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4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47화
무신이란(2)
무신(武神).
우주에 딱 넷만 가지고 있는 이 칭호에는 사실 특별한 의미가 있다.
챔피언스 리그.
우주에서는 간혹가다 리그 간 가장 강했던 챌린저 티어끼리의 경기가 펼쳐지는데…….
거기서 정말 우주의 GOAT다! 하는 존재를 선정해 명예의 전당에 올린다.
전승했다든가.
아니면, 정말 유의미한 모습으로 초월자들을 기쁘게 했다든가.
또는 압도적인 무력을 지녔다든가.
우주의 4번째 무신 네달람은 사실 최근 명예의 전당에 올라 초월자가 된 신입 중 신입이었다.
그는 일곱 신 중 불(Fire)에게 무신의 위(位)를 하사받았고, 정수도 50개나 지급받았다.
또한 그를 후원했던 일레오르 역시 그 선택을 인정받아 수많은 반사이익을 누린 것이다.
“무신이라니……. 대박인데.”
“네달람이 저렇게 순진했나? 이곳까지 제 발로 따라오다니.”
“그러게 말이야. 그냥 리그 판에 박혀 있었으면, 그 누구보다 안전했을 텐데 말이야. 인기도 많았을 테고.”
“어서 와. 야생은 처음이지? 낄낄.”
켈베로스가 부른 도적 초월자들은 신이 났다.
무신은 신의 축복을 직접 하사받은 존재다.
덕분에 무신을 죽여 그 기운을 흡수하면, 더 빨리 강해진다는 낭설이 돌았다.
“……정도를 모르는 이들이로군.“
그런 그들을 보며 네달람이 말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수양해서 한다는 짓이 강도질이라니.”
“정도?”
그들 중 하나.
우마왕이 빙그레 웃었다.
“우리 무신이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있구만? 우주에 정도란 없어. 네게 그 직위를 하사한 신들조차도 정의라 할 수는 없는데 정도는 무슨 놈의 정도.”
“…….”
네달람이 눈살을 찌푸렸다.
폭력신(暴力神), 화룡(火龍), 지혜의 별, 우마왕(牛魔王).
전부 본 적 있는 이명들이다.
성운급으로 리그에서 한창 잘나가던 시절, 한 번만 후원하게 해주면 안 되냐고 자신에게 치근덕대던 존재들.
‘역시 그때의 선택이 맞았군.’
랭커는 오직 세 초월자의 후원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저들의 자리는 없었다.
“정확히는 강함이 정의라 할 수 있지. 낄낄.”
폭력신 바오가 웃었다.
“여기서 네놈의 정수를 빼앗아 더 강해진다면, 그것이 곧 정도이고 정의이지 않겠어? 예로부터 폭력이야말로 우주 만물의 진리라 했어.”
“……미친놈.”
바오가 어깨를 으쓱했다.
“굳이 그런 말 할 필요 없어. 어차피 우리에게 그런 말은 칭찬이라.”
네달람은 신기했다.
그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는 은하급 이상의 초월자들 역시 우리들과 별다른 거 없었다.
존재마다 기준이 다르다.
이 역시 우주가 광활하기에 벌어지는 일이겠지.
크르르.
켈베로스 역시 침을 질질 흘리며 히죽 웃고 있었다.
“제게 약속된 10%는 떼어주시는 겁니다? 흐흐.”
네달람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똥개 새끼.’
잠깐이나마 수양이 깊은 녀석이라 생각했던 것 자체가 후회될 정도였다.
“자, 그럼 긴말할 필요 없겠지?”
우마왕이 그 육중한 몸을 일으켰다.
“굳이 힘 빼지 말고 운명을 받아들여라. 여기엔 네놈이 말도 못 붙일 초단급 형님도 계시니까 말이야.”
“초단급…….”
“하하하, 그냥 죽었다고 보면 되는 거야. 무신. 원래 이 우주의 야생은 잔혹하고도 차가운 거다. 너는 리그 관할지역 밖으로 걸어 나오면 안 됐어.”
슬쩍.
무신이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정확히는 은근슬쩍 일레오르의 등 뒤로 이동했다.
일레오르가 황당한 표정으로 픽 웃었다.
“이놈이?”
“……해결 좀 부탁드립니다.”
“끌끌, 천하의 무신이 발을 뒤로 뺀다?”
“리그에서야 자신 있었지만, 이곳은 또 다르지 않습니까. 애들은 애들끼리. 어른들 일은 어른들이 해결해야지요.”
“그나저나 어쩌나. 저기엔 초단급도 있다는데. 아이쿠, 무서워라.”
“…….”
무신은 이미 안다.
저쪽에 초단급 존재가 있다면, 이미 일레오르의 존재를 알아봤어야 한다.
일레오르는 창조룡.
우주에서 절대 건들면 안 된다고 하는 두 태초의 용족 중 하나이니까.
하지만 저기서 강하게 나온다는 건?
일레오르가 훨씬 높은 경지에 있다는 거겠지.
“그리고 아까 보여준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 그래. 그랬지.”
꽃미남 일레오르가 하얀 이를 드러냈다.
“내가 여태껏 정수를 어떤 방식으로 털었는지 한번 보라고.”
그 섬뜩한 말에 네달람의 몸이 살짝 떨렸다.
‘설마 저런 도적들을 다 털어먹고 다닌 거면.’
그 엄청난 힘이 이해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정신 나간 도적들을 발견하는 것 자체가 어렵긴 할 거다.
보통의 초월자라면 장성급 일곱 신의 신경을 거스르려 하지 않을 테니까.
“후후.”
일레오르가 웃었다.
“너희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지.”
저벅.
일레오르가 앞으로 여유롭게 걸어 나가며 말을 이었다.
“챔스라면 모를까, 이런 허접한 리그 판에서 내 이름을 아는 자가 거의 없을 테니까.”
창조룡 일레오르는 억겁의 세월을 살며, 엄청난 휴식기를 가진다.
인류로 치면, 이런 느낌이었다.
1,000년 전 유명하던 거물을 방금 들어온 새내기보고 알아보라 하는 꼴.
일레오르의 입장에서 「도적질」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새내기들이었다.
‘이 광활한 우주에 어떤 존재가 있을 줄 알고.’
최소 정수 십만 개 이상이라는 초단급.
그 초단급 존재들조차 별처럼 무수히 많아, 이름을 다 외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 살벌한 곳에서 힘의 논리를 내세운다고?
“애송이들. 강함이 곧 정도라고 했나?”
“…….”
“그 정도(正道). 내가 곧 보여주지.”
쿠구구구구……!
이윽고 일레오르가 갈무리했던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 * *
폭력신(暴力神) 바오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뭐지?’
그의 시선이 백발 미남에게 고정되었다.
분명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일개 은하급의 초월자였다.
저 리그 판에 얼쩡거리는 그저 그런 엑스트라 1.
‘그런데.’
왜 하는 말이 이 바닥에서 억겁의 세월을 보낸 노땅들처럼 말하는 거냐고.
등골이 서늘했다.
이곳 단체의 대장, 초단급인 적왕(赤王)께서 말씀하셨지.
절대 리그에서 그런 짓 말고, 초짜들이 모이는 배치 판에서만 먹이를 얻으라고.
그래서 분명 그렇게 했는데…….
바오 역시 단급의 초월자였다.
그렇기에 위기 감지 능력 하나만큼은 제법 갖췄다.
쿠구구구구……!
저 자에게 뿜어져 나오는 기세에 침이 바싹 마르고 몸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도적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건…….”
“용의 기운?”
화룡(火龍) 자켈이 가장 먼저 알아봤다.
어찌 모를 수 있을까.
드래곤 피어.
세상 모든 존재에게 본능적인 공포감을 드리우게 하는 저 기운은 분명 용족만의 기운이었다.
“아무래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자켈이 힘겹게 말을 꺼냈다.
상대가 용인데, 자신이 그 힘을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
그러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용족은 우주 최강의 생명체.
용이 초월하게 되면 그 한계가 없다.
“겁먹지 마라! 그래 봐야 저쪽은 하나야. 그리고 다들 알잖아? 우리의 뒤에는 적왕이 계셔! 그리고 따지고 보면, 자켈. 너도 용이잖아?”
“겁나는 사람은 빠져라. 저기서 얻은 정수는 전투에 참여한 사람들끼리 나누면 되니까. 그럼 오히려 이득이지.”
우마왕(牛魔王) 우카스가 앞으로 나서자.
“그건 안 되지.”
“잠깐 놀랐을 뿐, 겁먹은 적 없다.”
“빨리 처리하자고.”
모두가 각자의 무기를 꺼냄과 동시에 기운을 끌어 올렸다.
겁이 날 수는 있다.
하지만 초월자들에게 「일곱 신의 정수」란 두려움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좋아.”
일레오르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혹여 걱정했지 뭐야. 고작 기운 몇 방울 흘렸다고 다 쫄아서 튀면 어쩌나 하고.”
그의 중얼거림에 우마왕이 사납게 돌진했다.
“허세 그만 부려라!”
쿠과가가가!
엄청난 기세의 스킬들이 일레오르를 향해 쏟아졌다.
하나하나가 행성을 부수고, 항성을 식힐 만큼 강력한 것들.
“어디 이걸 받고도 혀를 놀릴 수 있나 보자꾸나!”
우마왕이 분노를 담아 스킬들을 쏘아냈다.
그러다가 이상함을 느꼈다.
‘내가 왜 화를 내고 있지?’
무언가 평소답지 않았다.
평소의 우마왕은?
그냥 앞의 존재가 무슨 말을 지껄이든 가서 죽인다.
애초에 이렇게 길게 말을 섞지도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이렇게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은……. 설마.
‘겁에 질렸나?’
내가?
이 천하의 우마왕이?
보아하니, 놈을 향해 쏜 스킬들도 그가 최고로 아끼는 비기들이었다.
우마왕이 당황했다.
‘내가 첫 장에 이걸 꺼내 들었다고?’
목숨이 위태로울 때나, 잠깐 선보이고 도주하는 용도인데.
그걸 지금 썼다는 것은 무의식이 목숨이 위태롭다고, 제발 그만하라고 소리치고 있는 건가?
‘설마.’
혹여 그렇다고 하면 어떤가.
이 스킬에 맞으면 다 끝일 텐데.
쿠과가가가가가!
스킬을 쏘아대는 것은 우마왕뿐만이 아니었다.
폭력신(暴力神), 화룡(火龍), 지혜의 별.
그리고 그 뒤 수많은 군급, 단급 초월자들이 집중 포격을 시작했다.
‘아니, 뭘 이렇게까지.’
저들도 분명 베테랑이다.
그런 베테랑이 정신 나간 것처럼 스킬을 퍼부어댄다?
방금 저 존재가 뿜어낸 기운 때문에 불안한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응?”
잠깐.
우마왕이 눈살을 찌푸렸다.
한참이나 이어진 스킬의 폭격 속에서 어떤 검은 형체가 보였기 때문.
‘이걸 막아낸 건가?’
연기 속에서 형체는 여유롭게 저벅저벅 걷고 있었다.
방어조차 하지 않는 포즈로.
“미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방금의 일격은 초단급이 아니라면, 절대 막아낼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으, 으아아아?”
“살아 있어?”
“보,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다!”
“보통내기 수준이 아니라 초단급이잖아!”
다른 초월자들 역시 그걸 인지했는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사내의 몸이 점차 불기 시작했기 때문.
천천히 커지던 사내가 점차 용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폴리모프를 해제하는 광경.
“어라?”
근데 그 모습이 조금 이상하다.
일반적인 용의 모습이 아니다.
“아이스 드래곤? 아니면 화이트 드래곤?”
우마왕이 화룡을 바라보았다.
용족인 네가 답을 달라는 제스처.
하지만, 화룡은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
마치 보면 안 될 것을 보았다는 표정으로…….
“마, 말도 안 돼…….”
용족인 자켈은 알았다.
백색의 드래곤.
저것은 일반적인 용족이 아니었다.
용족에게도 재앙이라 불리는 류의 존재다.
흑색의 파괴룡과 함께, 태초부터 존재했다는 용족의 시초.
“차, 창조룡?”
“뭐?”
우마왕이 그게 무슨 개소리냐는 표정으로 물었지만.
그리고 여기서 갑자기 왜 창조룡이 튀어나오는지 이해할 수도 없었지만.
굳이 이해하려 할 필요 없었다.
콰득!
어느 정도 자란 창조룡이 광속으로 우마왕을 씹어버렸으니까.
푸확!
눈 깜짝할 새 벌어진 일.
포스 있는 이빨에 피가 튀었고, 그대로 우마왕은 육고기가 되어 버렸다.
꿀꺽.
커다란 우마왕을 삼킨 용은 점점 더 커져 나갔다.
끝도 없이.
– 크롸라라라라라라라라!
이곳 행성 자체가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찢기기 시작했다.
콰드드드득!
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무너진다.
“미, 미친.”
“도망가…….”
“말도 안 돼.”
눈앞에 나타난 갑작스러운 재앙에 초월자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하나도 없었다.
도망?
도망칠 곳이 어디 있는가.
어디로 가든, 창조룡의 시야 안일 텐데…….
콰득, 콰드득! 콰득!
창조룡은 마치 모이 쪼아먹듯.
초월자들을 하나씩 입에 물어 음미한 후 삼켰다.
굳이 빠르게 처리하려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먹듯, 하나씩 씹었고.
초월자들은 그것을 피하고자,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쓰려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일레오르가 입을 벌리면?
콰득!
그대로 하나가 끝장이 났다.
“미, 미친.”
그리고 그 한구석에서.
폭력신(暴力神) 바오가 덜덜 떨었다.
그가 두 손을 맞잡고 기도했다.
이곳 단체의 수장.
‘적왕께서 빨리 오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