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3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31화
투신의 파편 (2)
스슷, 스스슷!
과거.
섀도우 셰퍼드에게 배웠던 ‘무음’(無音)을 통해 그림자를 밟는다.
진정한 무음이란, 스슷거리는 소리도 나지 않아야 하지만.
아직, 그 정도 경지까지 오르진 못했나 보다.
“태양아!”
“예, 주군! 맡겨주십시오!”
후웅!
나와 같은 속도로 달리던 태양이가 창을 휘둘렀다.
지독하게 나만을 노리는 괴수들을 떨쳐내는 행동이었다.
콰드득!
왼쪽으로 달라붙던 한 괴수의 어깨가 찢겨 나갔다.
“아린아, 옆에도!”
“네, 교수님!”
고개를 숙여 오른쪽에서 다가오는 주먹을 피하자.
쐐애액!
콰아아앙!
공기 찢는 소리와 함께 옆에 있는 바닥이 갈려 나갔다.
실로 어마어마한 위력의 공격.
그런 검은 괴수 위로.
[‘아린’이 스킬, 파이어 볼(Lv. Max)을 사용합니다.]화륵!
기초마법인데, 기초마법 같지 않은 염화의 불덩이가 떨어졌다.
콰아앙!
불줄기가 검은 괴수의 속을 다 헤집어 놓았다.
괴수의 육체가 찢겨 나가고 그을렸지만.
스륵, 스륵.
소리와 함께 다시 회복된다.
벌써 이렇게 대치한 지도 세 시간.
이 정도 싸우니, 녀석들의 공격 패턴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싸움에 미친 귀신들 같아 보여도, 나름 치밀해.’
녀석들은 스켈레톤들이 내 소환수인지 아는 건지.
또 공격해 봐야, 내가 손쉽게 살릴 줄 아는 건지.
웬만해선 태양이나 아린이를 공격하지 않았다.
놈들의 목표는 오직 가운데 달리는 나.
“태양이, 아린이. 너희들도 굳이 방어에 치중하지 마!”
“예, 주군!”
“넵, 교수님!”
둘의 공격이 더욱 거세졌다.
과감해졌다.
‘이 괴수들.’
사실, 내 스켈레톤들이랑 특성이 비슷하다.
내 수하들은 죽으면 기력 10만으로 완전히 회복하는 사기적인 녀석들.
저 괴수들도 찢어놔 봐야 금방 회복하는 사기적인 녀석들.
‘그리고.’
화르르륵!
달리던 내 팔 주변에서도 불줄기가 일렁였다.
[‘봉인된 일곱 정수의 영령(4/7)’이 가동됩니다.] [화(火)의 정수, 효과를 얻습니다.] [불의 기운이 강해집니다.]‘나 역시 만만찮은 사기캐거든?’
와그그그!
허공에 일렁이며 압축되는 불줄기에 공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 크르…?
– 크륵?
달려오던 놈들에게 당황하는 눈빛이 새겨졌다.
‘저 녀석들.’
내가 정수의 힘을 사용할 때마다 저런 표정을 짓는다.
물론, 거의 다 뒈질 만큼 조져도 다시 살아나는 건 매한가지였지만.
아마 ‘정수’라는 존재 자체에 본질적인 공포를 느끼는 듯했다.
“저리 떨어져라!”
후웅!
나의 손짓에.
두콰가가가가!
내 팔을 휘감던 불줄기가 녀석들을 향해 쇄도해 폭발했다.
“교수님! 그 마법은 언제 봐도 멋져요!”
“나도 알아.”
거의 열 조각 이상으로 갈기갈기 찢어지는 두 검은 괴수들.
하지만, 저래도 다시 살아난다.
무적(無敵).
정수의 힘으로도 제거할 수 없을 만큼 말도 안 되는 회복 능력이었다.
다만.
“후, 이제 좀 한숨 돌리겠네.”
저 공격에 맞으면 한 1분간은 마음 편하게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다.
잘린 육체가 땅에 꾸물거릴 때 최대한 거리를 벌려야 한다.
스슷!
내가 다시 그림자를 밟았다.
놀랍게도 수하들의 속도는 대단했다.
‘특히 카덴.’
방패 위에 다나를 태우고 질주하는데.
과연 절대자는 절대자라는 걸까?
쿠과가가가!
거의 폭주 기관차를 연상케 하는 속도로 달렸다.
내 양옆의 태양이나 아린이도 무리 없이 따라왔고.
“교수님!”
“응.”
“저쪽이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우리가 향하는 방향은 막대한 에너지가 휘몰아치는 곳.
영상으로 봤던 ‘회색 괴수’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곳이었다.
‘근데.’
나는 달리며 고개를 돌렸다.
‘……도심이 아니네?’
놈이 도시 외곽으로 이동하는 게 감각에 잡혔다.
휙휙.
빠른 속도로 인해 시야가 바뀔 때마다, 주변에 점점 건물이 사라져 갔고.
“으음.”
점점 고약한 냄새가 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윽고.
울창한 수풀림 속 광활지에 다다랐을 때.
꾸물.
살짝 투명한 회색빛의 괴수.
나는 검은 괴수보다 약 2m 정도 더 큰 회색 괴수를 조우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회색 괴수는.
– 크와아아아아!
[‘투신의 파편’(SS급)이 포효합니다.]‘투신의…… 파편……?’
바로 내가 찾던 그것이었다.
* * *
투다다다……!
부다페스트 외곽 상공.
“안녕하십니까. 저는 HNN의 데이빗! 현재 여러분들은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는 헝가리 참사의 현장을 보고 계십니다!”
비행을 멈춘 헬기 위에서 데이빗이 아래로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과연, HNN에서 엄선해 뽑은 기자답게.
예술적인 각으로 아래의 현장을 비추었다.
“여러분들 보이십니까? 이곳은 헝가리 안보 구역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도주하던 스켈레톤 엠페러가 멈춘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이내 데이빗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시야에 처음으로 보이는 어렴풋한 괴수.
회색 괴물!
그는 시선을 집중하며, 본능적으로 중계를 시작했다.
“어어! 스켈레톤 엠페러는 이 상황을 예측하기라도 했을까요? 지금껏 보고되었던 것과는 다른 괴수가 포착되었습니다!”
데이빗이 열렬히 외쳤다.
“크기는 검은 괴수보다 조금 큰데, 설마 검은 괴수보다 더 강한 개체가 나타나기라도 한 걸까요? 아아, 걱정되는 순간입니다!”
화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멈춰 선 다섯의 존재와 뒤에 따라붙은 두 마리의 검은 괴수.
그리고 고개를 갸웃하는 회색 괴수까지.
└ 와, 보기만 해도 지린다.
└ 그냥 저 괴물은 딱 봐도 소름이 돋는데? 그냥 ㅈㄴ 셀 거 같아.
└ 잘 보이지도 않아서, 피하기도 힘들겠는데? 무슨 다크템플런 줄.
└ 근데 검은 괴수보다 세면 스켈레톤 엠페러도 위험한 거 아님?
└ 저런 게 우리 주변에 뜬다고 생각해 봐……. 어후, 끔찍해.
생방송을 시청하던 자들이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았다.
“아아, 곧 부딪힐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속보입니다! 부다페스트 상공에 있던 다른 검은 괴수들이 숲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파악된 개체만 여덟이라고 하네요! 화면 보시죠!”
치짓! 치지짓!
생방송 화면에 잠깐 다른 장면이 송출됐다.
각종 도시를 부수던 괴수들이 한 방향으로 일제히 내달리는 장면.
└ ;;;
└ 나 지금 털 섬.
└ 두 마리도 빡세 보이는데, 저거 다 합치면 열 마리 아님? 게다가 회색 괴수까지 상대한다고?
└ 이 정도면 다른 랭커들도 지원 가줘야 하는 거 아니냐? 이거 잘하다가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고!
└ 에이, 그 정도는 아닐걸?
그리고.
“어어? 회색 괴물이 움직입니다! 그으…… 싸, 싸우려는 것 같습니다! 엄청난 기세예요. 공기가 뒤바뀌는 게 하늘 위에 있는 저에게까지 느껴집……!”
데이빗의 중계가 미처 다 끝나기도 전에.
콰아아앙!
수풀림 내부 공터에 폭음이 터졌다.
“끄흡!”
헬기에도 충격이 오는지, 카메라가 미친 듯이 뒤흔들렸다.
* * *
그 시각.
“제길, 제길, 제길.”
HNN의 생중계를 보고 있던 루마니아의 대통령, 클라우스가 중얼거렸다.
“금방 뒈질 것 같더니, 생각보다 오래 걸리잖아?”
그는 현재 헝가리의 괴수들을 응원하는 중.
맞은편의 국방 장관이 대꾸했다.
“그래도 곧 끝날 것 같지 않습니까?”
“모르겠어.”
으득.
클라우스가 이를 갈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가 화면을 바라봤다.
화면에는 데이빗이 잡아 둔 깔끔한 대치 상황이 보였지만.
문제는.
그 장면을 너무 멀리서 찍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기 봐. 저 건물이 보이잖아!”
화면 끝자락에 살짝 보이는 공장 같은 건물.
그곳이 바로 헝가리와 루마니아의 간부들이 합작해서 지은 불법 실험실이었다.
“젠장, 그거 아나? 이 세상에 빌어먹게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는 거! 저곳이 이미 매스컴에 보인 이상, 분명 궁금해하는 종자들이 생길 거라고!”
괴수가 이기든.
주동훈이 이기든.
클라우스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상황이 종결되면, 누군가는 그곳을 기리기 위해 갈 테고.
거기서 자신의 만행이 만천하에 드러날 게 분명했다.
‘국력을 위한 일이었다만.’
클라우스가 주먹을 꽉 쥐며 생각했다.
‘그렇다고 역사에 전 세계적인 악당으로 남고 싶은 건 아니다.’
그렇기에.
클라우스는 저 구역을 날려 버리고 싶었다.
핵으로.
몰래.
물론, 루마니아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인정한 핵보유국은 아니다.
핵을 보유하지 않는 대신, 미군 기지가 들어서 있었으니까.
하지만.
클라우스는 미군도 모르고 국민도 모르는 곳에 핵탄두를 가져다 놓는 데 성공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
세계가 이 모양이 된 13년 전.
미군 역시 상전벽해로 불어나는 괴물들을 감당하지 못했고.
모든 국방자금을 헌터 육성으로 돌리는 바람에, 감시망을 벗어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거의 날마다 던전 브레이크 사태로 관심이 쏠리던 시절이었으니까.
“국방 장관.”
클라우스가 입을 열었다.
“예, 대통령님.”
“혹시, 우리가 저곳에 핵을 쏘면 들킬 확률은?”
“으음, 확실치는 않지만, 핵이 헝가리의 세제드 지역에 있기 때문에…… 아주 잘하면 들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헝가리의 세제드(Sezged).
시골 지방으로 루마니아와 세르비아의 국경에 자리 잡고 있는 지역이다.
“다만…… 저기에 스켈레톤 엠페러가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자칫하다간…….”
“어이, 국방 장관.”
클라우스가 미간을 구겼다.
“나는 그런 답을 원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국방 장관이 머뭇거렸다.
클라우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너무도 위험했다.
일반인들에게 하이 랭커는 거의 신(神)과 다름없다.
자칫하다 걸릴 시, 목숨뿐만 아니라 국가가 존속하기 힘들지도 몰랐다.
“그거 아나?”
클라우스가 손아귀에 있는 양주를 다시 한번 벌컥 들이켰다.
그의 두 뺨이 붉어진 게, 적당히 취기가 오르는 듯 보였다.
“예?”
“저 구역이 걸리면 어차피 좆되는 건 매한가지라는 거.”
“…….”
국방 장관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니, 이 싸람아…….’
저 실험실이 걸릴 시 좆되는 건 대통령과 그 측근 및 관계자들뿐이다.
적어도 아무것도 모르는 국민은 안전할 거다.
‘하지만.’
저기다 핵을 쏜다면?
그건 그대로 전쟁 사유가 된다.
그것도 세계 최강국들과의 전쟁.
국방 장관은 자신이 없었다.
전쟁은 개뿔.
대한민국에 있는 하세라 하나만 떠도 루마니아의 국기는 그대로 찢길 거다.
기원전 82년, 다키아 왕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2,000년 루마니아의 역사가 단박에 사라지겠지.
“대통령님, 다시 한번 재고를…….”
“아니!”
콰앙!
클라우스가 결정을 내렸다는 듯 책상을 내려쳤다.
“국방 장관. 명령일세. 지금 즉시 부다페스트에 핵을 두 발 발포하게.”
“…….”
“어떤 걸 걱정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알겠네만, 그건 그냥 안 들키게 잘 쏘면 되는 거야.”
어차피 이미 대비해 놨다.
핵을 연구하던 기술자들은 전부 외국에서 고용한 인물들이며.
모든 사항을 극비로 함구하도록 충분히 교육해 놨다.
핵을 쏠 로켓 발사대 역시 극비로 개발시켜 놨다.
그러하니.
“명을 따르게, 국방 장관.”
“…….”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머뭇거리던 국방 장관이 침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니, 저 공장이 걸리면 끝나는 건 자신도 매한가지.
“예, 명을 따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