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39)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39화
아포피스 (1)
휘이잉!
무릉도원 맞은편은 썰렁했다.
아무것도 개발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허허벌판.
나와 수하들은 약 이틀에 걸쳐, 이곳으로 이동했다.
“후.”
그곳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선 나는.
서늘한 온도를 온몸으로 느끼며 호흡을 뱉어냈다.
그래.
여기에다가 고대 생물, 아포피스를 소환한다는 말이지?
“교수님.”
내 옆으로 다가온 아린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잠시 뒤,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예, 대충 계산해 봤는데. 여기 정도면 무릉도원에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아요.”
“그래?”
아포피스(Apophis).
녀석에 대해서는 아린에게 지겹도록 들었다.
길이가 무려 1,110m나 되는 거대한 뱀.
용만큼은 아니지만, 수치로만 들어도 엄청난 길이였다.
서울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의 높이가 약 555m이니, 그것의 딱 두 배 길이이자.
자동차의 평균 길이가 약 4.5m 정도이니, 약 246개의 자동차가 나란히 놓인 수준의 크기.
그런 끔찍한 녀석을 지금 눈앞에 소환하려는 거다.
“솔직히 위험한 행동이긴 해요. 성좌급 존재를 직접 불러내 싸운다는 것은…….”
“하세라도 성좌잖아?”
“에이, 교수님.”
아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성좌도 성좌 나름이에요. 인간도 다 같은 인간이 아닌 것처럼.”
“아포피스가 훨씬 더 세다는 말이야? 저번엔 그냥 용에 근접한 정도라며?”
“그게 문제예요. 용은 성좌급 중에서도 최상위층에 있는 생명체죠. 그것도 고룡은요. 저번에 지수룡이랑 싸웠던 거 잊으셨어요?”
하긴.
지수룡이 끔찍하긴 했지.
‘하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내가 아린을 바라봤다.
“우리가 아포피스를 이길 승산은?”
“솔직히 그건 잘 모르겠어요. 50%, 반반이지 않을까요?”
“정말?”
그것밖에 안 된다고?
“교수님이 가진 그 무기의 힘을 쓴다는 가정에선 100%지만, 그 외에는 변수가 많아요. 흠, 이번에 받은 무기 세트의 효능을 보면……. 또 압살할 것 같긴 하지마는.”
아린이 잘 모르겠단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오.
그렇단 말이지.
이런 말을 들으니까 더 승부욕이 솟구치는걸?
어차피 결정은 내렸다.
나는 아포피스를 통해, 내 수준을 측정할 생각이다.
정확히는 녀석을 통해 훈련할 생각이다.
아슬아슬하게 이기면?
쉽게 이길 때까지.
반복해서 소환해야겠지.
‘녀석은 성좌. 그것도 고룡에 근접한 성좌.’
반면에 난 아직 SS급, 그것도 랭킹 4위다.
하지만 보통 SS급은 아니지.
내 밑에 유이사와 드미르라는 성좌가 있으니까.
“다들.”
화르륵!
내가 팔을 떨쳐, 창을 만들어냈다.
“준비해라.”
이번엔, 앞뒤 재지 않고 내 온전한 힘을 쏟아부어 볼 생각이었다.
후두둑, 후두두둑!
나는 각성하지 않은 뼈일와 뼈십이를 제외한 여덟 수하를 모두 불러내었다.
그 수하들 역시, 자신의 수하들을 부르고, 또 부르고…….
후둑, 후둑, 후두두둑!
그렇게.
내 앞에 어마어마한 백골 부대가 우글거리기까지엔 얼마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삐걱, 삐그덕!
수많은 스켈레톤이 질서정연하게 각자의 자리에 위치한다.
스켈레톤이 위대한 점.
그것은 감정이 없다는 거다.
그들은 어떤 상대가 나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공포라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그렇기에 술렁거릴 일도 없으며, 상황을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그저 명령에 따라 준비할 뿐.
“주군을 위하여! 자세를 낮춰라!”
태양이의 명령에.
후웅, 후우웅!
수많은 스켈레톤 창병들이 꾸욱! 창을 쥐었고.
“숲의 일족들이여. 숲의 가호 아래, 자리를 잡거라!”
엘드린의 명령에 수풀 틈틈이 스켈레톤 궁수들이 자리 잡았다.
카덴과 아린의 수하들 역시.
밀집 대신 산개형으로 허허벌판에 넓게 퍼졌고.
“망치를 휘둘러라!”
“크하하핫! 대 몬스터 무기를 만들어라!”
“탑을 지어라!”
드미르의 수하들이 망치를 휘둘렀다.
놀라운 것은 이들 모두가 연금술의 달인이라는 것.
까앙, 까앙!
각자 주변 바위와 나무를 이용해, 금속을 추출해 급속도로 대형 무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원포, 트레뷰셋, 발리스타 등등.
중세 시대에 주로 사용되던 공성 무기와 비슷한 생김새들이었다.
다나와 무각의 수하 역시 곳곳에 퍼졌고.
마지막으로.
“정령사들이여!”
유이사가 경건하게 양손을 들었다.
“계약한 정령들을 불러내어라!”
우우웅!
위이이잉!
사방에 문이 열렸다.
그 사이로 하급, 중급, 상급 정령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감탄했다.
‘이거지.’
아포피스와 싸우기로 한 이유.
그것은 다 유이사 덕이다.
유이사의 수하들이 정령 군단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
물론, 그녀의 수하들이 그녀처럼 4가지 원소를 전부 다루는 것은 아니었다.
대다수가 1가지 원소였고.
간간이 2가지 또는 3가지 원소를 쓰는 스켈레톤도 있었다.
오호, 이건 랜덤인가 본데?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르르륵!
촤르륵!
쿠르르르릉!
휘이이이잉!
20%의 힘을 낼 수 있는 위대한 정령왕들이 소환됐다.
샐리온, 엘라임, 노아스, 실피드.
“와우, 대단한걸?”
“거의 정령계를 이곳에 옮겨놓은 듯한 느낌인데요?”
“축소판 정령계인가?”
– 그워어, 그워어어어어어어!
그 위대한 존재들이 짓고 있는 표정은 분명 ‘즐거움’이었다.
과연, 정령계에 있는 것 빼고는 다 좋아하는 족속들다웠다.
“자.”
내가 웃었다.
이제 준비는 끝.
“아린.”
“예, 교수님.”
내 부름에 고개를 끄덕인 아린이 퉁! 지팡이를 땅에 내려찍었다.
동시에.
우우우웅! 엄청난 마력이 그녀를 감쌈과 동시에, 수많은 상형문자들이 그녀의 주변에 새겨졌다.
고대 마법의 발현!
[‘엘로이즈 아린’이 스킬, ‘서먼 아포피스’(SSS급)를 사용합니다.]서먼 아포피스.
말 그대로 아포피스를 부르는 마법!
쿠구구구구구……!
그 순간.
밝았던 세상이 어둠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따스하게 비치던 햇살이 희미한 그늘이 되어 나무 사이로 새어들었다.
동시에.
쩌어어억!
검은 하늘이 입을 벌렸다.
– 쉬잇! 쉬이이잇!
하늘 끝에서 물결치는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혀를 차는 사악한 뱀의 소리.
쿵쿵!
심장이 뛰었다.
이건 두려워서 뛰는 게 아니다.
흥분.
피가 끓었다.
이윽고.
쿠과가가가가가가!
벌어진 하늘 사이에서 시뻘건 눈이 번뜩였다.
공포의 뱀, 아포피스의 등장이었다.
* * *
– 쉬이이이잇!
등장한 녀석의 눈에는 사악한 기운이 넘실거렸다.
후두둑!
입에서는 살을 베어먹을 듯한 날카로운 독액이 흘러내려, 바위를 녹이고 나무를 죽였다.
“저런……. 상종 못 할 종자로군요.”
엘드린이 눈살을 찌푸렸다.
수풀을 죽이는 놈은 다 적이다.
쳐 죽여야 할 적.
“전부, 발사.”
쓩! 슝슝쓩!
스켈레톤 궁수들의 활질이 시작되었다.
그에 맞추어.
“가자!”
“공겨어어어억!”
각자 무기를 뽑고 대기하던 스켈레톤들이 일제히 공격을 시작했다.
근접 공격수들은 마법사들의 부양 마법으로 하늘로 솟구쳤고.
원거리 공격수들은 부위를 가리지 않고 보이는 모든 곳에 공격을 퍼부었다.
그뿐이랴?
“보여주자꾸나!”
– 그워어어어어어어!
쿠과가가가가!
바닥으로부터 솟구친 노아스가 손을 핑그르르! 돌리며, 뱀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 순간.
콰아아아앙!
천지개벽(天地開闢).
하늘과 땅이 뒤집어지는 듯한 진동이 공간을 거칠게 뒤흔들었다.
– 쉬이이잇!
땅의 정령왕, 노아스의 무식한 공격.
하지만, 그럼에도 뱀의 몸에는 흠집조차 남지 않았다.
– 쉬잇! 쉬이이잇!
오히려 더욱 분노한 듯, 사악한 기운을 풍기며 입에서 독을 주룩주룩 뿜어냈다.
궁수들이 쏘아낸 화살은 다가가기도 전에 녹아 없어져 내렸으며, 마법 또한 마찬가지였다.
“주군, 다가가기가 힘듭니다!”
“젠장, 저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능력이지? 가까이 갈 때마다 독액 때문에 밀려난다!”
태양이와 무각이 혀를 내두르자.
쿠웅!
카덴이 바닥에 방패를 내려찍었다.
“우리가 막아보겠다.”
그러고는 아린을 향해 읊조렸다.
“우리도 띄워줘.”
“예.”
아린이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투웅! 지팡이를 튕겼다.
그러자, 그녀의 모든 수하가 방패병들을 하늘로 띄우기 시작했다.
“모두, 방패병 뒤에 숨어! 그 이후 접근해!”
콰가가가가!
스켈레톤 군단은 처절하게 아포피스와 맞붙기 시작했다.
수많은 공격이 놈의 몸체에 꽂혔고, 아포피스 역시 발광하며 몸을 움직여댔다.
‘대단하네.’
난 그 모습을 여유롭게 지켜봤다.
저 아포피스라는 놈의 포스?
솔직히 말하면, 정령계에서 봤던 실피드에 비하면 애새끼 수준이다.
귀엽다는 말이다.
‘게다가 독?’
나야 땡큐지.
스슷!
내가 그림자를 밟았다.
무음(無音).
섀도우 셰퍼드 킹의 묘리가 내 발에서 펼쳐졌다.
순식간의 녀석의 머리 위로 올라선 나.
– 키에에에에에엑!
위기를 감지한 녀석이 독을 내 쪽으로 보냈다.
독?
얼마든지 줘 봐라.
나 어차피 만독불침인 데다가.
‘독무(毒霧)야.’
꿀렁.
내 단전에 갈무리되어 있던 녀석이 꿈틀거렸다.
자, 여기 맛있는 거 있으니까.
오랜만에 어디 한번 끝없이 포식해 보려무나.
– 키아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천지를 진동시킬 만한 괴성이 온 공간을 뒤덮었다.
온갖 원념과 한이 응어리진 끔찍하고 흉악한 괴물의 포효!
바로 오랜만에 등장한 괴물.
나와 함께 있으며, 수많은 독을 품어온 괴물.
독무(毒霧)가 즐겁다는 듯 포효했다.
* * *
– …….
아포피스는 우주를 떠도는 끔찍한 생명체다.
공포의 뱀이라 불리는 이들.
이번 아포피스도.
행성, 즉 수많은 세계를 잡아먹는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 쉬잇! 쉬이이잇!
자신의 이빨 아래 찢겨간 성좌만 몇이던가.
그런데.
뭘까?
여느 때와 같이 우주를 떠돌며 포식하던 중.
아포피스는 냄새를 맡았다.
누군가가 부르는 맛있는 냄새.
절대 먹지 않고는 못 넘어갈 유혹의 냄새.
옜다, 싶어서 들어간 순간…….
아포피스는 쾌재를 불렀다.
행성 위에서 존재하는 수많은 백골.
저것들을 한입에 삼켜 버릴 생각을 하니, 피부가 찌릿찌릿했다.
지금껏 모든 이들이 그랬다.
시선을 마주할 때면, 모두가 공포에 돌처럼 굳었으며.
입에서 독을 뿜으면 모두가 저항도 못 해보고 녹아내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하얀 뼈다귀들.
그들은 두려워하거나 도망치지 않았다.
자신을 보자마자 공격 자세를 취하며 호기롭게 덤벼오기 시작했다.
이는 아포피스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 쉬이이이잇!
아포피스는 놀라움과 동시에 분노에 휩싸였다.
그래.
가끔은 있었지.
주제를 모르고 덤비는 자들.
그런 자들을 뭉개는 것이 우리 아포피스족의 숙명 아니던가!
“지랄.”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자신 머리 위에 갑자기 등장한 존재.
또한, 그 존재가 불러낸 이상한 구름.
– 키아아아아아아아아!
뭐야, 저건.
아포피스가 당황했다.
엄청난 소리를 내지르며, 자신의 독액을 맛있게 먹고 있지 않은가!
독액을 먹어?
그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뿐이 아니었다.
콰앙! 콰아아아앙! 콰앙!
무슨 무식하게 크게 생긴 돌덩이가 자신의 몸뚱이에 끊임없이 충격을 준다.
처음엔 그냥 무시했지만, 이게 가면 갈수록 골이 울리고, 내부가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 쉬, 쉬이이잇! 쉬잇?
그의 입가에는 물이 한가득 들어온다.
단언컨대, 아포피스의 삶 속에서 이처럼 많은 물은 처음이었다.
화르르륵!
겉에서는 피부가 타올랐다.
휘이이이잉!
또한 칼날처럼 다가오는 광풍의 힘까지.
– 쉬잇!
아포피스는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생각했다.
안광을 번뜩이며 다가오고 있는 백골들과 정령들의 모습에.
– …….
아포피스는 처음으로 공포라는 감정을 느꼈다.
뭐야, 이거.
내가 반대로 사냥당하고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