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52)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52화
합동 훈련 (1)
새하얀 방.
“후.”
한 여성의 입에서 옅은 숨이 뱉어졌다.
“……드디어.”
무언가 뿌듯해 죽겠다는 표정을 한 여성의 존재는 바로.
현 세계 랭킹 6위.
던전 메이커(Dungeon Maker) 델라일라.
“델라일라 님, 마침내 완성하신 겁니까?”
방에는 그녀 혼자 있는 게 아니었다.
검은 정장 바지에, 하얀 와이셔츠를 깔끔하게 빼입은 건장한 적안의 사내.
세계 랭킹 19위.
마검사(魔劍士) 뤼카가 그녀를 응대했다.
“하하하, 예. 완성했어요. 후, 얼마나 까다롭던지.”
델라일라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좀 더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주동훈.
그 사람이 저번 시련을 다 부숴버리는 바람에.
다섯 가지 시련을 처음부터 다시 구성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탐욕룡 아란발론과 비슷한 류의 용도 꼬드겨 계약했고.
독무(毒霧)와 비슷한 류의 괴수도 공수해 왔다.
우주가 넓다는 것은 끔찍하지만, 그만큼 원하는 걸 얻기에도 편했다.
섀도우 셰퍼드 족과 같은 사연 있는 종족들이 이 방대한 우주에는 넘쳐흐른다.
다만 어려운 점은.
제일 안전하고 효과 있을 법한 녀석들로 시련을 구성하는 것.
“이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럼 바로 준비하면 되는 겁니까?”
“그래야죠. 이제 세계 협회 쪽도 나름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겠어요.”
델라일라는 걱정스러웠다.
별천지, 마왕군, 천마신교, 마탑.
이러한 일부 집단과 일부 랭커들만 강해질까 봐.
과거부터 그녀가 원했던 것은 지구 전체의 성장이지, 일부 집단의 카르텔이 아니었다.
만약 그녀가 한 집단의 성장을 원했다면?
단체를 만들어서 단원들에게만 시련을 부여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집단은 폐쇄적인 부분이 있으니, 세계 협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집단의 힘이 강해지는 것도 좋지만, 균형이 있어야지.’
그리고 그 균형은.
자신이 만든 이 시련을 통해 맞춰줄 수 있을 거다.
‘이 시련만 통과하면…….’
그 누구든 랭커에 진입할 수 있다.
그녀가 지금껏 축적해 왔던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99.99% 확신했다.
저벅.
슬쩍 걸어간 델라일라가 뤼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항상.
믿음직스럽게 자신을 따라와 준 오른팔과 같은 존재.
“뤼카도 고생했어요.”
“그리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뇨, 아뇨, 감사는 제가 해야죠. 돕는다고 이득 되는 것도 없는데.”
델라일리가 뤼카의 어깨를 다시 한번 다독여 주었다.
“하지만, 약속할게요. 우주를 떠돌다 좋은 거 나오면, 무조건 뤼카부터 주겠다고.”
“하하,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진짠데……. 아, 그리고.”
델라일라가 무언가 떠올렸다는 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랭커 다섯 명의 초대 제한을 없앨 거예요.”
“그렇습니까?”
뤼카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종말의 위기가 머지않은바.
폐쇄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또한 비밀 유지 서약도 모두 없앨 거예요.”
“현명하신 선택입니다. 어차피 곧 세계인 모두가 알게 될 테니까요. 그럼, 모집은 어떤 식으로 하면 되겠습니까?”
“흐음.”
델라일라가 고민하는 척 미소 짓다가 입을 열었다.
“세계 협회에 「시련」에 대한 모든 정보를 푸세요.”
“허?”
뤼카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모든 정보라.’
그것이 말하는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통과했을 경우 랭커 입성률 100%에 달한다는 정보를 푼다?
거기에다가.
머드스키퍼스, 명궁, 뇌명, 그림 리퍼, 암제, 광전사 등등.
그녀의 시련 출신 하이 랭커의 명단까지 푼다면?
‘게다가.’
제일 중요한 것.
요즘 핫한 자.
세계 랭킹 4위, 스켈레톤 엠페러가 시련 수석 출신인 게 알려진다면?
와우.
‘엄청나게 몰리겠지.’
솔직히 안 오면 바보다.
기연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거는 게 헌터들인데.
세계 최고의 기연을 던져준다는 데 오지 않고 배길까?
“그럼 너무 많아지는 것 아닙니까? 거의 전세계에 있는 모든 헌터들이 모일 수도 있겠는데요.”
이는 선임 심사위원으로서의 걱정이다.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통제하기도 힘드니까.
또한 헌터들 중에 살인자, 범죄자 등등.
감당하기 힘든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가.
게다가 이번에 제한 없이 모집하게 된다면, 랭커도 지원할 가능성이 있었다.
S급 헌터들이야 본인 선에서 처리된다지만, 랭커가 모이면……. 좀 까다로운 건 사실이었다.
“그 부분은 방법이 있어요.”
델라일라가 웃었다.
“방법이요?”
“예, 그러니까 지원 가능한 헌터들 가리지 않고 모두 모으세요.”
“……혹시 그 방법이 무엇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뤼카는 궁금했다.
항상 시련의 심사위원은 랭커였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100위권 내 하이 랭커 대다수가 앞서 말했던 네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
그리고 그 네 집단은 현재.
말도 안 되는 훈련량을 소화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즉, 심사위원으로 빼 올 사람이 없다는 소리.
“후훗.”
델라일라가 슬쩍 웃었다.
“심사위원을 따로 초빙해야죠. 그 많은 사람을 통제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나게 센 사람으로.”
“……예?”
센 사람?
그게 누군데.
나보다 센 사람이면, 얼마 없겠는데?
“제 시련을 다 부순 사람 있잖아요. 솔직히 양심이 있으면……. 도와주지 않겠어요? 저 덕에 얻은 것도 많았을 텐데.”
“아?”
뤼카가 입을 벌렸다.
주동훈.
그자를 심사위원으로 부른다고?
그럼 나는?
선임 딱지를 떼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잠깐 머리에 스쳤지만, 이내 깊게 미소 지었다.
과거.
시련에서 보았던 주동훈의 활약이 머릿속에 스쳤기 때문.
‘확실히.’
그 사람이라면.
걱정 없을 것 같긴 합니다.
* * *
널따란 동굴.
주동훈의 일곱 수하가 각자 퍼져 자리를 잡는다.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모습.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하세라가 감탄했다.
‘대단하네.’
얼마나 많이 수련해 봤으면.
– 거리 벌리고, 훈련 준비해.
이 한마디에 저런 움직임을 보인단 말인가!
“차라리 잘됐어.”
주동훈이 그런 수하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번 기회에 다들 성좌급까지 올라가 보자고.”
그의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태양아?”
“예, 주군.”
“엘드린?”
“부르셨나요, 주인님.”
주동훈이 고개를 돌리며 수하들을 한 명씩 부르기 시작했다.
성좌급인 ‘유이사’를 뺀 전부를.
“다들 선배로서 자존심이 있지, 후배한테 밀리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복잡합니다.”
펄럭!
태양이가 검은 날개를 부르르 떨며 답했다.
“……유이사까지는 그럴 수 있다 쳐도.”
스윽.
그가 중앙에 가부좌 틀고 앉아 있는 백무흔을 응시했다.
“뼈일이까지 저렇게 막강하다니, 속이 쓰려 참을 수가 없습니다. 주군.”
태양창이 가장 오랫동안 본 존재가 바로 뼈일이다.
스켈레톤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만났던 존재.
그것도 검과 창이라.
은근히 경쟁 심리가 불타고 있었는데.
‘뭐, 무신……?’
솔직히.
본인이 제일 먼저 각성한 맞선임이지만.
아린에 이어 무각, 유이사까지.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후배들을 보며, 속이 답답하던 찰나였다.
근데 뼈일이까지 무신이라는 말도 안 되는 존재였다니…….
무언가.
점점 더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주군. 주군은 저에게 눈을 주었습니다.”
평생 앞을 보지 못하던 자신에게, 시야를 선물했다.
초반에는 그런 주군께 도움이 되어 좋았다.
행복했다.
하나.
지금은?
‘내가 주군을 이길 순 있을까?’
여러 번 생각해 보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지만, 결론은 절대 불가.
엄청난 성장 속도로 따라오더니, 종국에는 자신보다 훨씬 세져 버린 주군을 보며 태양창은 답답했다.
나의 존재 의의는?
내가 주군에게 도움이 되기는 하는 걸까?
“저는…….”
“주인님,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엘드린이 태양이의 말을 끊고 앞으로 나섰다.
그의 감정이 격해짐을 느낀 탓이다.
“사실, 저희 모두는 걱정스러워요. 우려스럽답니다.”
활을 내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그녀.
“주군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저희가 쓸모없어질까 봐서요.”
지식의 보고, 아린.
성좌, 투신(SSS급)에 근접해 가는 무각.
성좌급 정령사, 유이사.
성좌급 대장장이, 드미르.
파괴룡.
등등이 따르는 주군.
그런 그들에 비해 자꾸 뒤처지는 자신들.
“맞습니다.”
쿠웅!
카덴 역시 바닥에 방패를 내려찍었다.
“사실, 요즘 마스터가 상대하는 적이 날이 갈수록 강해져서 걱정하던 찰나였습니다.”
카덴도.
“예, 마스터시여. 어느 정도……. 동감하는 바예요.”
다나도.
그들은 어딘가 설명하지 못할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주군과 수하는 어느 정도 감정이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주군도 알 거다.
그들의 복잡한 감정을.
“애들아.”
주동훈이 입을 열었다.
“예.”
“옙!”
그들이 각자의 무기를 늘어뜨리며, 반문했다.
다른 수하들의 시선 역시 주인을 향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세라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저게 진짜 스켈레톤이라고……?’
말이 되는가?
본인이 알고 있던 스켈레톤의 정의는.
그냥 말 그대로 네크로맨서가 소환하는 기초 뼈다귀다.
오크나 오우거 따위한테 썰려 나가는 백골(白骨).
뭐.
주동훈의 스켈레톤이 특별하다는 것은 당연히 안다.
전 세계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
폴리모프를 쓰는 스켈레톤도 많이 봐줘서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세상엔 특수한 생명체가 워낙 많잖아?
‘다만.’
그녀가 놀란 이유는 저들의 감정이었다.
아무리 주종관계로 엮여 있다 하더라도, 저들은 단순히 명령을 받는 수하가 아니었다.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주군을 섬기는 충복이었다.
‘……신기하면서도 부러워.’
감정이 있고, 생각하며, 무술을 익히는 이들.
그래.
이들은 영혼이 있는 존재였다.
각자의 기구한 사연이 있으며, 주군을 위해 성장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는 존재들이었다.
‘이게…….’
바로 스켈레톤 엠페러의 진정한 힘이었나?
이들도 그렇고.
만술이란 스승도 그렇고.
하세라는 주동훈의 그 인복(人福)이 부러웠다.
“그런 생각들 마라.”
씁쓸하게 미소 짓던 주동훈이 다시 말을 이었다.
“아린이 말했지? 성좌급도 성좌급 나름이라고. 나를 봐라. 나도 아직 성좌가 아니잖냐.”
“……주군.”
태양이가 슬쩍 고개를 내렸다.
주동훈이 싱긋 웃었다.
“조급해할 필요 없다는 말이다. 늦게 피어나는 꽃이 더 우아한 것처럼, 늦게 성장한 만큼 더 큰 거성(巨星)이 되면 되는 거야. 나도, 너희도. 솔직히 내 감정 느끼고 있잖아. 내가 진정 너희를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냐?”
“그건 아니지만…….”
“……부끄럽습니다, 주군.”
태양창, 엘드린, 카덴, 다나가 고개를 푹 숙였다.
무각은 하품을 하고 있었으며.
아린과 유이사는 진중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는 의미에서.”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기회에 너희 모두 성좌가 된다. 성좌가 될 때까지 집중 훈련할 거야. 알겠냐?”
“……성좌.”
“가능할까요?”
수하들의 물음에.
“저기.”
주동훈이 하세라를 가리켰다.
‘나?’
하세라의 동공이 살짝 커졌다.
‘나는 왜?’
“비무할 성좌가 하나 있잖아?”
에에?
당황한 하세라가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런 그녀의 시야에.
열기로 활활 불타오르는 스켈레톤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때요?”
주동훈이 물었다.
“같이 합동 훈련, 해보는 거.”
합동 훈련……?
하세라는 문득 무릉도원에서의 저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무기를 만들기 위해.
각자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붓던 그들의 모습을.
‘게다가.’
평소에 궁금하지 않았던가.
저들은 어떤 훈련을 하는지.
맨날 무릉도원에 틀어박혀 무엇을 하는지.
스릉.
고개를 끄덕인 하세라가 칼을 뽑았다.
– 그래.
어차피 이것은 윈윈.
– 뭐부터 하면 돼?
저들이 자신에게 얻을 게 있는 것처럼.
하세라 역시 저들에게 얻는 게 많을 터.
그렇게.
스승은 스승끼리.
제자는 제자끼리.
합동 훈련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