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276
275화 계략(2)
김유정이 스파이임이 밝혀진 직후.
흑 세력의 초소에 잠시간의 정적이 흐른다.
이쪽에서 지금까지 이처럼 당혹스러운 상황이 연출된 적은 처음이었다.
무려 최고의 신인인 재현을 등에 업고 시작했다. 아무리 이빨이 빠졌다고는 해도, 성은의 한지안도 함께 이번 기말고사에 참여하지 않았던가.
위기라 여겼던 강주협과의 싸움에서도 이들은 어렵지 않게 승리했다. 되레 강주협은 전력의 1/4가량을 잃고 퇴각하게 되었고.
지금의 상황은 명백히 이쪽에 깃발을 들어주고 있다.
승기는 흑의 세력에 있다!
흑 세력의 생도들은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또한, 이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가 바로 김유정. 그녀의 존재였다.
김유정의 버프는 약화된 생도들의 신체 능력을 보완하는 데 특화돼 있었다. 지금과 같은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최적이라는 뜻.
하지만 한지안은 여기서 그녀를 버리겠다고 선언한다.
그녀가 스파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저, 정말 유정이가 스파이인거야?”
“진실의 포션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이재상이 애석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 말한다.
옆에 선 서이나 역시 말이 없다. 그녀와 친하다고 들었는데, 어째서 이 순간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까.
의문이 번질 즈음. 김유정이 밖으로 나서며 말했다.
“날 살려 둔 걸 후회하게 될걸?”
그렇게, 김유정은 초소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망연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믿었던 존재의 배신을 겪기에, 아직 생도들은 너무 여렸다.
한편, 그 시각.
김유정이 떠난 군중 사이에 있던 한 남자가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이런 이야기는 못 들었다고!’
* * *
재현은 거미를 지나쳐 아티팩트가 있는 던전의 심층부로 향했다.
그곳에 얽혀 있는 거미줄은 신기하게도 모두 얼어붙어 있었다.
재현의 말에 따르면, 적어도 드라이아이스의 두 배 이상 차가운 수준이라고 한다.
안호연과 권소율은 이를 만져볼 생각조차 않고 계속 걸음을 뗐다.
그러던 중. 불시에 안호연이 걸음을 잠시 멈추며 말했다.
“재현아.”
“알아. 조금만 더 기다려.”
누군가 뒤를 쫓고 있으니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 하지만 재현은 기다리라는 신호를 줬다.
당연하게도, 두 사람은 고개를 주억이며 태연히 앞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들이 거미를 완전히 지나쳐 거울 방을 지나친 순간.
“지금.”
재현이 무심히 말하는 것과 함께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쾅!
권소율이 그의 신호에 맞춰 단검을 천장에 던진 것이다.
교복 안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물건인데, 이재상의 특수 포션이 발린 탓에 폭파 효과가 있었다.
키릭!
“X발, 갑자기 무슨!”
거미가 소리에 반응하는 것과 동시에, 뒤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따라오던 강주협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재현을 바라보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던 탓이다.
재현이 희미하게 웃었다.
“일단 그쪽은 거미랑 놀고 계세요. 저희는 아티팩트를 얻어야 해서.”
“민재현… 이새…!”
“가죠.”
이미 거미는 재현을 공격하기에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녀석들이 이쪽까지 도달하는 데는 꽤나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그들이 도달할 때면 이미 이들은 아티팩트를 손에 쥐고 유유히 사라질 즈음이다.
더구나 거미들이 애초에 이쪽으로 올 이유 자체가 없다는 게 가장 컸다.
‘어제 세뇌를 통해 원섭에게 지시한 대로, 강주협은 자신의 동료 레이더를 주렁주렁 달고 왔다. 하지만 쓸 만한 연금술사는 없지.
여기서 어그로를 우리 쪽으로 돌릴 방법이 그에게는.’
없다.
재현은 이를 처음부터 알고, 안쪽까지 그들을 유인한 다음 거미를 이용해 공격한 것이다.
오늘은 화합의 날이다. 서로 공격할 수 없는, 기말고사 중에 있는 유일한 평화로운 기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서로를’ 해칠 수 없다는 의미일 뿐이다.
마수들을 이용한다면 적의 베리어를 깎아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익명2: 저 단검 화력 무엇;;] [익명12: 근데 진짜 머리 ㅈㄴ좋네ㅋㅋㅋ 이 정도면 처음부터 따라오는 거 알았던 거 아니냐?] [익명41: 소리를 이용해서 함정을 파놓고 상대를 함정에 빠뜨린다… 쿠쿡 좀 하는 놈이군요…] [익명21: 스파이 심는 것도 대단했음. 정신조작계열 마법까지 갖고 있을 줄이야;;]처음부터 어떻게 재현이 작전을 구상하는지 다 보았던 시청자들이었다.
그는 치밀한 빌드업을 통해 그들에게 최고의 재미를 주었다.
또한, 그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익명55: [20,000포인트 후원해주셨습니다!]] [익명51: [10,000포인트 후원해주셨습니다!]] [익명65: [20,000포인트 후원해주셨습니다!]] [익명87: [100,000포인트 후원해주셨습니다!]]‘벌써 자신의 최대치까지 후원을 한 사람이 있네.’
1인당 각 방송에서 후원할 수 있는 포인트는 정해져 있다.
10만.
이를 한 번에 쏜 시청자까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익명1: 벌써 큰손 바로 10만 포인트 조지시네;;] [익명88: 그래도 민재현 정도 코인이면 탑승 가능하지; ㄹㅇ] [익명7: 코인 산 순간~]재현의 활약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터져나갈 즈음.
강주협과 그를 따라온 레이더들 역시 멘탈이 터져나가고 있었다.
키에엑!
어느새 다가온 거미의 입에서 냉기를 머금은 실이 뿜어져, 이들을 칭칭 감기 시작했다.
체온을 빼앗는 데다, 끈적임이 있어 쉽게 벗어나기 힘든 굴레. 그로 인해, 벌써 몇몇 레이더들의 체력이 깎여 나가고 있었다.
“얘들아 조금만 버텨라!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야!”
사실 딱히 떠오르는 방법은 없었지만, 일단은 그렇게 말하기로 했다.
지금은 안심을 주는 게 먼저다. 죽어도 편하게 죽는 게 낫지…
강주협은 민재현에 대한 분노를 키우며, 그가 아티팩트를 향해 손을 뻗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재현을 비롯한 세 사람은 금세 아티팩트가 있는 최심부에 도달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창이 있어 바깥의 풍경이 한눈에 보였다.
거미는 아무래도 식사를 늦게 할 생각인지, 아직 거미줄에 매달린 생도들을 아웃시키지는 않았다.
혹시 성질 더러운 인간은 취향이 아닌가?
재현은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손에 쥔 상자를 열었다.
그곳에는 기억했던 대로 이번 공략에서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아이템이 있었다.
[특수 아이템]이름: 신성의 거울
등급: A+
신성 속성 마력을 증폭시켜 스킬을 복제할 수 있다.
사용자가 거울에 불어넣는 신성 속성 마력의 양에 따라, 복사할 수 있는 스킬의 수와 그 위력이 달라진다.
재현이 미소 지었다.
이 아이템만 있다면, 대군전.
두 번째 전투에서의 확실한 승리를 자신할 수 있다.
“자, 그럼 일단 여기 문제는 해결된 것 같고. 저쪽에서 이제 어떻게 잘해주길 바라야겠네.”
“다른 애도 아니고 유정이잖아. 어렵지 않을걸?”
“하긴 그렇긴 하지. 전에도 엄청난 걸 보여줬었잖아. 그 왜, 구자인 잡을 때 말이야.”
예전에 구자인을 몰락시킬 때 김유정이 보여주었던 그것….
재현은 그때의 연기를 생각하며 작게 미소 지었다.
* * *
“허억… 허억…!”
달빛조차 어둠을 채 거두어가지 못한 밤.
흑 세력에 속한 생도 하나가 삼림 지역을 미친 듯 달리고 있다.
조금 전 한지안은 분명 배신자인 김유정을 비롯한 다른 생도들이 공격해 올 수 있으니, 오늘은 개인행동을 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 그런 것 따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듯 보였다.
지금 당장 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는 그런 생각만이 가득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이상하다… 이상하다고!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어!’
그의 말대로, 조금 전 일어난 일은 정말로 이상한 일이었다.
흑 세력은 스파이 색출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째서 자신이 아닌 김유정이 스파이로 밝혀지고, 퇴출까지 된 거지?
소년, 김유찬은 의문을 떠안은 채 그야말로 숨이 넘어갈 듯 달렸다.
곧 그는 한 사람과 접촉했다. 삼림의 한복판 그곳에는 전혀 의외의 인물이 서 있었다.
정현. 유의 마스터이자, 이번에 백 진영을 맡은 인물이었다.
“눈에 띄면 안 되니까, 되도록 중간에 만나는 일은 없도록 하자고 말했을 텐데.”
“하, 하지만 그…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서….”
김유찬의 말에 정현이 당황스럽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당황스러운 일?”
“그, 그래. 갑자기 흑 진영에 있던 애들이 배신자가 있다고 말하더라고. 녀석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진실의 포션을 만들어서 그를 색출하겠다고도 했어.”
“…그런데 네가 어떻게 아직 아웃되지 않고 있을 수 있지?”
정현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김유찬. 그는 자신이 흑 진영에 숨겨두었던 스파이였다.
성은 서클에 가입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이번 이벤트를 위해 숨겨둔 패였다는 이야기였다.
정현이 사고를 이어나갔다.
‘배신자, 즉 스파이가 있다는 걸 알았다는 건 뭔가 낌새가 있었다는 의미다.
아니, 거기까지 알아내는 건 그렇다 치자. 하지만 이 녀석이 의심받지 않은 이유가 대체 뭐지?’
처음 평야에서 전투를 치르도록 유도한 것도, 강주협과 만나 계략을 짠 것도 모두 그의 의도대로였다.
그 과정에서 김유찬은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의심을 살 만한 짓도 꽤 했고.
민재현 정도의 날카로운 직감을 지닌 생도라면, 가장 먼저 김유찬을 의심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정현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던 그때. 김유찬의 부연이 이어졌다.
“기, 김유정인가… 그 애가 나 대신 배신자로 몰렸는데… 그런데… 그 애가 인정해버렸어. 자기가 배신자라고.”
“…뭐?”
그 순간, 갑작스레 환한 빛이 삼림의 수풀 사이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미 당했나.”
정현은 그렇게 중얼거렸고, 그 빛 사이에서 한 소녀가 걸어 나왔다.
김유정이었다.
“역시 김유찬. 당신이 범인이었구나?”
그 목소리는 어째서일까, 약간 들뜬 듯 보였다.
김유찬이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자신 있는 얼굴을 하고 있다.
“기, 김유정…! 이게 대체….”
“너는 당한 거다. 김유정이 널 속인 거야. 준비해라.”
정현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이것 또한 재현의 발상인가?
스파이의 색출.
스파이를 이용해 자신의 배후를 노린 것까지 전부다?
“…유정이가 우릴 배신할 리 없잖아.”
서이나가 그렇게 말하자 김유정이 어깨를 으쓱했다.
처음부터 이들은 서로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은, 이들의 배후를 잡고 정현을 처치하기 위한 암수였을 뿐이다.
“아무래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군. 살아서 돌아갈 수 있는 건 소수다. 여기서 최소 부대의 절반은 잃겠군.”
정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창을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