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411
411화. 개전(開戰)
대규모 워프 포털이 미드가르드의 대한민국에 열리게 되었다.
그 정확한 위치는 서울 한강 부근. 어느 괴기 영화에서든 자주 등장해 피폭되거나 아포칼립스물의 주요 배경이 되는 곳이다.
포털을 통해 도착한 이들은 모두 3명이었다.
토르, 후긴, 프리그. 그들은 현재 남은 이들 중 가장 뛰어난 오딘의 수하이자, 에시르의 주요 세력으로 꼽히는 이들이었다.
과거 헤임달과 티르가 살아 있을 때에 비해 지나치게 단출해진 구성. 하지만 그 뒤에 따르는 군대의 수만큼은 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거의 물경 수만에 이르는 군대들이 게이트를 통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다.
새까만 게이트 아래로 내리깔린 음습한 공기.
레이더가 아닌 이들조차 그것이 모두 마력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잔향의 정도는 지금까지 발생한 게이트와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인근에 인간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아마 냄새를 맡고 이미 도망친 듯했다. 이렇게 빠르게 자취를 감추다니…….
아스 신들로서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토르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아무래도 벌써 우리가 온다는 걸 알고 있었던 모양이군. 하긴, 반 에시르 그 더러운 벌레 새끼들이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아마 그럴 거야. 고작해야 인간들이 이렇게 빠르게 도주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내 생각에는 반 에시르 세력이 우리가 왔다는 걸 알아차린 것 같구나.”
프리그가 동조했다. 후긴은 말이 없었다.
토르가 이상하다는 듯 후긴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멍하니 뭐 하는 짓이냐. 어서 미드가르드를 안내해라. 나는 대적자와 끝을 봐야겠으니.”
“…알겠습니다. 이쪽입니다.”
“잠깐 그 전에, 프레이야는 대체 어디에 있지? 그녀와 발키리 부대가 집결되지 않은 듯한데.”
프리그는 이상하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명백히 이상한 일이었다. 워낙에 경황이 없어서 생각지도 못했는데, 프레이야가 이런 중요한 자리에 참석하지 않는 인물은 아니었다.
더구나 그녀는 오딘의 최강의 패 중 하나가 아닌가?
아름다운 외모와 능력 탓에 프리그는 그녀를 개인적으로 시기하긴 했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능력만큼은 인정했다.
프레이야는 신으로서의 품위와 경우만큼은 제대로 알고 있었다.
최소한 프리그와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그 선은 정확히 지키는 자였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지금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지?
“따로 지시받은 사항이 있어 먼저 이쪽으로 오셨습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자, 이쪽입니다. 가시죠.”
후긴은 그런 두 신을 안내하며 그들의 사고를 끊어냈다.
토르는 별생각 없이 그 뒤를 따랐고, 프리그는 오딘에게 직접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 없기에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이상하다. 역시 프레이야와 후긴 사이에 뭔가 있는 건가…?’
처음부터 의심하던 문제였다.
프레이야의 경우는 워낙 오딘과 사이가 좋지 않기로 유명했으니 제외하더라도, 최근 후긴의 움직임이 심상찮다는 것을 모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프리그는 어째서인지 좋지 않은 예감을 느꼈다.
더구나 오딘의 결정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에게 실권을 주지 않았다 해도, 자신이 그와 얼마나 깊은 사이인가? 최근 소원해지긴 했으나, 그와는 부부 사이다.
이런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을 이유 따윈 없는 것이다.
하지만 오래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토르가 마구잡이로 서울을 반파하며 지나가던 중. 갑작스레 어딘가로부터 푸르고 엷은 막이 형성되는 것이 두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건… 결계?”
프리그가 이상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토르 역시 같은 의견을 냈다.
“그런 것 같은데요.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는……. 이런 규모의 결계를 칠 수 있는 자들이 존재할 리 없을 터인데.”
그들로서는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연하다. 이 정도 규모의 마법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만약 로키가 개입해 결계를 치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상황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을 터였다.
이런 막대한 마력을 소모하는 결계를 유지하며 전투에 임하는 것은 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
적어도 오딘과 로키가 합심하는 게 아니라면 어렵다.
토르야 뭐. 워낙에 힘으로 뭐든 해결하려 하는 인물이기에 따로 설명할 것도 없었다.
“어쨌든 쉽게 뚫고 갈 순 없겠군. 하지만 이런 곳에 결계가 있다는 것은.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다는 뜻이지”
토르가 입꼬리를 올렸다.
“술자들이 가까운 곳에 대기하고 있다는 의미다.”
호탕한 웃음소리. 그와 함께 토르가 오딘을 따르는 발키리들, 그리고 티르가 키우던 마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아직 제대로 다룰 수는 없는 데다, 군의 전권을 위임받은 것은 아니기에 어디까지나 내릴 수 있는 명령이 한정적이지만… 그런 것 따윈 중요치 않았다.
소복이 쌓인 긴 겨울과 전쟁을 알리는 눈더미를 헤치며 발키리들이 수색을 시작했다. 이 결계를 펴낸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고작 몇 분 뒤.
이들은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토르 님, 확인 결과를 보고드립니다. 처음 저희가 했던 예상이 빗나간 듯합니다.”
돌아온 발키리 대장 중 하나가 그렇게 보고해온 것이다.
이어진 그녀의 말이 더욱 충격이었다.
“결계를 형성한 이들이 하나가 아닙니다. 더구나 신격 존재는 더더욱 아니었고요.”
그랬다.
지금 이 거대한 돔형 결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것은 다름 아닌, 자신들이 가볍게 무시하던 존재. 인간들이었던 것이다.
* * *
전쟁이 본격적으로 무르익기 이전.
세계는 우선 중요한 사실을 정리해둘 필요가 있었다.
바로 이 전쟁을 누가 이끄는가?
허나, 결론은 의외로 쉽게 났다. 재현이 돌아옴과 동시에, 국제 연합 기구 및 레이더 연합이 완전히 레이더 군의 통솔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수장 리처드는 재현에게 얌전히 자신이 가진 모든 권한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이미 가진 밑천도 다 털려 버린 상황이다.
자신이 군을 쥐고 있어 봐야 얻을 게 있나?
자문해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덕분에 일은 좀 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재현은 모든 레이더가 주시하는 공식 석상에서 TV를 통해 밝혔다.
[곧 긴 전쟁이 시작됩니다. 이제 치열한 이권 다툼은 여기서 접어둬야 합니다. 앞으로는 생존을 위해서 발악하는 일만이 남아 있을 뿐이니까요.]패전국이 되는 국가의 처우가 어떠한가.
이를 모르는 국가 따윈 없었다. 어떤 국가든 패전을 겪은 적은 있다. 또한, 전쟁에서 패자가 되는 순간. 그 지역뿐만 아니라 가진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안다.
한데, 심지어 세계를 잃어버리게 된다?
인간도 아닌 다른 이들에게?
그건 어떻게 설명해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였다.
더구나 지금 가장 강한 레이더는 전 세계에서도 단연 재현이었다. 그가 이번 전쟁의 지휘권을 갖는 편이 옳다는 근거였다.
힘, 그리고 리더쉽. 전쟁에서 판을 읽는 눈까지.
모든 것은 그에게 주어졌다.
재현은 계속해 목을 가다듬은 뒤 이었다.
처음 재현은 에시르 신들이 어디서 나타나 자신들을 공격할 것인지 파악했다.
사실 폐쇄 도시 대구가 가장 가능성이 컸으나, 그쪽은 일찌감치 제외했다.
에시르 신들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비열하고 기술적이었다.
그들이 단체로 워프할 수 있는 기술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드라우프니르. 그것을 이용한 적 있는 재현이기에 그 사고에는 확신이 더해졌다.
저들은 미드가르드에서 신력을 사용할 수 있는 명분만 주어진다면,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
또한, 전투가 치러지는 장소를 선택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공격자인 에시르 신들.
재현은 결론을 내렸다.
우선 서울을 비롯한 세계의 주요 도시에서 사람들을 모두 지방으로 이동시켰다. 그쪽이 몇 배는 안정적으로 적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성장 제한이 해금된 각성자라면 이 정도 마력에 중독돼 죽지 않겠지만, 일반인인 이상은 달랐다. 재현은 그들을 모두 살릴 수 없지만 모두 죽일 생각도 아니었다.
[대피가 이어진 뒤부터는 모든 레이더의 힘이 필요합니다.]다음으로 이어진 작전의 개요는 간단했다.
각국의 주요 도시에 모든 레이더가 모여 진지(陣地)를 설치하는 것.
쉽게 말하자면 적과 싸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들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결계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에시르 신들이 어디에서 나타나도, 합을 맞춘 레이더 부대의 결계를 이용해 그들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
결계의 위력은 사람의 수가 증가할수록 더욱 위력이 더해진다.
아공간을 제작할 때도 그렇지 않았나.
복잡한 연산식일수록 더더욱 이를 다룰 방법은 단순화되었다.
1인이 매우 뛰어나 모든 것을 압도하거나, 다수가 함께 움직이거나.
재현과 동료들은 에시르 신들을 직접 상대해야 했기에, 후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재현의 예상과 달리 더욱 많은 레이더가 그의 작전에 동조했다.
[대적자의 말을 따라야 합니다! 지금 인류가 살아남을 방법은 그게 전부예요!] [그렇습니다! 그들을 도와야 합니다!]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최고의 장점이었다.
여기에 더해 재현은 루이나에게 엘프의 참전을, 그리고 드워프들에게 장비의 제작과 레이더들에게 그 장비를 나누어 주어 마지막 전투를 대비하게끔 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는 끝났고, 이제 남은 것은 오직 저들을 상대하는 것뿐인 지금이 되었다.
재현이 싱긋 미소 지었다. 그는 당황한 기색의 에시르 신들의 앞으로 서서히 나서기 시작했다.
그 뒤로 긴 행렬이 이어진다.
자신의 동료들.
김유정, 서이나, 안호연, 권소율, 이재상, 헬라, 헬, 스미르…… 등등. 지금까지 자신을 도왔던 이들과 다소 힘들게 했던 이들이 한곳에 모여 적들의 앞에 섰다.
그들을 마주한 에시르 신들의 표정이 아주 볼만하게 일그러졌다.
토르가 호전적인 미소를 띤 채 팔짱을 꼈다.
“마치 우리가 이곳으로 올 줄 알았다는 듯 모여 있었군. 그렇지 않나? 대적자?”
“그래.”
재현의 답에 토르의 미간이 구겨진다. 그가 조소를 머금은 채 파직, 하는 뇌전이 머금어진 망치를 들어 올린다.
묠니르. 그의 상징이 격을 서서히 쏟아내기 시작했다.
거대한 결계 바깥의 레이더들에게도 그 격이 충분히 전해질만큼, 충격적인 마력이 이곳. 전장에 참여한 모두에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토르가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재현을 바라보았다. 그가 입을 뗐다.
“하지만 네가 나와 이 수많은 군대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거야 뭐.”
허나, 재현의 표정은 여전했다. 그가 격을 개방하며 가벼운 어조로 이었다.
“당연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