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97
96화 스바르탈페임(3)
“그리고 그렇다는 말은, 마력을 지닌 이들. 즉, 현직 레이더 혹은 마력을 다룰 수 있는 생도들이 이번 스바르탈페임 전송식에 휩쓸렸다는 의미가 되죠.”
이사장실에 깊은 침묵이 내리깔렸다.
쥐새끼가 들어왔다.
구자인은 지금 김석기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김석기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바닥에 이마를 처박았다.
“죄, 죄송합니다! 컥! 제, 지식이 부족해서…….”
“확실하게 말하겠습니다.”
구자인은 섬짓한 표정을 지은 채 김석기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알아서 잘하십시오. 김석기 교관님.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일에는 결코 잡음 따윈 없어야 한다는 사실을요.
만에 하나라도 길드 체험에서 생존자가 밖으로 나오는 날에는…….”
“어, 어떻게든 처리하겠습니다. 이사장님,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마지막입니다. 세 번은 없다는 것. 김석기 교관님이 더 잘 아시겠죠.”
“무, 물론입니다.”
“알았으면 당장 나가 보세요.”
구자인은 역류 마법을 풀어 주며 그렇게 말했다. 냉랭한 목소리에 김석기는 허겁지겁 이사장실 밖으로 도망치듯 빠져나온 뒤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이 샤워를 한 것마냥 축축이 젖어 있었다. 피부가 갈라지며 피가 쏟아졌다.
김석기 교관이 고개를 치켜들며 몽롱한 정신 속 이를 갈았다.
‘감히 식에 발을 들인 녀석들이 어떤 새끼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살려서 보내지 않겠다!’
김석기는 상처 입은 몸을 이끌고 빠르게 걸었다.
복도로 나서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김지연 교관.
아직 밀레스의 교관직을 역임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는 신입 교관이었다.
“어? 김석기 교관님! 몸이 왜 그러세요? 온통 피투성이잖아요!”
김지연 교관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김석기에게 다가왔다.
제 딴에는 부축을 해주려던 모양이었는데, 지금의 김석기에게는 짜증만 부추기는 행동일 뿐이었다.
김석기는 매몰차게 손을 쳐내며 일갈했다.
“별일 아니니까 신경 끄십시오. 김지연 교관님.”
“하지만…… 이렇게 상처가 심하신데…….”
“신경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십시오.”
김석기는 차갑게 말한 뒤 계속 앞을 향해 걸었다.
김지연은 김석기가 멀어지는 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다, 이내 발길을 돌려 밖으로 나왔다.
잠시 후.
김지연 교관이 향한 곳은 아카데미 외곽에 떨어진 하위권 생도 기숙사 부근.
이곳은 밀레스 내에서도 가장 보안이 취약한 곳이었다.
김지연은 인벤토리에서 작은 아티팩트 하나를 꺼냈다.
마력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일종의 무전기.
재료로 매우 구하기 힘든 물질이 들어가기에 일개 교관이 갖기엔 비싼 물건이다.
하지만 김지연은 자연스럽게 무전기를 꺼내 어디론가 신호를 연결했다.
“여기는 김지연. 송지석 팀장님, 들리십니까?”
“없습니다.”
[연락한 이유는?]“특이사항이 있습니다.”
[특이사항?]김지연은 목을 빼 주변을 다시금 확인한 뒤 이었다.
“네. 구자인과 김석기 교관 사이에 마찰이 있는 것으로 확인. 아무래도 조만간 김석기 역시 정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흠…… 이번이 네 번째인가? 일단 알았어. 계속 사건 조사해.]“알겠습니다.”
[그리고. 전에 말했던 건 어떻게 됐지?]“민재현 생도에 대한 정보 말씀이십니까?”
[어때. 접촉해도 문제없겠나?]“현재까지는 구자인과 적대하는 듯한 행보입니다. 문제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좋아. 그럼, 조만간 자리 마련해 봐.]무전기 너머의 송지석은 묘하게 들뜬 목소리로 이었다.
[구자인. 이제 그놈을 한번 끄집어내려 보자고.]* * *
김석기가 이사장실에서 나간 뒤.
구자인은 몸은 기댄 의자를 뒤로 젖힌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번에는 자신이 생각해도 행동이 과한감이 없지 않았다.
‘너무 화를 낼 필요는 없는 문제였다.’
물론 마력을 지닌 이들.
즉, 각성자들이 식에 휩쓸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구자인에게 이는 큰 문제가 아닐 공산이 컸다.
혹여나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사전에 전송마법의 목적지를 스바르탈페임으로 지정하지 않았던가?
다크 엘프들의 세계.
거기서 살아나오는 것은 일개 레이더나 생도의 힘 따위로는 불가능하다.
아니, 현직 레이더라 할지라도 A급 이상이 파티를 이뤄 유기적으로 공략하지 않는 한 전멸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스바르탈페임 던전의 랭크는 A.
심지어 내부에 존재하는 보스 몬스터의 힘은 무려 S에 근접해있다.
한데, 하필 휩쓸려 들어간 다섯 명의 각성자 중에서 A급.
아니 S급 레이더가 함께 있을 확률이 대체 얼마나 될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게 사실이다.
S급 레이더로 유명한 이재신이나 유성은 등이 나서지 않는 이상 그들은 주검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뿐.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뭔가 조짐이 좋지 않다.’
구자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자꾸만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오싹한 느낌을 도저히 지울 수 없었다.
직감.
오랜 시간 레이더로서 살아오며 자신을 살려왔던 여섯 번째 감각이 경고하고 있었다.
이번 일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쉽게 만은 풀리지 않으리라는 것을.
* * *
잠시 동굴 내부를 더 걷자, 여러 갈래로 나뉜 길이 등장했다.
길은 총 세 갈래로 구분되어 있었다.
우선 가장 왼편, 가운데, 가장 오른편.
던전이라면 으레 이런 식으로 여러 갈래의 길을 준비해 둔다.
두 곳은 함정.
나머지 하나는 보스룸.
어떤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 이런 시스템을 고안했는지는 밝혀진 바 없다.
대부분의 던전이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뿐.
“일단은 여기서 좀 쉬었다가 가죠.”
재현은 덤덤한 어투로 말했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박성재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일행을 돌아보았다.
“재현 군의 말이 맞습니다. 여기서는 좀 쉬다 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길을 잃기라도 하면 곤란해지니까요.”
실제로 일행은 지금 던전을 헤매는 중이었다.
다크 엘프들은 본래 이런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마수. 덧붙이자면, 침입자에게 빛을 밝혀 줄 정도로 유순한 이들은 결코 아니다.
‘뭐 나한테는 문제없는 이야기지만…… 어쨌든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재현은 마나 감지 스킬을 갖고 있기에 빛이 없어도 이동하는 데 제약이 없다. 뿐만 아니라, 적의 움직임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달라.’
때문에 재현은 쉬었다 가는 것을 선택했다.
물론 스바르탈페임을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보스룸으로 직행하는 것이 옳겠지만, 지금 재현과 박성재를 제외한 일행의 실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스킬의 위력과 전투력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조금 전 박성재가 언급했듯 이 칠흑 같은 어둠. 지금은 재현이 《플래시》를 통해 길을 비추고 있지만, 이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곳은 다크 엘프들의 세계. 스바르탈페임이다. 그리고 다크 엘프들은 마법에 매우 능한 지능형 마수들.
쉽게 말해, 재현의 플래시 정도는 금세 꺼뜨릴 수 있는 녀석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재현과 박성재는 일행이 이 어둠에 적응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재현은 이와 같은 부분을 일행에게 차분히 설명했다.
잠시 후.
재현의 말에 일행 역시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결론은. 우리가 이 어둠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는 거지?”
“맞는 말이야. 게다가 여긴 좁아. 자칫 검을 휘두르다가 너희까지 공격하게 되면…….”
“칫, 알았어.”
일행은 순순히 재현의 말을 따라주었다. 박성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내심, 이 어둠 속에서의 전투 속행은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세 갈림길 앞에 나란히 둘러앉았다.
재현은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사람 수만큼 꺼낸 뒤, 일행에게 나눠주었다. 이재상의 특제 포션 중 하나로, 던전의 짙은 마력에 저항할 수 있도록 제작된 물건이었다.
“……앗, 고마워.”
“땡큐.”
“안 그래도 숨이 좀 막혔는데 다행이다.”
일행은 저마다 감사 인사를 건네며 포션을 받아 마셨다.
이곳은 어림잡아도 거의 마나룸 10단계에 가까운 마력이 흐르는 곳이다.
아무리 이들이 엘리트라고 해도, 신입생의 수준에서 이런 짙은 마력의 파랑을 견뎌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서이나와 김유정, 안호연 모두 초기에 비해 많이 성장했지만. 그 정도로는 이곳에서 몇 시간을 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재현은 혹여나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미리 이재상에게 포션을 주문해 뒀고.
‘물론 쓰지 않는 상황이 오길 바랐지만…….’
재현은 작게 한숨을 내 쉰 뒤 제 몫으로 꺼낸 포션을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이번에도 난 딱히 문제없네. 아무래도 내가 마력에 잘 견디는 체질인 모양이야.’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이 던전에 생존자가 있다면, 그들 역시 마나 중독에 빠져있을 것이다.
최하위권 생도들인 만큼 옆에 있는 다른 동료들보다 훨씬 마나 중독에 취약할 테니. 챙겨온 포션이 모두 열 개이니만큼, 하나라도 더 아끼는 게 안전하다.
“그럼, 일단 생존자들이 있는지부터 찾아봐야겠네.”
“야 근데…… 혹시나 길을 잘못 들어서 보스룸이 있는 곳을 고르면 어떡해?”
김유정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일행 사이에 근심이 스며들었다.
그녀의 말에는 틀린 구석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길치인 김유정은 특히 갈림길이나 골목에 더 민감한 편이었다.
재현은 걱정 말라는 듯 김유정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재현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는 잠시 마력을 모은 뒤, 산개시켰다.
《마력 감지》.
미스틸테인으로부터 습득한 마법으로 적의 기감을 완벽하게 읽어내는 스킬.
태동하는 마력과 함께 불어온 바람이 일며 재현의 머리칼을 헝클어뜨렸다.
“……가운데. 가운데가 보스룸으로 향하는 길이야. 그리고 나머지는…….”
더듬더듬 말을 하던 재현의 얼굴이 일순 딱딱하게 굳었다.
재현은 순간적으로 전신에 마력을 집중시킨 뒤, 노골적으로 퍼뜨렸다.
일행 역시 그의 변화를 빠르게 눈치챘는지 서로 등을 맞댄 채 병장기를 들었다.
구구구……!
지면이 진동하고, 공기가 비틀리는 듯한 기묘한 감각이 이들을 스쳐 갔다.
‘뭔가가…… 다가오고 있다!’
재현 다음으로 기감을 읽어낸 것은 역시 박성재였다.
스스슷……!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일행의 배후로 조금씩 침투해오고 있었다.
이들은 알고 있었다.
지금 다가오고 있는 존재들은 자신들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으리라는 것을.
재현이 즉시 일행에게 적이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를 하려던 바로 그 순간.
쌔액!
어디서 날아왔는지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신속(神速)으로 쏘아진 창.
마력을 한껏 머금은 창이 서이나의 목덜미를 정확히 노리고 날아왔다.
그러나.
파창!
창은 닿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산산이 조각났다.
―액티브 스킬 《절대 연산》을 발동합니다.
―《마수의 창》을 파괴했습니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거세게 요동치는 것이 느껴진다.
피가 뜨거워지고 온몸에 힘이 들끓는 듯한 기이한 감각이 재현을 감쌌다.
“모두 집중하십시오.”
금세 정신을 차린 박성재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까지 웃고 떠들던 일은 없었던 것처럼, 모두는 어둠 속을 배회하는 이질적인 존재들에게 대항하고 있었다.
다크 엘프.
마침내 그들이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