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93)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93화
에메랄드 보상
기다렸던 게임이 단숨에 끝났다.
결과는 지구의 압승.
우주의 초월자들이 멍한 표정으로 화면을 쳐다보았다.
‘지구가 저 정도일 줄은.’
‘이길 걸 알고 걸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대박이잖아.’
‘예전 크롭스한테 휘둘렸던 그 지구가 맞나?’
‘성장 속도가 미쳤는데.’
그야말로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마계에서의 그 힘들었던 과정을 모른다.
그저 1년 만에 눈에 띄는 리그 강호가 되어서 나타난 상황인데, 어찌 황당하지 않으랴.
‘프랑을 상대로 3 대 0이라.’
‘다음 에메랄드 티어도 씹어 먹겠는데?’
‘연속 역배라…….’
정수를 잃은 초월자들도 겸손하게 지구를 바라봤다.
운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의 썩어빠진 안목을 탓했다.
아쉽게 졌으면 말이라도 하지, 격차가 이 정도로 심하니 할 말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초월자들이 막 노는 것처럼 보여도, 거는 정수의 가치는 피보다 소중하다.
그런 정수를 무려 최소 50개나 걸어야 하는 판이다.
철저한 사전 조사와 확신이 없다면 걸지 않는 게 맞았다.
그리고.
이번 경기의 배당은 1.36 : 2.34.
당연히 지구가 2.34였다.
그 말인즉슨, 500개를 걸었던 네달람이 1,170개를 벌어들였다는 말이 된다.
“고맙다.”
관리인이 내어주는 정수를 쓸어 담으며, 네달람이 웃었다.
후원 계약에 따라, 차액 670개의 50%인 335개는 일레오르에게 주어지겠지만 상관없었다.
일레오르의 도움으로 주동훈이 강해질 수만 있다면, 그깟 335개 언제든 내어줄 수 있었다.
어차피 이번 경기로 결심했다.
매 경기 지구에 올인하기로.
그리하여, 단급을 넘어 창조룡 일레오르와 동급인 초은하단급까지 쭉쭉 올라가기로.
그렇게 무신이 뒤돌아 가려는 찰나.
“잠깐.”
스윽.
옆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일레오르 님.”
창조룡이었다.
과연, 노름판의 신답게 약속된 보상을 바로 찾으러 온 건가?
네달람 역시 줄 것은 빨리 주고 싶었기에 그대로 정수를 정리해 내밀었다.
“여기, 제 보상금의 50%입니다.”
“끌끌,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예?”
무신이 고개를 갸웃하자, 일레오르가 픽 웃었다.
“멍청한 녀석. 내가 고작 335개 받자고 그 소중한 알을 내어줬을 것 같으냐?”
“……너무 적으십니까?”
하긴.
최소 몇만 개로 노는 창조룡에게 이 정도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는 초기 투자라 생각해야 한다.
나중에 주동훈이 제대로 활약해 챌린저 판에서 놀게 되면, 그때의 50%는 또 다를 테니까.
“그게 아니라, 쯧.”
일레오르가 혀를 찼다.
“네 녀석은 정말, 나 없으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이봐, 관리인.”
“예.”
보상 테이블의 관리인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후원 보상은 안 챙겨주나?”
“……말씀이 없으셔서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우주의 관리인은 태생이 불친절하다.
말하지 않으면 챙겨 먹을 것도 못 챙겨 먹는다.
“……후원 보상이 있었습니까?”
네달람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런 걸 받아본 것은 둘째치고 있는지도 몰랐다.
애초에 이번에 주동훈을 후원한 게 처음이었으니까.
“그래.”
일레오르가 낄낄거렸다.
“네 녀석을 후원했을 때도 달달하게 먹었거든. 이 봐, 이자도 안 줄 거면서 보관은 무슨 보관? 당장 내어줘.”
“……본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후원 보상을 가져가시겠습니까?”
관리인이 네달람을 바라봤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줘라.”
“네달람 님은 지구의 주동훈을 후원하셨습니다. 주동훈의 승리 기여도는 25%로군요……. 이례적인 수치입니다.”
“호우, 25% 대단한데!”
일레오르가 신나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정수 수익금의 일부를 후원 포상으로 지급하겠습니다. 정수 수익금 48,200개 중 50%인 24,100은 일곱신들의 세금으로 부과되며……. 차액인 24,100의 25%인 6,025개. 내어드리겠습니다.”
“……?”
네달람이 잘못 들었다는 듯, 눈을 껌뻑였다.
뭐?
6,025개?
625가 아니라?
이건 뭐…….
본인이 걸어서 딴 수치를 아득히 상회하지 않는가!
옆을 보니, 일레오르가 그제야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후원할 맛이 나지.”
“……전혀 예상조차 못 했습니다. 이런 게 있을 줄이야.”
그가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입을 벌린 채, 관리인을 쳐다봤다.
네달람은 이제야 이해가 갔다.
왜 초월자들이 후원하려고 안달이 나 있는지.
그것도 그냥 랭커가 아닌, 기여도가 높을 거로 예상되는 랭커들에게는 엄청난 후원이 몰리지 않는가!
‘이런 보상이 따로 있었던 거구나.’
자신은 그저 주동훈이 이기길 바라서, 순수한 마음에 후원했었던 건데.
그래서 일레오르에게 50%도 약속했던 건데…….
“왜 안 알려주셨습니까.”
“내가 미쳤냐?”
일레오르가 낄낄거렸다.
“알려주면, 네놈이 50%로 계약 안 했겠지. 끌끌, 어쨌든 이렇게 되면 6,695개 수익이니까 나한테 3,347.5개 줘야 하지? 반으로 나눌 순 없으니 3,347개만 주면 된다. 0.5개는 보너스라 생각해.”
“……허.”
네달람이 감탄했다.
창조룡, 일레오르.
그는 과연 우주 최강의 노름꾼이 맞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문득 깨달았다.
주동훈의 후원자가 된 것 자체가 자신에게 천운이나 다름없었다는 걸.
앞으로 리그마다 기여도를 챙긴다면?
성장은 더없이 빨라지겠지.
말도 안 될 정도로.
* * *
그 시각.
이 순간을 제일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던 존재들이 있었으니, 바로 지식을 탐구하는 수많은 박사들이었다.
[‘에메랄드’ 티어 보상이 도착합니다.]플래티넘일 때도 온 지구가 놀랐는데.
에메랄드는 또 인류에 어떤 선물을 가져다줄 것인가!
이미 그때의 보상으로 지구는 우주 진출 계획을 다잡고 있었다.
무인 우주선을 만들고, 웜홀을 실제로 생성해 다른 구역으로 이동해 촬영한 영상을 확인했을 땐 모두가 전율에 떨어야만 했다.
태양계가 전부였고, 그 밖을 벗어나지 못하던 인류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뿌우우우우!
고래가 물줄기를 뿜어댔다.
[현 ‘에메랄드’ 티어에 맞추어 다양한 우주의 지식이 전달됩니다.]이전과 비슷했다.
허공에 수많은 계산식과 글자들이 새겨지기 시작했고, 기자들은 그것을 빠르게 복사해 전파했다.
[강등되지 마십시오.] [해당 지식 중 ‘에메랄드’ 이상 등급에만 주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강등되는 순간, 해당 정보에서 ‘에메랄드’ 부분의 기억이 삭제됩니다.]이미 한곳에 모여 그것만을 기다리던 저명한 학자들이 계산식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에메랄드 티어의 진정한 보상이 뭔지 깨달은 학자들이 감격스러운 눈물을 흘렸다.
“아아아!”
“태양을 100% 통제하는 방법이라……!”
이전에 얻었던 정보가 태양에 쓰레기를 태워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아예 태양 자체에 하나의 구를 씌워, 그 에너지를 100%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 구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제작 방법이 계산식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정확히는 「자율 제작 로봇」을 만드는 방식이다.
로봇을 만들면?
그 로봇이 태양으로 직접 이동해, 모든 것을 만들어 준다.
실로 획기적인 방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뿐이랴?
“……그 에너지를 활용한 무기도 있는데요?”
“태양 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빔이라……. 이런 무지막지한 걸 우주선에 달 수 있다고요?”
“자가 복제가 가능한 탐사 로봇 설계도도 있어요! 이건……!”
그렇다.
플래티넘의 자식이 ‘우주 탐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에메랄드의 지식은 ‘우주 개척’이었다.
행성 간 이동이 가능해지고 탐사할 수 있게 되면?
이제는 그 행성들을 식민지화하라는 뜻이었다.
그곳에 소요되는 막대한 에너지는 태양에서 가져다 쓰라는 거겠지.
“우주 정복이라…….”
물론, 이제 학자들도 안다.
이 우주란 끝도 없이 거대하고, 감히 우리가 상대할 수 없을 만큼 초월적인 존재들이 있다는 것을.
여기서 말하는 우주 개척은 그런 존재들이 아닌, 에너지나 자원을 가져다 쓰라는 말이겠지.
다만.
“우린 저번 지식도 다 소화 못 했는데…….”
“너무 진도가 빠른 거 아닙니까……?”
“정말요. 몸이 열 개여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복에 겨운 소리일 수도 있으나, 학자들은 지난 1년간 단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또 연구할 거리가 생겨 버린 거다.
“그래도 힘내야지요!”
“맞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힘들어 봐야 랭커들만 하겠습니까? 그들은 목숨 걸고 노력하고 있지 않습니까.”
“좋습니다. 오히려 행복해야 합니다. 우리가 격변하는 문명 발전의 순간을 살고 있다는 것에 말이에요.”
“후후, 그렇게 생각하니 힘이 나는데요?”
그러고 보면, 세상이 뒤집혔는데도 지구는 잘 돌아가고 있었다.
소비를 위한 생산을 했으며, 누군가가 자신의 위치에서 그것을 놓지 않고 꾸준히 했다.
또한.
이번에 풀린 랭커들의 영상을 보고, 대다수 세계인들은 감명했다.
이들이 이토록 고생하는데 뭐 한다고 멸망론에 빠져서 자기 인생을 죽치고 있겠는가!
어차피 당장 다음 날 가지각색의 이유로 죽을 수도 있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현실을 사는 것.
과거, 세상에 몬스터가 등장했을 때처럼 지구는 이 리그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예상보다 빠르게 적응해 내고 있었다.
* * *
“후.”
리그를 마치고 돌아온 주동훈이 무릉도원에 도착했다.
어찌어찌 살아나자마자, 바로 리그전이라니.
“힘들다, 힘들어.”
그가 접객실 소파에 앉자마자.
“길마님! 어떻게 된 거예요? 왜 이렇게 잘하는 거예요?”
김진아가 다가와 물었다.
첫 세트, AOS를 말하는 거겠지.
“질문이 뭐 그래요? 제가 뭐 못했던 적이 있나요?”
“아니, 그게 아니라……. 이번 건, 진짜 뭔가 달랐는데…….”
길마님이 강한 건 옆집 개도 아는 수준이지만, 이번 세트는 그 강함의 수준을 넘어섰다.
힘으로 하는 게임이 아니었음에도, 무언가 보법이 다르달까?
“어쨌든 정말 대단했어요. 바로 파티 참석하실 거죠? 자세한 얘기는 거기서 술 한잔하면서 들어야겠어요!”
저번처럼.
리그가 끝났으니, 축제를 벌이자는 말.
이미 직원들을 시켜, 훈련장을 지상 최대 바비큐장으로 세팅해 놓았다.
“아뇨.”
주동훈이 고개를 저었다.
창조룡 밥도 줘야 하고, 무엇보다 하루빨리 월의 정수를 얻으러 가야 했다.
본래 먼저 얻었어야 할 걸, 혹시 시간 뺏길까 리그부터 한 거였으니까.
“저는 잠시 잭이랑 어디 다녀올 데가 있어요.”
“……에? 주인공이 파티에 빠진다고요?”
“급한 일이라서요.”
정확히 급한 건 아니지만, 사실 주동훈은 술을 그리 즐기진 않는다.
사람들과 잘 어울려 노는 편도 아니었고.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월의 정수’뿐이었다.
그것만 모으면 이제 신살(神殺) 무기도 6/7이 되니까.
한층 더 성장할 기회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술이나 파티가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요컨대 이런 거다.
무림인이 당장 눈앞에 존재하는 절세비급을 앞두고, 기루에 놀러 가는 것.
그건 절대 못 참지.
“미안해요. 피드백은 다녀와서 추후에 할 테니까, 잘들 즐기라고 좀 전해줘요. 정말 진심으로 고생하셨다고.”
후, 한숨을 내뱉은 주동훈이 일어났다.
“기, 길마님?”
정말 안 간다고 할 줄은 몰랐는지, 김진아가 당황했지만.
스슷!
이내, 그의 몸뚱어리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