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Picked a Mobile From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81
189화.
새로운 등급 명을 정한 뒤 경훈은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
마나를 흡수한 덕분인지 경훈의 몸은 바로 본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등급이 올라가지 않았지만, 특성도 어느 정도 강화된 것 같았다.
“한 30t 정도 가능하려나?”
몸속의 마나를 움직이며 경훈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몇 배나 늘어나 있었다.
하지만, 이브는 바로 그에게 현실을 인식시켰다.
-M1 전차가 65t입니다. 전차 한 대도 한 번에 옮기기 어려워 보입니다.
경훈은 광장에 늘어서 있는 군용 장비들을 떠올렸다. 전부 엄청 무거웠다.
경훈은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다 옮기기는 무리였다.
그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철판 위로 녹색 얼룩이 남아 있었다.
“정보가 필요해.”
이쪽 세상에서 벌어진 일이 저쪽에도 똑같이 벌어진다면, 괴물로 변하는 짐승들이 문제가 아니었다.
언제쯤 다른 세상의 괴물들이 넘어오는지, 어디로, 어떤 식으로 넘어오는지 알아야 했다.
EV의 힘을 이용해서 체온 측정을 강화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었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아직 시간이 있을 겁니다. 대격변 이후 몇 년은 무사했었으니까요.
“그것도 이상해. 아무래도 변화 속도가 다른 것 같아.”
그동안 자료를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경훈의 세상이 배 이상 빨리 변화하고 있었다.
경훈과 EV의 노력으로 상당수 막아낼 수 있었지만, 그래도 큰 피해를 보게 된 것은 바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 때문이었다.
그것 때문에 이렇게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충분한 준비를 하기 전에 괴물들의 대공습이 시작된다면 막아내기가 불가능했다.
“우선, 멈췄던 작업을 다시 시작해야겠지.”
그는 다시 위성 통제소로 향했다.
이브가 다시 통제소의 해킹을 시작했다. 더이상 방해는 없었다.
-내부 확인을 마쳤습니다. 요새는 안전합니다. 위성 통제권을 가져오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지하 창고 구경을 하고 오셔도 됩니다.
금괴와 유물, 그리고 병기가 가득 쌓여 있는 창고.
하지만, 경훈은 고개를 저었다.
“일이 끝나면 같이 가자고.”
경훈은 이브를 홀로 두지 않을 작정이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끝내겠습니다.
이번에는 이브도 말대답하지 않았다.
통제소는 조용해졌고, 조금은 편안한 느낌이 실내에 퍼져나갔다.
시간이 지났다.
-통제권 장악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브가 입을 열었다.
-정찰 위성 24기 작동 중. GPS 항법 위성 40기, 기타 위성 12기 작동 중입니다. 아쉽게도 마지막 가동 때 작동하던 위성의 사분의 일 만 통신이 되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우선, 미국 군사기지를 확인해 봐. 쓸만한 장비가 남아 있으면 좋겠는데……”
-미국 상공을 지나가는 정찰 위성 5대를 우선 가동하겠습니다.
세계지도가 떠 있는 커다란 화면에는 지도를 지나가는 수많은 파형 중에 다섯 개의 파형만 남게 되었다.
-펜타곤과 백악관에서 확인한 정보와 저쪽 세상의 미군 기지 정보를 조합해서 가능성이 큰 곳부터 확인하겠습니다.
-포트 맨퍼슨 기지, 샌 안토니오 합동기지, 스캇 공군기지, 노포크 해군 기지…
이브의 말과 함께 화면에 위성 사진들이 차례로 지나갔다.
부서진 전차, 구덩이가 생긴 활주로, 바다에 수장된 전함들.
사진 어디에도 멀쩡한 군사 기지가 보이지 않았다.
경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괴물들은 확실하게 미국군을 전멸시킨듯했다.
‘LA City에 왔었던 함대는 바다 위에 있어서 살아남았던 건가?’
하지만, 그 함대도 지금은 뉴욕 앞바다에 가라앉아 버렸다.
‘잘못하면 이 기지에 있는 게 마지막일 수도 있겠는데.’
독을 사용해서 사람들만 죽인 것을 보고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독을 사용한 곳은 다른 괴물들이 공격할 수 없었던 백악관 지하, 로키 산맥 지하 요새 같은 곳뿐이었다.
실망스러운 사진이 계속 지나가고, 경훈의 실망이 점점 커질 때였다.
빠르게 지나가던 화면이 딱 멈추었다.
넓은 벌판, 수많은 비행기가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AMARG. 퇴역 군용기 보관소입니다. 약 4000대 정도가 남아 있습니다. 괴물들의 흔적이 보이지만 항공기들은 무사한 것 같습니다. 인간들의 기지도 아니었고, 당장 쓸 수 있는 무기도 아니었다. 괴물들이 파괴할 이유가 없었다.
실전에 바로 투입될 수 없는 시대가 지난 퇴역한 항공기를 모아놓은 곳일 뿐이었다.
“이건 대박인데?”
하지만, 경훈에게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F-15 200대 이상, F-16 400대 이상, F-18, 치누크 헬기, C-140 수송기 상당수 있습니다.
미국의 퇴역 비행기는 다른 나라 입장에서는 없어서 못 쓰는 최신예 비행기들이었다.
더구나 현역 군용기가 신형 군용기에 밀려서 이곳에 보내진 예도 있었다.
F-22는 찾지 못했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어차피 F-22를 찾아도 운용은 어렵습니다.
퇴역 군용기 보관소를 훑은 뒤, 위성은 다른 기지들을 계속 확인해 나갔다.
대부분 파괴되었지만, 아직 멀쩡한 곳도 있었다.
사람 손이 타지 않는 병기창이나 군수공장 같은 경우였다. 잘하면 쓸만한 무기들을 더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았어. 우선 쓸만한 비행기부터 옮기자고. 설마 전투기가 30t을 넘는 것은 아니겠지?”
-수송기가 아니라면 그보다 가볍습니다.
“그럼, 이제 지하 창고를 확인해 볼까?”
경훈이 휴대폰을 다시 회수하려고 할 때였다.
-잠시, 확인해 봐 주시겠습니까?
이브가 경훈을 말렸다.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
위성 사진들이 사라지고 다시 세계지도가 펼쳐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외곽선만 있던 지도가 아니었다. 울긋불긋 색이 칠해진 지도였다.
색이 칠해진 지도 위로 수많은 노란색 점들이 흩어져 있었고, 분홍색 점들이 사이사이 끼어 있었다.
지도의 몇 군데는 시뻘건 점들이 찍혀 있었다.
지도를 보다 경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국에 있는 점 중에 몇 개는 회색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서울, 대구, 부산 등. 전부 경훈이 지나온 경로에 있는 점들이었다.
-기지가 가동을 멈추기 직전 쏘아 올린 위성의 자료입니다. 이 위성은 지상의 마나량을 측정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미국이었다. 위성에서 마나량을 파악하려고 하다니. 다른 나라는 생각도 못 할 일이었다.
-마나량이 높으면 진한 색으로 표시되고 적으면 옅은 색으로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브의 말을 들으며 경훈이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학술적으로는 뭔가 대단해 보였지만, 당장 유용한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대신, 그는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저 회색 점들은 뭐야?”
-일정 기간 마나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지점을 표시한 것입니다.
서울, 대구, 부산 등. 전부 군주급 괴물들이 죽은 장소들이었다.
경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화면에 뜬 점들을 노려보았다.
지도를 가득 메운 노란 점들과 가끔 보이는 분홍 점들.
“설마, 대장급과 군주급 몬스터 위치를 표시하는 거야?”
-따로 설명은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경훈은 지도에 가득한 점을 보고 혀를 찼다.
반쯤 미쳐버린 군주급 괴물도 어부지리를 이용해서 겨우겨우 잡을 수 있었다.
그런 괴물이 전부 저 분홍색 점들이라니.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백두산 천지와 대륙 곳곳에 박혀 있는 붉은 점.
분홍색이 군주급 괴물이라면 이 붉은 색은 무슨 괴물일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산 넘어 산이냐……”
미국에도 붉은색 점이 하나 박혀 있었다. 붉은 점은 관광지로 이름 높은 옐로스톤에 박혀 있었다.
“그런데 왜 이런 위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당한 거지? 붉은 점이 있는 곳에 핵미사일 샤워라도 때리면 되지 않나?”
경훈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위성 정보를 내려받기 전에 기지가 전멸했습니다. 위성의 가동은 오래되었지만, 마나 정보를 내려받은 것은 저희가 처음입니다.
“운이 안 좋은 걸까? 아니면 일부러 시간을 맞춘 걸까?”
시간이 지난 지금으로서는 알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시기가 적절했다.
경훈의 머릿속에 컴퓨터를 장악했던 괴물과 인간으로 변할 수 있는 도플갱어가 떠올랐다.
“적어도 인간의 정보를 전부 얻어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어.”
이 세계를 멸망시킨 괴물들은 소설과 영화에서 나오던 바보같은 외계인이 아니었다.
경훈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풍족한 마나에 기뻐했던 좀전의 기억은 머리 뒤쪽으로 밀어두었다.
예상보다 적은 강했다.
“우선, 무기를 옮기자.”
할 일이 많이 있었지만, 우선 집을 안전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는 시간이 되자 바닥에 은빛 구멍을 만들었다.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공간이동문이었다.
투손에 있는 노후 전투기 보관소와 가장 가까운 공간이동 좌표였다.
그는 그랜드 캐니언에서 투손까지 바로 내달릴 생각이었다.
대장급과 군주급 위치는 위성으로 어느 정도 파악된 상황이었다. 그 외의 몬스터는 쳐부수며 달려가도 충분했다.
경훈이 구멍 안으로 뛰어들었고, 벽에 걸려 있는 화면은 홀로 세계지도를 계속 보여주었다.
두근.
백두산에 있는 붉은 빛이 깜빡였다. 붉은빛이 조금씩 더 밝아지는 것 같았다.
***
며칠 뒤,
은혜는 입을 삐쭉 내민 채로 부두에 서 있었다.
전에 벌어진 테러는 잘 해결된 모양이었다.
다행히 빼앗겼던 금괴도 다시 돌아왔고, 그 일로 그녀는 위로금도 가득 받아낼 수 있었다.
덕분에 가족의 생활은 전혀 걱정 없게 되었지만, 이번 일은 아무리 봐도 그녀가 감당할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제가 함부로 대한 것이 있으면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보디가드로 따라온 정규도 굳은 얼굴로 이런 소리나 해대고 있었다.
은혜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부두에 군인들이 가득했다. 그녀 옆에는 별을 단 장군들이 늘어서 있었고, 한쪽에는 장갑차도 서 있었다.
전에 벌어졌던 테러 때문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너무 과한 경비였다.
‘도대체 뭘 가져 온다는 거야?’
군대에 도움이 될 무기를 가져온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런 경비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잠시 뒤,
부우웅!
부두 밖에서 거대한 수송선 하나가 들어왔다. 해경의 호위를 받는 수송선이었다.
수송선 옆에는 EV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휘익. EV는 언제 또 저런 배를 구한 거야?”
옆에서 정규가 휘파람을 불었다. 그녀에게 묻는 것 같았지만, 은혜도 알고 싶을 따름이었다.
배가 부두에 접안을 했고, 후방 하역 램프가 열렸다.
사람들이 열린 램프를 쳐다보았지만, 그곳에서는 군용차 대신 선글라스를 쓴 사람만 걸어 나올 뿐이었다.
“경…. 케이!”
은혜가 이름을 부르려다가 급하게 말을 바꾸었다.
선글라스를 쓴 경훈이 그녀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경훈은 그녀 옆에 서 있는 장군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별을 두 개 달고 있는 공군 장군을 보며 말했다.
“공군 군수 사령관이시죠? EV의 물건을 전하러 왔습니다. 1차분 F-15D 다섯 대와 알람 미사일 200발입니다.”
하역 램프로 그물망을 뒤집어쓴 항공기가 인도 차에 끌려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장군들의 눈이 커졌다. 이곳에 오면서도 반신반의했던 장군들이었다.
“그, 그럼 전차도 구할 수 있다는 말이 사실입니까?”
“혹시, 대함 미사일은 구할 수 없습니까?”
뒤로 물러나 있던 육군과 해군 장성들이 앞다투어 달려 나왔다.
“순서를 지킵시다. 2차분도 공군이 우선입니다. 지금 공군이 제일 급합니다.”
공군 군수 사령관이 그들을 향해 손을 저었다. 그리고, 그는 경훈을 향해 활짝 웃었다.
“정말 EV는 한국의 큰 우방일세.”
경훈도 마주 웃었다.
“대금만 확실하게 지급하시면 차질없이 준비하겠습니다.”
아직, 가져오지 못한 무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필요한 만큼 한국에 넘기고, 나머지는 그와 EV가 쓸 무기들이었다.
무기가 준비되었고, 돈도 충분했다. 이제 땅과 병사들이 필요했다.
원래부터 무기 거래는 현금만으로 하는 법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