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1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17화
나는 피하지 않는다
퍼버버버벅!
경기장에 북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살벌한 핏빛 몽둥이로 두들겨 패는 그 소리는 모든 관중의 심장을 오싹하게 했다.
웅성웅성.
관중들이 술렁거렸다.
“뭐, 뭐야.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지금 마법이 아니라 그냥 힘으로 패는 거야……?”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있겠냐? 이 세상에 마법보다 우월한 기술이 어디 있다고……. 혹시 새로운 마법은 아닐까?”
“아니, 잘 보라고! 저건 속성도, 마력의 파동도 없잖아! 저건 그냥 패는 거라니까?”
마력이 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처맞고 있는 앤드루와.
무심한 표정으로 몽둥이를 휘두르는 신임 교수.
그 기괴한 장면을 관중들이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한편.
“……!”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패트릭의 가주, 마고르 공작 또한 두 눈을 부릅떴다.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게 무슨……?’
분명 앤드루, 그 녀석에게 몰래 마나 링크를 걸었다.
마나 링크라면.
가주 급 마법사인 자신의 마력을 녀석의 입맛대로 퍼다 쓸 수 있는 고위 마법.
그뿐이랴?
마력을 압축시킨 콩알 탄을 저 교수란 놈에게 몰래몰래 발사하고 있었는데.
‘저걸 다 피한 다음에…… 두들겨 패기까지 하고 있다는 거지? 앤드루 녀석의 마법을 다 무시한 채?’
그게 말이 돼?
황당했다.
게다가 마법을 쓰는 것도 아닌, 고작 육체적인 움직임으로만 일방적으로 패는데.
이게 무슨 망신이던가!
앤드루 저 아이에겐 마법조차 필요 없다는 말 아니던가!
마고르가 이를 갈았다.
‘오르첸 지방?’
아무리 교수라 해도 저런 듣도 보도 못한 지방의 귀족한테.
명가(名家) 패트릭의 아이가 당할 수는 없는 법이다.
패트릭은 무패였고, 앞으로도 무패여야만 했다.
– 세,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죠?
– 4대 가문 중 하나인 앤드루 패트릭이 개처럼 맞고 있습니다!
– 아아, 이건…… 정말 보기만 해도 끔찍하네요! 저렇게 맞으면 술식이고 뭐고 다 까먹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는 결투가 아니었다.
결코 결투라 부를 수 없었다.
굳이 표현할 단어를 찾자면…….
체벌 혹은 구타 정도?
“잔인해…….”
“사람이 저렇게까지 맞을 수도 있는 거구나.”
“저 정도면 항복 아냐?”
“아직, 항복 표시가 나오진 않았어.”
“아니, 저렇게 처맞는데 어떻게 항복 표시를 해?”
“저 교수…… 무서운 사람이었구나.”
술렁이는 마탑의 관중들과.
호기심 또는 동정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다른 4대 가문의 가주들까지.
으드득!
자존심 강한 마고르는 참을 수 없었다.
쿠웅!
그리고 이내.
마력을 담아 발을 굴렀다.
사회자의 마이크 소리보다 더 크고 울림 있는 소리였다.
– 이건 사기다!
가주 급 마법사의 선언.
– 이건 반칙이야! 마탑의 결투에서 마법이 아닌 기술을 쓰는 것 자체가 신성한 결투에 대한 모욕이며, 패트릭에 대한 도전이노라!
그 외침에.
관중들도 사회자도 전부 VIP 관중석을 바라봤다.
수많은 사람의 시선에도 마고르 패트릭은 단호했다.
– 우리 패트릭 가문은 이를 좌시하고 넘어가지 않을 것이니! 가문의 마법사들은 저 무례한 자를 당장 잡아들이거라!
* * *
패트릭의 선언.
“후.”
아린의 복수 겸.
앤드루를 신나게 두들겨 패던 내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한 치 예상을 벗어나지 않냐, 너희 가문은?”
“으으으, 으으.”
앤드루가 벌레처럼 몸을 꿈틀거리며, 팔로 바닥을 밀었다.
내 주변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반칙? 반칙은 너네 가주라는 놈이 먼저 쓴 거고. 아까부터 징하게 이상한 거 쏘아대더구만.”
저벅, 저벅.
싸늘한 표정으로 걸어가자.
앤드루가 눈을 질끈 감은 채, 양팔을 위로 올려 허둥거렸다.
“그, 그만! 잘못했어요. 사, 살려주세요!”
공포에 질렸는지, 바지는 이미 축축 젖어 있었고.
얼굴에 나 있는 모든 구멍에서는 물이 줄줄 새고 있었다.
쯧, 남자애가 아무리 무섭다고 질질 짜는 모습이라니.
난 거대마룡 앞에서도 울진 않았었는데.
“지랄.”
내가 픽 웃었다.
“넌 누가 그만해 달라고 울부짖을 때, 그만했냐?”
퍼억!
나는 다시 몽둥이를 휘둘렀다.
내가 갑자기 마법을 버리고 몽둥이를 든 이유.
그 이유는 단순했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큰 판을 벌였다는 것 자체가 난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내가 패트릭을 이겨도?
저들이 날 가만히 내버려 둘 리 없다.
아마 여기 있는 사람 중 그 사실을 모르는 자는 없겠지.
그런 내가.
굳이 규율을 지켜줘야 해?
콜로세움에 던져진 사자는 그저 상대를 물어뜯을 뿐.
인간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
나는 이곳, 마탑에서.
야생의 수사자였다.
호랑이였다.
퍼억!
“끄, 끄아악!”
다시 한번 팔을 휘둘러 앤드루 녀석을 두들길 찰나.
“그만! 멈춰라!”
무대 위로 세 명의 마법사가 뛰어 올라왔다.
마력 양을 보아하니, 학생급은 아닌 것 같은데.
‘슬슬 시작인가?’
씩.
내가 짙게 미소 짓자, 중계하던 사회자가 관계자로 보이는 이와 속닥거렸다.
속닥거리는 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관중 전체에 송출되었다.
– 이게…… 무슨. 이러면 결투가 종료된 건가요……? 이, 일단은 다시 대치 상태이긴 한데. 크, 크흠! 관중들이 많아서 중계는 계속해야 할 것 같거든요. 아아, 예? 괜찮다구요? 하하, 알겠습니다!
당황스러운 듯, 하면서도 익숙하다는 목소리.
결투가 종료되었음에도 자리를 뜨지 않는 관중들을 보면.
답은 나온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단 거겠지.
– 자, 그럼 바로 2차전 중계가 시작되겠습니다! 아아, 결국 패트릭 가문이 칼을 뽑아 들었는데요! 감히 4대 가문에 대항하려던 오르첸 가문의 신임 교수는 어떻게 될 것인지!
게다가, 자연스럽게 중립을 벗어나 패트릭 쪽에 붙는다.
이해는 한다.
내가 그렇듯.
여기 있는 모두가 나의 패배를 예상하고 있을 테니.
하여튼.
패트릭 가문으로 보이는 귀족 마법사들이 나를 잡아먹을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네놈은 결투의 룰을 어겼다! 피차 힘 빼지 말고 투항하라! 어차피 네놈의 힘으로는 패트릭 가문을 상대할 수 없을 것이다!”
“퍽이나.”
내가 코웃음 쳤다.
투항하라고?
이거 웃기는 놈들이네.
어차피 투항해도 죽음, 싸워도 죽음 아니냐?
“장로가 오든 마탑주가 오든, 상관없으니까. 다 덤벼라.”
후웅!
나는 몽둥이를 한 바퀴 돌린 후, 오른쪽으로 늘어뜨렸다.
“후회할 텐데?”
“후회는 너희들이 할 거야.”
화르륵!
동시에 곧바로 몽둥이를 창으로 뒤바꾸었다.
역시, 아직은 창이 가장 편하다.
아주 손에 착착 감긴다.
“우습게 여기던 지방 교수한테, 위대한 공작 가문의 마법사들이 몇 명이나 털릴지 한번 두고 보자고.”
이미 판은 벌어졌다.
결투가 파했음에도 자리를 뜨지 않는 관중들.
그냥 관중들이 아니다.
패트릭 가문이 어떤 치졸한 수를 쓰든, 그 모든 광경을 지켜봐 줄 관중들이다.
쪽팔리게 하는 것.
명예를 중요시하는 귀족들에겐, 그것 하나만으로도 빅엿이겠지.
* * *
콰아아아!
콰가가!
마법사들의 마법이 파도처럼 범람했다.
수(水) 속성 마법의 대가들이 펼치는 기술들은 화려하면서도 끔찍했다.
촤르륵!
물은 거친 멧돼지가 되기도 했으며, 드래곤의 형상으로 돌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슷!
그냥 당하고 있어줄 순 없지.
나는 그림자를 밟으며, 순식간에 마법사들과 거리를 좁혔다.
원거리 마법사들의 약점은 바로 근거리에 취약하다는 점.
“제기랄, 놈이 안 보입니다!”
“신속하게 워터 실드를 펼쳐라!”
“옙!”
과연 졸업자들이란 건가?
만만치 않다.
저기 앤드루 애송이랑은 다르게, 방어막부터 구축하는 것 보면.
그들은 거의 내가 침입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마력 담긴 물로 틀어막았다.
그러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예리하면서도 정교하게 나를 타격해왔다.
“그럼 뭐 하나.”
스읏!
내가 지나간 뒤로 워터 밤이 틀어박혔다.
콰아아앙!
얼마나 강한 힘인지, 무대 바닥이 크레이터처럼 파였다.
“맞지 않으면 그만인데.”
게다가.
저 정도의 파괴력은 나 또한 낼 수 있거든.
스윽!
들이치는 물 마법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내며.
후우웅!
나는 워터 실드를 향해 힘껏 창을 뻗었다.
응축된 기운에 독무(毒霧)의 기운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만술(萬術).
비기(祕技).
독섬(毒閃).
콰아아아아!
응축된 기운이 전방으로 폭사했다.
파아앗!
녹색 번개가 사방을 물들였다.
“……!”
관중이 경악했다.
후우우우……!
엄청난 폭음과 섬광이 잦아들고 드러난 공간에, 워터 실드가 없었기 때문.
실드는커녕, 그 속에 있던 마법사들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미……친.”
“한 방에 녹아버린 거야?”
“뭐 저런 말도 안 되는 마법이…….”
마법이 아니라 창술이다.
굳이 저들에게 알려줄 생각은 없었지만.
“이놈아, 어쩌려 그러느냐?”
지켜보던 노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왔다.
“만만치 않은 놈들이다. 특히 저 관중석의 할아방들이 내려오기라도 하면…….”
알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란 것, 잘 안다.
하지만.
‘어르신.’
내가 다시 창을 고쳐잡았다.
‘혹시 태양이 때 기억하시나요? 그때 그 사막 던전.’
“……기억나지.”
‘그때도 답이 없었던 건 매한가지였습니다.’
“그때랑은 다르다. 그때는 태양이가 대놓고 시험했던 거고, 지금은…….”
‘중요한 건 도망치지 않는 거예요.’
꾸욱.
창을 쥐고 있자, 이번엔 마법사 20여 명이 우르르 무대 위로 올라섰다.
방금 처리했던 놈들보다 더 강력한 자들이었고.
심지어.
저들 중 하나는 장로급이었다.
혼자 1:1로 상대해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자.
보기만 해도 턱 숨이 막혀오는 존재.
‘과거의 아린이는 외로웠던 겁니다. 저기 저 가문들.’
힐끗.
나는 관중석 가장 위, 끄트머리를 쳐다봤다.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귀족들.
‘저들은 아린이에게 넘을 수 없는 태산과도 같았겠죠. 아린이는 저런 자들 앞에서 홀로 마탑과 싸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어찌 주인 된 자가 그냥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나는 도망치지 않는다.
푸슈슈슉!
그 순간 날카로운 물의 창 수십 개가 내 주변을 스쳤다.
반사적인 움직임으로 피하지 않았다면, 온몸이 뚫렸을 만큼.
예사롭지 않은 속도였다.
주륵.
뺨에 흘러내리는 핏방울이 느껴졌다.
한두 방 더 스쳤는지.
왼쪽 어깻죽지와 오른쪽 허벅지도 욱신거렸다.
“거보거라, 이놈아! 자칫하단 죽을 수도 있느니라. 아니, 싸우면 필히 죽을 게다!”
하지만.
나는 피하지 않는다.
‘이 던전.’
어차피 이렇게 설계된 던전이었다.
왜 측정 불가 난이도일까?
왜 S급 매개체 던전일까?
내가 어떤 방향으로, 그 어떤 방법으로 클리어해 나가든.
저들은 나를 핍박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린을 옹호하는 이상, 마탑은 나의 적일 테니까.
그러니, 싸울 거다.
부딪힐 거다.
내 수하, 뼈오를 지키기 위해, 도망치지 않을 거다.
‘그게 아린의 한을 푸는 길이라면.’
화르륵!
이번엔 창이 아닌 지팡이였다.
여유 부릴 시간 따위, 없었다.
내가 가진 최대의 힘.
나의 고유 능력.
스켈레톤 킹(Skeleton King).
뼈오를 소환할 수는 없겠지만, 그 외 모든 스켈레톤은 이곳에 소환할 수 있었다.
‘자.’
보아라.
이 개 같은 마법사들아.
이게 바로 네크로맨서이니까!
마법사들과 나의 첨예한 대치 속에서.
내 지팡이가 무대 바닥에 닿으려고 할 찰나.
“잠깐만요!”
무대 위에서 째질듯한 앳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만두세요!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앙상한 몸을 이끌고 올라와, 용감하게 내 앞에 서서 양팔을 벌리는 녀석.
촤르륵!
다시 한번 물을 쏘아내려던 패트릭 가문의 마법사들이 움찔했다.
왜냐.
앞을 막아선 상대가 바로.
엘로이즈 아린.
또 다른 4대 가문, 엘로이즈 공작가의 자제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