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0)
나는 계속 강해진다
“이제 점점 몸의 틀이 잡혀가고 있는 단계이니라.”
기소율이 합류한 이후, 대략 일주일이 흘렀다.
노인은 오늘도 내 몸을 친히 두드리는 중.
“그 말은 기존보다 강도를 올려야 함을…… 네 녀석도 알고 있으렷다?”
“끄아아악! 끄아악!”
“견디거라. 모름지기 내 제자라 하면 마취 없이 살을 째고 뼈를 긁어내도 태연해야 하거늘. 쯧쯧, 어찌 참을성이 그리 없느냐!”
구타(毆打).
“자, 잠깐. 이건 그냥 폭력이잖아요!”
게다가 뭐?
마취 없이 살을 째고 뼈를 깎아?
내가 무슨 관운장이야?
“이놈…….”
노인의 입이 꿈틀거렸다.
“본인이 세월을 깎아 만든 태청공재만성대법을 고작 ‘폭력’이라는 저급한 단어로 칭하다니. 마음이 허한 게 참으로 서러워지는구나. 각오는 했겠지?”
“예? 자, 잠깐만요? 어르신!”
“시끄럽다.”
쾅! 쾅! 콰앙!
노인의 주먹이 성화를 부렸다.
마치 온몸 내부에서 화산이라도 폭발한 듯 진동이 흔들렸다.
머리는 핑핑 돌아 현기증이 났고, 전신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으아아아아!”
그야말로 온몸이 녹아내리는 기분.
그렇게 30분 동안, 마사지를 빙자한 구타가 펼쳐졌다.
[스킬, ‘고통 내성’(C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됩니다.] [스킬, ‘고통 내성’(B급)을 획득합니다.] [해당 스킬은 더 성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아아.
모르겠다.
한 단계 더 성장했음에도.
기뻐할 여력조차 없을 정도로 아프고 힘들었다.
눈물이 핑 돈 상태로.
쓰러져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찰나.
스윽.
시야에 기소율의 얼굴이 그림자처럼 드리웠다.
“……뭘 봐요?”
괜히 투덜거리자, 그녀가 혀를 내둘렀다.
“봐도, 봐도. 적응이 안 되네요. 그 이후, 맨날 이런 훈련을 받아왔다니……. 빠른 성장이 이해가 가는군요.”
“어휴, 대답할 힘도 없네요.”
“저는 계속 경계하고 있을게요. 힘내시길.”
그녀에겐 모든 것을 설명했다.
노인이 행하는 대법과 노인이 꿈꾸는 만술의 경지에 대해서도.
기소율은 예상외로 깔끔하게 믿었다.
믿음과 신뢰는 진실된 말과 행동이 쌓여서 생기는 법.
그녀에게 거짓을 말한 적이 없으니, 그녀 역시 날 믿는 것이다.
‘오히려 노인이 이해해 줘서 다행이었지.’
만술 노인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기소율에겐 노인의 형상이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자신의 교육 방식을 누군가가 본다 해도 따라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듯했다.
혹여 그녀가 옆에서 만술을 완전히 익힌다 해도.
노인은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일인전승의 욕심을 완전히 내려놓은 것이다.
사실 제자를 얻고 싶다는 ‘한’이 쌓였던 노인에겐.
누군가가 만술(萬術)을 전부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지 않을까?
‘서릿발처럼 차디찬 한이…… 때로는 용광로처럼 뜨거운 희망으로 바뀔 수도 있는 거지.’
그렇기에 노인은 관대해질 수 있었다.
오히려 기대했다.
특별한 능력을 갖춘 ‘나’라는 인연을.
이세계에서 이루지 못했던 ‘만술’의 전승(傳承)을.
백발의 절대자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이 녀석, 어서 일어나지 못하겠느냐? 아직 30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예예……. 제 수준에 어찌 누워 있겠습니까, 바로 일어나야죠.”
없는 힘을 끌어내 휘적휘적 일어섰다.
오늘은 누구 차례지?
뼈일이부터 뼈오까지 한 바퀴 돌았고.
어제 뼈이가 수련했으니.
오늘은 뼈삼이의 훈련 차례로군.
삐걱!
뼈삼이가 열의 가득한 눈빛으로 나섰다.
스켈레톤들은 매일 매 순간 강해지고 있었다.
스탯도 많이 늘었고.
스킬 레벨도 적당히 늘었다.
대다수 스킬들이 Lv.8을 찍을 정도?
‘문제는.’
스켈레톤이 강해지는 만큼, 나 역시 배워야 한다는 점.
‘상태창.’
나는 속으로 상태창을 외쳤다.
[헌터 : 주동훈] [이명 : X] [기력 : 50/120] [고유 능력 : 저주받은 네크로맨서] [등급 : D] [효과]-당신은 죽은 영혼을 다루는 직업, 네크로맨서입니다. 무시무시한 악령과 독극물을 활용해 상대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 단, 저주받았습니다.
-당신은 오직 스켈레톤만 소환할 수 있습니다.
[보유 스킬]-‘각성한 스켈레톤 소환’(D급)
-‘기억 재현’(S급)
-‘만술의 가르침’(S급)
-‘고통 내성’(B급)
-‘참(斬)’(C급)
-‘자(刺)’(C급)
-‘사(射)’(C급)
-‘방(防)’(C급)
‘많이도 생겼네.’
노인의 교육으로 생긴 스킬은 총 네 개였다.
베기(참), 찌르기(자), 쏘기(사), 막기(방).
뼈일이부터 뼈사까지의 스킬을 토대로 익힌 나만의 술(術).
‘하지만 뼈오의 스킬은 아직 익힐 수가 없어.’
뼈오는 마법사다.
녀석의 스킬을 익히기 위해서는.
기존처럼 육체를 활용하는 게 아닌, 정신적으로 ‘기’를 활용해야 한다.
“아해야. 오늘도 이 위로 올라와 가부좌를 트려무나.”
슥슥.
허공에서 지팡이를 꺼낸 노인이 바닥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지구에선 볼 수 없는 문자들의 나열.
그 사이로는 신비한 색감의 빛이 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노인의 말에 따르면.
자연 속에 퍼져 있는 기를 응집시켜,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술법이라나?
“그냥 앉으면 되는 거죠?”
“저번에 알려준 태청심법(太靑心法)의 구결을 외거라.”
“알겠습니다.”
“생각 없이 외우란 것이 아니다. 집중해야 한다. 무형의 에너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느껴야 한다.”
“예, 어르신.”
나는 눈을 감았다.
노인이 말하길, ‘기’는 모든 물리력의 토대.
‘기’만 다룰 줄 알면, 현존하는 모든 스킬을 구성할 수 있다고 했다.
즉, 만술로 향하는 첫 번째 단계인 것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노인이 입을 뗐다.
“의미 없다 생각하지 말거라. 제일 중요한 단계이니라. 내 저 망자들의 기초를 친히 다지는 동안 ‘기’를 느끼지 못한다면…….”
‘못하면요?’
노인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별수 없지. 재능이 없다고 판단, 대법을 더욱 강하게 전개하는 수밖에.”
‘켁.’
결국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만큼 쥐어 패겠다는 말이잖아?
과연, 폭력 영감탱이다운 발언이었다.
근데 뭐, 어쩌겠는가?
시키는 대로 해야지.
불만은 없었다.
지금껏 잘해오기도 했고.
확실히 강해진다는 걸 느끼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더 강해지고 싶어.’
의욕이 훨씬 강해졌다.
열의가 불타올랐다.
매 순간 강해지는 게 눈에 보이니, 재미가 붙은 것이다.
“허허, 좋은 표정이로구나.”
흡족한 노인이 홱! 등을 돌렸다.
오늘은 뼈삼이의 ‘하급 연사’(Lv.8) 교육 시간.
아직 시간은 25분 정도 남아 있었다.
* * *
“으음.”
오늘도 주동훈의 기행을 쳐다보던 기소율이 침음을 흘렸다.
‘정말 그 괴랄 맞은 노인의 제자가 된 거로구나!’
솔직히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다.
유령화된 노인이 매일 한 시간씩 가르침을 선사하는 스킬이라니.
듣도 보도 못한 스킬이지 않은가.
하나.
이제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순간마다 그의 기운이 발전한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그녀도 눈이 있고 귀가 있다.
날마다 [끄아악!] 소리치면서 몸부림치는 걸, 연기로 치부할 순 없었다.
무형적인 힘에 의해 육체가 뒤틀리고 뼈가 재구성되는 과정.
‘끔찍해.’
기소율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강해지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그녀가 보기에도 눈살을 찌푸릴 만큼 흉측한 장면이었다.
범인이었다면, 분명 중도에 포기했을 만큼의 혹독한 훈련.
하지만 사내의 의지는 대단했다.
그를 처음 봤던 날.
눈빛에서 읽었던 독기처럼, 끝끝내 견뎌냈다.
‘이건 인정해야 해.’
기연이라고 전부 다 기연이 아니다.
그 기연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능력과 정신력을 갖췄을 때.
비로소 진정한 ‘기연’이 탄생하는 것이다.
랭커인 기소율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알았다.
그렇기에 주동훈을 인정했다.
‘당분간 더 지켜봐야겠어.’
기소율은 주동훈 곁을 떠나지 않았다.
약속을 떠나서, 본능적인 판단이었다.
그를 돌봐주다 보면, 막혔던 한계를 돌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엔.
아직도 한 절대자의 형상이 박혀 있었다.
랭커인 자신이 수십 번 맞서 싸웠음에도.
흔들림조차 없었던 강자.
태산과 같은 거력과 심해 같이 알 수 없는 깊이를 가진 노인.
노인의 기술은 분명 대단했다.
칼을 들었을 때도, 활을 들었을 때도.
본인이 만나왔던 그 어떤 랭커보다 강했다.
‘심지어 암살 기술로도…….’
암살자의 제왕이라 불리는 자신 또한 암살 기술로 농락할 정도였으니.
‘부럽구나.’
솔직히 부러웠다.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알기에.
어떤 능력을 갖췄든, 얼마나 똑똑하든, 돈이 얼마나 많든.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좋은 스승이 필요하다.
수백 일을 훈련해도, 수천 일 동안 던전만 파고들어도 혼자서는 결국 ‘한계’에 부딪힌다.
자신처럼.
그렇기에 기대됐다.
노인이 각 잡고 가르치는 주동훈이 얼마나 성장할지.
지켜보고 싶었다.
매년 우후죽순으로 뒤바뀌는 랭커 시스템에.
그가 몇 위까지 올라갈지.
* * *
한 고급 저택.
시커멓게 내려앉은 그림자 속에서 한 인물이 등장했다.
그는 암영단(暗影斷)의 A급 암살자, 고재영.
“…….”
꿀꺽.
A급인 그가 긴장한 듯 침을 삼켰다.
왜냐.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자신의 온몸을 태워버릴 수 있을 만큼의 강자.
암영단(暗影斷)의 주인.
세계 랭킹 92위이자, 이명 헬하운드.
닉 자칸(Nick Jakan)이 눈앞에 있었으니까.
“그래서. 기소율 때문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건가?”
“그, 그렇습니다.”
작전에 실패한 고재영은 주동훈에 대해 이미 상세하게 보고한 상태였다.
사실 몇 번 접근하려고도 해봤지만.
기소율의 경계가 삼엄해, 시도조차 못 했다.
“흠, 파랑과의 접점은 우리로서도 달갑지 않은데.”
자칸이 턱을 잡고 고민했다.
파랑의 랭커는 둘이다.
세계 랭킹 58위의 명궁(名弓) 기파랑.
세계 랭킹 380위의 암제(暗帝) 기소율.
“기소율까진 그렇다 쳐도, 기파랑은 나 역시 상대하기 까다롭거든. 더군다나 암영단은 적이 많지. 괜히 시끄러워지면 불리한 건 우리다.”
자칸의 말에 고재영의 눈빛이 흔들렸다.
“죄송합니다. 기소율이 더 관여하기 전에 처리했어야 하는 건데.”
“으음.”
자칸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툭툭 건드렸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하는 그만의 버릇이었다.
“……정말 랭커를 주무르듯 가지고 놀 수 있을 만큼의 기연인가?”
“그렇습니다. 기소율, 그 까다로운 년이 관심 가지는 것만 봐도 확실합니다.”
“그건 그렇지.”
기소율은 랭커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독종이다.
누구에게 굽히는 일이 없으며.
던전에 대한 집착 또한 누구보다 강한 헌터다.
“확실히 욕심나긴 하는군.”
따악!
자칸이 손가락을 튕겼다.
스슷!
그러자 옆에서 암살자 하나가 등장했다.
자칸의 개인 비서였다.
“부르셨습니까?”
“암영단의 일정이 어떻게 되지?”
“향후 1개월은 가득 차 있는 상황입니다.”
“1개월이라.”
자칸의 눈동자가 다시 고재영을 향했다.
“주동훈이라 했나? 그놈 등급이 몇이랬지?”
“E급입니다.”
“아직 성장하려면 멀었군.”
어떤 좋은 기연도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F급이 기연을 얻었다고 단숨에 S급으로 가는 경우는 없다.
자칸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1개월 이후로는 시간을 비워두어라. 내 직접 가서 확인해 보겠다.”
그를 지키고 있는 게 기소율 하나라면.
충분히 해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