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4
33화 신입생 사냥 (3)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신입생 주제에 내 공격을…… 피했다고?’
신준상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당황한 표정으로 재현을 보았다.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조금 전 그의 공격은 지근거리에서 정확히 적을 노려 수직으로 긋는 상단 베기. 거리가 멀지 않은 만큼 적중률이 매우 높은 기술이다.
분명 그럴 터인데.
어떻게 저 신입생은 공격을 완벽하게 회피하고 반격까지 할 수 있었던 거지?
‘내 공격을 피하다니…… 아니. 아니야. 그럴 리 없다. 내 공격에 반격할 만한 재능을 가진 신입생이라면 이름도 못 들어 봤을 리 없어. 그저 우연일 뿐이야.’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앞의 재현을 바라보았다.
신준상은 밀레스 아카데미 내에서도 손꼽히는 금수저였다.
재능을 타고나 노력하지 않아도 남들보다 훨씬 더 강한, 모두가 우러러보는 재능.
검술 패시브를 몇 개나 지닌 그에게 맨몸으로 맞설 호적수는 거의 없었다.
지금처럼 액티브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의 검술은 가히 무적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
하지만 상대를 잘 못 만났다.
‘꽤 빠르고 묵직하지만 그게 전부다.’
재현은 무투계 레이더로 무려 7년을 활동해 온 베테랑이다.
고작 저런 생도의 검술 궤적 따위 읽는 것은 일도 아닌 것이다.
“야! 신준상! 조심해! 뭔가 이상한 녀석이야. 감추고 있는 게 있을 수 있어!”
권소율이 외쳤지만 신준상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조금 전 전투 상황을 복기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힘을 뺀 건가? 아니. 그럴 리 없어. 하지만 어떻게?’
신준상은 구겨진 얼굴로 재현을 바라보았다.
보통 이정도 공격이면 신입생은 당황하며 진작에 무너지는 게 정상일 터.
하지만 그는 당황은커녕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명백히 승기(勝機)를 머금은 미소였다.
신준상은 심상치 않은 재현의 분위기에 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재현은 태연한 얼굴을 하며 가볍게 웃어 보였다.
‘어설프다. 저 녀석 랭킹은 4, 50위쯤 되려나? 애매한 수준이야.’
물론 신준상은 금수저로 갖은 재능을 이것저것 타고나기는 했다.
하지만 레이더로서 높은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훈련이 수반되어야 한다.
저런 살찐 몸뚱어리로는 전투에서 명백히 한계가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애초에 밀레스에서 저런 몸을 갖고 버틴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긴 하지만.’
밀레스 학원은 생도의 신체를 극한까지 단련하지 않으면 견뎌낼 수 없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저렇게 볼품없는 몸으로 버티고 있다는 건 그 자체로 굉장히 놀라운 일.
하지만 그뿐이다.
살찐 허수아비.
재현의 관점에서 본 신준상은 그 이상의 고평가를 받기는 어려웠다.
다른 신입생에게는 악몽처럼 느껴질 차원이 다른 강함.
하지만 이미 정우민, 나이트 셰이드와의 전투를 연이어 승리로 이끈 재현에게는 그저 빈 틈투성이의 애송이일 뿐이었다.
“난 분명 기회 줬다. 명찰 놓고 가라고 말도 했고. 너희가 버틴 거야.”
재현의 고압적인 말투에 신준상과 권소율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대체 저놈은 뭐길래 저렇게 침착할 수 있는 거지? 아무리 날고 기어 봐야 신입생일 뿐일 텐데…… 거기다 마법계인 주제에 저런 태도라니.’
허나, 재현의 태도에도 신준상은 물러나지 않았다. 권소율 역시 마찬가지.
단지 선배로서의 품격 때문은 아니었다.
‘신입생 사냥’은 구자인 이사장이 직접 관전하는 대형 이벤트.
여기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후 아카데미에서 적잖은 제약이 생길 게 분명했다.
‘그래 봐야 저놈은 마법사다. 검을 한 번만 제대로 맞추기만 하면 끝이야.’
검을 쥔 손에 힘을 실었다.
신준상은 다시 한번 빠르게 도약한 뒤, 재현을 향해 연속으로 검격을 날렸다.
푸른 이펙트를 머금은 칼날이 몇 번이고 재현을 빠르게 덮쳐 왔다.
후웅! 후웅! 후웅!
그러나 재현의 움직임에는 빈틈이 전혀 없었다.
그는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은 채, 신준상의 움직임을 덤덤히 주시할 뿐이었다.
모든 검격이 재현의 눈에는 선명하게 읽혔고, 또 느리게 보였다.
‘그래도 내 빌어먹을 과거가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되긴 하네.’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었지만,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다.
재현은 곧바로 자신의 몸에 마나를 끌어 올린 뒤 신준상을 보았다.
신준상이 경계하며 멀어지려 하자, 재현이 팔을 뻗어 그를 낚아챘다.
그때.
‘이 틈이다!’
신준상의 입꼬리가 볼썽사납게 올라갔다.
신입생의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실력이 있어도 전투 경험이 없는 것.
적에게 팔을 대놓고 내어주다니. 신준상이 이런 빈틈을 놓칠 리 없었다.
쌔액!
맹렬히 대기를 가로지르는 검이 공기를 찢는 소리를 냈다.
온 힘을 실은 공격.
아마 이 공격이 명중한다면 재현은 한 번에 모든 HP를 소모하고 아웃 될 터였다.
하지만.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검격을 보면서도 재현은 미소 짓고 있었다.
신준상은 당황했다.
뭐지? 어째서 웃고 있는 거지?
다음 순간, 신준상은 어째서 재현이 미소를 지었는지 깨달았다.
그는 자신에게 날아온 검을 맨손으로 붙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콰창!
곧 신준상의 검이 가냘픈 소리를 내며 산산이 부서졌다.
푸른 빛줄기가 허공에 비산(飛散)하며 기이한 잔상을 만들었다.
신준상의 얼굴에 공포가 물들었다.
재현은 더 지체하지 않고 그의 안면을 향해 주먹을 내리꽂았다.
콰앙!
단지 주먹에서 난 소리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맹렬한 소음.
공격을 당한 신준상이 그대로 땅에 처박히며 신음을 흘렸다.
“커헉!”
곧 신준상의 몸이 바닥에 축 늘어지더니,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했다.
―플레이어 ‘신준상’이 아웃되었습니다.
―플레이어 ‘민재현’에게 10만 포인트가 가산되었습니다.
재현을 제외한 세 사람의 경악한 시선이 그를 향했다.
어느새 재현의 손에는 신준상의 명찰이 들려 있었다.
* * *
밀레스 학원의 중앙 관제실과 연결된 거대한 송신탑.
이곳은 아카데미 곳곳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빅 이벤트인 ‘신입생 사냥’을 생중계하고 있다.
관제실 중앙에 앉은 구자인과 교관들의 모습이 보인다.
김석기 교관은 주변을 죽 둘러본 뒤 자리에 앉았다.
그가 배부된 파일을 읽으며 운을 뗐다.
“이번 기수는 특히 뛰어난 생도들이 많은 것 같군요. 안호연 군이나 차유원 군은 해외에서도 주목받을 정도로 촉망받는 유망주고…… 마법계이긴 하지만 서이나, 김유정 양도 눈에 띄는 인재입니다.”
“네. 확실히 작년보다 인재풀이 넓어진 느낌이네요.”
맞은편에 앉은 교관 정이수가 종이를 넘기며 대꾸했다.
관제실에 앉은 교관들은 하나같이 현재 진행 중인 ‘신입생 사냥’의 중계 화면과 생도 프로필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태블릿으로 띄워진 생도들의 능력치는 대체로 비슷한 수준.
거기서 눈에 띄는 이들은 무투계에 안호연, 차유원.
마법계에 서이나, 김유정, 이수혁 정도.
모두 적성치 90을 넘겼거나, 90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몇몇 진로를 바꾼 학생들은 아직 프로필 업데이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덕분에 파일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았다.
재현의 프로필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교관들은 이러한 누락자들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막판에 진로를 바꿀 정도라면 어차피 어정쩡한 재능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생도들의 적성치가 확실히 낮았었는데. 다행입니다.”
올해 각 지원 학과의 평균 적성치는 60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이는 다시 말해.
충분한 기회만 있다면, 최소 C급 레이더로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더 높은 재능을 타고난 생도들은 B급, A급까지 올라가게 될 것이다.
‘확실히 작년보다 뛰어난 생도들이 많이 입학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압도적인 재능이 있는 법이지.’
낭중지추(囊中之錐).
자고로 주머니 속 송곳은 바깥으로 뚫고 나오는 법.
밀레스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생도들은 평균적으로 매우 뛰어나지만, 개중에서도 분명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또래를 씹어먹는 재능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안호연 같은.’
구자인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벽면에 붙은 거대한 TV를 주시했다. 그곳에는 ‘신입생 사냥’이 진행 중인 필드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참고로 본래 아카데미에서 주최하는 이벤트에는 모두 헬리캠이 붙는다.
이번 ‘신입생 사냥’ 역시 예외는 아니고, 덕분에 교관들은 거대 스크린을 통해 생도들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다.
‘여기서 얼마나 많은 포인트를 얻느냐에 따라 그 생도의 성장 한계가 대략적으로 결정된다.’
물론 뒤늦게 포텐이 터져 높은 등급으로 성장하는 이들이 더러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굉장히 드문 편이었다. 대부분 이벤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생도들이 실제로 높은 등급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신입생이 10만 이상의 포인트를 얻은 경우 B급.
30만 이상일 경우 A급 레이더로 성장하는 것이 기본이다.
S급은 그보다도 아득히 높은 100만 포인트 이상을 얻어야만 가능성이 있다.
‘이제까지 밀레스 아카데미 졸업생 중 신입생 사냥에서 100만 포인트를 넘긴 생도는 단 세 명. 그리고 그들은 모두 S급 레이더로 성장했다.’
구자인은 이번 신입생 사냥을 통해 S급 레이더로 성장할 재목을 찾는 중이었다.
역시 가장 기대되는 것은 안호연.
몇 년에 한 명이 채 나올까 말까 한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생도였다.
구자인은 잠시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S급 레이더를 더 많이 배출해야 한다. ‘그분’을 더는 기다리게 할 수 없어.’
구자인은 과거 자신을 구원해 주었던 한 존재를 떠올렸다.
밀레스 아카데미의 설립 단계부터 적잖은 입김을 내뿜었음은 물론, 지금도 그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
지금까지 구자인은 ‘그분’을 위해 높은 등급의 레이더들을 육성해왔다.
당장 ‘신입생 사냥’을 연례행사로 지정한 것 역시 이 때문이었다.
생도들을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넣고, 감당할 수 없는 적과 마주 보게 하는 것.
구자인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생도들의 ‘재각성’을 종용했다.
재각성.
레이더가 죽음 직전에 자신의 벽을 깨고 급성장하는 현상.
이는 매우 희박한 확률로 발현되며, 등급이 낮은 생도들에게서 주로 일어난다.
구자인의 목적은 강한 레이더들을 양산해 ‘그분’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
그 과정에서 수십, 수백의 생도들이 죽어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00명의 C급 레이더를 버리더라도, 한 명의 A급 레이더를 키워낸다.
그게 구자인의 방식이었다.
‘어차피 필요한 희생. 레이더는 매 순간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죽은 이들은 단지 스스로를 증명하지 못했을 뿐.’
상념에서 빠져나온 구자인이 결의에 찬 눈으로 TV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벤트가 시작된 지 아직 30분.
다행히 올해는 무난히 좋은 성적을 거둘 신입 생도들이 많다.
S급 생도들을 배출하지 못했던 지난 4년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그때, 앞에 앉은 정이수가 가볍게 턱을 괴며 입을 뗐다.
“그나저나. 이번 신입생 중에는 누가 가장 먼저 재학생 명찰을 빼앗게 될까요? 해마다 무투계 톱들이 다 차지하긴 했는데.”
구자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교관 일행을 둘러보았다.
“음…… 흥미로운 사안이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오. 그럼 이렇게 된 거 회식 내기라도 하는 거 어떻습니까?”
“그거 좋네요.”
정이수와 김석기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양옆에 앉은 신입 교관인 김지연과 박하준 역시 동의했다.
김석기는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었다.
“그럼 각자 선택하시고 나면 말씀해 주시는 거로 하죠. 작년 기준으로는…… 한 시간쯤 지나면 첫 번째 재학생 탈락자가 나오게 될 겁니다.”
해마다 ‘신입생 사냥’에서 첫 번째 재학생 탈락자는 이벤트 시작 한 시간쯤 뒤에 나온다.
대부분은 능력이 부족하다기보다는 방심해서 탈락하는 편이지만.
“그럼 저부터 하겠습니다.”
구자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2분할 화면에 띄워진 안호연과 차유원 중 하나를 고를 계획이었다.
물론 서이나 역시 뛰어난 적성치를 지녔지만, 무투계와 일대일은 아무래도 어렵다.
더군다나 연합을 이뤄 대항하기에 30분은 너무 짧은 시간이기도 하고.
구자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선택을 마친 뒤 입을 열었다.
“그럼 저는 안전하게 안호…….”
콰앙…!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구자인은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어 ‘신준상’이 아웃되었습니다.
―플레이어 ‘민재현’에게 10만 포인트가 가산되었습니다.
불시에 들려온 메시지.
관제실로부터 들려온 탈락자 안내 방송이었다.
구자인이 재빨리 사고를 전개해 일어난 상황을 정리했다.
‘한 사람이 탈락했고, 다른 한 사람이 10만 포인트를 획득했다.’
이건 다시 말해,
“첫 번째 신입생 탈취자가 나왔군요.”
신입생이 명찰을 빼앗는 데 성공했다는 이야기였다.
구자인의 얼굴에 이채가 어렸다.
“민재현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