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3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37화
거신 크롭스(5)
“이거이거, 참.”
콰가가가가!
주동훈의 백술격을 커다란 무릎으로 전부 다 받아낸 크롭스가 기어코 일격을 명중시켰다.
“커헉!”
묵직한 충격에 피를 뿜으며 허공으로 솟구치는 주동훈의 육체.
거신이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이죽거렸다.
“확실히 대단하구만.”
미소도 더더욱 짙어졌다.
“백 가지의 묘리를 담은 창술이라. 과거의 나였다면 이기지 못했을 수도 있겠어.”
언뜻 칭찬하는 어조였으나, 결론은 그거였다.
지금의 자신에겐 상대가 안 된다는 것.
“어련하시겠어.”
주동훈이 짜증스레 답했다.
우우웅!
충격받았던 그의 몸은 다시 하얀 빛으로 뒤덮인 상태였다.
다나의 아이템, 파괴룡의 성물(SSS급) 효과였다.
‘성물의 대상’에게 ‘거리 제한 없이’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것!
“호오? 치유 능력인가? 그건 좀 부러운데.”
“그래? 그것보다 나는 좀 의외네.”
타앗!
회복한 주동훈이 다시금 공격을 시작했다.
화르륵!
창을 활로 바꾼 채, 번개 같은 속사를 뽑아냈다.
“처음엔 진지하게 인사하길래 나름 기대했거든. 전투에 진심인 멋진 놈이구나 하고. 근데 막상 보니, 꼬락서니가 한없이 가볍구만?”
“……가벼워?”
“전투 중에 여유나 부리고 말이야.”
콰가가가가가!
기력으로 이루어진 화살이 크롭스의 급소에 사납게 부딪혔다.
하나하나가 만술의 묘리를 담고 있는 화살.
폭발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후.’
주동훈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자못 호기롭게 말하고 있었으나, 주동훈의 등에는 식은땀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힘이 장난이 아냐.’
부딪혀 보고 확실히 느꼈다.
거성(巨星)을 웃도는 힘.
지금의 자신은 저 크롭스란 놈을 이길 수 없었다.
어르신 말처럼 시간 끄는 거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유?”
쿠웅!
검은 연기 사이로 걸어 나오는 거신의 눈이 번뜩였다.
“그래, 여유를 부릴 만해서 여유를 부리는데, 무슨 큰 문제가 있는가?”
쿠웅, 쿵!
성큼 걸음을 내디디며 근접하는 거신.
화르륵!
주동훈이 다시 활을 창으로 뒤바꾸었다.
뭐, 문제는 없지.
그냥 자극하려고 해본 말인데 역시나 통하질 않는다.
“후.”
주동훈이 짧게 호흡을 뱉어냈다.
이거.
‘시간 끌기조차 힘들겠는데?’
시간을 끄는 것은커녕.
자칫하다간 죽을 수도 있었다.
쿠구구구구……!
몸을 가볍게 한 크롭스가 상체를 털어 움직였다.
그 순간.
쐐애애액!
강력한 에너지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 주변의 모든 것을 휩쓸었다.
잽.
단순한 주먹 내지르기였다.
‘흐읍!’
스슷!
기함한 주동훈이 순간적으로 그림자를 밟아, 그 일격을 피해내려 했지만.
“제대로 움직여라.”
크롭스가 담담히 말하며, 회수한 주먹을 한 번 더 내질렀다.
잽.
결국.
거신의 주먹에 갈비뼈를 스쳐 버렸다.
“끄흑!”
몸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튕겨 나가는 도중에도.
스윽!
다시 크롭스가 주먹을 회수했다.
“설마, 벌써 끝은 아니겠지?”
쐐애애액!
연달아 펼쳐지는 잽.
주동훈의 눈동자가 심히 흔들렸다.
뭔 놈의 거인이 힘도 세고 속도도 빠르단 말인가.
주먹이 너무 커 피하기도 힘들고, 또한 너무 튼튼해 반격하기도 힘들었다.
‘고통내성’(SSS급)
‘금강불괴’(SSS급)
이 두 개의 스킬이 아니었다면, 아마 벌써 전투 불능 상태로 쓰러져 꿈틀거리고 있었겠지.
콰아아아앙!
결국, 몸을 움츠린 주동훈이 크롭스의 주먹을 허용했다.
화르륵!
창을 방패로 바꾸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만술(萬術)의 장점이 바로 이런 거다.
방어에만 치중하고 싶을 때, 확실히 몸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
“……!”
몸에 엄청난 압력이 느껴졌다.
거력이 방패를 때려 밀었고, 몸이 음속의 속도로 튕겨 나가는 것을 느꼈다.
‘컥.’
숨이 턱, 막혀서 소리조차 낼 수 없는 상황.
주술(呪術).
튕겨 나가는 주동훈이 다급하게 주문을 외웠다.
위이잉!
저 멀리, 자신의 몸이 날아가는 궤도에 맞추어 포탈이 열렸다.
‘저기로 몸을 던진다.’
동시에.
화르륵!
방패를 다시 창으로 바꾼 후, 포탈 안으로 들어선 주동훈.
“흠?”
크롭스가 고개를 갸웃할 찰나.
우우웅!
거인의 후미에 은밀하게 포탈이 열린 것은 그때였다.
공간이동의 술(術)!
‘오히려 녀석에게 맞은 힘을 역이용하는 거야.’
으득!
주동훈이 이를 악물었다.
마치 궁신탄영처럼.
거신의 주먹에 맞아 튕겨 나가는 힘을 이용해 크롭스의 뒷덜미에 창을 꽂아 넣으려는 찰나.
‘어?’
뒷덜미가 아니다.
이미 거신은 고개를 돌린 채, 무심한 두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미친.’
절망적인 순간이었다.
수가 읽혔으면, 공격을 회수해야 하건만.
이미 거신의 힘까지 이용한 공격이다 보니, 멈추는 것도 어려웠다.
스윽.
크롭스가 엄지와 검지를 들었다.
그러고는.
터억!
주동훈의 창을 너무도 쉽게 잡아 눌렀다.
당황한 그가 회수하려고 해봐도, 얼마나 세게 잡았는지 꿈쩍조차 하지 않았다.
“아까부터 그게 최선인가?”
놀리듯 중얼거리는 크롭스.
주동훈의 낯이 망연자실해졌다.
“그렇다면 정말 실망인데.”
크롭스가 중지를 엄지 밑 근육에 팽팽하게 걸었다.
그러고는.
퍼어어억!
있는 힘껏 주동훈의 복부에 딱밤을 갈겼다.
“커, 커헉!”
자신의 발아래 쪽을 겨냥해서.
콰아아앙!
당연히 엄청난 속도로 내리꽂힌 주동훈이 땅에 박혔으며.
그곳에서 흙먼지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잘 가라.”
투웅!
거신이 허공을 향해 가볍게 점프해, 발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그 육중한 무게를 실어 주동훈을 짓밟으려 했다.
‘이건.’
어쩔 수 없나?
주동훈이 급하게 누군가를 소환했다.
방어에 특화된 수하.
“마스터?”
카덴이었다.
상황을 눈치챈, 카덴이 재빨리 하늘을 향해 방패를 들어 올렸다.
동시에.
“파괴 면역!”
파괴룡의 방패(SSS급)의 효과 중 하나를 발현시켰다.
10초 동안 모든 피해에 면역을 가지는, 사기적인 효과.
쿨타임이 일주일이기에, 함부로 쓰면 안 되는 기술이지만 카덴은 망설임이 없었다.
마스터가 다급히 자신을 불렀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았기 때문.
하지만.
콰드드드득!
“무, 무슨?”
파괴 면역이 단박에 깨졌다.
콰득!
바로 카덴을 밟아, 역소환시켰으며.
“끄아아악!”
거신의 발이 그대로 주동훈을 짓눌러 버렸다.
“호오.”
크롭스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제야 한 놈 부른 건가? 그런데 어쩔까. 그런 잡기술은 같은 급(級)에서나 통한다는 걸 모르는 건가?”
무적?
무조건 반사?
크롭스는 그런 특수한 능력들을 무시할 수 있었다.
왜냐.
그는 성운급이니까.
효과를 무시하는 것?
사실, 이 우주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만약 저 효과가 어떤 상황에도 그대로 발현된다고 하면 그게 더 말이 안 된다.
미개한 성좌가 존재를 초월한 자들의 공격도 잠깐이나마 막아낼 수 있다는 말이 되니까.
요컨대 ‘파워 워드 킬’(SSS급) 같은 즉사 스킬로 일곱 신(神) 중 하나를 맞혀도 죽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끄으으.’
온몸이 짓눌려 터지고 있다.
하지만 주동훈이 아직도 살아 있을 수 있는 이유.
[‘다나’가 스킬, 광휘(Lv.Max)를 사용합니다.]그것은 적절한 타이밍에 다나의 스킬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광휘(Lv.Max).
일정 시간 동안 대상을 ‘무적’ 상태로 만들어주는 스킬.
이건 대상이 성운급이 아니라, 주동훈 그 자체에 있으므로 효과가 있었다.
“생각보다 잡기술이 많은 놈이로군.”
쿠구구구구…….
크롭스가 다시 발을 들어 올리며, 주동훈을 평가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거신이 빙긋 웃었다.
자신이 상대보다 확실히 우위에 서 있다는 것에서 나오는 기쁨이었다.
“나중엔 어찌 될지 몰라도 지금의 너는 그저 그런 성좌 중 하나일 뿐이야.”
그리고, 그 나중은 앞으로 영원히 없을 예정이다.
이제 곧 죽을 테니까.
‘지랄.’
주동훈이 이를 악물었다.
이제 어쩔 수 없다.
‘시간을 끌긴 개뿔.’
애초에 그런 마음가짐으로 싸우면 안 되었다.
정말 죽을 각오로.
상대를 죽일 생각으로 싸움에 임해야 했다.
‘기력을 모은다.’
주동훈은 일반 랭커보다 월등한 기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헌터 : 주동훈] [이명 : 스켈레톤 마스터] [기력 : 17,510/20,220]각종 기연과 보상, 업적, 아이템으로 떡칠 되어있는 기력.
‘17,000.’
벌써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크롭스의 발바닥을 바라보며, 주동훈이 몸을 일으켰다.
콰가가가가!
다시 떨어지는 발.
스슷!
주동훈이 온 힘을 다해 그림자를 밟았다.
콰아아아앙!
땅에 틀어박히는 발을 간발에 차로 피해낸 후.
타앗!
그 발등을 밟고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이제 뒤는 없어.’
뒤를 생각하다간 당장에 죽을 수도 있다.
혹여, 죽더라도.
저놈 주둥이에 창 한 번은 박아 넣어야 성이 풀릴 것 같았다.
‘남은 기력을 거의 다 모은다.’
쿠과가가가가!
막대한 기운이 심장과 단전으로부터 창으로 이동했다.
극(極)으로 발현되는 태청심법.
“후.”
어느덧 날아 거신의 얼굴 바로 근처까지 점프한 그가 오른팔을 뒤로 젖혔다.
“호오?”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다시금 집게손가락을 들이대는 크롭스.
하지만.
스슷!
거기서 한 번 더 꺾어, 그림자를 밟았다.
아슬아슬하게 스쳐 가는 녀석의 손가락!
쿠과가가가가!
이미 창에는 기력 17,000어치가 가득 담긴 상태였다.
‘목표는 복부 쪽 상처.’
키프 행성 애들이 목숨 바쳐 간신히 만들어놓은 상처 쪽에.
“흐아아아아압!”
기합을 내지르며 꽂아 넣었다.
있는 기력을 하나로 모아, 현재 떠오르는 모든 묘리를 하나의 점(點)에 집중한다.
만술(萬術).
비기(祕技).
극점(極點).
쑤아아아아아아!
창이 빛을 뿜었다.
그것에 담긴 기력은 고인 액체가 메말라 없어지듯이 빠르게 소멸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점이 되어 한곳으로 폭사했다.
콰아아아아앙!
끔찍한 폭음.
찢어지는 공간.
“크으으?”
처음으로 거신의 입에서 비명이 새어 나왔다.
낯짝이 일그러지면서 몸이 휘청거렸다.
퍼드드득!
근처 살덩이가 분리되어 사방에 휘날렸고.
복부에는 흉측하게 파인 구멍이 생겨 버렸다.
“이 버러지가!”
거신은 화가 났다.
얕보고 있던 버러지가 이 정도의 힘을 낼 수 있었다는 사실에 열받았고.
무엇보다 오랜만에 겪는 심각한 통증에 눈에는 살생 욕구가 가득 찼다.
콰가가가가가!
폭주한 크롭스가 모든 힘을 개방하여 광속으로 손을 뻗었다.
단번에 주동훈을 낚아챈 후.
“뒈져 버려라아아아아!”
있는 힘껏.
전방을 향해 내던졌다.
* * *
그 시각.
연합군과 지구의 전선에는 아직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투콰가가가!
곳곳에 펼쳐져 있는 거인들이 무수한 공격을 받아낸 채로, 땅에 주먹을 박아 넣고 있었으며.
폭발 소리와 비명이 처절하게 섞여 울렸다.
모두가 먼지와 진흙을 뒤집어쓰고 있었으며, 양측의 피해도 제법 컸다.
밸런스는 제법 비슷했다.
당연히 연합군 측의 전력이 훨씬 강했지만.
서걱, 서걱!
차근차근 목을 베어내고 있는 검신(劍神) 백무흔과.
쿠과가가가!
여러 무기를 스왑하며, 빠르게 거성(巨星)들의 명줄을 끊어버리는 만술 노인의 힘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유이사와 계약한 네 정령왕.
성운급 존재들의 경험과 힘 역시 지구에 큰 도움이 되었다.
공격적으로 나서기보다, 견제구를 던지며 지구의 랭커들을 지키는 데 힘을 쓰는 정령들.
그 덕에 그나마 버티고 있을 수 있었던 거다.
콰가가가!
그렇게 전투가 지속되고 있을 때였다.
“저, 저기!”
랭커 중 하나가 저 멀리 하늘을 가리킨 것은 그때였다.
쐐애애액!
저 멀리서.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무언가.
딱 봐도 위험해 보였기에, 전투가 잠깐 소강되었다.
“저게 뭐지?”
“이, 일단 막아야 할 것 같은데?”
당황하며, 방어를 구축하는 양측 진영.
스륵.
검을 늘어뜨린 노인이 눈살을 확 찌푸렸다.
이놈아…….
힘들 줄은 알았지만, 벌써 당한 게냐……?
저기 날아오는 존재.
그게 자신의 제자임을 단박에 알아보는 만술 노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