 마디를 했다.
“누구 덕분에 그렇죠. 조사 받다가 빡쳐서 장사 접는다고 했거든요. 이래서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하겠습니까?”
“잘만 하셨다면 조사를 받는 일도 없었겠죠.”
“결국 잡아낸 것도 없는 것 아닙니까?”
“지금까지는 몸풀기였고, 이제 메인 게임이죠. 잊으셨나요? 저희가 공익 제보를 받아 조사를 시작했다는 사실을요. 계속 여기서 이야기하시겠습니까? 이왕이면 안으로 자리를 좀 옮기시죠.”
최창수가 마치 제 집인냥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자며 자리를 권했다.
“그러시죠.”
둘은 아무렇게나 놓여진 의자 두 개를 끌어와 마주보고 앉았다.
“지금부터는 지금까지 하셨던 인터뷰처럼 전부 녹화가 됩니다.”
최창수가 카메라를 설치하며 말했다.
“네, 뭐.”
“그러면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봅니다. 강수겸씨. 당국에 허가받지 않은 제품을 판매하고, 신고를 고의적으로 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십니까?”
“∙∙∙∙∙∙.”
수겸은 뒤에 나온 말을 알 수가 없어 침묵을 선택했다.
“자, 여기 보시죠. 이 영상은 공익 제보를 접수하고 저희가 조사 착수를 시작하고 일주일동안 촬영한 편의점 전경입니다. 손님이 참 많네요. 화면을 조금 더 크게 해볼까요?”
최창수가 가방에서 꺼낸 태블릿으로 동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에는 입장 안내를 하고 있는 민환, 카운터에서 판매하고 있는 최영지, 편의점 안에 앉아 있는 수겸 그리고 경비를 서고 있는 동철까지 모두가 등장했다.
“여기 있는 동료분들은 어딨습니까? 코빼기도 안보이던데. 세무조사 나왔다고 바로 연 끊고 도망간 건 아니지요? 아! 여기 이 분은 저도 뵙긴 했네요. 성함이 조태규씨라고 했나요?”
“일반인을 동의없이 촬영하고, 감시해도 되는겁니까?”
수겸이 저도 모르게 욱하며 물었다.
“강수겸씨. 지금 분위기 파악이 안되시나본데, 보통 상황이 아니에요. 지금 국세청만 당신을 쫓는 것 같아요? 아직 파악이 안되셨어요?”
“그게 무슨?”
“당신, 지금 하고 있는 조사가 어디 소득세 내고, 가산세 내면 끝날 문제인 것 같아요?”
최창수가 호칭도 바꿔 부르고, 목소리 톤 자체를 달리해 수겸에게 말했다.
“어웨이큰. 이거 당신이 몸통이잖아요. 안그래요? 우리가 준비도 안하고 시작했겠습니까. 개당 50만원에 하루 판매량 약 1천개. 납품 받은 흔적은 없으며, 모두가 당신에게 지시를 받고 있지. 맞죠?”
최창수는 다다다- 말을 쏟아냈다.
수겸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묘하게 말의 핀트가 이상한데, 지금 이거 세무조사가 맞습니까?”
수겸이 받은 느낌 상으론 세무조사가 아니라 범죄 사실에 대한 취조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창수가 말하지 않았고, 수겸이 알 수가 없던 사실이 있었다.
그건 지금의 조사가 국세청 단독 조사가 아니란 사실이었다.
최창수는 국세청 소속 조사팀장은 맞았지만, 조사를 단독으로 진행하는 건 아니었다.
방준수가 처음 비정상 거래를 제보한 곳은 분명 국세청이었다.
문제는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하기 전 단 한 차례 탐문을 했을 때부터였다.
***
수겸이 세무조사 통보를 받은 시점으로부터 한달 전.
“팀장님. 이거 보통 사이즈 아닌데요. 이거 보십시오.”
조사팀원이 건네 건 어웨이큰 한 알이었다.
“이게 하나에 50만원이고, 오로지 현금만 받고 있습니다.”
“판매량은 어땠나?”
최창수가 어웨이큰을 받아들어 손바닥 위에 굴리며 물었다.
“음∙∙∙ 잠시만요. 한 줄에 대충 10개씩 5줄. 높이는 제 손을 다 펼친 길이보다 길어보였으니까 대충 5주. 제 눈에 보인 것만 250알은 될 것 같습니다.”
“그것만 해도 1억이 넘는데? 제대로 본 것 맞아. 그러면 저 놈이 하루동안 최소 1억이 넘는 현금을 쥔다는 말이야?”
“최소로요. 확실한 건 직접 하루종일 세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팀원은 하루종일 차에 앉아 사람 머리 수를 셀 생각에 벌써부터 질린 표정이었다.
“그래. 최소 3일 이상 직접 확인하고 24시간 풀로 카메라 돌려. 난 이것 좀 알아보고 사이즈 더 키울테니까. 내 생각대로라면 우리끼리 소화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최창수가 차 문을 열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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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동그란 모양의 무언가를 손에 쥔 채 태블릿으로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이게 뭡니까?”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소속의 김한경 검사가 최창수를 쏘아보며 물었다.
먹잇감을 찾은 맹수의 눈빛이었다.
“우리 국세청만으로 조질 놈이 아니라서 왔습니다. 하루에 찍어내는 돈이 5억. 거래는 숨을 생각도 않고 대낮에 편의점에서 하는 놈입니다. 거기다가 취급하는 품목은.”
“허가되지 않은 약이라.”
“조인하시겠습니까?”
최창수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걸 어떻게 빠집니까. 그림은 어떻게 그리시겠어요?”
“저희가 먼저 치고, 확보한 증거로 검찰에 고발하는 것으로 가시죠. 어차피 어떤 선이 밑그림이인가는 그림을 다 그린 후에는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엎어치나 메치나 거기서 거기란 소리였다.
“좋습니다. 간단하게 1주나 2주정도만 시간 끄시다가 저희 쪽에서 나서는 걸로 하시죠. 거마비는 두둑히 챙겨가시구요.”
아무리 공무원이라 할지라도 실적이 중요한 시대였다.
세무조사를 시작했으면 얼마를 합법적으로 뜯어내는지가 국세청 직원에게는 실적인 셈이었다.
자연스럽게 일의 전, 후를 꾸미고 계획하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창수와 김한경, 둘이 판을 짜고 조져버린 사람이 어디 한 둘이던가.
검찰과 국세청의 합동 작전.
글자만 놓고 보면 정의구현을 위해 노력하는 정의의 용사들이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공기관 카르텔.
건수를 포착해서 덤비면 어느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조합이었다.
그렇게 기획조사가 시작되었다.
***
다시 먼지 쌓인 편의점.
수겸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눈에 힘을 부릅 주었다.
“그래. 지금까지 나름대로 준비한 건 잘 알겠어요. 가상화폐로 수익 내는거? 오케이. 그것도 인정해요. 국세청 소속으로 할 말은 아니지만 법의 허점을 발견하고 이용하는 걸 마냥 욕할 수 만은 없죠.”
최창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아 있는 수겸을 빙 돌아 수겸의 등 뒤에 선 채로 말했다.
“이제 올 때가 됐는데.”
최창수가 손목 시계를 쳐다 봤다.
“누가?”
“저도 동료 한 명을 불렀거든요. 수겸씨도 조력자가 많으니까 저도 한 명쯤은 불러도 돼죠?”
최창수는 지금까지의 태도와 정반대로 상당히 불량한 태도로 수겸을 대했다.
본인은 절대 강자고, 수겸은 저항조차 못하고 얻어 맞는 수 밖에 없는 약자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띠링-
이윽고 편의점으로 다부진 체격의 남자가 들어왔다.
최창수와 함께 판을 짰던 검사, 김한경이었다.
“아, 이 분이신가?”
김한경이 수겸을 쳐다보며 최창수에게 물었다.
“네, 맞습니다. 강수겸씨입니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큰 일을 하셨더군요. 덕분에 저희는 실적을 챙기겠지만, 수겸씨는 고생 좀 하시겠어요.”
김한경이 명함 한 장을 꺼내 수겸에게 건넸다.
표정과 자세만 보면 수겸에게 아이템 제안을 하러 온 영락없는 영업사원이었다.
“검사시구나. 이거 이관된겁니까?”
“이관이라기보다는 합동 수사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김한경이 답했다.
“강수겸씨. 저희 검찰은 국세청에서 진행한 강수겸씨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 중 입수한 정보에 따라 수사에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접수된 사안은 불법 마약류 제조 및 판매에 따른 마약류 관리법 위반입니다.”
“마약이요?”
“네. 최소 지난 한 달간 판매한 것으로 확인되는 일명 어웨이큰이라는 약품에 대해 저희 검찰은 신흥 마약이라는 규명하고 조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부분은 추가 조사를 통해 확인할 것이며, 마약이 아닌 것으로 판명날 시에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기소를 할 계획입니다.”
“알겠습니다. 조사 해보시죠. 하겠다는게 제가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수겸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