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90
390화 브리싱가멘
으앙―! 으앙―!
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둠 속에서 구슬프게도 우는 한 아이의 목소리가 두 사람을 향해 퍼져오듯 들려온다.
다음 순간, 재현과 김유정을 가리던 암흑이 걷히며 사위가 밝아졌다.
이윽고 들어온 한 아리따운 여성의 얼굴과 청아한 목소리.
그것이 두 사람의 움직임을 멎게 한다.
“왜. 왜 그렇게 울어. 엄마 여기 있는데.”
여자의 목소리는 한없이 따뜻했다.
사랑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표정이 으레 그렇듯, 그녀의 얼굴에는 오직 미소만이 가득하다.
그 흔한 짜증 하나 없는 깨끗한 미소.
이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금 자신이 무엇 속에 들어와 있는지조차 잊게 했다. 그저 맹목적인 사랑과 온기가 느껴질 뿐이다.
재현이 멍하니 모습을 지켜보던 와중, 불시에 김유정이 물어왔다.
“저 여자… 설마…?”
“……그래. 저렇게 예쁜 걸 보니 아마 프레이야겠지.”
재현이 정신을 차리며 태연히 말했다.
어쩐지 김유정이 찌릿 노려보는 시선이 자신에게 닿는 것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것에 관해 이야기할 때가 아니었다.
더구나 재현의 말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프레이야. 그녀는 미의 신이다.
신화 속에서 등장한 그녀의 미색은 그야말로 경이롭다 알려져 있으며, 그 정도는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재현은 이제까지 살면서 프레이야처럼 아름다운 여자는 본 적이 없었다.
인간계에서 아름답다 불리는 이들과는 묘한 다름이 있는 얼굴.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위해 자장가를 부르고 있었다.
“집중하자. 기억의 편린이라고는 해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재현은 그렇게 말하며 정신을 집중했다. 그의 예상대로, 일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벌어졌다.
바깥으로부터 노크 소리가 들려오며 프레이야의 표정이 싸늘히 굳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안은 손에 힘을 좀 더 주었다.
왜일까.
재현과 김유정은 그 장면에서 묘한 불안감을 느끼고 말았다.
한바탕 비가 내리기 전, 먹구름이 낀 하늘을 올려보는 듯한. 그런 불쾌함에 젖은 듯한 감각이 갑작스레 두 사람을 감싼다.
이어 프레이야의 약간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구냐. 무슨 일이지?”
“오딘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오딘의 심복이 말해왔다. 프레이야의 미간이 완전히 구겨졌다. 아무래도 아직 그녀가 오딘의 편에 서기 전인 듯했다.
그녀의 말에 날이 섰다.
“전에도 말했을 텐데. 나는 오딘과 함께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거다. 인간을 이용하자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다른 신과 종족을 탄압하지도 않겠다.”
“오딘께서는 프레이야 님의 뜻을 존중하겠다 하셨습니다. 다만, 한 번 에시르의 식사 자리에 참여해주십사 하고 찾아온 것뿐입니다.”
프레이야는 잠시 고민하는 듯했지만, 결국 아이를 내려놓고 한숨 내뱉으며 옷장에서 드레스를 고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재현과 김유정의 귓가에 프레이야의 독백이 들려왔다.
[나는 그날, 오딘의 연회에 참석하기로 한 선택을 평생 후회하고 말았다.] [나는 연회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오딘의 추악한 거짓말을… 믿어서는 안 됐다.]두 사람의 침이 다시 한번 꼴깍 넘어가며 사위가 다시금 어두워졌다. 다음 장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 불온한 독백.
그것으로부터 무언가 사건이 터졌다는 것을 말이다.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오딘이 주최한 식사 자리가 그저 여유롭게 파티를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을 거라는 것은 확신했다.
허나, 어쩔 수 없다.
지금은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 * *
이어서 프레이야와 오딘의 기억이 담긴 조각들이 재현과 김유정의 망막이 선명히 새겨진다.
그것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게 했다.
단지 긴장감의 문제는 아니었다. 속이 메스꺼워질 정도로 압도적인 마력이 곳곳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레이야가 연회에 참석하는 모습이 잠시 나오더니, 이내 다시 장면이 전환되었다.
자주 휙휙 돌아가는 화면 탓에 김유정이 약간 구역질을 느꼈다.
재현은 워낙에 이런 일을 자주 겪어서 괜찮았지만, 아무래도 그녀에게는 익숙지 않은 모양이었다.
재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야. 괜찮냐?”
“아… 어.”
대답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다음 장면이 다시 재생된다. 이번에는 프레이야가 아닌, 다른 자의 시점이었다.
한 옥좌가 있고, 창문이 크게 나 있는 궁전의 모습이 보인다.
재현은 숨을 들이키며 그곳에 앉은 자를 바라보았다.
“오딘.”
“저게… 오딘이야?”
중얼거리는 재현을 향해 김유정이 물어왔다.
“그래. 모든 사건의 시작이… 저놈으로부터야.”
아홉 세계의 종족이 탄압당한 것도. 세계가 균형을 잃은 것도.
또한, 재현이 지금처럼 극한의 상황에 부닥치게 된 것도.
모두 저 옥좌에 앉은 존재로부터 시작되었다.
재현이 입술을 짓씹었다. 김유정은 그가 지금 분노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의 곁에는 후긴도 있었다. 오딘이 후긴을 향해 묻는다.
“그래서. 프레이야를 포섭할 그 방법은 정말 확실한 것이겠지? 후긴.”
“물론입니다.”
역시 흑막이 있었다.
재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두 사람의 대화에 최대한 집중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것투성이였기에, 재현과 김유정은 최대한 분노를 억누르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아이의 영혼은 빼앗았습니다. 다만, 그 조각밖에 담아내지 못했지만… 뭐 이 정도라면 그녀를 속이기엔 충분하겠지요.”
후긴이 오딘에게 말하며, 작은 목걸이를 그의 앞에 내밀었다.
재현은 그 순간, 불안한 상상이 가지를 쳐가며 자신의 뇌리에 뻗어오는 것을 느꼈다. 설마, 아닐 거야. 그런 생각을 했지만, 상대는 그 오딘과 후긴이었다.
“아이의 영혼은 약 1할쯤 담겨 있군. 역시 법칙을 거스르는 마법은 아직 제대로 다루기 어렵다는 것인가….”
오딘은 목걸이를 살피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그녀를 우리 편에 서게 할 수 있겠지. 그럼 가 봐라.”
“알겠습니다.”
오딘의 말에 후긴의 발아래에서 그림자가 올라오더니 그가 자취를 감춘다.
언제나처럼 보았던 모습을 감추는 마법이었다.
“저거… 설마 프레이야의 아이 영혼을 조각내서 담은 거야?”
김유정은 믿고 싶지 않다는 듯 숨이 넘어갈 듯한 얼굴로 물어왔다. 재현은 거기서 고개를 가로젓고 싶었으나, 애석하게도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미미한 생명력. 그것은 조금 전, 프레이야가 안고 있던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것이었으니까.
이어지는 프레이야의 독백.
[연회가 끝난 뒤, 돌아온 내 앞에 보인 것은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어버린 나의 아이였다.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 그 아이는 이제 숨을 쉬지 않는다.]* * *
다시 장면이 전환되었다.
재현과 김유정의 충격은 계속해 이어졌다.
프레이야를 찾아온 후긴. 그가 연무장의 흙바닥을 구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일말의 동요도 없다.
역시 감정을 느끼지 않는 까마귀 그 자체였다.
“감히 내 아이를 가지고 그런 짓을 벌였다는 것인가…!! 찢어 죽이겠다. 오딘도 그리고 너도…!”
“진정하십시오.”
후긴의 말에 이성을 잃은 프레이야가 그의 목어귀에 서서히 칼날을 비집어 넣기 시작한 때였다. 후긴의 목소리가 그녀에게 최악의 방식으로서 다가온 것은.
“아이를 아직 살릴 수 있습니다.”
후긴은 그리 말하며, 자신이 갖고 있는 목걸이를 내밀었다.
세간에서 들려오던 것처럼 아름다운 장식이 새겨진 물건도, 귀한 보석이 박힌 물건도 아니었다.
그저, 그것에는 프레이야의 가장 소중한 것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아이의 영혼을 조각내 그 파편을 담은 것이었다. 프레이야는 그것으로부터 느껴지는 미미한 제 아이의 숨결에 손을 파르르 떨었다.
“전쟁에 나서십시오. 아홉 세계를 오딘과 함께 손에 쥔다면, 당신의 아이는 살려드리겠습니다. 제가 보증하죠.”
“내 아이를 가지고… 흥정을 하겠다는 말이냐?”
“평화를 위해 그래야 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후긴의 말. 그것은 지나칠 정도로 역설적이었다.
한 존재의 삶을 파탄 내놓고 평화라는 말을 뱉을 수 있다니. 재현은 진심으로 그가 역겨웠다.
자신도 그렇게 당했다.
어머니를 잃고, 자신까지 공격당했다. 그건 당연히 재현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치욕스러웠고, 되갚아주고 싶었다.
그는 알았다. 저것이 오딘과 후긴의 주된 수법이라는 것을.
하지만 결코 당해낼 방법은 없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저당 잡힌 사람은 가장 나약해지고, 가장 강해진다.
그것을 알기에 오딘과 후긴은 그런 제안을 해온 것이겠지. 재현도 알았다. 물론 머리로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그게 최악의 선택지이며. 오딘에게는 최선임도 알았다.
재현은 생각했다.
프레이야는 그들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때로는 목숨, 신념과 바꿀 수 있는 게 존재한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선명히 알고 있었다.
그것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재현이었다 해도.
아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겠지.
이어 후긴이 사라진 뒤, 프레이야는 목걸이를 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노래했다.
자장가.
끝이 나지 않는 자장가가 오래도록 연무장에 울려 퍼졌다.
* * *
프레이야는 전장에 섰다.
다른 신과 거인, 그리고 엘프와 같은 종족들은 그녀를 비난했다.
그것은 겉으로 보기엔 합당한 비난이었다. 프레이야. 결코 오딘의 편에 서지 않을 거라 생각한 그녀가 배신하고 결국 자신의 신념을 굽힌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오딘이 이를 요구했으니까.
또한 자신의 아이가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이었기에, 섣부르게 행동할 수도 없었다.
[아이를 잃고, 그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내게 오딘은 한 가지 소문을 퍼뜨렸다. ‘그녀는 한 아름다운 목걸이를 탐내 그것을 가지기 위해 오딘의 편에 붙었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이를 되살릴 수만 있다면. 내 검지를 붙잡던 그 미약하지만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면, 다시 자장가를 불러줄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었다.]프레이야가 투구를 쓴다.
한데, 어째서일까.
그것으로부터 나는 냄새는 쇠의 그것이 아닌, 앞으로 자신으로 인해 타인이 흘릴 진득한 피 냄새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뒤를 수많은 발키리 부대가 따른다.
수많은 백색의 날개가 허공과 지상에 떠오르고, 수많은 오딘을 상징하는 까마귀가 새겨진 깃발이 전장에 떠오른다.
그녀가 울분이 섞인 목소리로 소리친다.
“모두 돌격해라!”
그와 함께, 첫 번째 라그나로크가 개전했다.
바야흐로 전쟁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