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7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77화
천마 하세라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신교의 절대자인 천마에게만 이어져오는 이계(異界)의 절대 신공으로.
그 이해도가 난해하고 까다로워, 역사적인 천재들만이 간신히 익힐 수 있는 신공이다.
그런 위대한 신공을 천마(天魔) 하세라가 어떻게 익힐 수 있었느냐?
그녀가 20세가 되던 날.
갑자기 허공에 나타난 이계(異界)의 천마 덕분이었다.
“반갑다. 본좌는 천마. 보아하니, 네년…… 천재로구나?”
검은 머리를 대충 헤쳐 묶은 중국풍의 여성이, 갓 성인이 된 하세라에게 책자 하나를 던졌다.
“넌 내가 찜했으니, 오늘부터 이것을 익히거라.”
헌터가 된 하세라가 눈살을 찌푸리며 올려다보자.
“클클. 여기가 어떤 세상인지, 본좌가 왜 이런 곳을 떠돌아다녀야 하는진 모르겠지만, 딱 넉 달의 시간을 주겠노라.”
“…….”
“만약 그 안에 기초를 떼지 못하면, 너는 죽는다. 알겠느냐?”
동시에 나타난 상태 메시지.
[띠링!] [스테이지 : 천마 조우] [난이도 : 측정 불가] [히든 임무가 도착했습니다.] [이계의 절대자, 천마(SSS급) 강소소를 조우했습니다.] [인간의 무공으로 성좌의 힘까지 지니게 되었으나, 결국 목숨을 잃게 된 그녀는 우주를 떠돌며 천마신공을 전수할 자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4개월 내, 강소소의 인정을 받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죽습니다.]“…….”
20살이 되면, 인류 모두가 헌터로 각성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천마? SSS급? 강소소? 성좌?
다 알려지지 않은 말들뿐이었으며.
[그렇지 않으면 죽습니다.]눈앞 강소소의 서늘한 눈빛을 바라보니.
익히지 않으면 정말로 죽을 것만 같았다.
“…….”
하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대답하지 않았다기보다는 못했다는 게 맞겠다.
그녀는 모종의 트라우마로 언어장애가 있었으니까.
“호오오, 그렇군. 너, 말을 못 하는구나? 쯧쯧, 심약한 것. 하지만 상관없다. 본래 아픔이 있을수록 천재성이 더 두각을 드러내는 법이니……. 더 필사적으로 이것을 익히거라. 심법을 운용하고 내공을 쌓거라. 그렇다면, 그 잃어버린 소리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세라가 눈을 빛냈다.
언어장애로 인한 일상의 불편함은 겪어보지 않은 자는 모른다.
특히 급속도로 변해버린 세상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저 살기도 바쁜데, 장애인까지 챙겨주긴 힘드니까.
그런데 그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남들처럼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이건.
무조건 못 먹어도 고였다.
끄덕.
고개를 주억거린 어린 날의 하세라.
그렇게 강소소와 하세라의 특별한 인연이 시작되었다.
하세라는 생각보다 독했고, 또한 생각보다 운동 신경이 좋았으며, 배우는 속도가 남달랐다.
천재(天才).
말 그대로 하늘이 내린 재능.
“흐으응, 이거, 모처럼 제대로 흥이 나는군!”
강소소는 기뻤다.
이 망할 세상에 떨어진 이후, 천재랍시고 접근했지만.
그녀의 마음에 들었던 자는 단 하나도 없었다.
누군가는 성장 속도가 절름발이 토끼 수준이었고.
또 누군가는 제법 성장하는 듯싶더니만, 탐욕이 돼지 식탐 못지않았다.
그런 자들의 말로는 뻔하다.
주화입마(走火入魔).
입마의 경지까지 오르지도 못하고 죽어 나가겠지.
성취가 빠르지만, 그만큼 부작용을 요구하는 마공(魔功)의 특성답게.
정신이 올곧은 자, 마음이 튼튼한 자가 필요했다.
때문에, 강소소는 기준에 못 미치는 자들을 모두 죽였다.
심검(心劍)을 통해, 베어버렸다.
“제법이로구나. 너는 예비 합격이다.”
넉 달이 지난 후.
그렇게 하세라는 생존에 성공했다.
“하나, 나의 시험은 지금부터다. 이 천마의 후계자가 되려면, 천하제일(天下第一)이 되어야 하는 건 기본일 터. 이곳 세상에는 랭킹이라는 제도가 있다지? 딱 1년을 주마. 1년 이내에 랭커에 들거라. 그렇지 않으면 너는 죽는다. 단, 천인(千人) 안에 든다면, 그때는 제자로 받아주지.”
[히든 임무가 도착했습니다.] [1년 내, 랭커에 진입해 강소소의 인정을 받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죽습니다.]그야말로 미친 난이도였다.
세상 어느 헌터든 보는 순간 하늘에 쌍욕 하고 자결을 택할 난이도.
“…….”
하세라 역시 순간적으로 현타가 왔지만.
살기 위해 어쩌랴?
움직일 수밖에…….
사실, 그런 걸 떠나서.
그녀는 천마신공(天魔神功)이라는 것 자체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위험천만하면서도, 아름다운 무공.
마치 세상 위에 군림하는 절대자를 위해 만들어진 무공.
“자, 살고 싶으냐? 그렇다면 잔말 말고 숨 쉬거라.”
그녀는 군말 없이 강소소가 알려준 대로 호흡했다.
호흡으로 단전(丹田)을 어루만져, 천마의 기운이 싹틀 수 있도록 밭을 일궜다.
“기를 모으는 와중에도 주변 경계를 삼엄히 하거라. 내 언제 마음이 변해, 네 녀석을 죽여 버릴 수도 있지 않더냐.”
그 와중에도 다짜고짜 기습하고, 구타를 행했다.
“……!”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길 정도로 때렸다.
“마교의 양성법이다. 약한 자, 독기가 없는 자는 삶을 포기할 정도로 혹독한 과정이지. 맞기 싫으냐? 그렇다면, 경계를 똑바로 하거라. 본좌의 기습을 발견한다면, 그날은 봐주겠노라.”
강소소는 하세라를 무섭게 몰아붙였다.
훈련을 빙자한 구타.
체력 단련을 빙자한 얼차려.
“설마 우느냐? 크하하핫! 그 정도에 눈물을 보일 바엔 그냥 배에 칼을 꽂고 자결하거라!”
가끔 이유 없는 눈물이 떨어질 때면, 강소소는 그 광경을 놓치지 않았다.
흔들리는 맨탈을 더 흔들다 못해 잡아서 빙글빙글 돌린 후, 메다꽂아버렸다.
“또 죽긴 싫으냐? 그럼 다시 검을 들어라. 눈물을 흘린 죄로, 오늘은 수면시간도 없을 것이다.”
잠자는 약간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간을 훈련에 쏟게끔 했다.
그리고, 그 결과.
[랭킹 620위, 천마(天魔) 하세라]하세라는 당당하게 목적을 달성했고.
천마(天魔)라는 이명을 얻게 되었다.
“클클, 그래. 당연히 해내야지. 축하한다. 너는 이제부터 본좌의 하나뿐인 직전제자이며, 천마신교의 후계자이니라.”
강소소가 허리를 곧게 펴고 팔짱을 끼었다.
“그러니 각오하거라, 앞으로의 길은 더욱 험할 것이니.”
그녀를 인정한 것이다.
새로운 세상에서 이름을 떨칠 차세대 천마(天魔)로.
* * *
슈우우우…….
불청객의 난입으로 운기조식을 끝낸 하세라가 거칠게 날뛰는 기운을 단전에 잘 갈무리했다.
운기조식 중에도 항상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스승, 강소소의 가르침 덕에.
델라일라의 접근을 손쉽게 눈치챈 것이다.
“저 계집은, 저번에 일러두지 않았느냐? 제발 좀 그만 오라고. 왜 자꾸 불쑥불쑥 나타나는 게냐?”
허공에 떠 있는 강소소가 미간을 찌푸렸다.
잊을 만하면, 번뜩하며 나타나는 델라일라에게 예전부터 환멸을 느끼고 있었던 찰나.
이번엔 진짜 중요한 순간에 그녀가 나타난 것이다.
“이제 곧 입마의 경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거늘…….”
강소소는 하세라의 대리인이었다.
그녀가 천마신교를 세울 수 있었던 것도, 다 강소소의 지시였으며.
폐관단세(閉關斷世) 후, 주야장천으로 수련에 매진하고 있는 것도 다 강소소의 뜻이었다.
왜냐.
‘이제 곧 천하제일이 머지않았으니까.’
지구라는 세계는 생각보다 더 넓고 방대했다.
강자 또한 많았다.
마왕이라는 색목인의 능력은 한때 성좌급 힘을 가졌던 강소소마저 눈을 살짝 부릅뜰 정도였는데.
‘그게 이등이라고?’
강소소는 참을 수 없었다.
천마(天魔)는 천하제일이어야만 한다.
천하를 압도해야 하며, 천하 위에서 지상을 오시해야 한다.
현재 하세라의 랭킹은 3등.
고지를 목전에 두고, 어찌 수련을 멈출 수 있으랴.
“…….”
그런 스승의 시선을 느끼며, 하세라가 말없이 델라일라를 응시했다.
던전 메이커(Dungeon Maker).
아무리 그녀가 강하다지만, 델라일라를 무시할 순 없었다.
이곳 공간을 제공해 준 인물이기도 하며.
차원을 돌아다니는 그녀의 능력은 실보단 득이 컸다.
물론, 그걸 떠나.
언어 장애인 자신에게 매번 다가와 이것저것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해주는 델라일라는 그녀의 소중한 친우이자, 세상과의 소통 수단이었다.
“으음, 저번에 폐관한다는 말은 듣긴 했는데, 상황이 급해서 말이지.”
빙긋 웃은 델라일라가 하세라에게 접근했다.
“혹시 좀 도와주지 않을래?”
“…….”
하세라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더 자세히 설명해 보라는 제스처.
“녀석아! 설명은 무슨 설명이냐? 당장 쫓아내거라! 저번에 약속하지 않았느냐. 입마의 경지에 들어서기 전까지 세상과 단절하겠다고!”
유령 모습의 강소소가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하세라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설명을 들을 겁니다.’
천마(天魔)의 이명을 얻은 후.
어떠한 결정이든 그녀의 주도적인 판단하에 진행한다.
강소소는 조언자일 뿐, 전적으로 의사를 맡기지 않는다.
‘그게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니까.’
즉.
천마신교를 세웠던 것도.
폐관 수련을 하는 것도 사실은 하세라의 의지인 것이다.
물론, 처음엔 반발이 있었다.
노발대발하며 죽이겠다고 협박했지만.
‘죽이려면 죽이세요.’
하세라가 스승의 꼭두각시로 살진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뱉어내자, 강소소도 어쩔 수 없었다.
한발 물러설 수밖에.
하세라 같은 제자를 다시 구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고, 이미 하세라는 천마다.
구세대 천마는 신세대 천마를 몰아낼 수 없다.
“흥, 꼴에 천마라고 성깔은 있나 보구나. 네가 듣겠다면 뭐, 내가 어찌할 방도가 없지.”
강소소가 불편하다는 듯 고개를 휙 저었지만, 그게 끝이었다.
다시 하세라가 델라일라를 빤히 응시하자.
“용이 나타났어.”
그녀가 입을 열었다.
“……?”
“지수룡이라는 녀석인데, 그 힘이 끔찍이도 강해. 아마 뒤에서 널 가르쳐 주고 있다는 그 천마보다 강할 수도?”
“뭐. 뭐랏?! 저 천둥벌거숭이 같은 년이 뭐라는 게냐?!”
강소소가 눈을 희번덕거렸다.
하지만, 그 모습은 델라일라에게 닿지 않았다.
스릉! 휘리릭!
그 순간, 하세라의 검이 뽑히더니 유려하게 휘둘러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닥에 새겨진 글씨.
– 누구누구 모였어?
“아, 으음. 거의 다 모였지. 마왕도 온다고 했고.”
“……마왕?”
불같이 화를 내던 강소소가 멈칫했다.
“오호라, 그건 또 얘기가 다르지? 마왕 고 색목인이 왔단 말이냐? 그렇다면 우리도 가야지. 고놈만 보상을 먹게 둘 순 없잖느냐.”
“그리고 저번에 말했던 그 사람, 주동훈 씨도 왔어.”
“……!”
이번엔 하세라가 멈칫했다.
주동훈.
델라일라가 간혹 찾아올 때마다 노래를 불렀던 자.
마왕이나 자신, 혹은 마탑주보다 훨씬 더 잠재력이 뛰어날 수 있다고 했던 자.
그리고.
어쩌면 자신처럼 등 뒤에 스승이란 존재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던 자.
“…….”
델라일라는 시련 속 주동훈의 모습을 면밀하게 분석했고.
그 순간, 혼잣말을 하는 등, 하세라와 비슷한 부분을 파악했었다.
그리고 그런 것에 대해서도 하세라와 대화를 나누곤 했다.
휘리릭!
하세라의 검이 다시 휘둘러졌다.
– 좋아, 갈게. 안내해.
어차피 옆에 있는 강소소도 잠잠해진바.
오랜만에 세상 구경도 괜찮을 것 같다고 판단한 하세라였다.
자신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그 남자의 상황도 궁금하고 말이지.
* * *
쿠과가가가……!
이제 곧 쏘아질 지수룡의 브레스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건.’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막을 수도 없다.
답이 없다.
그런데 왜 마왕은 비벼볼 수 있다고 말하는 걸까?
델라일라가 부른 또 하나의 손님은 누굴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곧 오겠군.”
마왕이 씩 웃음과 동시에.
우우웅!
허공에 실금이 생겨났다.
‘저건…….’
블라디미르와 비슷한 급의 공간이동술?
쩌저적!
이내 실금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그 갈라진 공간 속에서 두 여자가 나타났다.
“다들 반가워요. 자주 뵙는 분도 있고, 오랜만인 분도 있고.”
하나는 시련에서 마주했던 델라일라.
“…….”
또 다른 하나는 처음 보는 검은 머리의 여자.
‘미친.’
그 순간 나는 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기세가 마왕이랑 거의 비슷하잖아?’
그리고 이 세상에 마왕이랑 비슷한 기운을 풍기는 여자는 단 하나밖에 없을 거다.
천마(天魔) 하세라.
스으윽.
허공에 나타난 그녀가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일대의 마력이 무언가 뒤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수룡의 브레스로 인해 뺏기고 있던 흐름을 다시 찾아온 느낌?
“…….”
고작 검을 드는 것만으로 흐름을 바꾸다니.
대단한 능력이었다.
더욱 대단한 건, 그것만으로 빨려들었던 브레스의 흡입력이 사라졌다는 거다.
“후아, 후아!”
“사, 살 것 같아!”
“저 여자 덕이지? 그나저나 저 여자는 누구지?”
하세라는 단 한 번도 매스컴에 나온 적이 없다.
그렇기에 그 생김새가 다른 랭커들처럼 익숙하진 않았다.
“누구겠냐. 칼 들고 이 정도 너비의 기운을 차단할 정도의 여자면…….”
“하세라?”
“미친……! 그럼 마왕이랑 천마 둘 다 뜬 거야?”
고오오오오오…….
결국, 엄청난 양의 기운이 지수룡의 입가에 모였다.
세상을 휘몰아치던 마력의 파동이 움직임을 멈추었고.
그 순간, 모두가 정적에 휩싸였다.
쿠구구!
그리고 이내 분출되는 기운.
“지금이야 천마!”
그 순간, 마왕이 일갈했다.
“……!”
하세라도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며 답했다.
후웅!
마치 서로 입을 맞추기라도 하듯, 유연하게 움직이는 그들.
스슷!
나 역시 그림자를 밟았다.
마왕의 목소리에서 그 의도를 파악한 것이다.
“모두 용의 목을 향해 집중 타격해!”
마왕이 외쳤다.
동시에.
콰가가가가가!
거대한 마법진에서 등장한 새로운 마물.
[고대 마물 ‘템페르’가 등장합니다!]그 마물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도시를 다 뒤덮는 용의 크기의 딱 절반 정도?
또한 기세 역시 기존의 촉수 마물 ‘베리고흐’와는 차원이 달랐다.
“꽤나 아플 거다, 템페르의 힘은 웬만한 마왕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거든.”
쐐애애애애액!
거대한 날개와 흉악한 몸집을 가진 마물이 육중한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고막을 울리는 엄청난 폭음이 하늘을 찢었다.
또한.
“……!”
검을 들어 올린 하세라의 검격이 펼쳐졌다.
천마신공(天魔神功).
파천수라검(破天修羅劍).
마룡파천(魔龍破天).
콰가가가가가!
동양의 용을 연상케 하는 검강이 매서운 기세로 용의 목을 향해 쏟아졌다.
– 이, 이런?
처음으로 당황한 소리를 내는 용.
마물, 템페르의 힘과 하세라의 마룡파천이 용의 육중한 목을 하늘로 꺾어버리는 그 순간!
쿠아아아아!
브리아스의 입에서 엄청난 기운의 갈색 광선이 폭사했다.
우리가 아닌 엉뚱한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