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98)
이것들 봐라
오독오독.
퉤!
죽은 독전갈을 씹어 독만 빨아들인 나는 남은 잔해를 뱉어낸 후, 나무에 기대었다.
주변엔 내가 뱉어낸 갖가지 독의 잔해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독 보너스가 있습니다.] [‘맹독 전갈의 독샘’은 1급 맹독입니다.] [시련 포인트를 500 획득합니다.]“나이스!”
나도 모르게 외쳤다.
요즘 들어 강한 독을 만날수록 신나진다는 어르신의 말씀을 몸소 깊이 체감하는 중이기 때문.
특히, 1급 맹독은 굉장히 귀했다.
체감상 2급 맹독 20개 정도 발견했을 때, 하나 겨우 발견하는 느낌?
“으으으.”
역시 1급 맹독일까.
굉장히 혀가 시리고 매웠다.
혀뿐이랴?
온 신경이 제발 그러지 말라고 울부짖는 느낌이었다.
‘미안하다, 미안해. 몸아.’
조금만 더 버텨주렴.
지금 고통스러운 만큼, 나중에 더욱 강인해지고 질겨질 거란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말도 있잖아?
우우웅!
나는 태청심법을 발현해 침투한 독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노인이 알려준 기로를 따라, 움직이다 보면.
1급 맹독은 두 개까지도 충분히 커버 가능했다.
“후우.”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독의 기운이 손가락 끝으로 몰리더니.
또옥!
이내, 녹색 물방울로 맺혀 떨어졌다.
이곳에 들어온 지, 어언 2주 차.
이제 배출하는 위치까지 컨트롤 가능해졌다.
‘진짜 끔찍이도 많이 먹었지.’
일행들과 떨어진 나는 일주일이라는 기간 동안 중앙 근처에서 이곳저곳을 누비며 독을 채취하고 섭취했다.
그 결과.
[스킬 : 백독불침] [등급 : B] [효과1 : 백 가지 독에 저항합니다.] [효과2 : 일정 수준 아래의 독에는 완전한 저항력을 얻습니다.]백독불침이라는 스킬을 획득했으며.
[보유하신 시련 포인트입니다.] [시련 포인트 : 51,300]‘시련 포인트’도 이만큼이나 쌓았다.
물론, 상점에 있는 모든 아이템을 사려면 아직 멀었다.
나는.
나는 아직 배고프다.
“이 녀석아. 좀 쉬어가면서 해라.”
나무에 기대어 기운을 운용하고 있을 때, 뒤편에서 노인이 꾸지람했다.
만술 어르신께는 말씀드렸다.
이제부터 당분간 훈련을 뒤로하고 독 내성만 쌓겠다고.
그러자, 본인도 구경하고 싶으시다고 야밤 말고 낮에 불러달라시길래, 그렇게 해드린 상태였다.
“네 녀석 보아하니, 밥도 안 챙겨 먹고 독만 섭취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잠은 자는 게냐?”
“……잠이요? 하루에 두 시간씩은 꼬박 자죠. 밥도 저기 먹고 있구요.”
“에잉? 설마, 네 녀석. 지금 저걸 말하는 게냐?”
노인이 황당하다는 듯 날 바라봤다.
내가 가리킨 방향에 버섯 찌꺼기들이 보였기 때문.
“저게 무슨 밥이냐. 그냥 버섯 쪼가리지. 네 녀석. 그러다 영양실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모름지기 독을 몰아내는 것도 밥심이 있어야 하는 것일진대…….”
“시간이 없어요.”
내가 나직하게 말했다.
“그 독무인가 뭔가 하는 괴물을 상대하려면 적어도 천독불침은 달성해야 할 텐데. 아직도 백독불침이잖아요.”
“허어, 이 녀석 보게?”
왜요.
“천독불침, 만독불침이 무슨 하루아침에 떡하니 이루어지는 경지인 줄 아느냐? 라떼는 천독불침 이루려고 거의 1년은 산을 뒤집고 돌아다녔다, 이놈아!”
“그건 그 세계에 독이 없어서였잖아요.”
노인의 말을 들으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독버섯을 오독오독 씹었다.
내가 기대어 있는 나무 옆에는 엘드린이 공수해 놓은 버섯 수십 종류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아직, 먹을 독은 많다.
또한 엘드린의 능력으로 독은 끊임없이 보급된다.
“아, 설마.”
내가 웃었다.
“천혜의 독 자원지를 만난 이 제자가 부러워서 그러시는 건 아니겠지요?”
“이놈이?”
[독 보너스가 있습니다.] [‘흰가시광대버섯’은 3급 맹독입니다.] [시련 포인트를 100 획득합니다.]쳇.
이번엔 3급이네.
이제 3급 정도야 간에 기별도 안 온다.
아프다기보다는 시원하게 마사지 받는 느낌?
“그래, 배 아파서 그런다. 쯧, 어떻게 이놈은 가는 길마다 저렇게 기연이 넘치는 건지……. 내가 네놈이었다면 만술의 극(極), 그다음을 넘볼 수도 있었을진대.”
“……오, 어르신의 다음 경지도 있나요?”
“흐.”
노인이 피식 웃었다.
“그거 아느냐?”
“뭘요?”
“세상의 무엇이든, 끝이 있다고 생각할 때가 시작인 법이니라.”
“허어.”
나는 만술 노인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각종 무기를 가지고 랭커인 기소율을 장난감 다루듯 가지고 놀았던 모습.
그 위의 경지도 있다니, 그게 어떤 걸까?
“제가 아직 우물 밖에도 못 나온 한낱 개구리라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가 없네요.”
“끌끌, 이놈아. 우물 안은 아니지. 지금 네 녀석 정도면 그래도 우물 밖에 머리는 빼꼼 내밀었다.”
“히야, 그것참 위안이 되는데요?”
퉤.
나는 우물거리던 버섯을 또다시 뱉어냈다.
흰 가시 광대버섯의 맛은 쓰디썼다.
위장이 살짝 저리는 게, 위장계 쪽 독인가?
‘그래도.’
편했다.
나는 역시 뼛속까지 네크로맨서인 걸까?
혼자인 게 훨씬 편했다.
일행들과 멀어지고 나니까, 이렇게 마음껏 독도 먹을 수 있고.
또 혼잣말로 중얼거릴 수도 있고.
“……잘하면 저도 델라일라가 원하는 인재상은 아닐 수도 있겠네요.”
내가 다음 독을 입에 털어 넣으며 중얼거렸다.
“음?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
“델라일라는 협동심을 요구하는 것 같은데, 저는 솔직히 혼자가 편하거든요. 사실 지금도. 굉장히 안정감 있고 좋단 말입니다.”
“으음…….”
누군갈 속이지 않아도 되고.
눈치 보지 않아도 되며.
오로지 나 혼자 강해지기 위해, 홀로 몰두하면 되는 이 순간.
“이놈아. 너는 나 만술(萬術)의 일인 제자다.”
“…….”
“만술은 도도(滔滔)하면서도 고고(孤高)하지. 델라일라인가 하는 사람이 고맙다고 하더라도. 꼭 그 사람이 원하는 인재상이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니라.”
“그건 또 맞죠.”
“다음 시련이 무엇이든, 네 앞을 어떤 방해물이 가로막든.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그럼 절반은 가는 게야.”
“지금처럼요?”
“그래, 지금처럼 앞만 보고 무식하게 돌진하는 것. 네 녀석의 운은 이미 천(天)의 경지를 넘어섰기에, 그것만으로도 모든 걸 해결해 낼 수 있지 않겠느냐? 쯧, 부러운 놈.”
“…….”
이 어르신이?
또 왜 말이 그렇게 되는 거지?
그렇게 독을 섭취하며, 노인과 티키타카하고 있을 때였다.
“주군.”
정찰을 마친 태양이가 다가왔다.
엘드린이 독을 공수해 오는 역할이라면, 녀석의 역할은 정찰이었다.
나는 약 3일 전.
태양이에게 중앙 근처에 남아 있는 헌터들에 대해 조사하라 일러뒀었고.
녀석이 다시 나타난 것도 딱 3일 만.
“명하신 대로, 중앙 지역 근처에 존재하는 모든 헌터들에 대해 낱낱이 파악했습니다.”
“오, 그래?”
과연 태양이는 능력자였다.
나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랭크인 A급 또는 S급 헌터들을 상대로 들키지 않고 정찰에 성공했다?
랭커급이 아니고서야 가능한 일일까?
‘물론.’
태양이는 좀 특수한 경우다.
어둑한 시야에 능숙하기에, 주 활동 시간대가 야밤이었으니까.
“중앙에 존재하는 인원은 주군을 제외하고 총 24명이었습니다.”
“24명?”
“그렇습니다. 열로 이루어진 한 팀, 다섯으로 이루어진 한 팀, 넷으로 이루어진 한 팀, 셋으로 이루어진 한 팀, 그리고 혼자 다니는 인원 둘이 있었습니다.”
“…….”
생각보다 얼마 없었다.
처음 시작한 인원이 50명이었으니.
나를 제외한 25명은 둘 중 하나다.
중앙에서 멀리 벗어났든가.
아니면, 죽었거나.
“흐음, 벌써 10명으로 이루어진 팀이 있다고?”
10명이라.
하필 딱 테마2 때 구성해야 할 팀의 숫자다.
얘네도 나처럼 정보권이라도 얻은 건가?
“예, 전부 먹을 것 구하는 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렇겠지. 2주가 지난 지금까지 시련 포인트 쌓는 법을 모르는 머저리는 없을 테니까.”
“그리고 또 하나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태양이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은 것은 그때였다.
“응?”
“3일 동안 주군의 근처를 맴도는 팀이 있습니다.”
“아, 걔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랭커도 발견하는 노인이 옆에 떡하니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모를 리가 있을까.
“넷으로 이루어진 팀 말하는 거지?”
“……역시, 알고 계셨습니까?”
태양이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놈아.”
노인이 뒤에서 끼어들었다.
“그놈들 마침 딱 지금 점점 다가오고 있다.”
“……예, 제 기운에도 잡힙니다. 아무래도 쟤네. 전생에 양반은 아니었나 보네요.”
“클클, 어떡할 거냐? 아까부터 혼자가 좋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글쎄요. 쟤들 의도부터 알아야겠죠?”
나는 흥미가 동한다는 듯 웃는 노인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근데, 어쩌나.’
이제 곧 어르신 소환 해제 시간인데.
하루 한 시간 코인 거의 끝나갑니다, 어르신.
“…….”
내 눈빛을 느꼈을까, 노인의 표정이 급속도로 우울해졌다.
“하아, 참.”
그러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늘도 야속하구나. 하필 이렇게 재미있어지려는 순간…… 가야 한다니……. 이럴 순 없다. 녀석아.”
“예?”
“혹시, 도망갔다가 하루 뒤에 저들을 조우하면 안 되겠느냐? 그 정도야 네게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더냐!”
“……와, 그 정도예요?”
하긴.
그 마음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었다.
하루 24시간을 고작 한 시간밖에 살아갈 수 없는 저주에 걸린 기분이 어떠할까?
‘하지만.’
노인의 부탁을 들어주기엔 이미 늦었다.
스스슥!
수풀 밟는 소리와 함께.
동서남북에서.
네 명의 존재가 나타났기에.
“어이.”
그중.
가장 앞에 서 있는 아저씨가 나에게 먼저 말을 꺼냈다.
우락부락한 몸과 오돌토돌한 피부 때문인지, 굉장히 험악해 보이는 아저씨였다.
국적은 딱 봐도 중국인.
“말 하나만 묻자.”
“…….”
나는 기댄 나무에서 등을 떼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서 중년의 사내를 응시할 뿐.
[스킬, ‘만술의 가르침’(S급)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만술의 달인’의 소환이 해제됩니다.] [해당 스킬은 24시간 후, 재사용 가능합니다.]노인은 연신 [제기랄]을 외치며 사라졌고.
이내 적막이 이어질 찰나.
“……어이, 쓰벌. 내 말 안 들려? 벙어리야? 사람이 물어보는데 왜 조동아리를 앙다물고 있어? 앙?”
걸걸한 목소리가 공터를 강하게 울렸다.
“잘 들리는데요.”
내가 픽 웃으며 대꾸했다.
이 사람들.
어떤 이유로 날 찾아온 건지는 몰라도.
굉장히 불손했다.
묻고 싶은 게 있으면 정중히 물어야 하는데, 말해주지 않으면 마치 살인이라도 벌일 것처럼 위협적으로 군다.
“…….”
예를 갖추지 않은 상대에게, 굳이 예를 갖출 필요 없는 법.
“어쭈, 이거 표정 좀 봐라?”
험악한 아저씨가 인상을 구기며 고개를 까딱했고.
“한동안 돌아다니면서 독버섯이나 처먹더니 머리가 회까닥했나 본데요? 형님?”
“아직 팀도 안 이루고 혼자 다니면서, 무슨 깡으로 이렇게 허리가 뻣뻣하실까?”
나머지 세 인원도 불량한 태도로 나에게 다가왔다.
허허.
나는 속으로 웃었다.
이것들 봐라