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22)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22화
일곱 정수의 영령(2)
우우웅……!
주동훈의 몸 내부에서 정수들이 들끓기 시작했고.
쿠과가가가!
외부에는 일곱 가지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순하고 깨끗하면서도 강한 성질의 기(氣).
세상 그 어느 것보다 깊고 청청한 근원의 힘이 주동훈으로부터 나와 무기를 감싸 안았다.
[봉인된 일곱 정수의 영령(7/7)의 봉인이 해제됩니다.] [오류!] [‘시스템’이 해당 아이템의 등급을 측정할 수 없습니다.] [‘시스템’이 해당 아이템의 능력을 측정할 수 없습니다.]파즈즛!
시야에 번개가 튀었다.
몸을 관조하던 주동훈이 눈살을 찌푸렸다.
오류?
[화(火) : 걱정하지 마라, 계약자.]화가 웃었다.
[화(火) : 시스템이란 찬탈자들이 그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놓은 것. 계약자는 더이상 시스템에 의존할 필요도, 따를 필요도 없다.]흠, 그런가?
하긴.
주동훈은 이제 구신(舊神), 즉 정수들을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 반대 세력이 만들어놓은 정보를 꼭 이용할 필요는 없겠지.
화르르륵!
먼저 화(火)의 기운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주먹에서 엄청난 파괴력이 느껴졌다.
어떤 느낌이냐고?
당연히 죽여주는 느낌이었다.
세상 모든 것을 불태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화(火) : 계약자가 우리의 파편을 모두 모았기에, 다른 계약자들은 자동으로 후보에서 탈락한다.]수많은 계약자의 탈락.
이제부터 오직 주동훈만이 진정한 계약자이며, 일곱 정수의 힘을 집행할 대리자가 된다.
[수(水) : 넌 이제부터 다른 계약자들이 가지고 있던 정수의 파편을 주워 모아야 해.]촤르륵!
이번엔 수(水)의 기운이 치솟기 시작했다.
[수(水) : 제법 힘든 일이 될 거야. 우주 곳곳에 흩어진 우리의 힘을 네 몸속으로 모으는 일일 테니.]매번 날이 서 있던 수(水)의 분위기가 차분해져 있었다.
이제 진짜 계약자가 되었다고 완전히 인정해 주는 느낌이었다.
[수(水) : 그리고 지금껏 서운한 게 있었다면 사과할게. 이해해 줘. 우리가 지금은 너한테만 집중해서 의지를 보내고 있지만, 우린 수많은 우주 곳곳에서 수많은 계약자를 상대해 오고 있었거든.]생각해 보면, 정수들은 항상 위기일 때만 나타나서 툭- 건져주고 다시 사라지곤 했었지.
수많은 계약자를 관리하려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며,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을 테지.
그래도.
사과는 너답지 않다, 수야.
다 기억하고 있거든.
벌레라 부른 거라든지.
아니, 벌레보다 못한 먼지라 했었나?
참고로 주동훈은 꽤나 뒤끝이 강한 성격이었다.
[수(水) : 큼큼.]어쨌든, 네 힘으로는 뭘 할 수 있지?
촤르르륵!
주동훈이 손아귀에 느껴지는 물의 압력을 느끼며 물었다.
[수(水) : 네가 생각하는 것이라면 뭐든.]짧지만 무서운 말이었다.
[수(水) : 네가 우리의 대리자인 이상, 넌 신과도 마찬가지야. 네가 하고 싶은 것. 만들고 싶은 것. 표출하고 싶은 것. 그 모든 것을 행할 수 있어. 물론, 그러려면 연습이 꽤나 필요하겠지만.]신(神).
내가 정말 그 힘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런 힘을 휘두를 자격이 있을까?
[목(木) : 계약자가 고생했으니, 보답받는 것은 당연한 거죠. 단.]파르릇!
생생한 목(木)의 기운이 수(水)의 기운을 잡아먹으며 올라왔다.
[목(木) : 현 우주 찬탈자들은 과거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힘을 쌓고 있어요.]촤르릇!
주동훈의 시야에 우주가 펼쳐진 것은 그때였다.
[목(木) : 놈들은 생명체들이 쌓은 힘을 화폐화하여 거래하는 방식을 채택했죠.]목(木)이 보내는 의지가 설명과 함께 가시화되어 보여졌다.
[목(木) : 영리한 거예요. 그들은 초월자들의 흥미를 책임져 준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세계의 존속을 저당 잡아 리그를 벌였고. 그곳에서 벌어들이는 수수료, 각종 세금 등으로 말도 안 되는 힘을 축적하고 있어요.]리그.
우리도 당했지.
지구는 오직 저들의 쾌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다.
또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다른 행성들의 발버둥을 무시하고 짓밟아야 했지.
으득.
주동훈이 이를 갈았다.
갑자기 지구에 던전이 생긴 것도.
아버지가 사라진 것도.
자신이 끊임없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것도.
다 그 빌어먹을 찬탈자 때문 아니던가.
[목(木) : 상식적이던 우주가 오직 힘을 위한 도박장으로 변해 버린 지 오래죠.]그러니까 일종의 공장과도 비슷했다.
리그를 통해 문명을 끌어올려 초월자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그 초월자들이 피땀 흘려 모은 기운을 화폐화하고 베팅하게끔 한다.
그리고 수많은 세월이 흐르면?
그 기운은 결국 현 신(神), 우주 찬탈자들에게 도달하게끔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둔 거겠지.
실로 쓰레기 같은 놈들이다.
자신들의 힘을 기르기 위해, 모든 생명체의 고혈을 짜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쿠과가가가……!
이번엔 금(金)의 기운이 솟구쳤다.
[금(金) : 그렇기에 아직은 함부로 나서면 안 된다. 너를 도울 수 있는 초월자들. 현 찬탈자들에 불만을 가진 초월자들을 모으고 규합하라.]우선 정리해 보자.
일(日)과 월(月)의 힘이 대다수를 내가 가져올 수 있다지만, 아직 전 우주적 관점에서 주동훈은 약한 존재다.
그렇다면?
사실, 봉인 해제를 하면 안 되었다.
힘을 들키면 안 되니까.
[토(土) :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가 괜히 봉인을 풀자고 제안한 게 아니지.] [금(金) : 창조룡 일레오르.]일레오르?
날 후원했다던 그 용?
[금(金) : 현재로서 그가 우릴 도울 확률을 수치로 환산했을 때 97.5%.] [토(土) : 충분히 도박해 볼 수치거든.]……그건 또 무슨 소리래?
[금(金) : 기다려 봐라. 곧 나타날 테니까.]* * *
쿠구구구……!
광활한 우주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사실, 우주는 너무나 광활하고도 광활해서 꽤나 큰 변화가 생겨도 잘 알아채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이 수천, 수억이니까.
하지만.
이번엔 꽤나 큰 변화였다.
왜 아닐까.
과거 우주를 제패했던 천신, 일(日)의 힘이 80%나 개방되는 순간이 있었는데.
“음?”
그리고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챈 것이 바로 창조룡 일레오르였다.
‘천신의 날개’를 낙찰받아 선물한 이후로, 일레오르는 우주 외곽 쪽을 거닐며 행성들을 탐색했다.
우주에 우연이란 없다.
구신(舊神)의 잔재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라면, 그것에는 필시 이유가 있을 터.
그러던 순간.
파아아앗!
구석에서 솟구치는 엄청난 힘의 파동을 느낀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평생을 쌓아온 힘보다도 더 강력한 힘.
당연히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그곳 내부를 본 일레오르는 깜짝 놀라고 만다.
‘천계……!’
과거.
초월자라는 개념이 없을 구신의 시절.
이 우주를 제패했던 천신과 마신의 세대를 일레오르는 안다.
‘저런 곳에 숨어 있었단 말인가.’
이는 엄청난 발견이었다.
여기 있는 천사들을 싹 다 죽이고, 유적을 파헤쳐 그것만 팔아도 지금보다 더한 부(富)를 누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함부로 움직일 순 없다.
조금 전 느꼈던 힘의 파동은 일레오르 역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어억?!’
숨죽여 지켜보던 일레오르가 또다시 경악했다.
그 힘을 내는 존재가 굉장히 익숙한 외형이었기 때문이다.
네달람이 밀어주고 있는 자이자, 최근 굉장히 핫하게 치고 올라오는 리그의 플레이어.
‘주동훈?’
세상에.
어찌 주동훈이 천계에 있단 말인가!
심지어 마계의 일원으로 보이는 자들도 있었고, 그들 모두가 주동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일레오르는 소름이 돋았다.
우주가 병들고, 신들의 횡포는 극심해져 가는 이때.
설마 구신이 남겨두었던 씨앗이 주동훈이었단 말인가?
‘허허.’
네달람 그 녀석.
운으로는 난놈이긴 하다.
꽂혀도 하필 또 이런 놈에게 꽂히다니.
일레오르는 객관적으로 사태를 직시했다.
구신의 씨앗.
그 그릇은 완벽하게 만들어져 있으나, 아직 병아리에 불과하다.
이 사실이 지금 신(神)의 눈에 들어가면?
주동훈은 그대로 으깨질 거다.
내부에 있는 저 막대한 힘만 신들이 게걸스럽게 해치워 먹겠지.
‘그렇다면.’
이를 어찌해야 하는가.
우주의 구석에서 발생한 이 기의 파동을 그대로 내버려 둬야 하는가?
‘그건 좀 아쉬운데.’
사실, 천신의 날개를 선물하기 직전이었다면 상관없었다.
주동훈에게 정수도 뽑을 만큼 뽑아 먹은 데다가, 애초에 그에게 투자한 게 알 하나뿐이니까.
신들이 등장해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주동훈을 찢어버려도 일레오르에겐 하등 상관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미 천신의 날개를 투자했고, 앞으로의 리그에서 벌어들일 정수의 양도 포기하기엔 아까운 정도였다.
주동훈의 능력은 이미 초월자를 넘어섰다.
힘만 제대로 숨긴다면 다이아든, 마스터든, 챔피언스리그든 다 씹어먹을 능력을 이미 갖췄다는 것.
즉, 리그에서 확실한 기여도가 보장되는 상황이었다.
‘또한.’
만약 진짜 구신이 지배하는 세상이 다시 온다면?
그에게 준 도움이 공이 되어 돌아오지 않을까?
‘흐으으음.’
일레오르는 계산적이다.
확실히 자신에게 이득이 될 때만 움직인다.
쿠구구구구……!
우주 외각에 똬리를 튼 채, 천계로부터 방출되는 에너지를 차단하던 일레오르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돕자.’
일단 자신이 후원자이니, 한 번은 정당하게 만날 수 있다.
‘적어도 챌린저 리그까지만 뽑아먹는 거야.’
어차피 이 우주는 건재하다.
당장 스페이스 경매장주만 나서도 주동훈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이 정도면 현 신들에게 크게 반하는 것도 아니리라.
* * *
정수들의 말대로였다.
무릉도원 뒷산.
지이잉!
그곳에 갑작스러운 포탈이 하나 생겼고.
그곳으로 백발의 사내가 뒷짐 진 채 걸어 나왔다.
주동훈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저게 창조룡 일레오르.’
네달람을 보았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일(日)의 힘을 담고 있음에도, 가진 힘이 너무 아득해 압도되는 느낌이랄까.
[창조룡 일레오르가 대화를 요청합니다.] [당신은 1년에 한 번, 후원자를 직접 만날 수 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수락.”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락하셨습니다.] [후원자와의 조우 시간은 1분입니다.]네달람 때처럼 자리를 이동한다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아무래도 그가 직접 이곳으로 찾아와서 그런듯했다.
일레오르가 힐끗, 알을 쳐다봤다.
“곧 부화하겠군.”
자신이 준 알답지 않게, 무심한 말투였다.
하여튼.
시간이 없다는 걸 인지한 일레오르가 곧바로 주동훈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숙였다.
주동훈에게 숙이는 것이 아닌, 그 내부에 존재하는 정수들에게 숙이는 거였다.
“……구신을 뵙습니다.”
콰드드득!
금(金)의 기운이 솟구쳤다.
“놀랐습니다. 현 신(神)들에게 당한 이후로 완전히 봉인된 줄 알았는데요.”
[금(金) : 창조룡은 실리를 따지지. 네가 여기에 왔다는 것은 우릴 도울 생각이 있다는 것.]“틀린 말은 아닙니다.”
[금(金) : 주동훈이 제대로 된 힘을 기를 때까지, 네 능력으로 우리의 존재감을 지워줬으면 좋겠구나.]“그리하면 제가 무엇을 얻습니까?”
주동훈이 리그만 지속해서 뛰어도 일레오르는 얻는 게 많다.
하지만, 일레오르는 이 협상에서 확실한 갑(甲)이었다.
그가 숨겨주지 않으면, 현 우주를 지배하는 신들이 등장할 거다.
그렇게 되면 억겁의 세월 동안 준비했던 그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될 터.
[금(金) : 주동훈에게 빚을 지는 것. 지금은 그것밖에 걸 수 있는 게 없다.]“……내키지 않는 보상이군요.”
일레오르가 눈을 깜빡였다.
겨우?
라고 말하는 눈빛.
“하지만, 정말 그 반란이 확실히 성공한다면……. 매력적인 보상일 수도 있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스윽.
일레오르가 손을 올렸다.
“우선은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말씀하셨다시피, 도울 생각으로 온 거니까요. 다만, 기한은 챌린저를 달성할 때까지입니다.”
[금(金) : 그거면 충분하다.]“알겠습니다.”
따악!
일레오르가 손가락을 튕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