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73)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73화
빛과 어둠(10)
쿠과가가가가!
공간이 일그러짐과 동시에.
– 크아아아아아아!
탐식종의 입에서 숨넘어가는 신음이 튀어나왔다.
주동훈의 힘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일월.
빛과 어둠의 융합.
– 이런 미친!
아마 이 우주가 탄생한 이래로 가장 강력한 힘이지 않을까?
나머지 다섯 신(神)들이 힘을 합치면 몰라도.
개별적으로는 이 힘을 이길 존재가 떠오르지 않았다.
– 크흐으으으……!
빛은 그 한 번의 일격으로 영혼이 찢길 만큼의 타격을 입었다.
살아 있긴 하지만, 그뿐이었다.
힘을 있는 대로 끌어모아 반항하려 해봐도, 주동훈의 힘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 엄살은.
주동훈이 다시 검을 들어 올려 내려찍었다.
– 이제부터 시작인데.
콰아아아앙!
주동훈의 검격은 계속되었다.
– 크아악!
빛은 그 검격 안에서 조화를 보았다.
혼돈?
아니다.
분명 빛과 어둠의 힘이 어우러져 녹아내리고 있다.
절대 합쳐지지 않을 것 같던 그 상극의 힘이 말이다.
‘그런가.’
패배를 직감한 탐식종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결국, 욕심 때문이었나.’
어둠이 잠자던 자신만 몰래 깨웠을 때부터가 비극의 시작이었다.
자신들의 탐욕이 저 말도 안 되는 괴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빛의 눈이 사시나무처럼 흔들렸다.
정말?
정말 이대로면 끝난다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 삶이 종식된다고?
‘안 돼.’
그럴 순 없었다.
그건 너무 억울했다.
한때 천신이라 불리던 일(日)이 대다수의 힘을 숨기는 바람에 탐식종들 중 자신만 제대로 된 탐식을 즐기지 못했다.
근데 이렇게 가야 한다고?
– 그렇게는 안 돼에에에!
쿠과가가가!
빛이 절규와 함께 섬광을 뿜어냈다.
웬만한 거물도 스치기만 해도 절명할 기운들이 매섭게 주동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 공격이 주동훈의 검격에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이지러졌다.
오히려.
‘흡수된다고?’
빛은 경악했다.
주동훈 저 인간은 도대체 뭔데, 탐식종의 고유 기술을 쓰는 거지?
– 왜, 놀랍나?
주동의 시야에 넋 나가 있는 탐식종의 모습이 들어왔다.
참으로 못생긴 그 모습이.
– 남의 것을 뺏을 수 있다면, 뺏길 수 있다는 것도 알았어야지.
콰가가가가!
주동훈이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느껴라.’
너희가 정수들에게 했던 그대로 무너지는 그 상황을.
그 허무하고도 억울한 감정을.
‘똑똑히 느껴라.’
너희가 했었던 것을.
너희의 그 끔찍한 악행을.
‘내가 다시 되돌려 놓을 거다.’
잃어버린 아버지, 불안에 떠는 지구, 원래였다면 평범했을 자신의 일상, 등등.
쾅! 쾅! 쾅! 쾅!
주동훈의 검이 더없이 유려하게 공간을 누볐다.
빛이 더이상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지 않고, 가진 모든 힘들을 토해낼 때까지.
– 크륵, 크르르륵!
탐식종이 된 빛이 거품을 물었다.
표피는 찢기고 구멍이 뚫렸으며, 그 사이로 피가 줄줄 새어 나왔다.
순수한 힘과 힘의 격돌에서 밀리니, 어찌할 방도가 없다.
그저 처맞는 수밖에.
‘어찌 탐식종도 아닌 자가 저런 말도 안 되는 그릇을…….’
실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탐식종 조차도 거대 힘을 흡수하면 적응하기 위해 억겁의 세월을 보내야 하는데, 저 미친놈은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신의 힘을 저렇게 자유롭게 다룬단 말인가!
프스스, 프스스스!
힘이 끊임없이 빼앗긴다.
이제는 거의 남지 않았다.
힘의 소멸은 곧 죽음.
– 잘 가라.
퍼걱!
주동훈이 어둠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괴생명체의 머리를 발로 밟아 터뜨렸다.
빛은 제대로 된 반응도 못 해본 채, 그렇게 소멸했다.
그런 주동훈의 시야에 초월자들이 들어온다.
넋을 잃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이 참으로 감회를 새롭게 했다.
‘결국, 여기까지 올라왔구나.’
펄럭!
날개를 흔들었다.
– 나이스!
– 그렇지! 길마님!
– 캬! 좋아요!
아까부터 좋아하는 김진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제부터 해야 할 것은 하나다.
저 빛의 남은 찌꺼기들을 모아, 제대로 융합하는 것!
그리하여 다른 신(神)들을 압도하는 혼돈의 힘을 재정비하는 것!
스윽.
주동훈이 손을 뻗었다.
쿠과가가가가!
그 사이로 막대한 우주의 기운이 끌어당겨지고 있었다.
***
“아아…….”
초월자 중 하나가 탄성을 흘렸다.
대다수 초월자들이 떨리는 눈으로 주동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친.’
‘지금 내가 뭘 본 거지?’
‘신을……. 그 빛을……. 그냥 저렇게 무식하게 때려잡았다고? 고작 하나의 거물이?’
‘저게 혼돈……?’
그야말로 경악스러운 상황이었다.
이 우주에서 신(神)이 가지는 힘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는 알지 못해도, 저 주동훈이란 자가 굉장하다는 것쯤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말은…….’
‘정말 세대교체의 희망이 있단 말인가!’
‘신들이 죽고, 리그가 사라진다? 정말로?’
초월자들의 눈빛이 감격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삭막했던 우주에 봄이 온다!
계절이 숱하게 바뀌어도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 봄이!
마침내 우주 혁명의 피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누군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입가에는 미소가 맺혔다.
빛과 싸우기 위해 자신의 정수를 섀도우들에게 내어놓았던 그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앞으로의 전투에 있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빛만 해도 저렇게 압도적인데.
불(Fire), 물(Water), 나무(Tree), 쇠(Iron), 흙(Earth).
그 다섯 신은은 또 얼마나 강할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야.”
“지금처럼……. 정수를 지원하는 것.”
“어차피 신들이 죽고 리그가 없어지면 정수야 상관없는 거잖아? 혼돈이 보호를 약속했으니.”
쿠과가가가!
프록시마 센타우리에는 하나의 거친 폭풍이 불고 있었다.
빛과 어둠의 힘을 모조리 흡수한 주동훈이 그 막대한 힘을 융합하는 과정에 있는 중.
“여기, 제 것도 가져가세요.”
“더 강해지세요. 아예 압도적으로 강해져서 지금처럼 다섯 신도 끝장내주세요.”
몇몇 초월자들이 폭풍 속으로 정수를 하나둘 던지기 시작했다.
– 우리 것도 가져가라, 은인이여. 덕분에 우리 일생의 복수를 기쁘게 마칠 수 있었다.
섀도우 셰퍼드 킹 역시 정수를 물어다 던졌다.
컹컹!
다른 견종들 역시 여분의 정수들을 가져다 모았고.
그 모습을 천사와 악마들이 감명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아아, 주동훈!
마신의 사자이자, 천신의 대리인!
그가 천신과 마신의 힘을 하나로 융합하고 있다!
“……그것이 마신의 뜻입니까.”
“당신의 뜻이 그러하다면 종으로서 따르겠습니다.”
“사도들의 회사에서 모았던 모든 정수를 사자께 던져라.”
사도들이 무릎을 꿇으며 복종했고.
“천신과 마신의 화합이라…….”
“과연 그 힘이면 찬탈자들이 두려워할 만하겠군.”
“천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회사가 모은 모든 정수를 대리인께 가져다 바치자!”
대천사들이 숭고한 표정으로 양손을 합장했다.
그리고.
“끌끌.”
만술 노인 역시 기쁜 눈으로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왜 기쁘지 않으랴!
자신의 제자가 세계를 넘어 우주 최강이 되었는데!
만술(萬術).
자신이 만든 무술이 강할 거라곤 예측했지만, 우주를 알고 난 이후에는 솔직히 낙담했었다.
우주는 기술을 넘어선 압도적인 힘의 논리로 돌아가는 곳이었으니까.
‘크하하핫! 그래! 만술은 약하지 않았어!’
어른으로서의 체통이 있기에 날뛰며 좋아할 순 없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는 중이었다.
‘만술이 우주 최강!’
정확하게는 만술이 아닌 주동훈이 최강이지만, 그게 그거 아닌가?
주동훈이 곧 만술이니까!
만술로서 기운을 모았고, 만술로 그 기운을 뭉치고 있다.
쿠과가가가!
폭풍이 불었다.
그 강렬한 폭풍에 일대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회색빛으로 합쳐진 일월의 힘은 과연 장관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끌끌, 아름답구나.’
갑자기 옛 생각이 났다.
– 어르신!
– 모든 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저를 이용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자신의 스켈레톤들을 소환하며 잠재력을 보라 했던 청년.
만술의 한을 풀어주겠다며 자신만만해하던 그 모습.
‘제자야, 넌 약속을 지켰구나.’
한을 풀어준 것으로 모자라, 이 광대한 우주에 증명하고 있다.
아주 확실히.
쿠과가가가!
거칠게 요동치는 주동훈의 거력을 뒷짐 진 노인은 아주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같은 시각.
콰아아아아앙!
우주 중앙부.
일곱 신(神)의 도시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관리자들이 거주하는 건물에 거대한 운석이 떨어진 것.
쿠과가가가가!
흙(Earth)은 분노했다.
요동치는 기운에 혹시나 해 일어났는데 웬걸.
빛과 어둠이 사라졌다.
그뿐이랴?
관리자들이 시스템을 조작해 모든 초월자에게 신(神)을 배반하란 메시지까지 보냈단다.
– 이런 시건방진 놈들이.
그래서 운석을 떨어뜨렸다.
신에게 등을 돌린 배반자들을 싹 다 치워 버리기 위해서.
시스템이야 금방 복구할 수 있다.
세상에 행성은 많고 천재도 많으니.
– 다들 그만 자고 일어나라. 상황이 심각하다.
흙(Earth)의 모습 역시 빛과 어둠처럼 인간이었다.
쾅! 쾅! 쾅! 쾅! 쾅!
황토색 머리카락에 어린 남자아이의 모습을 한 그가 건물 이곳저곳을 오가며 주먹질을 하고 발차기를 했다.
그 한 방 한 방에 건물이 소멸하고, 바닥에 크레이터가 생겼다.
– 무슨 일이야.
붉은 머리 사내, 불(Fire)이 깨어났고.
– 심각은 무슨. 차라리 잘됐네.
푸른 머리 여성, 물(Water)이 상황을 파악한 후 오히려 미소 지었다.
– 안 그래도 일곱이 나눠 가지던 거 불편했는데, 다섯으로 줄었으면 우리야 좋은 거지 뭐.
이들은 탐식종.
태생부터 탐욕스러운 자들이다.
물? 불?
일곱이라 구색 좋게 맞춰놓은 것뿐, 줄어들면 오히려 좋다.
– 나도 그건 인정!
녹색 머리, 여자아이.
나무(Tree)가 웃었다.
– 하지만 조심해야 해. 아무리 우리가 자고 있었다 해도, 너무 짧은 시간에 빛과 어둠이 당했어.
– 일단.
쇠(Iron)의 모습은 황금색 머리의 중년이다.
– 굳이 방심할 필요는 없다. 이제부터 우리 다섯이 같이 다니면……. 어차피 이변은 없어.
이제부터 확실하게 움직이자는 주장을 한 쇠(Iron) 역시 건물 부수기에 동참했다.
콰가가가가가!
건물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구성 요소들이 녹아 한곳으로 모였다.
철골이 사라지니 무너지는 것은 찰나와 같다.
– 우선 관리자들부터 처단하고. 그다음 모든 배반자를 죽인 후, 우주를 다시 개편한다.
쇠(Iron)의 눈이 살벌하게 번뜩였다.
***
그로부터 약 10분 전!
“피, 피해야 합니다!”
일하던 관리자들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관리자 지역 한가운데에 있는 C동에 운석 하나가 박힌 이후, 모든 시스템이 마비되어 버렸다.
“비상! 비상! 신들이 전부 일어났습니다!”
“게다가 다 들킨 것 같습니다!”
“하긴, 들킬 수밖에 없지요! 시스템으로 그 난리를 떨었는데.”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관리자 대다수는 이미 다른 행성으로 회피해 있었는데, 약 20% 정도가 문제였다.
날개의 핵심 간부, 그리고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자들.
그들은 회피할 수 없었다.
그들이 도망가지 않았기에, 신(神)들의 기상도 늦출 수 있었던 거다.
“크, 큰일입니다! 공간 이동 게이트가 막혔습니다!”
“뭐?”
“신들이 수를 쓴 모양입니다. 좌표를 어지럽히고 있어요! 우리 힘으론 어림도 없습니다.”
“그, 그럼 어떡해?”
신(神)들이 깨어났고 모든 것을 알아버린 순간 도망가야 했다.
당연히 대책을 마련해 놨지만, 흙(Earth)이 일어남과 동시에 모든 게 무산된 것!
“그저 바보가 아니라는 건가?”
날개의 간부, 주광철이 허탈하게 웃었다.
건물이 시시각각 무너지고 있다.
조금 있으면 자신 역시 아래에 깔려 죽을 터.
“하지만 후회는 없다.”
네달람의 죽음 역시 보았다.
그 순간 직감했었다.
곧 그 차례가 자신에게 오리란 것을.
“아들아…….”
주광철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꼭.
꼭 해내거라.
저 빌어먹을 것들을 다 잡아서 터뜨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