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98
97화 스바르탈페임(4)
―액티브 스킬 《절대 연산》을 발동합니다.
재현은 서이나의 머리를 향해 쏘아진 창을 정확히 잡아냈다.
파창!
깨어진 창의 파편이 조각조각 나더니, 이내 마력의 형태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마수의 창》.
본래라면 재현은 적의 공격을 맨손으로 잡을 생각 따윈 결단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 신준상 정도 되는 낮은 등급의 레이더라면 모를까, 눈앞에 있는 적은 무려 다크 엘프. 이 지옥 같은 스바르탈페임의 지배자 계급에 속하는 종족이기 때문이다.
추산되는 마수 등급은 아무리 낮게 봐도 A에 육박하는 수준.
지금 일행의 힘으로 쉽게 처치하기란 어려운 이들이다.
하지만 재현은 리스크를 짊어지며 창을 잡아챘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 가지 명확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과거 스바르탈페임을 공략한 공략대의 말에 따르면 다크 엘프들의 무구는 모두 마법으로 만들어졌다. 그렇다는 건…… 《절대 연산》으로 싹 다 박살 낼 수 있다는 뜻이지.’
회귀 전, 재현이 다크 엘프들에 대한 정보를 접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다크 엘프들의 성정이나 습성, 지능이 얼마나 높은지에 대한지 등. 논문으로 정리된 분량만 적어도 수십 페이지는 넘을 것이다.
덕분에 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게 옳은지.
또 어떤 방식으로 다크 엘프와 맞서 싸워야 하는지.
재현은 전신에 《마나 웨폰》을 두른 뒤 적의 움직임을 살폈다.
동공이 빠르게 돌아가며 어둠 속에서 흐느적거리는 적을 꿰뚫어 보았다.
재현이 짧게 혀를 찼다.
‘시간이 많았다면 좋았겠지만…… 지금은 빨리 끝내는 게 좋겠어.’
재현으로서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전투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이 좋다.
그들의 패턴을 학습하고, 배운 마법을 활용하며 전투 감각을 깨우면 이후 다른 적과 전투할 때 더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게 될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낙관적인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당장 이곳으로 전송된 생도들의 생사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거기다 다크 엘프는 서이나를 죽일 기세로 창을 내던졌다.
명백한 적의.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빠, 빠르다. 재현 군은 그 짧은 사이에 적의 공격을 읽어냈단 말인가…….’
적과 대치하던 박성재가 기겁한 듯 식은땀을 한 방울 흘렸다.
그는 재현과 다크 엘프를 번갈아 보며 깊은 탄식을 흘렸다.
‘믿을 수 없는 반응 속도…… 정말 생도가 맞나?’
그만큼 재현의 조금 전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적의 공격은 불시에 이뤄졌으며, 결코 일개 생도가 막을 수준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적의 공격을 빠르게 읽고 눈치채기 위해서는 민첩 스탯이 주요하다.
그런 점으로 짐작건대, 재현 군의 현 민첩스탯은 적어도 80 이상. 이는 무투계 레이더들도 쉬이 들이지 못하는 영역이야.’
더군다나 박성재는 그 희귀하다는 암살계열 무투계였다.
민첩을 제1 스탯으로 삼아 레벨업 할 때마다 거의 모든 스탯을 민첩에 몰아넣은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현 민첩 스탯은 합산해 봐야 고작 80.
하지만 재현은 조금 전 자신보다도 더 빠르게 적의 움직임에 대응했다.
그렇다는 것은, 재현이 무투계 암살자인 자신보다 민첩 스탯이 높다는 의미.
‘물론 스킬이나 장비로 부족한 부분을 채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열일곱에 불과한 나이.
제아무리 유성은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았다고 해도, 이건 논외의 경지였다.
‘나중에 꼭 다시 물어봐야겠군. 물론…… 살아 돌아갈 수 있다면 말이지만.’
“모두 진정하시고 적의 기감을 읽을 수 있도록 신경을 집중하십시오.”
퍼뜩 정신을 차린 박성재가 긴장한 일행들을 다독이며 숨을 골랐다.
적어도 재현은 이곳에서 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달랐다.
천재라는 명성을 등에 업은 이들이라 할지언정, 아직 생도다.
경험의 차이.
자칫 그게 이들 전원을 죽음으로 인도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여기서는 경험과 관록을 쌓아 온 자신의 힘이 꼭 필요했다.
그러나 그 전에. 이들을 둘러싼 현 상황을 먼저 주지시켜 줄 필요가 있었다.
“여러분. 저는 암살계 클래스입니다. 오래 버티지는 못해요. 그러니 모두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합니다.”
그 말에 긴장한 이들의 몸이 좀 더 굳어졌다.
맞부딪힌 등 사이로 떨리는 숨결이 느껴졌다.
‘조금 잔인한 말이지만 어쩔 수 없다.’
박성재로서는 그렇게 말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실제로 암살자 클래스는 기본적으로 지구력 스탯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적을 기습하고, 불시에 처리하는 것이 바로 그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래 전투를 끌 상황 자체가 거의 없고, 이런 전투에 익숙지 않았다.
하지만 박성재의 걱정과 달리 일행은 곧바로 침착함을 찾았다.
특히 전투에서 가장 빠른 적응도를 보인 것은 다름 아닌 김유정이었다.
―액티브 스킬 《마나 필드》를 발동합니다.
―반경 2미터의 원에 들어온 아군의 방어력이 70퍼센트 증가합니다.
김유정의 빠른 대처와 스킬 사용에는 재현 역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벌써 《마나 필드》까지 사용하다니. 역시 쟤도 재능은 미쳤다니까.’
김유정이 사용한 《마나 필드》는 그야말로 궁극의 서포트 스킬이었다.
반경 안에 들어온 아군의 방어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는 극강의 서포트 스킬. 아직 증폭을 터득하지 못한 탓에 레벨이 낮아 반경이 좁은 건 사실이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재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어서 서이나와 안호연 역시 앞으로 나서며 스킬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액티브 스킬 《헤이스트》를 발동합니다.
―액티브 스킬 《슬로우》를 발동합니다.
―액티브 스킬 《알프헤임의 검》을 발동합니다.
―액티브 스킬 《무의 극의》를 발동합니다.
서이나는 《헤이스트》와 《슬로우》를 통해 아군의 속도는 상승시키고, 적의 공격 움직임은 느리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알프헤임의 검》의 캐스팅을 빠르게 마친 뒤 검을 손에 쥐었다.
안호연 역시 《무의 극의》를 발동해 제 무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일전에는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힘.
허나, 이제는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 듯했다.
‘나도 뒤처질 순 없지.’
재현 역시 물러서지 않고 세 사람을 압도하는, 괴랄한 양의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적이 옵니다.”
재현의 말과 동시에 세 개의 창과 한 자루의 검이 일행을 급습했다.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 검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재현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간단한 이유였다.
‘A급 마수라 해도 나랑은 역상성이야.’
공중으로부터 솟아난 사슬이 굉음을 쏟아내며 마수를 향해 쏘아진다.
―액티브 스킬 《전격의 사슬 Lv 5》를 발동합니다.
재현이 미소 지었다.
액티브 스킬의 최대 레벨은 5.
허나, 재현은 무려 A급 스킬의 최고 레벨을 찍어 둔 참이었다.
‘《전격의 사슬》은 회귀 후 지금까지 쭉 주력기로 사용했던 스킬이다. 숙련도가 높아 빨리 레벨업이 가능했지.’
재현이 눈가를 좁히며 말했다.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 * *
직감.
다크 엘프들은 재현의 마력에 직감적으로 몸을 숨겼다.
칠흑 같은 어둠.
스바르탈페임에서 다크 엘프들이 어떻게 지배종이 되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이 어둠에 적응하고,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둠을 이용할 줄 알며, 적들을 속일 자신이 있었다.
마법을 기반으로 한 뛰어난 이동 속도는 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재현에게는 전혀 의미가 없었다.
재현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어둠 속으로 숨은 마수들을 노려보았다.
‘저 망할 새끼들은 마법 빼곤 별 볼 일 없는 쓰레기일 뿐. 더군다나 난 티알피의 천둥 걸음을 갖고 있다. 저것들이 얼마나 빠르든 날 따라잡을 순 없어.’
《티알피의 천둥 걸음》은 자그마치 민첩 스탯을 150이나 보정해 주는 아이템. 재현이 적의 공격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힘은 바로 거기서 나온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마력 감지 덕분에 적의 동선이 선명히 보이기도 하고.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 할지라도 전투를 오래 끌 생각은 없었다.
다른 이들은 자신과 같은 민첩 스탯을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재현이 강한 힘을 지닌 것은 맞지만, 적에게서 아군을 모두 지키며 싸우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컸다.
챙!
쌔액!
검과 창이 맞부딪히는 소리, 검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재현은 고전하는 일행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 내 말 잘 들어. 김유정, 그리고 이나는 불꽃 마법만 사용해.”
갑작스러운 지시였지만, 두 사람은 곧바로 납득했다.
“뭔진 모르겠지만……!”
“……알았어!”
재현은 이번엔 안호연과 박성재를 보았다.
“호연이 너도 도발 스킬을 사용해서 적의 움직임을 단순화시켜. 할 수 있지?”
“물론이야.”
“박성재 매니저님은 움직임이 둔화된 다크 엘프들을 베어 주세요.”
“알겠습니다.”
박성재는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재현의 지시에도 전혀 불쾌해하지 않았다.
‘재현 군은 다크 엘프들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건가……!’
필히 그가 이렇게 확언하는 것을 보면 다크 엘프들의 비밀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동료를 사지로 몰 사람은 아니다. 박성재가 내린 재현에 대한 평가였다.
박성재는 즉시 마력을 개방했다.
―액티브 스킬 《은신 Lv 5》를 발동합니다.
―사용자의 기척이 완전히 지워집니다.
이어서 몇 개의 창이 더 동료들의 급소를 향해 날아들었다.
김유정과 안호연, 그리고 다시 서이나를 향해 쏘아진 창들.
하지만 재현은 모두 가볍게 막아내며 다크 엘프 한 마리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콰아앙!
터져 나온 굉음이 던전 내부를 울렸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액티브 스킬 《파이어 스트라이크》를 발동합니다.
전신에 이는 아찔한 온도의 불길이 던전 내부를 가득 메웠다.
뜨거운 열기가 피어오르며 재현의 손끝에서 천천히 발화했다.
일전에 마도서를 익히며 새롭게 익힌 몇 개의 스킬 중 하나였다.
《파이어 스트라이크》.
C급 공격 계열 마법으로 아직 숙련도는 낮지만 준수한 위력을 가진 공격기였다.
재현은 기본적으로 《마나 웨폰》을 기반으로 싸우기에 꼭 필요한 스킬이었다.
《파이어 볼》과 같은 원거리 저격용 마법은 배틀메이지의 특성상 맞지 않기 때문이다.
화르르륵!
몇 분 후.
뜨거운 열기가 잦아들 때쯤, 청량한 목소리가 재현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다크 엘프를 처치했습니다.
“일단 하나.”
재현이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안호연이 옆에 달려들던 한 녀석의 공격을 막아냈고, 이어 김유정과 서이나의 캐스팅이 모두 끝났다.
두 사람은 각자 《파이어 볼》과 《플레임 애로우》를 사용해 적을 공격했다.
목이 베여 죽은 동족의 곁에선 다크 엘프가 소리쳤다.
“대, 대체 어떻게 인간이 우리의 약점을……!”
콰앙! 쿵!
연속된 공격이 모두 적에게 적중하며 굉음을 쏟아냈다.
이제 적들은 자신의 기척을 숨기는 것도 잊은 듯한 모습이었다.
겨우 숨을 헐떡이는 데 그친 다크 엘프 하나가 독기 어린 눈을 한 채 달려들었다.
하지만.
서걱.
“……어?”
은신하고 있던 박성재의 단검이 정확히 녀석의 목을 베어냈다.
어둠이 조금 걷히는 듯한 감각과 함께 사위가 조금 확장되었다.
재현은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일행은 조금씩 어둠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다크 엘프와의 전투에서 승리했다.
그뿐 아니었다.
“후. 어떻게든 된 건가?”
“그런…… 것 같지?”
김유정과 안호연이 대화를 나누며 주변을 경계했다.
재현은 두 사람을 지나쳐 조금 전 세 갈림길의 왼편을 향해 걸음을 떼며 말했다.
“움직이자. 전부는 아니지만, 찾은 것 같거든.”
“……응? 그쪽으로 가는 길이 혹시……”
서이나의 말에 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조금 어두운 얼굴로 덧붙였다.
“다는 아니지만, 생존자들이 이쪽에 있어.”
재현은 조금 전, 《마력 감지》를 통해 생존자들의 위치를 찾는 데 성공했다.
다크 엘프들과 싸움으로 시간이 조금 지체되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목적을 달성한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재현의 표정을 살핀 김유정이 걱정스러운 어투로 물어왔다.
“무슨 일이야? 혹시…….”
“……그래. 아직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늦으면 죽을 거야.”
재현의 두 눈동자에 차분한 분노가 깃들었다.
그는 주먹을 꽉 쥔 채, 경악에 빠진 동료를 돌아보며 말했다.
“보스 몬스터. 그놈을 잡고 던전을 닫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