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286
286화 안호연(1)
서클 랭킹전 다대일이 다소 싱거운 압승으로 모두 끝난 뒤.
일대일은 랭킹전은 순조롭게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재현도 8강전에서 상대를 가볍게 제압하고, 드디어 빅 매치가 성사되었다.
무려 같은 서클인 재현과 안호연.
두 사람이 맞붙는 대진이 만들어진 것이다.
둘은 지금 원형 경기장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서 있었다.
“쟤들 진짜 괜찮은 거야? 애들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애들 한 번 불붙으면 성격이 좀.”
“…그러게.”
김유정과 서이나가 손을 떨며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둥근 경기장에 선 재현과 안호연. 그들이 미소 짓고 있다는 것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아주 희미하고, 또 서로에게만 보이는 것이었으니까.
“이렇게 되기까지 기다렸어. 신입생 사냥 때 말했었지. 너랑 다시 싸울 거라고.”
“그랬지. 그로부터 벌써 몇 달이야. 시간도 더럽게 빨리 간다니까.”
재현이 너스레를 떨었다.
허나, 안호연의 표정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어디에도 서클장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적당히 하겠다는 의지는 없어 보였다. 재현은 되레 만족했다.
나아가려는 의지.
재현의 동료들에게는 모두 그게 있었기에, 지금의 그 역시 많은 도움과 탄력을 얻고 있으니까.
그리고 안호연의 말. 그것이 재현의 의욕을 고취시키기도 했다.
과거 신입생 사냥 당시, 안호연이 구자인의 세뇌에서 풀려났던 때. 그는 재현에게 자신의 명찰을 주며 말했었다.
다시 꼭 돌려받을 거라고. 그래서 주는 거라고.
밀레스 학원제. 그곳에서 맞붙자고.
그리고 마침내 그 타이밍이 왔다.
재현은 안호연이 지금까지 얼마나 성장했는지 잘 알았다. 하지만 발락과의 튜터링 이후 또 그가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는지는 제대로 모르고 있다.
지금 그의 실력을 제대로 확인하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 되겠지.
“여기서 다시 한번 격차를 알게 해 줄게.”
“얼마든지.”
두 사람의 간단한 대화와 인사가 끝난 뒤.
마이크 노이즈와 함께, 해설과 캐스터의 시작 신호가 떨어졌다.
“그럼, 4강전을 시작합니다. 대상은 안호연 생도와 민재현 생도. 같은 서클 나인의 멤버들입니다.”
“대진이 정말 아쉽게 됐네요. 결승에서 같은 서클의 두 사람이 만나는 편이 훨씬 그들로서는 좋았을 텐데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점은 여기서 한 명은 반드시, 가장 높은 곳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거겠죠!”
와아아아!
마치 분위기는 중세의 콜로세움과 같다.
사람들은 열광에 빠져 있고, 두 사람은 숨을 고르며 서로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순간의 판단 미스도 패배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저 기다린다. 그리고 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한 다음, 낚아채듯.
챙!
쏘아낸다.
재현이 손에 쥔 대련용 장검과 안호연의 검이 맞부딪힌다.
서로의 눈에서 불꽃이 튄다. 짧게 교환되는 시선 속. 서로의 움직임이 정확히 읽어진 듯, 검이 섞인다.
뱀과 뱀이 싸우는 것처럼 집요하게 얽혀오는 검.
그것은 안호연이 재현에게 직접 가르쳐 준 것이었다.
“재현이 너도 검에 꽤 능숙해졌는데?”
“쓸 일이 많았거든. 이미 봐서 알겠지만.”
“하긴.”
두 사람이 검을 섞는 것이 길어짐에 따라, 관중의 긴장도 역시 올라가고 있다.
검은 묵묵히 자신의 검로를 개척해 나가고, 상대는 서로의 의도를 모조리 읽어내며 검을 쳐내고 있었다.
그것은 신입생이라면, 아니 생도라면 도저히 보여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우리 엄마를 네가 구해줬다는 거 알고 있어.”
안호연이 검을 쥔 손목에 힘을 실으며 문득 그렇게 말해왔다.
재현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냐.”
재현은 부정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을 거란 생각은 어렴풋이 하고 있었다. 어차피 숨길 필요도 없다.
자신이 한 일이다. 나쁜 것도 아니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 이 싸움이 끝난 뒤에 하려고.”
“굳이 그런 말을 미루는 이유가 있냐?”
“지금 그 말을 해버리면.”
화르륵!
안호연의 눈에서 드디어, 그의 주 스킬 중 하나인 청화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그의 입가가 호를 그렸다.
“내가 졌을 때 너를 봐준 것 같잖아.”
재현 역시 안호연의 말에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날 봐줘? 네가? 아직 너무 이른 이야기 같은데.”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힘과 동시에, 거대한 마력의 파장이 인다.
그것은 곧 경기장 전체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액티브 스킬 《전격의 사슬》을 발동합니다.
촤르르르!
재현은 체인 마법을 사용해 적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한편, 검에 마력을 담기 시작했다. 이는 한 번의 공격으로 적을 무너뜨리기 위한 사전 동작이다.
안호연에게 자신이 제대로 된 공격을 밀어 넣기 위해서는, 그 방어를 뚫어야 한다.
하지만 신격이나 S급 스킬을 꺼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신의 동료가 아닌가.
여기서는 적당히 그의 의지만 꺾어주는 게 좋았다.
허나, 재현이 사슬을 엮어 그를 향해 쏘아내던 순간.
서걱!
안호연의 검이 자신의 사슬을 베어내는 광경을 그는 보고 말았다.
‘전격의 사슬은 A급 스킬이다. 고작해야 수련용 검으로 자를 수 있는 정도가 아니야.’
재현의 사고는 빠르게 이어졌다.
그래, 그런 거였군.
재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너… 이제 S급을 앞두고 있구나?”
안호연이 어째서 강한 것인가? 그것의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이제 S급의 경지에 조금씩 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호흡마다, 그의 검이 서서히 날카로워지기 시작한다.
재현은 작전을 바꾸기로 했다.
자신 역시 어느 정도 실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그를 쓰러뜨릴 수 없을 듯하다.
그런 생각이 강하게 재현의 머릿속을 스쳤다.
* * *
한편, TV로 두 사람의 전투를 지켜보던 수많은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밀레스 학원제는 전국적으로 생중계된다. 그렇기에 시청률 역시 매우 높은 편이고, 인기도 많다.
거의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위상을 뛰어넘는 수준.
수백 년간의 역사를 쌓아온 스포츠까지 뛰어넘을 정도라면, 그 이름값이 얼마나 드높은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재현의 어머니 이선화 역시 이러한 이벤트를 즐기는 편이었다.
…어디까지나 아들이 나오지 않는 평소였다면 말이지만.
‘잘해야 할 텐데… 아들 다치면 안 되는데….’
그녀는 걱정이 잔뜩 어린 표정으로 조마조마하게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허… 재현이랑 안호연 저 친구가 붙는다니… 저 친구한테 너무 가혹하구만그래.”
옆에서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함께 축제 생중계를 즐기기 위해 집을 방문한 김유정네 부모님들이었다.
시간이 모자라, 현장에 직접 가지는 못했지만. 지금처럼 모여서 함께 응원하기로 한 것이다.
TV 오른쪽 하단에는 갖은 채팅도 함께 올라오고 있었다.
이선화는 자신의 아들과 싸우고 있는 미소년을 잘 알았다.
안호연. 재현에게 몇 번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던 이였다.
‘너무 심하게는 안 해야 할 텐데.’
물론 아들이 이겼으면 좋겠지만, 아들에게는 약간 안 좋은 버릇이 있었다.
바로 승부욕. 과하다 싶은 승부욕은 그의 사교성을 박살 낸(?) 원인이었다.
아마 그것 때문에 친구들과 싸우고 돌아온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지. 그마저도 중학생 이후로는 자신을 생각해 좀 줄이긴 했지만….
‘지금 저 표정은… 그때랑 같아.’
이선화는 알았다. 재현이 지금 짓고 있는 표정이 위험하다는 것을.
김유정의 부모님은 재현을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있었다.
고마운 일이었다. 어쨌든 친하다고는 해도 남의 아들인데, 이렇게까지 응원해준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우리 사위 힘내라!”
“재현아 힘내! 우리 드센 유정이 책임지려면 지금부터 잘 싸워야 된다고 젠장!”
…물론 응원의 문구가 약간 이상하긴 했지만.
* * *
채앵! 채앵!
“허억… 허억….”
상념에서 깨어난 안호연의 눈앞을 가득 메우는 것은 검이었다.
연이어 부딪히며 불꽃을 일으키는 검.
지금 그는 청화백검을 한계까지 운용하면서도 순수 검술로 재현에게 밀리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무투계 적성 92의 최고의 별. 루키.
그것이 세간이 안호연을 부르는 별명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재현은 그조차도 단 몇 개월 만에 넘어서고 있었다.
그것은 실로 압도적인 재능, 그리고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허나, 눈앞에서 선명히 사생 되는 풍경이기도 했다.
“하아….”
채앵!
거친 호흡과 함께 불꽃이 인다.
검과 검 사이. 검로를 만들어내는 허공에, 비껴가는 빛살이. 모든 것이 안호연의 시야를 점멸하듯 가까이 근접해온다.
재현의 검은 묵직하다.
지근거리에서 쏘아지는 베어내기 동작이라면 더더욱 그렇고.
안호연은 처음 검을 가르쳐 달라고 말했던 재현의 얼굴을 잠시 떠올렸다.
당시, 재현은 이미 마법계 최고의 루키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검을 배우겠다고 말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말했었지.
실제로 그의 말은 맞았다.
안호연 역시 그에게 많은 것을 배우며 강해졌고, 그 역시 검이 늘었다.
안호연에게 그 당시의 일은 아직도 큰 충격으로 남았다.
처음 아버지를 따라 검을 배울 때. 그는 앞에 있는 것은 모조리 치워버리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검을 쥐었었다.
하지만 그것은 활인검이 아니었다.
사람을 구하고자 했으나, 더한 고통을 안겨줄 뿐.
정작 스스로는 구원할 수 없었다.
검을 휘두르는 것이 점차 힘들어졌고, 마음은 마모되었다.
매 순간 검은 묵직해졌다.
내가 지금 어째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가?
그것을 알기에 안호연은 너무 어렸고,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부담감이 양어깨를 짓눌렀고, 숨이 막혀 도저히 숨통이 트이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그런 안호연에게.
아니, 내게 재현은 손을 내밀어 주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길을 열고, 그로 향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래서 더욱 질 수 없다.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그에게 닿겠다.
콰앙! 쿠당탕.
내 몸이 바닥을 뒹군다.
재현은 갖은 마법과 검을 섞어 나를 교묘하게 사각으로 몰고 있었다.
사실 이미 몸은 한참 전부터 망가져 있었다. 아무래도 갈비뼈 몇 대가 나간 것 같고, 목뼈도 약간 통증이 있는 게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다리도, 팔도, 어깨도. 모든 것이 멀쩡하지 않다.
하지만 그 순간 어째서일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재현이와 만난 건 정말 다행인 거였어. 그날 내가 마수를 구하기 위해 뛰어가지 않았더라면.’
찰나의 용기가 없었더라면.
아마 재현이와 친해지고, 지금까지 올 수 없었겠지.
콰앙!
다시 한번 검이 부딪히고 지축이 깨진다. 다리가 바닥이 깨진 틈으로 푹 파고 들어가며, 악다문 잇몸 사이로 피가 솟구친다.
발락이 자신을 봐 주었던 당시 했던 말이 떠올랐다.
검은 무겁게, 하지만 그 끝은 날카롭게.
나는 그 말을 되뇌며 검에 속도를 더하고, 마력을 싣기 시작했다.
지금의 내 경지는 명백한 A급 상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천재, 혹은 그 이상으로 묘사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안 된다.
이거론 부족해.
후우.
숨을 내쉰다. 그리고 앞을 본다.
재현이 서 있다.
그는 나와 같은 자세로, 내가 가르쳐 주었던 동작을 취하고 있다.
이제 더는 귀에 아무런 환호성도 들려오지 않는다.
검을 섞는다. 그리고 승리해야 한다.
머릿속엔 온통 그 생각만이 가득해졌다.
구자인. 어머니를 힘들게 했던 그자 역시 처단하겠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더 강해지지 않으면 곤란해.”
―시스템이 사용자의 의지에 반응합니다!
―사용자가 고유 스킬을 각성했습니다!
―패시브 스킬 《신의의 검》을 습득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그 순간, 시스템이 나의 의지에 반응해왔다.
그것은 기적이었지만. 전혀 갑작스럽지 않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