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3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35화
드미르의 역작 (4)
정오.
따스한 햇볕이 호수를 내리쬐는 백운호수의 전경 앞을.
저벅, 저벅.
한 여자가 걷고 있었다.
흑진주를 연상케 하는 머리칼과 새하얀 피부를 가진 여성의 정체는 바로.
세계 랭킹 2위, 천마(天魔) 하세라.
“하아아아…….”
그런 그녀의 위에서.
뒷짐을 진 강소소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돌고 돌아 여기까지 올 것을…….”
으드득, 드득!
강소소가 이를 갈았다.
참고 억눌렀던 화가 이제는 도저히 눌리지 않는지.
이내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폭주했다.
“키야아악! 내 진즉 가라고 하지 않았느냐?! 이, 이! 답답한 화상이! 지켜보는 내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는 게냐?!”
그냥 바로 오면 될 것을,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거짓말 안 치고 수천 번을 반복했다.
회식 날.
바람을 쐰 이후에 해가 졌고, 지금 다시 해가 뜬 정오이니.
꼬박 하루 동안 걸어온 것이다.
“아이고오오오, 목검에 맞아 뒈진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답답한 네년을 보다간 내가 화병으로 죽겠다! 두 번 죽겠어!”
‘미안.’
강소소의 폭주에.
하세라가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쿨하게 인정했다.
아아, 스승의 말이 맞았다.
어차피 올 거.
빨리 올걸.
괜한 시간만 낭비했잖아?
‘그래.’
그녀는 호기심을 참을 수 없는 족속이었다.
‘붙어보자.’
하세라는 검수다.
검수는 상대를 파악할 때, 검을 맞대어야 하는 법.
그녀는 주동훈에게 대결을 청하기로 마음먹었다.
싸우다 보면, 그 안에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도 드러나겠지.
그렇게 도착한 「드엘 공방」의 입구.
정확히는 두 드래곤 동상 사이에 설치된, 무릉도원을 향한 포탈 앞에는.
웅성, 웅성.
수많은 사람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대한민국 사람도 있었지만,
가지 각종의 피부색을 가진 외국인도 많았다.
“비켜!”
“다들 줄 섭시다! 사람이 너무 많잖아!”
“으악, 밀지 마! 이 미친놈들아! 저기 잘못 닿으면 영영 우주를 헤매는 거 몰라?”
“거, 별천지 직원들은 통제 좀 합시다!”
최근.
김진아는 무릉도원, 도시의 입주를 허가했다.
가격은 아~주 비싸게.
드미르가 성심성의껏 만든, 별천지 최초의 도시라는 점에서 그 희소성을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가격에도.
전 세계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짐을 바리바리 싸든 채 몰려들었다.
– 지, 진정들 하십시오! 어차피 초대받지 않은 자는 허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무릉도원의 포탈은 오직 별천지의 멤버 또는 직원, 입주민.
그리고 그 직계가족 및 동맹에게만 허락된다.
나머지 관광객들은 부길마 허락하에 철저한 감시 속에서 도시를 구경할 수 있다.
“저 입주 신청하러 왔습니다!”
“돈은 얼마든지 드릴 테니, 저부터 들여보내 주십시오!”
“헤이! 내가 먼저야! 따블로 줄게! 머니! 좋잖아! 찔러준다고!“
그리고.
여기 모인 대다수 사람은 입주 지망자.
“…….”
하세라는 그 광경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설마.
델라일라가 준 목걸이를 저런 식으로 활용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세라도 목걸이가 있다.
하지만 그녀가 쓰는 용도는 오직 폐관 수련할 때뿐.
‘영리해.’
하세라는 저 사업을 생각한 자가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입주라…….’
스릅.
하세라가 저도 모르게 입술을 핥았다.
‘하나 할까?’
저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걸 보면, 무언가 희소성이 있어 보인다.
가치가 충만해 보였다.
돈은 얼마든지 있으니, 입주하는 건 어렵지 않을 테고.
‘무엇보다.’
주동훈.
그 남자를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명분이 있다.
입주민으로서 근처에 있을 수 있으니까.
게다가 이미 행간에 소문이 쫙 퍼졌다.
주동훈이 무릉도원에 박혀 지구엔 오지도 않는다고.
스켈레톤 엠페러를 보기 위해서는 무릉도원에 입주해야 한다는 뜻이다.
‘음.’
일단.
눈을 좁힌 하세라가 자세를 낮췄다.
자신이 왔음을 밝히면, 소란이 발생할 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저 인파 속에 껴서 입주민 확인을 받고, 요청하기는 더더욱 싫다.
그러하니.
별천지의 보안을 한번 테스트해 볼까?
“그렇지! 이제야 좀 천마답게 구는구나.”
타앗!
바닥을 사뿐히 밟은 그녀가 허공을 날았다.
향하는 곳은 바로 동상을 두르는 묵빛 안개.
슈화아아아아……!
용 주변을 넘실거리던 안개가 마치 뱀처럼 위협적인 소리를 냈다.
천마신교와 별천지는 엄밀히 말하면 동맹이 아니다.
그렇기에, 안개가 하세라의 접근을 자동으로 방어하는 거다.
‘과연.’
하지만, 하세라는 여유로웠다.
저 안개의 공격을 받을 경우, 우주 한복판으로 던져져 영영 떠돌게 될 수 있다는 데도.
그녀의 걸음은 차분했다.
스릉!
하세라의 허리춤에서 검이 빠져나왔고.
스륵!
순간, 그녀의 신형이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보법(天魔步法).
천마잠형술(天魔潛形術).
파앗!
얼마나 빠른지.
주변을 꽁꽁 두르고 있는 경보 주술조차 인지하지 못할 속도.
그것이 바로 입마(入魔)의 경지에 올라선 자의 움직임일까?
스스슥!
엘드린이 열심히 만들어놓은 경보 시스템이 하세라의 발걸음 한 방에 뚫려 버리는 순간이었다.
* * *
스륵!
가볍게 포탈을 통과한 하세라는.
‘음?’
이내 코로 흘러들어 오는 상쾌한 향기에 놀라야 했다.
신선하다.
지구에서도, 아니…….
심지어 자신이 수련하던 곳에서도 맡아본 적 없는 숲의 냄새.
“호오, 신기한 공간이구나.”
웬만한 걸로는 반응하지 않는 강소소마저 탄성을 내질렀다.
입구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뻥 뚫린 절경과 아름답게 지어진 도시의 모습을 보고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으랴!
‘나무가…….’
하세라가 멍하니 눈을 껌뻑였다.
입마의 경지에 올라서니, 자연의 위대함이 눈에 보였다.
저기 숲에 박혀 있는 나무 하나하나가.
누군가에 의해 정성스레 심어지고 가꿔진 나무인지 절로 알 수 있었고.
‘그것보단.’
주변에 대지와 생명의 기운이 가득 차 있는 느낌이었다.
감히 자신조차 파악할 수 없을 만큼 깊고 심오한 기운.
“근데 말이다.”
그때.
강소소가 눈살을 확 찌푸렸다.
“이게 무슨 소리더냐?”
‘응?’
하세라가 고개를 쳐듦에 맞추어.
쿠과가가가……!
콰앙, 콰앙, 콰아아아앙!
저 도시 밖 멀리서, 엄청난 소리의 굉음이 들려왔다.
동시에 보이는 엄청난 크기의 골렘.
‘뭐지?’
하세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릉도원을 감싸는 기운도 그렇고.
저 말도 안 되는 기운의 골렘도 그렇고.
쿵, 쿵!
그녀의 가슴이 뛰었다.
주동훈, 그 남자가 숨기고 있었던 것.
그것이 바로 저런 걸까?
스스슷!
흥분한 그녀가 재빨리 땅을 박찼다.
하세라의 신묘한 보법은 포탈로부터 도시 외곽까지 닿는 데 단 세 호흡도 걸리지 않았다.
‘후.’
도착한 그녀가 옅게 숨을 내뱉은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번에도 「드엘 공방」 입구에서처럼 들끓는 사람들.
“우와아아아아!”
“와아아아! 엄청나다! 엄청나!”
“입주민으로 들어오자마자, 이런 쇼라니……. 돈이 아깝지 않습니다!”
다들 경기를 보는 관중들처럼 환호하는데.
그럴 만했다.
‘이게 무슨…….’
하세라가 넋 놓고 눈앞의 광경을 바라봤다.
뚝, 뚜욱!
땀을 뻘뻘 흘리며 망치를 까앙, 까앙! 내려치고 있는 남자와.
그 옆에서 그것을 보조하는 드워프.
거기다가.
콰아아앙! 콰앙!
그곳에다 자신마저 경계할 만한 공격들을 무수히 박아넣고 있는 존재들까지.
‘저게……. 주동훈의 수하?’
아니, 그것보다도.
지금 무기를 만드는 것 같은데…….
어찌 무기를 저렇게 무식하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이 세상에 저런 방식으로 단조하는 놈은 저놈이 처음일 거다.”
강소소 역시 혀를 내둘렀다.
단조뿐만이랴?
담금질 과정 역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본래 담금질이란, 금속의 열을 급격하게 냉각시키고 피우고를 반복하는 일.
주동훈은 그것을 원소의 힘으로 했다.
불의 기운으로 끌어올리고.
물의 기운으로 식혔다.
그야말로 초자연 담금질!
기괴한 무기 제작 과정을 감탄하며 보던 강소소는.
“어?”
이내 무언가를 발견했다.
까앙, 까앙!
망치를 내려치는 사내의 허리춤에 걸려 있는 것.
“저건…….”
강소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세라 역시 의아한 눈으로 스승을 쳐다봤다.
“……목검?”
익숙한 목검.
두근!
강소소의 심장이 뛰었다.
두쿵!
하세라의 심장도 뛰었다.
그 순간.
[띠링!] [공동 퀘스트 발생 조건을 달성합니다!]‘공동……. 퀘스트?’
하세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헌터 인생 처음으로 보는 메시지였기 때문.
‘그게 뭐지?’
* * *
까앙! 까앙!
한참 망치를 내려치던 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우웅거리며, 시야에 뭔가가 떴기 때문.
이게 뭐지?
하지만.
“주인!”
버럭! 소리치는 드미르 때문에, 메시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집중해라! 이제 마무리 과정이다! 절대 딴생각하면 안 돼! 지금까지 했던 노력을 다 망치고 싶은 겐가?!”
“그럴 리가.”
까앙, 까앙!
정신 차린 내가 다시 망치를 내리쳤다.
근데, 잠깐.
이거 누가 주인이고 누가 수하인지 모르겠네?
“주인!”
“아, 알겠다고.”
까앙, 까앙!
얼마의 시간이 흐른 걸까.
이제 팔도 무뎌지고, 시간 감각도 없었다.
수하들과 함께, 그저 즐기면서 미친 듯이 내려쳤을 뿐.
이미 단조작업과 함께, 드미르의 디테일 작업도 들어가고 있었다.
디자인 조각과 가죽 공예 등의 마무리 작업.
신기하게도 드미르는 단조와 마무리를 동시에 하는 손놀림을 보여줬다.
그리고 마침내.
또옥.
내 땀방울이 마지막 장신구에 떨어짐과 동시에.
[완성도 100%] [축하합니다!] [제작한 무기에 ‘혼’이 담겼습니다.]“허억, 허억!”
거친 호흡이 튀어나왔다.
태청심법으로 어떻게든 막았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느낌.
“흐아아아앗!”
내가 망치를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아아.
이렇게 뿌듯한 순간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완성했다!”
“주이이이이이인!”
드미르 역시 망치를 집어 던지며, 내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크하하하핫! 주인! 해냈다, 우리가 해냈다고!”
나와 드미르가 순수하게 좋아하자.
“와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
“최고였습니다!”
“스켈레톤 엠페러! 스켈레톤 엠페러!”
지켜보던 수많은 인파도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그뿐이랴?
폴리모프한 수하들마저 서로를 끌어안고 기쁨을 즐겼다.
멋모르는 정령왕들까지 환하게 웃으며 기뻐하고 있었으니, 말 다 했지.
“아이고, 구경하느라 힘들었네.”
“날마다 나와서 보느라 삭신이 쑤시는데, 저들은 어떻겠어.”
“잠도 안 잤다지? 어후, 내 다시는 웬만한 일에 ‘장인’이란 타이틀을 붙이지 않을 걸세. 진정한 ‘장인’이란 저런 거지, 암.”
사람들이 엄지를 추켜세웠으며.
내 시야에는 메시지가 주르륵 등장했다.
[‘파괴룡의 검’(SSS급)을 획득합니다.] [‘파괴룡의 창’(SSS급)을 획득합니다.] [‘파괴룡의 활’(SSS급)을 획득합니다.] [‘파괴룡의 방패’(SSS급)를 획득합니다.] [‘파괴룡의 지팡이’(SSS급)를 획득합니다.] [‘파괴룡의 망치’(SSS급)를 획득합니다.] [‘파괴룡의 성물’(SSS급)을 획득합니다.] [‘파괴룡의 건틀릿과 신발’(SSS급)을 획득합니다.] [‘파괴룡의 목걸이’(SSS급)를 획득합니다.] [‘파괴룡의 반지’(SSS급)를 획득합니다.]‘대박.’
열 개의 무기.
전부 다 SSS급이었다.
‘내가! 이 내가!’
내 손으로 만들어낸 무기가 바로 성좌급이란 말이다!
물론.
대박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축하합니다.] [일생일대의 역작이 탄생합니다.] [‘드미르’의 기력이 400 증가합니다!] [‘드미르’의 등급이 SSS급으로 상향됩니다!] [‘드미르’의 모든 스탯이 20 증가합니다!]‘미친.’
내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진짜, 바로 올라서다니.
정말 드미르가 성좌가 되어버렸잖아?
[이름 : 드미르] [기력 : 1,100/1,100] [고유 능력 : 스켈레톤 킹] [클래스 : 블랙 스미스] [등급 : SSS] [힘 : 124] [민첩 : 123] [체력 : 120] [마력 : 122] [기술 : 124] [보유 스킬]-‘최상급 제련’(Lv.Max)
-‘최상급 방직’(Lv.Max)
-‘최상급 아이템 제작’(Lv.Max)
-‘최상급 연금술’(Lv.Max)
-‘스켈레톤 소환’(Lv.Max)
‘캬.’
스킬 보소.
이건 진짜 미쳤다.
전부 다 최상급에 전부 다 Max.
참고로 현 지구에 난다 긴다 하는 블랙스미스 대다수가 중급 단계고.
그중 극소수 일부만 상급에 간신히 올라섰다고 알려져 있다.
그것도 최근에.
그런데 우리 드미르는 최상급에 올 Max란다.
그야말로 대장장이들의 성좌.
블랙스미스의 끝판왕이 된 셈.
“크하하하하하핫!”
생전의 꿈을.
내 수하가 되어서 이뤄 버린 드미르가 행복한 웃음을 터뜨렸다.
“주인! 고맙네, 정말 고마워! 크하하핫! 이딴 망치! 고생했지만, 이제 안 써도 되겠군!”
드미르가 본래 쓰던 ‘드미르의 망치’(S급)를 발로 시원하게 뻥- 차버렸다.
무기를 소중히 여기는 드워프가 무기를 차다니.
얼마나 기쁘면 저러는 걸까?
‘어쨌든.’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고, 또 날 보고 싶어 하는 손님도 찾아온 것 같지만.
“…….”
지금은, 중요한 때다.
“얘들아, 모여라.”
아직 끝난 게 아니거든.
마지막 단계이자 의식.
내 소중한 수하들에게 무기를 증정하는 ‘무기 수여식’이 남아 있었다.
모든 일정은.
그게 끝나고서야 진행 가능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