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94
193화 영웅을 동경하는 소년(1)
―테마 던전이 당신을 집어삼킵니다.
―소설 《영웅을 동경하는 소년》의 세계로 사용자를 강제 전송합니다.
―지금부터 사용자는 소설 속 주인공 《소년》에 빙의하게 됩니다.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테마 던전을 클리어하십시오.
마지막으로 들려온 메시지와 함께 재현의 의식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어느새 소년. 즉,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사용자의 격으로 인해 강제 동기화에 일부 저항합니다.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동기화율은 50퍼센트입니다.
낯선 천장.
단잠을 깨우는 거친 목소리와 함께 소년이 깨어났다.
* * *
[영웅을 동경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는 어느 고아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 *
―특별 퀘스트 《소년의 정체》를 수주했습니다.
[특별 퀘스트]소년의 정체
사용자는 현재 소설의 주인공인 한 소년에 빙의해있습니다.
소년의 정체를 밝혀내고 테마 던전을 클리어하십시오.
보상: 액티브 스킬 《냉혈한(S)》 습득.
*시스템의 동기화율이 상승할 때마다, 사용자의 사고 제약이 커집니다.
*정체를 밝혀내기 전까지 소년의 얼굴이 표시되지 않습니다.
갑작스레 떠오른 퀘스트 창.
재현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긴 어디지? 시스템이 분명 고아원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어지러운 눈으로 훑어내린 주변의 풍경이 이질적이었다.
재현은 현재 짚단으로 만든 딱딱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주변에서는 몇몇 아이들의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래도 원래 있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장소인 듯했다.
재현이 당황한 표정으로 이마를 짚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책을 살펴보고 있었을 뿐인데.
대체 어쩌다 테마 던전에 휘말리게 된 거지?
‘……아무리 봐도 기억에 없는 곳이야.
헬라, 파피와도 떨어진 것 같고. 나 혼자 휩쓸린 것 같은데.’
조금 전 시스템은 말했다.
자신을 테마 던전으로 전송했으며, ‘소년’이라는 소설 속 주인공 캐릭터에 동기화시켰다고.
아무래도 그 말이 틀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사용자의 정보를 표시합니다.
[인물 정보]이름: 소년
나이: 12세
레벨: 14
[특성]무감정, 미려한 외모, 냉혈한
소년의 이름은 없었다.
퀘스트 내용이 그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재현은 자신이 빙의한 소년의 특성을 잠시 살펴보았다.
무감정, 미려한 외모, 냉혈한.
미려한 외모는 따로 살필 필요 없지만, 무감정과 냉혈한은 다르다.
두 개의 특성은 이번 테마 던전 공략에서 적잖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상태창은 따로 특성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않고 있었다. 어렴풋이 추측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듯했다.
‘일단 소년의 정체는 미뤄 두고. 여기가 어디인지부터 알아내야 한다.’
자신이 빙의한 소년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이 이번 테마 던전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던전이라는 것이 으레 그런 듯, 이른 시점에서의 퀘스트 클리어는 불가능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던전이란 각성자를 시험하기 위해 준비된 것.
‘쉽게 클리어할 수 있게 만들어 둘 리가 없지.’
결론을 내린 재현이 주변을 조사하기 위해 움직이려던 때였다.
―컷 신이 진행 중입니다. 사용자의 움직임이 제한됩니다.
―《장면의 공백》 때만 사용자의 행동이 허락됩니다.
재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테마 던전의 제약인 모양. 그로서는 답답한 일이었다.
‘지금 당장은 내가 직접 캐릭터를 움직일 수 없다는 뜻인가.’
예전 플랜디어의 저택을 공략할 당시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강제 컷 신으로 돌입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지 아마.
재현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몸의 힘을 뺐다. 어차피 억지로 움직이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컷 신이 끝나고 주변의 조사가 가능해지는 타이밍을 기다려야 한다.
재현이 차분히 생각을 정리한 그때였다.
“쓰레기 같은 놈들. 빨리 일어나지 못해? 너희에게 배급하는 식량과 옷이 땅 파서 나오는 줄 아나?”
갑작스레 들려온 거친 목소리가 방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고함의 주인은 매서운 눈과 비틀린 입술을 지닌 중년인이었다.
재현이 그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눈가를 좁히는데.
갑작스레 시스템이 반응하며 그에 대한 정보를 쏟아냈다.
[남자의 직책은 고아원의 관리인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억압하고, 괴롭게 하는 것이 그의 주된 일이었습니다.] [그는 매일같이 아이들을 때리고, 또 때렸습니다.]―시스템이 첫 번째 등장인물 《관리인 A》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합니다.
그 순간이었다.
타는 듯한 두통과 함께, 재현의 머릿속에 그에 대한 선명한 기억이 밀려들어 오기 시작했다.
관리인 A.
재현은 그에 대해 정보를 잠시 반추해 보았다.
‘이곳 고아원의 관리자이자, 소설의 주요 빌런 중 한 명.’
새롭게 습득한 기억 속 관리인 A는 아이들의 인권 따위는 생각지 않는 인물이었다.
기분이 나쁠 때마다 아이들을 폭행하는 것은 물론, 고문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
여러 고전 소설 속에서 소모된 전형적 악역의 형태랄까.
“이봐 너. 당장 앞으로 나와라.”
관리인 A는 앞에서 벌벌 떨고 있던 소녀에게 손짓했다.
소녀 C는 다리를 떨며 겨우 앞으로 나섰다.
“죄, 죄송합…….”
그녀가 사과하던 때였다.
퍽!
관리인 A의 주먹에 소녀 C가 나가떨어졌다.
“내가 전에 말했을 텐데. 이 빌어먹을 고아원에서 살아남고 싶으면 기상 시간은 확실히 지키라고 말이야.”
소녀 C의 얼굴이 완전히 돌아갔다.
그녀는 열세 살 전후의 어린아이들이 모인 이곳 고아원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아이였다.
관리인은 C에게 방안의 아이들을 통솔하지 못한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었다.
허나,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 아이.
재현의 관점에서 관리인의 행동은 명백히 선을 넘고 있었다.
“자,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 테니까 제발 살려 주세요…….”
소녀는 엎드려 울며 관리인 A에게 호소했다.
허나 큰 소용은 없었다.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연무장으로 튀어나와라.”
관리인 A는 그렇게 일갈한 뒤 밖으로 나가버렸다.
“빠, 빨리 나가야 해!”
관리인 A가 나간 뒤 아이들이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소년의 몸에 빙의한 재현 역시 재빨리 옷을 바꿔 입었다. 오래 걸리지 않아, 아이들 전원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연무장에 도착했다.
* * *
“싸워라.”
연무장에 도착한 아이들에게 관리인 A가 대뜸 내뱉은 말이었다.
앞의 비치된 원형 경기장에 두 명의 아이가 마주 서 있었다.
두 아이는 서로 눈치를 보며 쭈뼛거리고 있다.
이를 지켜보던 관리인 A가 아이들을 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당장 싸우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죽여주겠다.”
“하, 할게요…….”
아이들은 겁에 질린 채 서로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시늉을 했다.
관리인 A는 옆에서 이를 지켜보며 더 제대로 하라며 계속 훈수를 두었다.
‘……쓰레기 같은 소설이네.’
이번 역시 재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애초에 컷 신이기도 했고, 소설 속이기에 나설 이유가 없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이런 광경을 계속 지켜보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뒤, 두 아이의 장난 같은 전투는 모두 끝이 났다.
관리인 A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아이들의 뒤통수를 때려준 뒤 강제로 끌어냈다.
다음 차례는 드디어 재현이 빙의한 소년이었다.
“금발. 앞으로 나와서 싸워라.”
‘금발?’
이는 중요한 정보였다. 재현은 조금 전 옷을 갈아입을 당시, 비치된 거울로 자신이 빙의한 소년의 얼굴을 보려 했으나 실패했었다.
?재현이 본 거울 속 소년의 모습은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았다.
그저 물음표 하나만이 얼굴에 둥둥 떠 있을 뿐.
아마 시스템의 개입으로 인한 것일 터였다.
‘그렇다는 건 한 가지는 확실하다. 소년은 이미 내가 아는 사람일 가능성이 커.’
구태여 얼굴을 감춘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재현이 그렇게 한 가지 선택지를 지우던 그때, 소년이 앞으로 나섰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신이었다.
“싸워라.”
관리인 A는 다시금 그렇게 말했다.
그 순간, 재현이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관리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소년이 주먹을 꽉 쥐어 적을 향해 휘둘렀다.
어떤 감정의 동요도 느껴지지 않는 동작이었다.
퍽!
쿠당탕!
소리와 함께 앞에 대치하고 있던 아이가 나동그라졌다.
―특성 무감정이 작용합니다.
―특성 냉혈한이 작용합니다.
―사용자와 캐릭터의 동기화율이 상승합니다.
―현재 동기화율은 65퍼센트입니다.
* * *
[소년은 아이를 망설이지 않고 공격했습니다.]재현.
정확히는 그가 빙의한 소년의 주먹에 앞의 아이가 나가떨어졌다.
재현은 차분히 자신의 감정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이상한 일이었다.
고작해야 열두 살 정도의 어린아이를 폭행했다.
아무리 자의가 아니라고는 해도, 이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었다.
사이코패스라면 몰라도, 사람이란 자고로 측은한 감정을 느끼는 생물이니까.
하지만 지금 재현에게는 아무런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그로서도 알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저 욱신거리는 머리를 어떻게든 식히기 위해 생각을 거듭할 뿐.
그때, 돌연 시스템에 새로운 인물의 정보가 업데이트되었다.
[엑스트라 D는 작은 체구의 소년이었습니다.] [그는 교활하고 아이들을 잘 선동해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습니다.] [엑스트라 D는 소년을 극도로 경멸했습니다.]―시스템이 두 번째 등장인물 《엑스트라 D》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합니다.
재현은 주먹에 쓰러진 엑스트라 D를 보았다.
관리인 A는 망설임 없이 휘두른 주먹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잘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해라.”
재현이 빙의한 소년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연무장에서의 훈련이 모두 끝나고. 재현이 돌아온 저녁.
퍽!
재현은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그와 함께 싸웠던 엑스트라 D. 그가 재현의 멱살을 붙잡았다.
“이 쓰레기 같은 새끼가! 우리는 모두 동료야! 그런데 감히 네가 배신을 해?!”
재현을 둘러싸고 있는 이들은 모두 엑스트라 D의 동료들이었다.
이곳 고아원에서 몇 안 되는 파벌 중 하나.
아직 어린아이들이지만, 무리가 자신을 지킨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기에 고아원 내에 이러한 파벌은 꽤 많은 편이었다.
‘젠장…… 맨주먹으로 얻어맞은 건 오랜만인데.’
재현은 수치스러웠으나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테마 던전의 제약은 그를 생각보다 더 옥죄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폭행을 당하고.
재현은 드디어 잠자리에 들었다.
졸음은 전혀 몰려오지 않았다. 맞은 자리가 쓰라린 느낌이 들었다.
재현은 소년의 몸에, 점차 자신이 동화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를 강렬히 부정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지만, 알 수 없는 무형의 힘은 끊임없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렇게 달빛이 스며드는 침대에 누운 재현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좋은 교훈을 얻었어.”
재현은 다시금 머리가 아파지는 것을 느꼈다.
아마 동기화율이 상승한 듯했다.
사고가 마비되며, 재현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섬뜩한 말이 흘러나왔다.
“싸울 때는 상대를 확실히 죽여야 뒤탈이 없는 거구나.”
재현, 아니 소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날 훈련에서.
그는 자신과 대련한 아이. 엑스트라 D를 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