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49)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49화
아픔은 상대적인 거다
로드.
한 셰퍼드가 그 칭호를 받기까지 걸린 세월은 가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리고 나서였다.
무음(無音).
모든 섀도우 셰퍼드들이 달성하고 싶어 하는 그 경지를 간신히 조금이나마 이해하였을 때.
– 아이야, 앞으로 네가 우리 종족의 이견(二犬)이다.
킹으로부터.
종족의 어머니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었다.
– 아아, 킹이시여.
로드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심장이 두근 뛰었다.
슈우우…….
로드가 되자, 자신을 감싸는 그림자가 한층 짙어졌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 내가 없으면, 네가 아이들을 어둠 속에서 구원해야 한다.
– 그 기술을 더욱 갈고 닦아, 우리 셰퍼드들을 더욱 강한 종족으로 끌어내야 한다. 알겠느냐?
책임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 아이야.
만일.
– 우리는 기억하여야 한다.
만일, 이 척박한 어둠 속에서 빠져나갈 기회가 온다면.
이 절대영도의 가까운 온도 속에서 몸을 떨지 않을 수 있다면.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 절대 이 원통함을 잊으면 안 된다.
– 이 우주에도 도의(道義)라는 것이 있단다. 그 도의를 어긴 순간, 우리 역시 충성을 버릴 수밖에 없는 거야.
어머니가 주변을 살폈다.
눈먼 그림자족들이 어슬렁거렸다.
길 가다 넘어지는 것들도 있었으며, 추위를 감당하기 위해 웅크리고 있는 것들도 있었다.
–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종족은 그분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해왔다. 그 희생에는 어떠한 이유도 없고 조건도 없었어. 그저 그분이기에. 사랑하는 주인이기에. 그분만을 위해 살았지.
충견(忠犬).
충성스러운 개.
– 우리는 주인의 손이었고, 발이었다. 어떨 땐 무기가 되어 적을 물어뜯었고, 암습했으며, 어떨 땐 그림자가 되어 정보를 전달했어.
– 킹이시여…….
– 한데, 그 결과가 어떻더냐?
섀도우 셰퍼드 킹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셰퍼드가 수척하게 말라 있었다.
걸음걸이에 힘이 없었다.
– 우리는 눈을 잃었다. 따스함을 잃었으며, 맹견이 되었다. 너를 포함한 새로 태어난 아이들은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모습 또한 인지할 수가 없다. 어미는 아이를 볼 수가 없으며, 아이는 어미를 볼 수가 없다. 불행을 떠나, 어떤 게 행복인지조차 알 수가 없게 되었다.
토사구팽(兎死拘烹).
이용만 당하다 버림받은 개.
– 그래, 우린 주인의 사랑이 아닌 주인의 도구였던 거다. 닳으면 버려지는 도구.
– 화가 납니다.
로드가 이를 갈았다.
어머니의 슬픔이, 배신당한 자의 마음이 심장을 후볐다.
로드가 되기 전에는 몰랐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으니,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기억을 읽으니.
분노가 온몸을 가득히 채웠다.
– 그러니 꼭 되찾겠습니다.
원래 가지고 있었던 거라면, 그것은 우리의 권리다.
누군가에게 빼앗겼던 거라면 당연히 되찾아야 할 것이다.
본인을 위해서.
그리고 수많은 종족의 아이를 위해서.
화르륵!
로드의 몸 주변 검은 기운이 거칠게 일렁였다.
충견(忠犬)이 광견(狂犬)이 되는 순간이었다.
* * *
– 솔직히 우습다.
로드가 나를 바라봤다.
– 타 생물이 그림자의 기술을 발끝이나마 흉내 내는 건 인정한다만, 아직 내 눈에는 수준이 너무도 낮아 보여.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로드?
태어나서 무언갈 본 적 없는 존재 중 가장 강한 개?
그딴 것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그저 눈앞에 있으면 싸울 뿐.
스읏!
나는 일렁이는 그림자 속으로 발을 뻗었다.
로드 역시 주저 없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흠?’
근데 미약하게만 느껴질 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어디 갔지?’
나는 눈썹을 찡그렸다.
노인도 내가 훈련 중인 걸 인지했는지, 힌트를 주지 않았다.
직접 찾아내라는 거지?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시야 속에서 집중했다.
내게 제한된 것은 오직 시각(視角)과 청각(聽覺).
보지 않고 듣지 않는 것 정도야.
태청심법을 통해 평소 훈련했던 것들.
타앗!
나는 아까 느꼈던 묘한 이질감 속에서 한 방향을 향해 창을 뻗었다.
무언가.
따스함이 없는, 냉혹함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콰아앙!
‘좋아.’
손맛이 느껴진다.
상대가 있다는 것.
그렇다는 건,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는…….
“흡?”
그 순간, 내 복부를 향해 날아오는 엄청난 거력이 느껴졌다.
녀석의 발등일까?
본능적으로 허리를 비틀어 날카로운 창을 세웠다.
용의 피부마저 갈라버리는 신살(神殺)급 창을.
– 호오.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 우습다고 했던 건 사과하지. 제법 하는구나.
“당연하지. 킹도 아닌 너 정도야.”
– 시건방진 소리로군. 그렇다면 좀 더 몰아쳐도 되겠지?
“얼마든지.”
전투.
아니, 싸움이 시작됐다.
* * *
과연.
섀도우 셰퍼드 로드의 움직임은 만만치 않았다.
첫 접전은 그저 견제구였을 뿐.
녀석의 움직임은 더욱더 정교해지고 빨라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확실히 상대하기 어려워졌다.
‘제길.’
녀석에게 창을 먹인다?
그럴 수조차 없었다.
그저 다가오는 공격을 눈치챈 후, 도망치기에만 급급할 뿐.
– 싸움을 지배하는 것은 속도다. 그 정도 그림자술로 날 이기기엔 턱도 없어.
공격이 사방에서 동시에 들어왔다.
아마, 동시에 오는 게 아닐 거다.
그저 그렇게 느껴질 뿐.
내 감각이 녀석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 그렇게 도망 다니기만 해서, 언제 이기려 하는가? 설마 한평생 싸울 생각인가?
로드는 날 죽일 수 없다.
킹이 날 해치지 말라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
그렇기에, 정도껏 타격할 수밖에 없다.
“뭐, 천천히 배우는 거지.”
– 이 어마어마한 격차를 고작 배우는 것으로 줄인다?
“응, 가능할 수도 있지. 우리 세계에선 그걸 하늘이 내린 인재, 천재(天材)라 하거든.”
물론, 육체만 천재에 근접했다.
그것도 노인의 대법에 의해서 만들어진…….
타다닷!
나는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 참으로…… 언제봐도 어설픈 그림자로구나.
로드 역시 몸을 움직였다.
– 그림자의 기술을 흉내 내고자 하면서, 너는 우리의 본질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스슷!
로드의 몸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 조금 알려주랴? 시야가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그야말로 살아 있는 지옥과도 같다.
그의 그림자에 슬픔이 담겼다.
– 너는 어딘가에 가야 한다는 사실로 공포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걷는 것보다 넘어지는 횟수가 더 많아, 다리가 부러지는 게 일상인 종족을 아는가? 그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 너는 그림자 술을 온전히 이해한다고 할 수 없을 거다.
“그 종족. 그게 너희란 말을 하고 싶은 거지?”
후웅!
내 뺨 끝으로 녀석의 발톱이 지나갔다.
“뭐, 지금의 너희는 잘 움직이니까, 너희 새끼들이겠네. 어린애들.”
– 그렇다. 우리라고 태어날 때부터 걸어 다닐 순 없는 거니까.
“그런 것이라면, 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나도 느껴본 적은 있지.”
– 느껴봤다고? 네가?
“물론.”
발톱을 피한 후, 날아온 방향을 향해 창을 던졌다.
스슷!
피부가 스치는 감각이 느껴지는 걸 보니, 녀석도 피했나 보다.
“느껴봤지.”
내 스킬 중 하나.
[스킬 : 기억 재현] [등급 : S] [효과1 : 망자의 기억을 읽습니다.]나는 과거.
이것을 통해 내 정신 속 태양창의 기억을 읽었다.
녀석의 감정을 생생하게 공유하고 느꼈다.
– 헛소리. 네가 우리의 아픔을 이해한다고?
“감정은 상대적인 거다. 셰퍼드야.”
내가 고개를 저었다.
“옆 놈 뼈 부러진 것보다, 네 손가락 베인 상처가 더 아픈 것처럼. 누구나 각자의 가슴에 자신만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거야.”
세상 반대편 누군가가 사고로 죽는 것보다.
당장 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게 더 슬프다.
타국끼리의 전쟁보다.
자국의 참전이 더욱 우려스럽다.
– …….
“그런데도, 네가 너희 종족의 아픔만을 주장한다면.”
스슷! 스스슷!
녀석의 발톱과 내 창이 서로의 피부를 스쳤다.
“나도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너희보다 더욱 아팠음을 주장하마.”
나는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그림자가 한층 더 친숙해졌으며.
친숙해진 만큼, 녀석이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느껴졌다.
“아이 역시 너희처럼 태어나자마자, 눈을 잃었다. 애초에 빛이 없는 게 아니라, 타의에 의해 악의로 시야를 잃었다.”
눈이 콱콱! 쑤시듯 아프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
“너희는 모두가 시야를 잃었다. 그렇기에 모두가 ‘함께’ 고통을 나눈다. 하지만, 아이는 혼자였다. 걷는 법도 혼자 배워야 했으며, 본능적으로 굶주림을 채워야 했다. 흙을 파먹고 독초를 먹으며, 하나하나 홀로 배워나가야 했다.”
외롭다.
왜 세상은 나를 미워하는가?
투욱!
이번엔 내 창이 녀석의 발등을 찍었다.
당황하듯 흔들리는 녀석의 그림자가 느껴졌다.
“차라리 처음부터 보이지 않았으면 좋았다. 너희는 행복을 몰랐다면, 아이는 행복을 빼앗겼다. 본래 모르는 것보다, 아는 걸 하지 못하는 게 더욱 고통스럽지 않은가.”
“주군…….”
옆에서 태양이가 듣고 있었는지.
먹먹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짜슥.
저놈들보다 우리 태양이가 더 아팠는데.
어딜 죽는소리하고 있어?
– 네가…….
녀석의 감정이 격해진다.
킹이 분명 죽이지 말라 했을 텐데, 살기가 점점 짙어진다.
발톱에 날이 서기 시작했으며, 속도도 더욱 매서워졌다.
– 네가 감히 우리 종족의 아픔을 멸시하는 것이냐!
스슷! 스스슷!
녀석의 발톱이 날카롭게 쏘아졌다.
동서남북 사방위로 몰려들었다.
저벅.
나는 그걸 걸음 하나로 피해냈다.
그림자 섞인 천하제일 무적보법의 발현이었다.
“물론, 너희 그림자족의 아픔을 무시하는 건 아니야.”
후웅!
내 창이 허공을 갈랐다.
이번엔 녀석이 흠칫하며 피한다.
묘한 이질감은 더욱더 짙어져, 이제는 아예 움직임이 읽혔다.
이런 게 진정한 그림자술일까?
나도 무음(無音)의 경지를 잠깐이나마 맛보고 있는 걸까?
“아픔은 상대적인 거라고. 처음부터 말했으니까.”
후웅!
나는 급속히 허리를 틀었다.
찌르던 방향이 녀석이 피하는 쪽으로 마치 유도탄처럼 휘어졌다.
– 이 무슨……?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녀석이 당황했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자신감 있게.
자연스럽게.
푸욱!
창을 찔러 넣었다.
신살(神殺)창이 피부를 부드럽게 뚫는 감각이 느껴졌다.
‘아, 드디어.’
해낸 것이다.
눈을 뜨지 않아도 알았다.
내 창은 정확히 녀석의 목 한가운데를 뚫었다.
– …….
녀석의 피부가 놀란 듯 굳었다.
쿵쿵 뛰는 심장 소리와 가늘어진 숨소리까지.
전부 내 손끝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 과연.
녀석의 목소리가 흥분한 듯 떨렸다.
– 그것이 너의 그림자인가?
나는 눈을 떴다.
왼쪽 눈에 새겨진 십자상처의 셰퍼드가 묵묵하게 내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 그래.
비록 볼 수 없겠지만.
꼭 나를 보고 싶어 하는 것만 같았다.
– 이제야 좀 그림자족다운 실력이로군.
“…….”
녀석은 나를 쿨하게 인정했다.
그러고는 씨익 웃으며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델라일라의 계약에 따라.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고 있는 거겠지.
– 좋은 싸움이었다.
녀석이 사라지며 중얼거렸다.
나는 그런 녀석을 보며, 마주 웃어주었다.
언젠가.
이 녀석도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왜인지 몰라도 그럴 느낌이 들었다.
“나 역시, 좋은 싸움이었다, 십자 멍멍아.”
그런 내 시야 위로 메시지가 떠 올랐다.
[스킬, ‘무음(無音)’(S급)을 획득합니다.] [해당 스킬은 더 성장할 여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