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0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00화
아까비용
일생일대의 역작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대장장이의 실력은 두말할 필요 없고.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재료다.
정확히는 금속.
강철로 만든 무기보다.
천년한철, 아다만티움, 오리할콘 등등으로 만든 무기가 더 튼튼하고 예리한 것은 당연한 이치이니까.
“하지만, 주인.”
드미르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응.”
“솔직히 그걸로는 조금 부족하겠지?”
이미 저 세 재료는 은근히 써먹었다.
드미르 한정판에도 들어갔으며, 「드엘 공방」의 용 석상에도 소량 첨가됐었지.
더 뛰어난 역작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나은 금속이 필요했다.
“당연하지, 내 새끼들이 쓸 무기인데.”
내가 녀석을 마주 보며 웃었다.
드미르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거, 내 새끼라니…….”
아.
바로 앞 대상을 두고 새끼새끼거린 건 조금 심했나?
드미르면 나이도 많이 먹었을 텐데.
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정정하려 할 찰나.
“크하하하핫! 어떻게 그렇게 감동스러운 말을 할 수 있는가, 주인! 모름지기 어떤 생물이든 자신의 새끼를 가장 아끼는 법이지!”
“역시 그렇지? 우리 드미르가 뭘 좀 아네.”
“물론일세, 하하! 나 역시 주인을 어미 모시듯 효로 보답하겠네.”
어?
어어?
그건 좀.
아린이가 그런 말을 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수염 가득한 땅딸보가 날 부모처럼 대한다니, 살짝 기분이 묘하다.
게다가 드미르는 500년 전 세대의 존재 아니던가!
“하지만 말이야, 주인.”
문득.
드미르의 눈에서 안광이 뿜어져 나온 것은 그때였다.
평소 그답지 않게 탐욕이 넘실거리는 눈빛이었다.
“인간의 부모는 새끼의 성장을 위해서 뭐든 퍼준다고들 하지?”
“으응?”
갑자기?
흠,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뜸을 들이는 걸까?
“솔직히 말하겠네. 요즘 이런 생각이 들어.”
쿠웅!
드미르가 본인의 망치를 내려놨다.
“이 망치보다 더 좋은 걸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말이야.”
‘드미르의 망치’(S급).
바위 일족의 유물로서, 500년 이상 존속해온 드미르 평생의 애구(愛具).
제법 관리를 잘했다지만, 세월을 속일 수 없는 듯 날이 빠지고 상해 있었다.
“예전에는 재료가 없어서 못 만들었다지만, 지금은 엄청난 재료들을 수급해 올 수 있는 주인이 있지 않은가.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좀 이해해 주게. 하하하!”
“……엄청난 재료? 수급?”
내가?
“사실 아린 처자에게 들은 게 있네. 어떤 세계에 만년한철이라는 것이 있다고. 그게 용의 뼈와 버금간다더군?”
음, 만년한철?
그건 또 뭐야.
천년한철보다 더 좋은 건가?
아니, 그전에 그걸 내가 어떻게 구하는데.
“크으, 그런 금속으로 만든 망치로 새로운 도시를 만든다면? 아아, 마탑 도시도 지금보다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
가만히 녀석을 지켜보던 내가.
피식.
이내 실소를 흘렸다.
‘처음이네.’
내 앞에서 드미르가 저렇게 순수한 욕구를 드러낸 적은.
“하하하하, 주인이라면 충분히 구해 올 수 있겠지?”
인마.
이 주인을 뭐로 보고.
“만년한철이 용의 뼈와 비슷하다고 했어?”
“그렇네.”
“그럼 조금만 기다려 봐, 드미르.”
고개를 끄덕인 내가 등을 돌렸다.
사실, 녀석에게 지시하면서 나도 이미 생각해 둔 게 있었다.
드미르가 말했던 것은 우습게 보일 만큼 대단한 걸.
“그것보다 더 엄청난 것을 가져올 테니까.”
* * *
– 크롸라라라?
파괴룡이 처음으로 나에게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마치, [지금 잘 못 들었습니다?] 하는 표정으로.
아니, 이 녀석아.
잘 들은 거 맞아.
“이빨 좀 내어줘. 딱 두 개만.”
용(龍)에게는 이빨이 있다.
과거.
탐욕룡, 아란발론이 기용했던 용아병(龍牙兵)도 본인의 이빨을 뽑아 만들었다 했었지.
또한, 엘드린도 말했다.
과거에 거대마룡의 이빨 때문에 고생 좀 했었다고.
“뽑고 얼마 있으면, 다시 자라날 테니……. 자아아, 이리 온.”
내 광기를 느꼈을까?
– 크롸, 크롸라라라!
비나사가 날개를 휘저어 본인의 몸을 덮는다.
다가오지 말라는 제스처로.
“그래, 그래.”
괜찮아.
나도 염치가 있는 사람인데.
그냥 달라고 하진 않지.
“대신!”
내가 싱긋 웃었다.
그러고는 꽤 매력적인 카드를 꺼냈다.
“우주로 갈 수 있게 해줄게.”
– 크롸?
고개를 돌리고 있던 비나사가 휙-! 시선을 다시 나와 마주했다.
실로 번개 같은 속도였다.
우주.
이곳, 무릉도원 밖을 벗어나 펼쳐진 광활한 공간.
나는 비나사가 그곳으로 나아가고 싶어 한다는 걸 잘 알았다.
“저 넓은 하늘을 보렴. 저 위를 뚫고 밖으로 시원하게 날아오르고 싶지 않니? 자유롭게 노닐고 싶지 않니?”
녀석에게 이곳은 맞지 않는다.
정확히는 비좁다.
녀석이 성룡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저 멀리 보내야 한다.
파괴룡은 원래부터 그런 존재이니까.
저 광활한 우주를 거닐며, 파괴를 일삼는 종족이니까.
다만 녀석은.
나와 헤어지기 싫어서 이곳에 남아 있는 거다.
또한, 내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에 있는 거다.
일단은 날.
어미로 인식하는 새끼니까.
– 크루루루, 끼루루…….
후우웅!
갑자기 날개를 접은 녀석이 나에게 다가와 몸에 머리를 비볐다.
정말 그래도 되냐는 듯.
괜찮겠냐는 듯.
“그래, 나 때문에 네 성장과 파괴욕을 막을 필요 없다.”
분명 비나사를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침울한 감정이 든다.
하지만, 내 목소리에 담긴 감정은 후련함과 들뜸이었다.
이 녀석이 저 밖에서 성장하면 얼마나 거대해질까?
또 얼마나 강해질까?
‘초룡인데도 성좌급인 존재.’
그럴 일은 없겠지만.
지금 당장 비나사와 싸운다면 내가 질 가능성이 더 높다.
그 파괴룡이 더욱 성장한다면?
고룡까진 아니더라도 최소 성룡이 된다면?
그 이후에 나에게 돌아와 내 새끼임을 자처해 준다면?
크으!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하겠지.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항상 느낄 수 있지? 혹여나 내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와도 좋다.”
– 크롸라라라!
녀석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후웅, 후우웅!
그러고는 바로 날갯짓을 해, 허공으로 떠오른다.
‘녀석.’
뭐가 그리 급하다고 벌써 날아갈 준비를.
그래도 녀석이 흥분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나 역시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다만, 가기 전에 명심해.”
스윽.
내가 떠 있는 녀석의 발톱을 어루만졌다.
* * *
– 크롸?
비나사가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갸웃했다.
파괴룡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제 어미가 자신을 풀어주려 한다는 것을.
이곳 세상 밖.
수없이 펼쳐진 세계를 누비며, 경험을 쌓으라는 거겠지.
마음껏 욕구를 풀라는 거겠지.
근데 명심하라고?
무얼 명심하라는 걸까?
“파괴욕을 충당한답시고 모든 것을 파괴하지는 마.”
– 크롸라라?
파괴하지 말라고?
파괴를 못 하는 파괴룡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던가!
비나사가 눈을 부릅떴다.
“생명이란 소중한 거야. 우선, 네가 부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나를 생각하며 판단해. 그 생명체가 이 우주에 존재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 크롸라라……?
이놈의 어미가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어렵지?”
– 크롸!
비나사가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그래, 쉽게 말하자. 그냥 나쁜 새끼만 죽여. 나한테 나쁜 새끼.”
나쁜 새끼라.
어미에게 나쁜 새끼라면…….
어미보다 강한 존재?
흠.
저 우주에 수없이 널려 있을 텐데.
하지만, 사실.
용(龍)은 애초에 지능이 높은 생명체다.
비나사는 어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 의도를 알고 있었다.
– 크롸라라라!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란 거구나.
그것은 인간의 도덕적 기준을 따르라는 말이 아니다.
요컨대, 어떤 종족이 다른 종족을 침략해 죽이는 게 나쁜 행동일까?
아니, 천만에.
그 종족에게는 침략이 생존일 수도 있고, 욕구일 수도 있다.
생명체가 욕구를 푸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위이자 본능이니까.
다만.
비나사는 [어미에게 나쁜 새끼]라는 말의 의미를 해석했다.
그것은.
어미가 사는 터전.
즉, 인류에게 나쁜 존재를 말하는 것이다.
혹은 이 무릉도원에게 나쁜 존재.
언젠가 이곳을 침공하고 이곳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잠재적 종족들, 혹은 성좌를 말하는 거다.
그것을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처리하란 것이겠지.
– 크롸라라라!
그 정도면 충분했다.
충분히 파괴욕을 채우고도 남았다.
그러고도 남을 만큼 이놈의 우주는 넓고도 광활하니까.
“그래그래, 그리고 이것도 챙기렴.”
어미가 자신의 날개 위에 수백 개의 무언가를 내려두었다.
달콤한 향기가 나는 영약이었다.
“잘 보관했다가 하루에 하나씩 먹는 거야.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용이니까.”
그럼, 그럼요.
용이 왜 마법의 종주겠어요.
우우웅!
비나사는 용언 마법을 통해, 곧바로 그 영약을 아공간에 보관했다.
– 크롸라라라라!
그러고는 힘차게 포효했다.
후웅, 후우웅!
날갯짓을 통해 몸을 허공에 띄웠다.
그런 후 어미를 따스한 눈빛으로 응시했다.
보고 싶을 거예요.
그동안 보살펴 줘서 감사했어요.
꼭 더 강해져서.
진정한 파괴룡이 되어, 든든하게 등장할게요!
뿌듯하게 해드릴게요!
감정이 벅차오른 비나사가 눈물을 머금고 저 먼 우주를 향해 나아가려 할 찰나였다.
“비나사야?”
어미가 웃었다.
“이빨, 이빨은 놓고 가야지?”
쳇.
은근슬쩍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까비용.
* * *
“이, 이, 이……! 이게 도대체 뭔가! 무슨 이런 황당한……?!”
주먹만 한 이빨 두 개를 부여잡은 드미르의 손이 파들파들 떨렸다.
“설마, 이거. 파괴룡의 이빨인가?”
드미르는 마침내 스켈레톤을 벗어나 새 삶을 얻은 기분을 느꼈다.
두근, 두근!
심장이 진짜로 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폴리모프로 형상화한 심장이 아니었다.
이건, 진짜 심장이었다.
아아!
파괴룡이 어떤 존재이던가!
용 중의 용!
그 어떤 용보다 강하고 아름다운 존재 아니던가!
‘아린 처자에게 귀가 파이도록 들었지.’
수천 마리의 용을 모아놔도 파괴룡의 뼈나 이빨만 못하다.
드미르 일생일대의 적, 거대마룡(巨大魔龍)조차도 파괴룡 앞에서는 덩치만 큰 애새끼에 불과하다.
“오오오오, 세상에. 주인, 주이이인!”
드미르가 떨리는 손으로 두 이빨을 매만졌다.
지금껏 만져온 그 어떤 금속보다 매끄럽고 부드럽다.
그러면서 또 단단하겠지.
드미르는 차오르는 격정을 느꼈다.
설마 이놈의 주인이 이런 귀물을 가져올 줄이야.
만년한철 쪼가리만 가져와도 감격해 엄청난 무기들을 선사하려 했는데, 이건…… 정말 주인의 말대로.
일생일대의 역작을 만들 기회였다.
“주인, 주인!”
이건 무기를 만드는 게 문제가 아니다.
“왜.”
“내가 이, 이…… 파괴룡의 이빨만 무기로 잘 녹여낼 수 있다면 말이다……!”
드미르가 감격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아마 난 전 우주의 대장장이로서 최초의 업적을 달성하게 될 것이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아아, 전생의 벽을 부수고 저 너머의 경지로 뛰어오를 수 있겠지!”
“그 말은?”
“그래.”
드미르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장이의 극에 달한 자, 아린 처자의 표현으로는 성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네.”
성좌.
드미르의 충격적인 선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