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6)
등급 불명 던전
던전 등급.
시스템이 정해주지 않았기에.
인류가 세울 수밖에 없었던 주관적인 난이도의 수치화.
매스컴에서 어느 유명 랭커가 말했다.
「던전 등급을 미리 알고 싶은가? 안타깝지만 그런 방법은 없다. 직접 들어가서 난이도를 체크하는 수밖에.」
시스템은 괴짜였다.
어느 부분에서는 친절하면서도.
또 어느 부분에서는 굳이 그래야 하나 싶을 정도로 불친절했다.
그냥 들어가기 전에 알려주면 편할 텐데 말이다.
「하나 힌트를 주자면, 던전을 두르는 색의 명도를 체크하라. 진할수록 높은 확률로 고난도 던전이 나온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한 건 아니다.
애초에 난이도라는 게 주관적이기도 할뿐더러.
확률 통계에 의존한 빈약한 낭설이라는 평이 자자했다.
그렇기에 세계 헌터 협회는 기준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기준은 간단했다.
「해당 등급의 헌터 다섯 이상이 모여도 클리어하지 못하면, 등급을 샹향 조정한다!」
예를 들어, A급 헌터 다섯 이상이 참여했는데 깨지 못했다고 가정하자.
그럼 해당 던전의 등급은 S급으로 판정된다.
실로 무식한 판별 기준이었지만, 헌터들은 제법 만족했다.
기준이 없을 때보다 던전 사고가 훨씬 줄었기 때문인데……. 뭐, 어차피 이 역시.
누군가의 희생이 불가피한 방법이긴 했다.
요컨대, 이러한 문제 때문이다.
‘애초에 들어간 사람은 있는데, 나온 사람은 없는 그런 던전은 어떻게 판별할까?’
‘그러게. 결국 누군가 들어가서 확인하기 전까진 유추할 수밖에 없잖아.’
‘그럼 누가 들어가?’
’들어가긴 하던데. 소위 말하는 대박 노리는 팀들.’
‘흠, 뭐……. 들어가는 건 자유라지만, 그래도 좀 수준 높은 길드가 확인해 줘야 하는 거 아냐?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다고.’
지금 내가 들어갈 던전.
우리는 이런 던전을 「등급 불명 던전」이라 부르고-
결국 그런 던전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도 공략이 안 될 때, 대형 길드가 직접 참여해 확인하도록 합의했다.
협회가 지정하기에 의무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개념은 아니다.
고난도의 던전은 높은 보상을 약속하고.
이 때문에 굉장한 입찰 경쟁이 이루어지곤 하니까.
‘다만.’
대형 길드 차원에서도 안전 관리는 필수다.
2군, 3군이라고 무턱대고 보냈다가 전멸하면 엄청난 전력 손해지 않은가.
그렇기에 그들은.
탐험에 앞서, ‘수색대’를 보낸다.
덕분에.
난 다른 용병들보다 훨씬 일찍 던전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 * *
‘동굴인가?’
[던전에 입장합니다.]알싸한 감각과 함께 주변의 풍경이 뒤바뀌었다.
필드 타입은 동굴.
또옥, 또옥!
천장에서는 여기저기 물이 떨어졌다.
다행히 벽에 드문드문 붙어 있는 야명주(夜明珠) 덕에 시야 확보에 어려움은 없었다.
“오호라, 야명주네? 저거 떼다가 팔면 값 좀 나올 텐데.”
“아서라, 조심해라. 던전에서 물건 함부로 건드렸다 골로 간 헌터들 모르냐?”
“말이 그렇단 거지.”
긴장한 나와 달리.
기소율과 그녀의 멤버들은 여유롭게 스트레칭하며 입을 열었다.
나를 제외하고 총 네 명의 멤버.
S급의 기소율을 제외하고는 전부 A급의 보랏빛 명패를 차고 있었다.
“…….”
꿀꺽, 나는 침을 삼켰다.
옆에서 동네 아저씨처럼 웃고 떠드는 이들은 절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TV에서나 간신히 마주할 법한 상위권 헌터들.
그리고.
이명이 있는 헌터들.
“다들 너무 여유 부리지 말고 긴장해 주세요.”
먼저, 암제 기소율이 말했다.
“우선 속검(速劍), 소화(小火)는 나랑 이곳 한 바퀴 쭉 돌아볼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과연 랭커의 명이라는 걸까.
본인들끼리는 친근해 보이던 A급 헌터들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길잡이(Guide) 강선욱 씨?”
“말씀하십시오.”
“그쪽은 출구를 찾아보세요. 짐꾼도 커버하면서요.”
“역시, 딱 그럴 것 같았습니다.”
중년 헌터, 강선욱이 나를 힐끗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있죠?”
“자신 없다 하면, 제 이명이 울지 않겠습니까?”
다른 자들과는 달리 살짝 특이한 이명, 길잡이(Guide).
던전 길을 기가 막히게 잘 찾는다고 해서 시스템이 붙여준 이름이라는데.
딱 수색대에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그럼 서둘러 출발하죠.”
기소율은 나에겐 별다른 말 없이 등을 보인 채 달려 나갔다.
‘아, 말하긴 했나?’
이름도 없고, 이명도 없는.
그저 짐꾼이라는 단어로.
내가 아무리 희소한 고유 능력, 「네크로맨서」를 지녔다 할지라도.
3년 동안 E급 던전을 패왕처럼 제패했던 경력이 있을지라도.
이들에 눈에는 초짜.
그게 현재 내 위치였다.
“야, 짐꾼. 긴장되냐?”
강선욱이 싱긋 웃으며 물었다.
나이가 있는 자이길래, 첫 인사 때 편하게 말하라 해둔 상태.
초면에 형이라 부르라고 할 정도로 외향적인 자였다.
“예? 뭐……. 그렇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럼 계속 긴장해라.”
“네?”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참고로 말하면 이 던전, 뭔가 수상한 부분이 한둘이 아냐. 랭커이신 암제께서 괜히 긴장하라 한 게 아니란 말이지.”
“아, 그렇습니까?”
그러고 보니.
기소율, 그녀의 표정이 뭔가 다급해 보이긴 했다.
아무리 등급 불명이라지만, 고작 어중이떠중이 몇 팀이 실패한 던전이다.
그런데 세계 1,000위권 안의 랭커가 서두르는 눈치다?
“이 던전, 지나치게 조용해. 구조도 단순하고. 몬스터도 없을 확률이 높아. 이렇게 좁은 동굴에 생명체가 살면 울림이나 진동이 살짝은 있어야 하거든. 흐음, 그렇다는 건, 색다른 기믹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는 소린데…….”
“와, 그런 걸 수색하기도 전에 바로 알 수 있어요?”
“그럼, 인마. 던전 짬밥이 몇 년인데.”
그가 피식 웃었다.
“일단 따라와라. 시킨 대로 출구부터 찾고 보자꾸나.”
“넵.”
나는 그를 따라 걸었다.
방향은 기소율이 향했던 곳과 반대.
등과 손바닥에 식은땀이 찾지만, 머뭇거리진 않았다.
그래도 고수와 함께하니 뭔가 믿음직스러운 그런 느낌?
하지만, 그 느낌은 얼마 가지 않아 사라졌다.
“하아, 이거 불안하다 불안해.”
“흐음, 이상한데……? 트랩도 없고 힌트도 없고……. 하, 좀 많이 기괴한 던전이로구만.”
“이봐, 짐꾼. 몸이 무겁다는 느낌 안 드냐? 나만 그래?”
“…….”
걸으면 걸을수록, 강선욱의 표정이 묘해졌다.
갈수록 공기에 불쾌한 냄새가 서렸고, 그의 말마따나 몸이 무거워졌다.
끈적하면서도 짙은 무언가가 몸을 바닥으로 꽈악!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나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살짝 소름 돋는데요? 길잡이 형님……. 우리 이거 계속 가는 거 맞을까요?”
“글쎄. 이런 느낌은 나도 처음이라. 랭커를 마주할 때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네?”
“무언가 말도 안 되는 존재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야. 젠장, 네크로맨서라 했지?”
“네.”
“일단 뭐라도 소환해 둬. 웬만하면 내가 도와줄 테지만, 혹시 모르잖아? 상황 급하면 너도 네 목숨은 직접 챙겨야지.”
“…….”
굉장히 무서운 말이었지만.
우선, 고수의 말은 따르고 봐야겠지?
[‘뼈다귀1’이 등장합니다.] [‘뼈다귀2’가 등장합니다.] [‘뼈다귀3’이 등장합니다.] [‘뼈다귀4’가 등장합니다.] [‘뼈다귀5’가 등장합니다.]삐그덕, 삐걱!
기력 50을 사용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스켈레톤을 소환했다.
그 후, 방패 든 뼈사를 전방 배치.
활 든 뼈삼이와 마법사인 뼈오를 측면 배치.
뼈일이와 뼈이를 후방에 배치했다.
‘제길, 이름을 너무 대충 지었나?’
처음 고유 능력을 받았을 때, 이름 지으라길래.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스켈레톤인지 모르고 대충 지었었는데.
그 이름을 지금까지 사용할 줄은 몰랐다.
“오, 스켈레톤들이냐? 더 좋은 건?”
“그런 거 없거든요……?”
가슴 한쪽을 찌르는 물음에, 투덜거리며 대답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으윽?”
불쾌한 기운이 반갑다는 듯 공간을 장악한 것이다.
엄청난 압박에 숨 쉬는 게 힘들어졌다.
사우나에 10분 이상 있는 것처럼, 온몸 내부가 후끈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기, 길잡이 형님?”
“제기랄! 조금만 더 걸어가 봐! 저 앞에 공터가 있어!”
“우으……. 공터로 가면 뭐가 달라져요?”
“나도 몰라! 근데 저기에 몇몇 기운이 느껴져! 누군가 있다는 건 그래도 살 만한 거 아니겠냐?”
“기운이요?”
“몰라! 먼저 들어왔다던 선발대일 수도 있고. 아니면 몬스터일 수도 있겠지. 우선 움직여!”
아씨, 모르겠다.
이젠 입도 못 벌리겠고, 눈도 못 뜨겠다.
고막이 꽉 틀어막힌 것처럼 먹먹해졌고 압력에 절로 무릎이 끊겼다.
뼈오가 스킬을 사용한 것은 그때였다.
[스킬, ‘에어 실드’(Lv.1)를 사용합니다.] [‘에어 실드’(Lv.1)가 박살 납니다.]“커헉?”
입에서 피가 뿜어졌다.
믿을 수 없었다.
스킬이 생성되자마자 박살 날 정도의 압박이라니!
난 본능적으로 외쳤다.
“젠장, 뼈일아!”
간신히 움직이는 뼈다귀들의 힘을 빌려 이 골목을 나가야 한다.
그것만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
게다가 강선욱은 이미 저만치 앞으로 가고 있다.
“으으으…….”
이게 말이 돼?
파주시에 갑자기 생겨난 던전이 랭커 마저 긴장하게 할 초특급 난이도 던전이라고?
고유 능력도 반쪽짜리로 던져주더니!
거룩한 초월자께서 나를 안 좋게 보시는 다른 이유라도 있단 말인가!
젠장.
살고 싶다.
랭커고 뭐고.
일단 살아남아야 이룰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속으로 미친 듯이 읊조리던 순간.
“허어어억!”
답답했던 압박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마침내 강선욱이 말했던 그 ‘공터’에 도달한 거였다.
[스테이지 ‘한 깊은 백발노인’에 도달합니다.]육시랄.
한 깊은 백발노인?
이건 또 뭐야?
* * *
공터는 기존 동굴의 폭보다 3배 정도 넓었다.
또한 바닥에는 모종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고 좌측 벽면 중앙에는 시커먼 인조 ‘문’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이어 떠오르는 메시지.
[띠링!] [스테이지 : 한 깊은 백발노인] [‘한’이 얼마나 큰지, 노인의 머리카락에 차가운 서리가 맺혔습니다.] [방으로 들어가 노인을 처치하세요.]“허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인조 ‘문’ 속에 있다는 백발노인이 이곳 던전의 보스 몹이고.
지금까지 느꼈던 압박도 저 ‘문’으로부터 나오고 있었다는 걸.
그렇기에 이 공터에 가까워질수록 압박도 강해졌던 것이다.
‘다만, 공터 안에서는 살 만하다는 건……?’
나는 바닥에 그려져 있는 문양을 내려다봤다.
흐음, 이게 기운을 차단하는 모종의 마법진이려나?
아니, 그전에.
“사, 사람이다!”
“드디어 헌터가 도착했다! 지, 지원군인가?”
공터에는 10여 명의 남녀가 모여 있었다.
각 허리춤에 달린 명패의 색을 보아.
C급(초록색)이나 D급(누런색) 헌터가 대다수였다.
그들은 나와 강선욱을 바라보며 절규했다.
“보라색 명패! A급 헌터다!”
“게다가 스켈레톤? 네크로맨서도 있어! 구조대가 맞다! 살려주세요, 제발 이곳에서 좀 꺼내주세요. 흑흑.”
“아니, 그전에 먹을 것 좀……. 아니, 마실 것 좀 주세요. 목이 너무 말라요.”
나이도 성별도 다르지만, 그들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온몸이 말랐다는 점.
하긴.
이곳 문양 위에는 식수도 먹을 것도 없다.
만약 ‘출구’도 없이 오랜 기간 이곳에 갇혀 있었다면?
저런 모습도 이해가 되겠지.
“후우, 일단 급한 대로 비상식량 풀자.”
강선욱이 나를 바라봤다.
“…….”
살기 위해 저 혼자 도망치는 모습에 잠깐 삐친 나였지만.
뭐, 이해해야겠지.
미리 말해두기도 했고, 원래 던전이란 그런 곳이니까.
고개를 끄덕인 난 초코바 몇 개와 생수병을 저들에게 건넸다.
대형 길드에 고용된 짐꾼으로서 혹시 모를 생존자를 위한 비상식량을 챙겼기에 괜찮다.
“무, 물!”
“먹을 거!”
아포칼립스의 좀비 떼처럼 달려들어 와구와구!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이들.
“…….”
가슴이 답답했다.
잘못하다간, 미래의 내 모습일 수도 있지 않던가?
“자자, 천천히 드시고.”
중년 강선욱이 턱수염을 쓸며 나섰다.
한참을 기다렸을까.
끼니를 해결한 그들을 보며 천천히 말했다.
“어떻게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