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Medicine Sucking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33
233화 최후의 수단 (2)
“디오네 님, 어디 갔다가 이제 오세요?”
카엘은 최후의 전투를 앞두고도 반가운 마음으로 디오네를 맞이했다.
아니, 이럴 때이기에 스승이 더욱 반가웠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데, 얼굴도 못 본 게 아쉬웠던 참이었다.
정작 디오네는 빈말로도 반긴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표정이 어두웠다.
“어디 갔기는, 그냥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어. 너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저요?”
“그래, 돌아다니면서도 네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리더라. 심지어 제국과도 싸울 줄이야…….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긴 하지.”
“네…….”
디오네의 감탄에 멋쩍어하다가도 어두운 표정으로 하는 말에 카엘도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상에 마왕이 부활한 거였다.
현재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이 세상에 있을 리가 없었다.
“사실 마족이 마왕을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말에 나름대로 막을 방법을 찾아봤었어.”
“성과가 없었나 보군요.”
카엘은 디오네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 짐작했다.
그러자 디오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한 가지를 찾긴 찾았어.”
“정말입니까? 어떤 겁니까?”
카엘이 놀라면서 되물었다.
‘그나저나 방법을 찾았는데 표정이 왜 저렇지?’
한편으로 의아해하고 있는데 디오네가 낯익은 물건을 내미는 게 아닌가?
‘이건?!’
바로 회귀 전 카엘이 디오네를 떠나 오크 군단과 싸우러 간다고 하산했을 때 받은 목걸이였다.
‘이게 무슨 특별한 목걸이였나? 어.’
그때는 미처 몰랐지만, 자세히 보니 현자의 돌에 마법진이 작게 그려져 있었다.
“뭔지 눈치챘어?”
“현자의 돌과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는 것만 알겠네요.”
“맞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어.”
“과거로요?”
“그래, 그걸 써서 과거로 가서 마왕이 부활했다고 알리고, 미리 대비를 할 기회가 생기는 거지.”
‘그렇다면 이 목걸이 때문에 내가 회귀했다는 건가?’
카엘은 그제야 자신이 어떻게 과거로 돌아와 삶을 다시 살 수 있게 됐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와중에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하지만 그때는 이게 회귀의 목걸이라고 왜 말을 안 해 줬지?’
그때 디오네가 입을 열었다.
“사실 많이 망설였어. 이걸 준다는 건 너한테 큰 짐을 지워 주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회귀에 성공할 확률도 반반인 데다가 회귀하는 과정이 죽음보다 더 고통스럽다고 하거든.”
“…그렇군요.”
“만약 그 고통을 이겨 내지 못하면 그대로 죽어 버리는 거지.”
아마 회귀 전의 스승은 카엘이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예상하고, 이걸 준 모양이었다.
‘결과적으로 틀린 건 아니었지만.’
열심히 싸운다고 싸웠지만, 오크 로드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했었다.
반면에 지금은 카엘의 능력을 그만큼 믿으니까 모든 걸 말해 준 거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어쨌든 다시 회귀해서 준비하면 마왕의 부활을 막아 낼 가능성은 훨씬 크겠지.’
“회귀에 성공해도 다시 삶을 살면서 마왕을 막아 낼 준비를 하는 과정이 또 얼마나 험난할지 모르니까…….”
“전 괜찮습니다. 일단 받아 두겠습니다.”
“…그래.”
디오네는 내키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잠자코 카엘에게 회귀의 목걸이를 건네줬다.
고통스러운 건 워낙에 익숙해서 문제없었다.
문제는 이걸 쓴다고 무조건 회귀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는 거였다.
‘마왕과 부딪친 후에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겠네.’
그리고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마족 위자르샤였다.
* * *
이날 밤 나타난 건 디오네뿐만이 아니었다.
디오네가 나가자마자 누군가가 문을 조용히 두드렸다.
똑똑.
-나야.
“들어와. 오랜만이네.”
카엘은 익숙한 목소리에 반기며 문 쪽을 돌아봤는데 시선에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닌가?
-여기야, 여기.
그 말에 아래를 보니 아기 해골 모습의 데비하이드가 보였다.
“뭐야, 그동안 힘을 복구 못 한 거야?”
과거 데비하이드는 카엘이 리치의 원천인 라이프 베슬을 깨트려 어쩔 수 없이 저런 모습이 됐었다.
그런데 지금 그 모습 그대로 나타난 거였다.
-그건 아니고, 이 모습도 그럭저럭 마음에 들어서 말이지. 이러고 함께 지낸 지도 꽤 됐잖아.
말하는 게 나름대로 함께 지냈을 때의 추억으로 저 모습을 유지하는 모양이었다.
-그보다 너는 안 보는 사이에 엄청 강해졌구나. 이제는 내가 전력을 다해도 못 이기겠는데.
-힘이 역전된 게 언제 이야기인데, 잘난 체하기는.
잠자코 있던 아조트가 한마디 하자 데비하이드가 못 들은 척 화제를 돌렸다.
-어쨌든 마왕이 부활한 걸 보고 옛정을 생각해서 도와주러 왔어.
-옛정은 무슨, 마왕한테 고개 숙이기 싫은 거겠지.
-큭!
아조트의 말에 속셈을 들킨 데비하이드가 신음을 흘렸다.
하긴 마력을 쓰는 데비하이드가 힘을 키우면 키울수록 마왕도 그만큼 강해지는 구조.
그 때문에 아무리 강해져도 절대로 마왕을 뛰어넘을 수가 없었다.
그를 벗어나려면 마왕을 제거하는 수밖에 없었다.
“좋아, 그럼 여기 방어를 도와줘. 장벽 아래에 있는 몬스터 사체를 언데드 몬스터로 소환하면 되겠다.”
카엘은 그러면서 현자의 돌이 든 상자를 내밀었다.
-어, 물론이지! 역시 카엘이야! 화끈하잖아!
-괜찮을까? 그러면 마왕도 더 강해지는 게 아닌가 싶은데.
아조트가 우려하는데 카엘이 달랬다.
“괜찮아. 그만큼 몬스터를 해치워 줄 테니까. 그렇지?”
-응! 나한테 맡겨 둬!
데비하이드가 자신 있게 말했다.
‘됐네.’
안 그래도 이곳의 방어가 불안하던 참에 데비하이드가 나서 주면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 * *
다음 날 아침.
날이 밝았는데도 몬스터들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오히려 더욱 거세졌다.
장벽에서 방어하는 병력들이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 열린 마계의 통로로 몬스터가 더 나온 모양이었다.
그걸 보고 소피아가 걱정했다.
“이대로 밀릴지 모르는데, 그냥 가기 걱정되네요. 마왕을 쓰러트리기 전에 성이 먼저 무너지는 게 아닌지…….”
“괜찮아. 데비하이드가 도와주러 왔으니까.”
“네? 정말이요?!”
소피아가 놀라서 되물었을 때였다.
장벽 아래에 있던 오크 사체가 뚜둑뚜둑 하고 관절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일어나더니 장벽으로 향하는 몬스터를 공격했다.
오크뿐만이 아니었다.
온갖 사체가 곳곳에서 몸을 일으켜 클리페우스성의 장벽을 공격하는 몬스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마계에서 온 몬스터들은 죽은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재가 되어 흩어졌지만, 그걸 감안해도 장벽 앞에는 죽은 지 얼마 안 된 몬스터의 사체가 잔뜩 있었다.
데비하이드는 그것들을 제물로 삼아서 신나게 언데드 몬스터를 소환해 댔다.
“어엇! 어떻게 된 거지.”
“우리 편인가?”
“무슨 상관이람, 어차피 장벽 바깥에서 싸우는데. 우리는 우리 앞의 적이나 해치우자고!”
그 말에 레인저와 병사들은 심기일전해서 전투에 임했다.
그걸 보며 라 키레아스가 웃으며 말했다.
“저놈의 리치도 쓸데가 있군. 그럼 가자.”
“네.”
카엘은 대답하고 라 키레아스의 등 위에 올라탔다.
나머지 마왕성으로 쳐들어갈 인원들도 차례로 라 키레아스의 등 뒤에 올라탔다.
모두 탑승을 마치고 출발하기 직전에 티겔 브리운이 아래에서 소리쳤다.
“아들아! 무운을 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도 무사하세요!”
카엘이 대답하자마자 라 키레아스는 출발한다고 외친 뒤 날개를 홰쳤다.
그러자 순식간에 회색산맥에 도착했다.
회색산맥에는 언제 지었는지 거대한 마왕성이 들어서 있었다.
바위산을 뾰족하고 거칠게 깎아 놓은 듯한 마왕성은 그 자체로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
클리페우스성으로 향하던 몬스터들은 하늘 위의 카엘 일행을 보고 괴성을 질렀지만 어쩌지 못했다.
하피와 가고일 등 일부 비행이 가능한 몬스터들이 날아왔지만, 라 키레아스가 드래곤 브레스를 날리자 그대로 타서 추락했다.
부하들이 카엘 일행을 저지하는 데 실패하자 마왕이 무시하라 지시를 내렸는지 몬스터들은 다시 클리페우스성으로 향했다.
“우리는 마왕성으로 들어가자.”
라 키레아스가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그 더러운 발을 이곳에 들이밀게 할 수는 없지.”
“키킥. 무식한 것들이 겁도 없이 이곳에 쳐들어왔구나.”
“동족이여, 마왕님의 위대함에 경배하고 항복하라.”
“…….”
마왕성에서 네 개의 그림자가 튀어나오더니 카엘 일행 앞을 막아섰다.
각각 데스나이트처럼 흑갑을 입고 대검을 든 전사.
창이 넓고 끝이 뾰쪽한 모자를 쓰고 나무 지팡이를 쥔 마법사.
드래곤의 얼굴에 인간의 몸을 가진 반인반용.
검보랏빛 피부에 귀가 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다크 엘프였다.
그들을 보며 라 키레아스가 미간을 모았다.
“벌써 마왕의 사천왕까지 준비해 뒀었나. 그것도 한 번에 나오다니.”
카엘은 사천왕을 유심히 살펴봤다.
과거 라 키레아스의 말에 의하면 사천왕 하나를 쓰러트리는 데도 드래곤이 다섯이나 필요했다.
그런 사천왕이 모조리 출동했으니 위협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강력해 보이진 않은데.’
지금 마왕의 힘도 온전하지 못한 만큼 아무래도 사천왕의 힘도 약한 모양이었다.
“당신은 제가 상대해 주죠.”
전사의 앞에 소피아가 검을 빼 들고 섰다.
“언제 마법사의 목덜미를 한번 물어뜯어 보나 했는데. 오늘이겠군.”
마법사에게는 원한이 많은 라이칸스로프 브로칸이 나섰다.
“마왕을 경배하는 동족이라니, 그런 동족은 사양인걸.”
반인반용에게는 라 키레아스가 붙었다.
“타락한 동족을 구원하는 것도 정령이 원하는 바예요.”
“…맞아.”
“순순히 항복하는 게 어때요?”
천으로 입을 가린 채 잠자코 있는 다크 엘프를 노아나, 데키마, 모르타 엘프 세 자매가 둘러쌌다.
‘나는 어디를 도우면 좋을까.’
카엘이 제일 먼저 쓰러트릴 사천왕을 가늠하고 있을 때였다.
“그럼 나는 그대를 상대하면 되나?”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카엘의 앞에 한 사내가 섰다.
검보랏빛 피부에 조각 같은 근육 몸매를 가진 그 사내는 이마에 솔국의 대왕처럼 왕관같이 멋들어진 뿔이 나 있었다.
카엘은 그를 보자마자 마왕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가 뿜어내는 어마어마한 존재감도 존재감이지만.
사천왕들이 적들이 바로 앞에 있는 데도 개의치 않고 무릎을 꿇은 거였다.
카엘은 마왕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거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데…….’
클리페우스성을 공격하는데, 아무도 지휘하지 않는 걸 보고 아직 마왕이 사천왕까지 마계에서 불러내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아니면 나오더라도 차례대로 나오는 걸 차근차근히 해치워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천왕에 이어 마왕까지 한꺼번에 나온 거였다.
‘마왕을 너무 바보 취급 했나.’
카엘은 쓴웃음을 지으며 전투준비를 했다.
이렇게 된 이상 최선을 다해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먼저 준비한 강화 포션을 들이켠 다음에 마검 아조트와 리키드를 던지며 마검 전사로 만들었다.
-후훗. 마왕을 쓰러트린 마검이 될 기회네.
-신의 이름으로 사악한 마왕을 처단하겠다.
그사이 카엘도 사진참사검을 검집째로 빼 들었다.
아조트와 리키드와 검집처럼 사진참사검의 검집도 황금색이었다.
그리고 그걸 이마에 갖다 대고 라이칸스로프들이 월도 갑옷을 변형시킬 때 쓰는 주문을 외웠다.
“로리카!”
그러자 검집이 철컥철컥하는 소리를 내며 금세 황금색 갑옷으로 변했다.
겉보기에는 아주 얇았지만, 황금 금속기 방어구를 넘어서 전신의 힘을 배가해 주는 강화 갑옷 역할을 했다.
드워프 블렌트에게 의뢰한 게 제대로 만들어진 거였다.
거기다가 빙한목의 냉기와 만년설삼의 기를 사진참사검에 불어넣자 아주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여기서 마석 포션까지 더하면 좋겠지만.
그랬다가는 마왕에게 의식을 뺏길지도 몰랐다.
한편 카엘이 준비하는 걸 잠자코 지켜본 마왕이 감탄했다.
“호오. 이 정도로 강한 인간이 있을 줄이야.”
카엘은 그 반응에 이를 악물었다.
저렇게 여유롭다는 건 이길 자신이 넘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최후의 수단도 있겠다. 어디 한번 해보자고!’
카엘이 사진참사검을 휘두르며 마왕에게 덤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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